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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Oct 24. 2017

청소

그 물건들은 분명 '제자리'에 있는 겁니다.

나는 누구인가 매거진 글입니다. 왜 이런 글을 쓰는지 에 대한 설명글도 썼고 여태 10개의 글을 써 왔습니다. 100개쯤 채우면 불민한 저도 스스로 어떤 인간인지 조금은 알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저도 저를 잘 모르겠습니다... 10개를 썼으면 10%라도 안 건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가졌건만!


예전 글 

1) 순살치킨  2) 아메리카노  3) 닌텐도 스위치  4) 여행  5) 술 6) 화장실 7) 프라모델 8) 이어폰 & 헤드폰 
9) 만년필, 글씨 10) 게으름 11) 노래방 


내 자리는 대체로 더럽다. 먼지가 쌓여 있는 경우도 많고, 이물질이 떨어져 있을 때도 있지만. 주로 더러운 이유는 정리정돈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각적으로 어지러움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혼돈의 카오스 그 자체. 미국의 해군 사관학교장인지 뭔지 하는 사람의 말을 듣고 조금은 정리를 했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더러울 것이다. 


어차피 다시 더러워질 텐데 뭐하러 치워는 졸업했다. 오롯하게 혼자 산 지 어언 3년이 다되어간다. 먼지가 쌓이면 지병인 비염이 재발하는 것을 잘 아는지라 그쪽으로는 조금 신경 쓰는 편이다. 환기는 디폴트, 가습기는 기본이다. 어쨌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라, 나머지는 잘 신경을 안 쓰는 편이다. 


물론, 다수의 '어지렆쟁이'들과 마찬가지로 이 더럽고 무질서한 환경에서도 나는 웬만하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찾아내는 편이다. 컴퓨터에서는 검색 등의 기능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물리적 공간에서는 아직 그런 기능이 구현이 안되어있기 때문에 - 따라서 - 필요한 것들은 대체로 눈에 띄는 곳에 있고, 손에 닿는 곳에 있다. 더러워 보이는데 일조를 하는 부분.


그러나 가끔 나라는 사람도 '청소' a.k.a. 정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한다. 보통은 책이 너무 많이 쌓여있을 때. 혹은 너무 더러워서 대충 정리하는 것으로는 먼지가 가시지 않을 때. 혹은 높은 사람이 사무실 자리를 방문할 것임이 명약관화할 때랄까. 사실 그런 게 아니더라도, 살다 보면 당연히 청소와 정리를 해야 하고 나는 그저 그것을 몰아서 하는 것뿐이긴 하다. 그때 버릴 것을 많이 버리기도 하고.


아 참. 나는 물건을 버리는 것을 잘 못한다. 다 어딘가에 쓸 일이 있겠거니 한다. 이런 성격에 작년에 유행한 심플 라이프 뭐들을 읽으면서 더 사지 말고 쭉 팔고 - 버리자라고 다짐했던 2016년의 내가 떠오른다. 어디 갔니 그 다짐? 뭐 그렇다고 자괴감이 들진 않는다. 소비만이 나를 증명할 뿐인 시대에, 내 욕망을 드러낸 것이 뭐 그리 잘못된 것이라고. 불법적인 것을 산 것도 아닌데.


또 한 가지. 이렇게 어지렆혀진채로 사는 나라고 해서, 내가 둔 물건을 아무렇게나 다루는 것을 신경 쓰지 않진 않는다. 말이 꼬였다. 그러니까 그 쓰레기 더미 사이에 가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정리를 허용하고 싶지도 않고 - 당연히 내 소중한 소장품들을 건드리는 것들은 내 화를 키우는 행위임을 명확히 하고 싶다. 음, 생각해보니 이건 남에게 쓰는 글은 아니니 큰 의미 없는 말이다. 왜 나는 내가 그렇게까지 소중히 여기진 않지만, 약간은 아끼는 그 물건들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 극혐을 하게 되는 걸까? 아 극혐 까지는 아닌가? 그 행위보다는 그 행위의 주체가 싫은 걸까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뭐, 이렇게 계속 쓰다 보면 조금은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171019에 해야 했던 자기분석.

171024

정말 급하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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