매거진 동네 도시

포틀랜드를 걷다, 경제를 읽다

by 골목길 경제학자

포틀랜드를 걷다, 경제를 읽다


'도시를 걷다, 경제를 읽다' 시리즈의 3편 포틀랜드편을 공개한다. 1편 베를린은 2025년 5월 브런치북으로 발행했고, 2편 도쿄는 2025년 12월 브런치 에세이로 발행했다. 포틀랜드편도 도쿄편처럼 브런치 에세이로 발행한다. 다음 도시는 샌프란시스코다.


'도시를 걷다, 경제를 읽다'는 세계 주요 도시를 찾아 동네 경제 독해법을 탐구하는 프로젝트다. 도시와 경제에서 동네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동네 경제의 도시적, 건축 조건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포틀랜드는 베를린, 도쿄와 마찬가지로 동네가 강한 도시다.


포틀랜드는 인구 65만의 중소도시지만, 대도시권 인구는 240만에 달하며 미국에서 가장 독특한 도시 실험을 진행해 온 곳이다. 다운타운, 펄 디스트릭트, 호손, 앨버타 아츠 디스트릭트, 미시시피 애비뉴, 디비전 스트리트, 클린턴 같은 50개의 동네 상권(Neighborhood Business District)이 각각 고유한 정체성과 독자적 경제 생태계를 유지한다. 이 책은 포틀랜드의 동네들을 걸으며 그 경제적 작동 원리를 읽어내려는 시도다.


2013년부터 2026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포틀랜드를 답사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환경 정책이 어떻게 경제 전략이 되고, 로컬 브랜드가 어떻게 도시 경쟁력이 되는지를 목격한 것이다. 세계 최대 독립 서점 파웰스북스, 스페셜티 커피의 원조 스텀프타운커피, 커뮤니티 호텔 모델 에이스호텔, 로컬푸드 아이스크림의 상징 솔트앤스트로. 이런 메이커와 로컬 브랜드들이 우연히 태어난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동네 경제 육성 정책과 메이커 지원 시스템,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들의 로컬 소비문화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포틀랜드 모델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동네 중심 경제 구조다. 포틀랜드는 미국 대도시 중 예외적으로 동네 경제를 체계적으로 육성한다. Neighborhood Development Strategy 2020은 도시 경제를 50개 동네 상권으로 조직하여, 체계적인 지원 방안을 제안한다. 2만 명의 동네 소상공인이 만드는 생태계는 벤처 포틀랜드(Venture Portland)와 메인 스트리트 프로그램(Main Street Program) 같은 조직으로 연결된다.


둘째, 환경을 경제로 만드는 전략이다. 도시성장경계(Urban Growth Boundary)로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보행과 자전거 중심 도시를 만든 결과, 미국에서 자전거 출퇴근율이 가장 높은 도시가 되었다. 온실가스 17% 감축, 재활용률 63%가 상징한 친환경 전략은 대체 에너지, 환경 기술, 도시재생 기술, 자전거 기술 등 새로운 친환경 산업을 창출했다.


셋째, 하이테크와 하이터치의 균형이다. 인텔을 중심으로 한 실리콘 포리스트가 하이테크 산업을 이끌고(하이테크 의존도 4.7%, 미국 10위), 동시에 나이키 중심의 아웃도어 산업, 커피, 수제맥주, 양조, 패션이 대표하는 창조산업이 하이터치 산업을 만든다. 존 나이스비트의 메가트렌드가 예측한 하이테크-하이터치 법칙을 도시 모델로 실현한 것이다.


이 책은 포틀랜드 모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동네 구조에서 메이커와 로컬 브랜드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그리고 한국 도시들이 로컬 브랜드 생태계로 전환하기 위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탐구한다.


포틀랜드편은 크게 다 부로 구성된다.

Part 1 '포틀랜드 모델: 동네가 강한 도시'는 포틀랜드의 핵심 경쟁력을 분석한다. 50개 동네 상권 네트워크, 환경의 경제화, 메이커 생태계 조직화, 성장 관리와 보행성이 어떻게 결합되어 동네 경제를 만드는지, 그리고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어떻게 확장 가능한 아티잔 비즈니스를 창조했는지 탐구한다.


Part 2 '포틀랜드 모델의 배경과 동력'은 포틀랜드를 가능하게 만든 문화적 토양을 살펴본다. 나이키가 포틀랜드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과 어떻게 결합했는지, 하이테크 산업(인텔)과 하이터치 산업(힙스터 크리에이터)이 어떻게 공존하며 서로를 강화하는지, 그리고 1960년대 히피 문화가 1990년대 힙스터 문화로, 2010년대 《포틀랜디아》 신드롬으로 이어진 문화적 계보를 추적한다.


Part 3 '동네가 잉태한 로컬 브랜드들'은 구체적인 성공 사례를 분석한다. 세계 최대 독립 서점 파웰스북스가 아마존 시대에도 살아남은 비결, 포틀랜드 메이드(Portland Made)가 메이커 운동을 어떻게 조직화했는지, 에이스호텔이 어떻게 동네를 살리는 앵커가 되어 11개 도시로 확장했는지, 동네 아이스크림숍으로 시작해 로컬푸드 아이스크림 장르를 개척한 솔트앤스트로의 스케일업 전략, 그리고 와인·맥주·증류주 양조 산업이 어떻게 로컬에서 전국 브랜드로 성장했는지를 다룬다.


Part 4 '교외 전략과 위기, 그리고 미래'는 포틀랜드 모델의 완성과 한계,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탐구한다. 먼저 MAX 경전철을 따라 워싱턴 카운티(Washington County)로 확장된 서버번 다운타운 전략을 분석한다. 교외를 어떻게 도시로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 실험은, 동시에 고비용 구조, 젠트리피케이션, 자동차 의존 지속 같은 한계도 드러낸다. 2020년 폭동 이후 노숙자, 마약, 범죄로 얼룩진 다운타운 위기를 분석하고, 이것이 미국 대도시가 반복적으로 겪어온 구조적 문제임을 밝힌다.


Part 5 '한국 도시 모델 포틀랜드'는 포틀랜드의 지역산업 생태계가 한국 도시에 주는 교훈을 설명한다. 부산은 모태 산업인 신발 제조 기술을 로컬 크리에이터의 디자인 역량과 결합하여 포틀랜드와 같은 스니커즈와 러닝 메카로 거듭나는 전략이 필요하다. 강릉의 경우 이미 강점을 가진 커피, 수제맥주, 그리고 전통공예 자산을 현대적인 메이커 운동과 연결함으로써 동네 경제의 스케일업을 도모해야 한다. 이처럼 각 지역의 고유한 산업적 뿌리를 로컬 브랜드 생태계로 전환할 때 한국 도시들은 지방 소멸의 위기를 넘어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포틀랜드는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이 중소도시가 동네 중심으로 혁신을 이루었다는 사실은, 서울과 한국의 지방 도시들이 나아갈 방향을 시사한다. 동네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경제의 기본 단위이며, 미래 도시산업의 출발점이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로컬 브랜드, 체인점이 아닌 독립 가게, 대형 복합개발이 아닌 동네 상권. 이것이 포틀랜드가 전하는 메시지다. 이 책이 도시를 보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하기를 바란다.


본문은 브런치에 연재된 글과 로컬 브랜드 리뷰(Local Brand Review) 2022에 수록된 챕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3부의 4개 장의 원고는 링크한 2개의 로컬 브랜드 리뷰 파일에서 찾을 수 있다. 16장은 4차 방문 후 브런치에서 발행할 예정이다. 각 장의 원문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Part 1: 포틀랜드 모델: 동네가 강한 도시 (1-5장)

포틀랜드 모델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677

동네 경제의 분화와 통합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690

통계에서 찾은 포틀랜드의 차별성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39

독립 소상공인의 도시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32

포틀랜드 일기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97


Part 2: 포틀랜드 모델의 배경과 동력 (6-9)

포틀랜드 라이프스타일이 나이키를 품다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33

하이테크 산업이 하이터치 산업을 만나면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693

바이시클 크리에이터 타운의 탄생 https://contents.premium.naver.com/creativecity4/creatorsociety/contents/260113192536226qt

포틀랜디아: 1990년대의 꿈이 살아있는 곳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694


Part 3: 동네가 잉태한 로컬 브랜드들 (10-15장)

로컬 브랜드 생태계의 전형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716

파웰스북스: 독립 서점의 자부심

에이스호텔: 여행자와 지역민의 커뮤니티

포틀랜드메이드: 메이커 운동의 심장

솔트앤스트로: 로컬에서 멀티로컬로

https://www.navercorp.com/navercorp_/research/2022/20220304114604_2.pdf

https://www.navercorp.com/navercorp_/research/2022/20220124154204_2.pdf

로컬의 스케일업? 양조 산업 모델 https://blog.naver.com/yeonhui1000/224146879394


Part 4: 교외 전략과 위기, 그리고 미래 (16-17장)

포틀랜드는 교외에서 완성된다: MAX 경전철과 서버번 다운타운 전략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706

반복되는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576


Part 5: 한국 도시 모델 포틀랜드 (18-19장)

부산의 라이벌은 포틀랜드 https://cbiz.chosun.com/svc/bulletin/bulletin_art.html?contid=2016022301229

강릉이 포틀랜드를 원한다면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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