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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형 은행원 Jul 21. 2019

내게 맞는 예금을 찾는 최적의 방법

디지털 시대에 은행원들이 과연 우리를 위해 어떤 일을 해줄 수 있을까?


은행의 수없이 많은 상품군들 중 가장 치명적인 상품 이해 난이도를 자랑하는 것은 예금과 카드다. 많은 사람들은 예금을 단순한 상품군이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예금의 구조는 단순할지 몰라도 상품의 차원에서는 수없이 많은 디테일이 붙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온 예금상품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2~3개 정도의 부가 금리 혜택과 이런저런 혜택이 붙는다.


예를 들어 영화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 않겠다고 서명을 하면 금리를 0.2% 가산해주거나, 혹은 35세 미만 고객 또는 군인만 가입 가능한 상품, 이런저런 보험혜택을 제공하는 상품 등이 존재한다. 각각의 예금 상품은 가입조건, 우대금리, 납입조건, 지급방식, 부가서비스, 세금에 있어 독특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모든 요소를 감안하여 일반적인 지구인이 자신에게 최적화된 예금 상품을 골라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약 자신에게 최적화된 예금을 찾고 싶은 사람이 인터넷에서 예금 금리 같은 단어를 검색하면 범접할 수 없는 복잡성의 장막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카드 상품들 중에 자신에게 최대 할인/포인트를 제공하는 카드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동차 회사는 다양한 옵션의 제공을 통해 복잡성을 증대시키고 이를 통해 경쟁사와의 단순 가격 비교를 어렵게 만든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지나치게 투명하고 단순한 상품으로는 수익을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복잡성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만들고 이것이 수익성 증대에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자동차 회사를 포함하여 모든 통신사와 카드사와 보험사 심지어 스타벅스까지도 자신들의 상품을 매력적이면서도 복잡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예금 상품 간의 비교 가능성을 높게 만들어 은행 간의 금리경쟁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금융소비자에게 좀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겠다는 프로젝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은행연합회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다(https://portal.kfb.or.kr/compare/receiving_search.php). 하지만 이런 시도는 사실상 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예금은 한 장의 표에 완벽하게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호락호락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예금 금리 비교 화면: 이것으로 정말 좋은 예금을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아마 강박적인 사람들은 자신에게 최적화된 예금-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예금을 찾기 위해 몇 시간을 인터넷을 뒤진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설사 시간과 에너지가 남아도는 사람이 자신에게 제일 좋은 예금 상품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그 은행과 현재 거래가 없고, 가장 가까운 곳까지 30분을 전철을 타고 가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설사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 예금을 가입한다고 하더라도 예금 상품 간의 금리 차이는 종잇장만큼이나 얇다. 최고의 예금을 찾기 위한 노력이 보상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게다가 예금이 여러 개의 금융기관에 퍼져있는 것은 그 자체로 복잡성을 야기하고 관리를 어렵게 만든다.


나는 카드를 딱 두장 가지고 있다. 신용카드 한 장, 체크카드 한 장이다. 그런데 그 두장의 카드의 할인 혜택이 무엇인지 잘 기억을 못 하겠다. 그런데 이런 내가 카드만큼이나 복잡한 예금의 상품구조를 이해하고 암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럴 때 나는 컴퓨터 알고리즘 관련 조언을 하나 떠올린다.


"매번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완벽함을 추구하느라 하염없이 세월을 보낼 생각이 아니라면, 어려운 문제는 계속 붙들고 씨름하기보다 더 쉬운 형태를 상상하여 그것을 먼저 공략하자. 제대로 적용될 때, 이것은 단지 희망 섞인 생각이나 환상이나 게으른 공상이 아니다. 발전을 이루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다."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_브라이언 크리스천_청림출판


그렇다. 더 쉽게 하자. 쉽게 살자고. 내 주종목은 기업여신과 외국환이다. 사실 예금의 상품적 측면에 대해서는 나는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종종 나에게 최적화된 예금 찾기 위해 옆에 있는 다른 은행원에게 물어본다. 그들은 언제나 최적은 아닐지 몰라도 최적에 가까운 답을 나에게 즉각적으로 준다. 이것은 내가 그들과 친구이기 때문에 가능한 치트키 같은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창구에 앉아 있는 은행원은 하루에도 예금 금리에 대한 고객상담을 적어도 30번 이상을 진행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언제나 친절한 목소리로 자신을 찾아온 고객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최상의 해답을 제공하는 것이다. 반면 고객에게 상냥한 그들은 오히려 내가 예금을 물어볼 때마다 은행원이 그딴 것도 모르냐고 잔소리를 퍼붓는다. 그러면 나는 나도 고객이라고 우긴다. 네이버에 "가장 좋은 예금"이라고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는 것은 최적의 은행 예금을 고르기 위한 좋은 알고리즘이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은행원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은행원에게 예금을 물어보는 방법


스마트폰 뱅킹의 등장으로 인해 모든 은행은 내점 고객 감소라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생사를 건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은행에서 단순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도 1~2시간씩 기다리는 일이 예사로 발생하고 있다. 급감하는 은행 내점 고객 수와 대기 고객으로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은행 지점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대부분의 은행 고객이 특정 영업점에만 집중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은행 고객들은 상업의 중심지에 위치한 거대한 영업점에 모인다. 이런 은행 지점들은 인지도가 높은만큼 몰려드는 고객의 숫자와 대기 시간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제대로 된 지원이나 상담이 쉽지 않다. 반면 바로 인근에 위치한 영업점이라도 입지가 좋지 않아 인지도가 높지 않은 경우 지점이 텅텅 비어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은행원의 역량은 대개 비슷하다. 그러므로 지점이 한가할수록 상담의 질은 올라간다.


자신에게 적합한 예금을 고르는 최적의 알고리즘은 우선 은행 콜센터에 전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금 금리를 묻는 대신 인근에 가장 한가한 점포가 어디인지 물어본다. 그리고 시간이 될 때 그 한산한 지점에 방문한다. 그리고 직원들을 한번 둘러본다. 아마 인상 좋은 40대의 은행원이 보일 것이다. 그에게로 간다. 그리로 혹시 앞에서 이야기 한 3단 통장 분리가 아직 되어 있지 않다면 3단 통장 분리를 해달라고 요청한다. 만약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아래의 업무도 함께 처리하면 금상첨화다.


인터넷뱅킹 보안 매체가 아직도 보안카드라면 반드시 OTP로 변경할 것. 보안카드는 보안에 취약하다. 최근에는 신용카드와 사이즈가 동일한 카드형 OTP가 나왔기 때문에 보안카드처럼 편리하게 지갑에 보관할 수 있다.

통장거래 내역을 SMS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신청할 것. 수수료를 절감하고 싶다면 거래내역을 알려주는 어플을 설치해 달라고 한다. 통장거래 내역과 잔액을 매번 확인하면 절약을 하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인터넷 이체 한도를 가급적 1천만 원 이하로 낮출 것. 이는 예상치 못한 보이스피싱의 손실에서 자신을 지켜준다. 만약 큰 금액의 이체가 필요하면 앞서 발견한 이 한산한 은행 지점에 통장을 가지고 가서 거래하면 된다.


여기까지 모든 과정을 마쳤다면 마지막으로 직원에게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직통번호가 적힌 명함을 달라고 이야기하면 된다. 은행의 영업점은 말 그대로 영업조직이다. 그 소속 직원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내용은 당연히 영업과 관련된 것이다. 영업을 하는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은행원 또한 명함을 달라고 하면 백이면 백 흔쾌히 준다. 잘 간직하고 있다가 예금이나 다른 금융상품을 가입하고 싶을 때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된다(직통번호로 전화하면 귀찮기 짝이 없는 ARS 연결을 건너뛸 수 있다). 혹은 전화를 해서 상담예약을 할 수도 있다. 그러면 대기시간 없이 원하는 시간에 질 좋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앞으로 은행에 찾아갈 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거의 모든 은행업무가 처리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금융상품 가입을 하기란 최적 상품을 찾는 것과는 다른 의미에서 매우 어려운 행위다. 대부분의 금융상품 설명에 전문용어와 법률용어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분명 이해 못하는 것들이 생기게 된다. 그때 네이버를 켜고 낑낑 대며 도움도 되지 않을 광고성 글들을 읽으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다. 자신이 챙겨 온 명함의 직통번호로 전화해서 물어보면 된다. 이것은 정말로 효율적이고 효과가 있는 재테크 팁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방법을 잘 사용하지 못한다.


은행 직원들도 나름대로 호감을 갖게 되는 손님이 있다. 나에게도 란이라는 손님이 있었다. 근처 회사에서 자금을 담당하는 직원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자주 와서 은행업무를 보곤 했다. 나는 란에게 꽤 호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른 은행에서 거래되는 수출입 실적 대부분을 나에게 몰아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란이 복잡한 사연이 얽힌 부동산 세무 문제로 어려워할 때 그것을 해결해준 적이 있었다.


당시 내가 근무하던 은행에는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세무 컨설팅 서비스가 있는데 이것을 란에게 연결한 것이다. 란은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VIP 기준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그런 사소한 문제는 글쎄 누구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기준 미달하나 향후 거래 증대 예상"이라는 14글자를 예외 신청사 유로 적었다. 그리고 세무컨설팅 팀에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이야기했다. 당연히 란은 필요한 정보를 재공 받았다. 란이 내게 무척 고마워했었기 때문에 나는 큰 보람을 느꼈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대부분의 은행원이 서너 개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은행은 예금금리와 사은품에는 인색할지 몰라도 서비스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그다지 인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무 컨설팅 팀이 상담 한번 더 한다고 월급을 더 줘야 하고 그로 인해 추가적인 요금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집에서 단무지 값을 별도로 받지 않는 것처럼 은행도 이런 서비스에 돈을 청구할 의지도 방법도 없다. 란도 별도의 비용을 낸 것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이런 서비스는 상속이나 부동산 매물, 유학송금, 유언신탁 등 정말 광범위하고 전문적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법원이나 세무서 근처에서 보는 변호사나 세무사는 이런 특수한 상황에 대해 은행 상담팀만큼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할 수 없다. 그들은 대부분 기장이나 파산/이혼 같은 그들의 전문 영역에서만 탁월한 전문성을 가진다. 반면 은행의 컨설팅 팀들은 재무와 관련된 희귀한 사례만 상담한다. 그래서 단시간에 빠르고 유용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은행원을 잘 활용하자. 은행원에게 전화해서 좋은 상품을 물어보는 것은 좋은 재테크를 하기 위한 최적의 알고리즘이다. 완벽한 답은 아닐지 몰라도 은행원은 세금우대나 특판 금리 같은 요소들이 감안된 좋은 답을 빠르게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급적이면 차갑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자. 어쨌거나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과 차갑지 않은 관계를 가지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닌가?


대다수의 은행원들에게는 카드에 가입하면 주는 치약과 탁상 달력 이외에도 줄 수 있는 조언과 도움이 정말 많다. 그러므로 은행원들과 차갑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자. 인터넷 따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과 차원이 다른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금에는 그 구조적인 한계가 수두룩하게 존재합니다.

언제까지나 예금 적금만으로 재테크를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예금과 적금의 구조에 내재된 태생적 한계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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