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터치의 첫 번째, 감수성 훈련
"정보화 사회에서 컨셉과 감성의 사회로"
세계적인 석학이자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가 그의 책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말하는 현재의 변화이다. 그리고 미래의 모습이다. 하이터치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인데, 인간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의 개성에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를 도출해내는 능력, 평범한 일상에서 목표와 의미를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피로사회 그리고 소외 사회인 요즘 더욱 절실하게 하이터치의 시대의 도래에 목마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엇이 삶을 풍요롭게 해줄지 함께 배워보자.
감수성 훈련의 수업 방식은 독특하다. 전 참가자들이 어떠한 구분을 넘어 하나의 존재로서 대화에 참여한다.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수업 초기 단계를 넘어 횟수를 거듭하며 나는 변화했다. 커리큘럼 상으로 지나온 시간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가 수업에 참여해서 내가 느끼는 변화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참여했지만 지켜보고 바라보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켜보는 과정에서도 ‘배우는 방법’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고 반응하며, 이 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배우는지 배우는 방법도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어떤 배움이든지 수업을 통해 내가 얻는 정도를 절대치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변화를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변화를 느끼는 것을 넘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감수성 훈련을 하며 병행하는 독서의 두 번째 대상은 책 '감수성 훈련'이다. 저자는 유동수 님으로 30여 년간 감수성 훈련을 실시해오신 깊은 내공의 소유자다. 나 역시 아직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유튜브에서 가깝게 만날 수 있다. 혹시 관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관련 영상을 참고해보길 추천한다.
독서를 해서 얻는 수확 중 가장 큰 것은 사고력의 확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도 더 나은 내가 되는 요소 중 하나이다. 또 하나의 수확은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는 동기를 강력하게 부여받는 것이다. 이 책이 그렇다. 같은 책이라도 경험, 지금-여기의 감정, 현재 상태 또는 상황에 따라 느끼는 것이 많이 달라지는데, 실제 감수성 훈련을 경험하면서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책 모퉁이를 접어 두고 마음에 와 닿는 밑줄 긋는 주옥같은 말들이 많다.
책의 시작에 마음공부라는 표현이 있다. 괜히 내 마음이 측은해서인지 마음이 뜨끔하다. 사실 나이를 먹어가며 아울러 많은 경험을 하면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겪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가진 강점, 보완점 등을 발견했다. 그 정도로도 괜찮은 성장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나의 마음’은 거의 모르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마음공부’라는 표현에 내 마음이 뜨끔한 것 같다. 내 마음도 알아차리지 못하면서 그저 배려라는 허물로 상대방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보려고 흉내만 낸 듯하다. 이도 저도 아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좋은 사람으로 비치길 바라는 약간의 ‘착한 아이 콤플렉스’도 반영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그냥 좋은 쪽으로 적당히 생각하며 방어적으로 살아왔음을 느낀다.
독서를 통해 이미 생각하고 느끼고 있으면서도 정리가 되지 않았던 부분을 알게 됐고, 훈련을 통해 나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깨달음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고 단지 내가 무엇을 착각하고 있었던가를 알게 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번 독서와 훈련으로 나의 많은 착각을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진 나에 대한 착각, 내가 남을 생각하는 착각, 남이 보는 나에 대한 착각 등이다. 훈련을 통해 나를 되찾기 위해, 진정한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의 첫 번째는 나를 직면하는 일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이다. 그때 거기가 아니라 지금-여기를 생생하게 느끼는 연습을 했다. 지금-여기를 느끼고 감정을 포착하고 표현하는 정도가 점점 나아지는 것을 느낀다. 더 나아가 ‘이런 감정들을 느꼈을 때 나는 어떤 행동을 하는가?’도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 노력은 진정한 내가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인데, 이는 이번 독서를 통해서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다. ‘상대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자 하는데, 진정한 나로서 내가 상대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상대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자 하는데,
진정한 나로서 내가 상대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
책에서 말하는 ‘나의 반응 형태’라는 것, 즉 다른 사람의 행동을 지각하는 나의 패러다임은 책 <상자 밖에 있는 사람>에서 우리가 앞서 배운 ‘상자’이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사용하는 나의 판단 기준이나 가치 기준이다. 때때로 나는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가 뒤에 가서는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다. 또 마음이 뜨끔하다. 상대방의 '긍정 의도'를 이해하려고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조심해야 할 것은 '상대의 마음을 내가 임의대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 역시 자기합리화이다. 내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기준이라는 것을 들이밀어 임의 판단해 상대 탓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
내가 느낀 거부감을 분명하게 말해주기 훈련도 책에서 강조한다. 이는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이다. 물론 상대에게 내가 느낀 거부감을 알려주는 것이 까다롭긴 하다. 특히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에 더욱 그렇다. 과거에 비해서는 약간의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쉽지만은 않다. 책을 참고해서 상대에 대한 나의 태도를 돌아보고 적절한 대화 요령을 통해 훈련을 해야 한다.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일은 어느 누가 아니라 바로 내가 할 일이다. 내 감정이 착각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재빨리 알아차리고, 착각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유지하기 위해 지금의 의지를 떠올리며 계속 노력할 것이다. 상대의 감정 알아차리기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자유스럽게 해야 한다. 지금은 과정이지만 책에 나온 대로 언젠가는 ‘단지 깨어 있는 느낌뿐인 상태’에 이르는 때가 오길 또한 기대한다.
감수성 훈련을 통해 내가 얻은 큰 수확 중 하나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의 회복이다. 내 마음이 그렇게 울리고 있다. 상대에 대한 나의 마음, 즉 상대를 알아차리려는 마음을 되찾은 부분이 감동적이다. 사실 7년 전 사회 초년생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나는 내 마음을 잘 돌보지 못했다. 이는 관계적으로도 영향을 미쳤다. 그 전에는 내가 생각하는 순수함으로 사람을 신뢰하고 있다고 믿었다. 예를 들면, 내가 아끼는 사람에게 전화를 자주 했다. 안부를 묻고 일상을 묻고 서로 웃었다. 관계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그게 좋았고 기뻐했다. 그러나 나는 실망했고 마음을 닫았었다. 그 이후로는 나름의 깨달음이라고 착각하고 ‘단지 지금 존재의 기쁨’으로만 만족하려고 자기 위로를 했다. 상대의 존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표면적일 뿐이었다. 내 욕심으로 ‘give and take’라는 생각으로 다시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실망을 극대화했었다.
그 후로 자기 통찰과 독서 그리고 경험을 통해 성숙하고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겉으로만 이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전제된 사랑과 존경만 했다. 내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해 놓고 사람을 대했다. 그게 나를 지키는 길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직장생활에서 조직 내의 전투를 통해 오히려 단단해졌다. 좋은 책을 읽으며 변화의 움직임을 시작해보고자 했지만 어려웠다. 이제 감수성 훈련을 통해서 변화를 시작했다.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볼 동력을 얻은 느낌이다. 책의 표현대로 내가 남의 기쁨을 제대로만 받아들이면 얼마든지 기뻐할 수 있는데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고 살았으며, 남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극히 일부분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에 통감한다. 학기 말까지 열심히 훈련에 참여하면 과거보다는 의식 수준이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또한 노력해야겠다. 최근에 나는 과거의 나처럼 사람들에게 전화를 자주 한다. 특별한 용건이 없어도 안부 전화를 한다. 기쁘다. 그리고 즐겁다. 다시 나를 되찾은 기분이다. 꽤 오랫동안 ‘나는 필요할 때만 전화를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를 만나는 시간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시간도 더 낼 것이다.
나는 베푸는 삶을 살고 싶다. 그게 좋다. 베푸는 순간에 얻는 기쁨이 크고 잘 느낀다. 직장생활 경험에서 처음 느꼈다. 인턴사원이나 후배 사원이 들어왔을 때, 그 사람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진심으로 상대를 대할 때 나는 기뻤다. 돌이켜보니 나는 대학 시절에도 후배나 동기의 성장을 돕는 것을 기뻐했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직장생활 6년간의 경험과 지금까지의 나의 노력을 통해 나는 상대의 성장을 돕는데 강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지금 코칭을 배우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많이 부족하다. 우선 내가 변화해야 할 부분이 많다. 많은 역량을 갖춰야 하겠지만 감수성 훈련을 만난 지금에 감사하고, 이 과정이 코칭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임을 절실히 느낀다. 하이터치를 배우는 감동이다.
"사람이 성장하거나 새로워진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이 성장하거나 새로워진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에 공감한다. 그것은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던지고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자신의 속마음을 나타내며 어색함이나 수치를 당할 각오를 하고, 수없는 실패를 겪으면서 늘 새로운 시도를 이루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감수성 훈련 수업마다 용기를 내서 수업에 참여했다. 성장을 위해서이다. 감수성 훈련을 통해 내 안의 나를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딘 느낌이다.
#8. 꼰대처럼 말하지 않는 매우 간단한 세 가지 방법
#10. 우리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억지로 하게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