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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형 은행원 Jun 03. 2019

가고 싶지 않은 술자리를 웃으면서 거절하는 방법

T호르몬과 M호르몬

이 모든 것은 엉덩이 때문이다. 나는 꽤 괜찮은 엉덩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일 것이다. 그들이 내게 자꾸만 치근덕 거리면서 술을 마시자고 하는 이유는 분명 내 엉덩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나는 XY 염색체를 가진 족속들에 대해 정말이지 수소원자 하나만 한 관심도 없다. 대체로 그들은 지루하고, 권위적이며, 아름다움과 재기 발랄함이라는 측면에서도 진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나도 그러하니까.


처음에 은행에 들어와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술이었다. 그들이 내게 와서 술자리를 통보한다. 나는 거절할 수 없었다. 나는 신입이었고 모나미 볼펜과 플러스펜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하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떠한 권한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였다. 당연히 술자리를 거절할 권리도 없었다. 거의 모든 술자리를 거의 매일 끌려다녔다. 그렇다고 금가루 뿌린 참치 뱃살이나 은하수 같은 마블링이 아름다운 등심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영혼의 치유를 받거나 한것도 아니었다. 대부분의 경우 나는 감자탕(때때로 돼지갈비)과 소주만 먹었고 집에 돌아가서는 고춧가루가 둥둥 떠다니는 소주를 토해내곤 했었다.


대체 그들은 왜 그들과 마찬가지로 지루하며, 아름답지도 않고, 술값을 내지도 않고 안주만 왕창 먹어대는 나를 매번 술자리에 끌고 가려했던 것일까? 나는 엉덩이 말고는 도저히 답변을 찾을 수가 없었다.


술자리를 참석하지 않기 위해 저항하거나 거부한 적이 있었다. 일이 있어서 오늘은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나에게 그들은 이야기한다. “내가 너를 잘되게는 못해도, 너를 못되게는 할 수 있다고.” 이것은 뭐랄까 남자라는 족속들의 한심한 상태를 넘어서 잔혹한 수준의 발언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로 꼬장을 부렸다. 개새끼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위축되었다. 그래서 다시 술자리에 따라다녔다. 그렇게 몇 년 술자리를 끌려다니니까 그날의 멤버와 분위기와 장소에 따라 술을 얼마만큼 어떻게 마실지 예측할 수 있는 신통력까지 생겼다. 지랄 같이 술을 마실 것이라고 예상되는 날은 숙취에 도움이 된다는 이런저런 약을 먹었다. 물론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집으로 돌아가서는 고춧가루가 섞인 소주를 변기에 토해내곤 했다.


꽃에는 꽃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술에도 술말이 있다고 한다. 다른 것은 모르겠고 소주의 술말은 ‘평등’이라고 한다. '평등'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인가. 하지만 대체로 내가 끌려다닌 술자리에서 소주는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았다. 술잔 돌리기라는 한국 전통술자리 문화 때문이다. 그가 자신의 침이 묻은 빈 소주잔을 내게 준 다음 그 잔에 술을 채운다. 그러면 나는 그가 채워준 술을 마시고 다시 조신하게 술잔을 돌려준다. 그러면서 그에게 술을 다시 따라 준다. 그는 자신의 잔을 잠시 가지고 있다가 다 같이 건배 & 원샷을 하자고 제안한다. 다 함께 원샷! 샷! 샷! 여기서 문제를 내볼까? 나는 그보다 얼마만큼의 술을 더 마신 것일까? 두배다. 대체로 술자리에는 4명의 그들과 1명의 내가 배석한다. 내가 매번 이 불공평한 술자리 체험을 할 때마다 집에 가서 혼절하고, 다음날 숙취로 죽을 듯이 앓는 것에는 이 불공평한 술자리의 구조가 한 몫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명분 없는 술자리에 거의 참석을 하지 않는다. 지랄처럼 술을 마시는 그들에게 술자리를 거절하는 완벽한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오늘도 술자리 요청을 하나 거절하고 스쾃 하러 헬스장에 왔다. 스쾃 세 번째 세트가 끝났을 무렵 이 글을 꼭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랄 같은 술자리를 거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이것이다. 일단 숨을 들이마셔 복압을 높인다. 동시에 허리 가 구부정하지 않도록 똑바로 편다. 그다음 그들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이야기한다. “안타깝지만 오늘은 볼링 쳐야 해서 안 되겠네요. 다음에 하시죠.”라고. 혹시 볼링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배드민턴이나 꽃꽂이나 혹은 클럽에 디제잉 연습하러 간다고 이야기해도 상관없다. 정말이지 뭐라고 이야기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우물쭈물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복성으로 사무실이 쩌렁쩌렁 울리게 그들에게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다.


싫다’고.


이 방법을 찾은 다음 나는 꽤 평탄한 직장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퇴근이나 휴가, 갈굼 같은 요소들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부조리에 대해서는 싫다고 거부의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그러면 그들은 더 이상 나를 물로 보지 않고 나를 존중한다. 나는 나의 이 노하우를 직장생활에서 고초를 겪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이야기해주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이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이 전과 동일하게 그들에게 짓밟히다시피 하며 지질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싫다’라는 말을 하지 못해서 저토록 잔혹한 직장생활을 하게 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이들에게는 T호르몬과 M호르몬이 부족한 것이다. 직장생활뿐만이 아니다. 나는 생로병사와 행복과 성공, 사랑에 관한 거의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 바로 이 두 호르몬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T호르몬


길복이를 처음 만난 것은 내가 일병 무렵이었다. 내가 군 복무를 할 때만 해도 이등병은 걸레를 빨거나 각 잡고 앉아서 관물대와 대화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 길복이는 조금 달랐다. 체육대학에서 유도를 전공하던 길복이는 그야말로 길복이의 엉덩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만큼 강인하고 거대한 엉덩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 거대한 근육덩어리는 끊임없이 테스토스테론- 즉 T호르몬을 발산해냈다. 그로 인해 그는 남다른 어깨와 등, 가슴 근육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앞에선 일반 병사들은 위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신 앞에서 움츠러드는 사람들에게 눈치 볼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 이등병 길복이는 눈치 같은 거 보지 않고 따뜻하고 평화로운 군생활을 영위했다. T호르몬 덕분이었다. 나는 비슷한 전략이 회사나 학교 어디에서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보다 높은 T호르몬을 가진 사람 앞에 주눅 들게 되는 것은 공룡과 나무가 지구 상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우리의 신경계에 자리 잡은 메커니즘인 것이다. 매년 새해가 되면 수없이 많은 남자들이 헬스장 등록을 하는 것은 T호르몬이 어떻게든 사회의 서열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선 T호르몬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서 실행하기만 한다. 충분한 T호르몬 레벨을 충족한 사람은 훨씬 더 쉽게 부당한 요구에 거절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T호르몬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매우 잘 연구된 학문 분야이며 그 방법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T호르몬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중량 위주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실행한다.
2. 가급적이면 스쾃,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턱걸이, 덤벨 스윙, 덤벨 스내치, 런지처럼 복합 근육이 사용되는 운동 위주로 실시한다.
3. 운동시간은 너무 길지 않게 하되 충분히 굵고 강하게 조져주어야 한다
4. 잘 먹어야 한다.
5. 잘 자야 한다.
6.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
7.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대체로 직장에서 최하위의 서열구조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위의 요건들을 충족시키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운동은커녕 이들은 잦은 야근으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면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실적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밥도 잘 먹지 못하고 위궤양을 앓고 있을 수도 있으며, 매일 저녁이면 '한잔하지'라는 상사들의 요구도 거절하지 못하는 처지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유전적인 문제도 있다. 멸치- 아니 민첩성(Agile) 쪽에 특화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아무리 운동을 하고, 밥을 먹고, 보충제를 먹고, PT를 받고, 뭘 해도 근육이 자라지 않는다. 게다가 조상들 중 대머리가 많을 경우 높은 T호르몬 수치는 더 빠르고 깨끗한 탈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흠... 대체로 T호르몬이란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호르몬은 아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주인공 M호르몬이 남는다.


내가 처음 M호르몬의 존재를 깨닫게 된 것은 2016년 금융권 총파업 때였다. 이날의 파업 와 관련해서는 1-3. 지구별에 온 여행자라는 기존 포스팅에서 이미 한차례 이야기했다.


이날 나는 완벽하고도 처참하게 박살난 파업에 참석했다. 처음으로 직장에서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실제로 나는 그날 핸드폰으로 신문사로 이직하는 방법을 찾아봤다. 쉽지는 않아 보였다. 그러다 핸드폰 배터리가 방전된 다음 기자들이 쓰고 있는 Press천막으로 갔다. 그곳에서 핸드폰 충전을 하고 기자들과 이야기를 직접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친 듯이 기사를 써서 전송하는 그들에게 말을 붙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곳에 앉아서 기자들이 일 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것도 지루해져서 나는 계산기로 내가 처한 상황을 계산해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아무런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더이상 미쳐 날뛰지 않았다. 아래는 당시 내가 했던 생각과 계산의 일부이다.

당시 나는 4년 전 결혼한 상태였다. 결혼식이 끝나고 모든 축의금과 비용을 정산했을 때 나에게 남아있는 돈은 5백만 원이 전부였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나 파업에 참석한 시점에 나는 3억 원을 모아둔 상태였다. 우리 부부의 세후 합산 소득은 9천만 원 정도였다. 이것은 우리 부부가 매년 평균적으로 생활비를 사용하고 남은 돈 7.4천만 원을 저축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과거 4년 동안 9천만 원 중에 7.4천만 원을 저축할 수 있는 사람은 앞으로도 1년에 1.6천만 원이면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진돈 3억 원을 감안하면 내일 당장 사표를 쓰고 회사를 뛰쳐나가도 19년은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당시의 계산:
누적 저축액 3억 원 / 결혼생활 4년 = 연 환산 저축액 7.4천만 원
세후 소득 9천만 원 - 연환산 저축액 7.4천만 원 = 연 필요 생활비 1.6천만 원
누적 저축액 3억 원 / 연 생활비 1.6천만 원 = 무소득 생존 가능 연수 19년

내가 느끼는 두려움은 실체가 없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딱 잡아 이야기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뒤에서 비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비웃음은 불쾌한 것이지 두려워할 것은 아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마음이 편해졌다. 여기에는 당시까지 모은 3억 원이 큰 작용을 했다. 하지만 결코 내가 모은 3억 원이 어마어마한 금액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3억 원은 수도권에 아파트 한채 살 수 없는 돈이다. 그러나 3억 원은 나의 검소한 라이프 스타일과 콤보를 이룰 때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나는 검소하기 때문에 3억 원에 불과한 돈을 가지고도 앞으로 20년은 무리 없이 살아갈 수 있다.

물가 상승이나 아이가 자라남에 따라 더 많은 돈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요소들은 내가 지금보다 급여가 낮은 다른 직장을 다니는 것으로 얼마든지 벌충할 수 있다.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회사를 그만두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틈틈이 영화 극본을 쓰거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삶을 살 수 있었다.

게다가 우리 부부가 동시에 회사에서 잘린다는 최악의 가정조차 실현 가능성은 희박했다. 기껏해야 내가 동기들보다 승진이 늦어지는 것, 생전 듣지도 못한 지방으로 발령이 나는 것, 만년 과장으로 초라하게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것 정도가 아마도 내가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나는 그것이 그다지 대수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1-3. 지구별에 온 여행자 중에서

대수롭지 않아 지는 것- 이것이 바로 M(Money) 호르몬의 가장 강력한 효능이다. T호르몬은 우리 몸의 근육에서 분비된다. 하지만 이과 다르게 M호르몬은 통장 잔액과 검소한 라이프 스타일이 적절하게 조화를 되었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나는 M호르몬이 중력만큼이나 분명한 자연현상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을 M호르몬의 존재는커녕 그 효능도 알지 못한다. M호르몬이 충만한 사람은 언제든 회사를 그만두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 할 수 있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 삶의 거대한 역설 중의 하나는 언제든 회사에 사표를 던질 수 있는 순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진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절제하지 못하고 절약하지  못하며 당연히 돈을 모으지 못한다. 현재의 연봉이 얼마이건 막대한 부채를 지니고 있으며 현재의 직장을 떠나서 10년은커녕 1년도 생존할 수 없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그런 사람에게 상사가 가진 인사권은 생사여탈권이 된다. 생사여탈권을 가진 사람 밑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상사의 변덕스러운 짜증이나 투덜거림에도 마치 당장 내일 지구가 망할 것처럼 걱정하고 괴로워한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광경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 상사가 말한다. "너는 어째서 전지전능하지 않을 것이지? 이런 일은 미리 예측하고 준비했어야지." 그러면 가난한 부하는 말한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과거 3개월간 매일 야근을 했지만 오늘도 야근하겠습니다. 이번 주말은 아이 생일이지만 나와서 근무하겠습니다. 시간 외 수당은 받지 못하겠지만 주 52시간 근무시간제한은 비서 컴퓨터에서 작업하면 문제없이 우회할 수 있습니다."라고.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은 상사는 위로와 격려라는 명목으로 갑작스러운 삼겹살 파티를 선언한다. 부하직원은 흐드러진 똥배와 굳어가는 간, 그리고 반쯤 빠져버린 쓸개를 감싸 안은채 술과 삼겹살을 진탕 먹은 다음 대리운전을 불러서 집에 들어간다. 그리고 잔소리를 퍼붓는 아내와 대판 싸운다.

악순환이다. 이런 일상을 살아가는 가정은 보상심리의 일환으로 아이에게 상식 이상의 교육비를 쏟아붓고, 마트에서 필요 이상의 물건을 구매하며, 과도한 해외여행이나 맛집 탐방으로 돈을 소진하게 되어 점점 더 가난해지는 것이 아닐까? 그 결과 이들은 나이가 들고 지출이 늘어날수록 직장을 떠나서는 하루도 더 살 수 없는 처지에 몰리고 만다. 삶의 가장 큰 꿈은 직장을 떠나는 것이지만 당장은 어떻게든 하루라도 더 회사에 남아 근무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 이 순간 직장은 지옥이 된다. 일본인들은 이들을 회사 인간 또는 사축이라고 부른다.

1-3. 지구별에 온 여행자 중에서

인간은 무릇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 상황은 양성 순환 고리(Positive Feedback Loop)로 작용한다. 처음에는 머뭇 머뭇 당신을 갈구던 사람들은 당신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저항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학습함으로써 더 큰 부당함과 갈굼을 당신에게 쏟아 부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미 이런 루프가 강력하게 형성되어 있다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T호르몬과 M호르몬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 뿐이다. 당신이 만약 충분한 T호르몬과 M호르몬을 가지게 된다면 이것은 당신의 얼굴, 태도, 표정, 목소리에 담기게 된다. T호르몬과 M호르몬이 충만한 당신을 막 대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가서 이렇게 주문을 외워보자.


‘동귀어진(同歸於盡)’이라고.


당신을 괴롭히는 상대방이 “직장은 전쟁터고 직장 밖은 지옥이다.”라고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라면 100% 다. 당신의 이 마법같은 주문에 상대는 꼬리를 내릴게 분명하다. 그에게는 갚아야 할 산더미 같은 주택담보대출과 학자금, 생활비를 지원해줘야 할 처자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직장을 떠나서는 한달도 살아남지 못할 위인일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미친사람 취급하겠지만 더이상 당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없어질 것이다. 혼자인 것이 호구인 것보다 100배는 낫다.  


조던 B. 피터슨이 쓴 '12가지 인생의 법칙'이라는 책이 있다. 나는 이 책의 첫 번째 장 '법칙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를 좋아한다. 우리가 허리를 똑바로 펴야 하는 이유, 부당한 처사에 분노하고 저항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신이 누군가를 물어뜯을 수 있다면, 물어뜯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정적이고 자기희생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 순진해서 남에게 쉽게 이용당하는 사람은 자신의 공격성을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제한하기 때문에 자신을 지키는 데 필요한 정의로운 분노마저 표출하지 못한다. 예컨대 당신이 누군가를 물어뜯을 수 있다면, 물어뜯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공격성과 폭력성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공격 능력을 실제로 사용할 일은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초기부터 단호히 거부하고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면 가해자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행동에도 제약을 받는다. 폭력성은 한번 나타나면 거침없이 확대되는 특성이 있다. 능력이 없고 힘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자신의 영역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 역시 쉽게 착취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중에서

이토록 명료하고 논리적이며 삶에 도움이 되는 책의 구절은 정말이지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분노하는 것, 부당한 처사에 저항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에게나 당신에게나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T호르몬과 M호르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두 호르몬이 충만한 사람은 회사에서 면피를 위해 일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업무의 목적이 면피에서 생산성 향상으로 바뀔 때 나타나는 생산성의 향상은 경이로울 정도다. 당신은 더 당당하고 창의적으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실수와 시행착오에 대해서 웃으면서 실수였다고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해맑은 웃음을 본 상대방은 지랄을 해보려던 생각을 싹 잊게 될 것이다. 당신은 더 큰 것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당당하게 당신의 몫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고, 더욱 무지막지한 업무추진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을 것이고, 사표 내고 어디 듣도 보도 못한 나라로 떠날 환상 같은 것에 더 이상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당신 주변에 넘쳐나는 개소리들에 대해 더 당당하고 확실하게 당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싫다.”고.


그때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이제야 비로서 어른이 되었다고.


가고 싶지 않은 술자리를 웃으면서 거절하는 방법 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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