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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Jun 13. 2016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자유로움

깨어 있는 현존

"정보화 사회에서 콘셉트와 감성의 사회로"

세계적인 석학이자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가 그의 책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말하는 현재의 변화이다. 그리고 미래의 모습이다. 하이터치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인데, 인간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의 개성에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를 도출해내는 능력, 평범한 일상에서 목표와 의미를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피로사회 그리고 소외 사회인 요즘 더욱 절실하게 하이터치의 시대의 도래에 목마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엇이 삶을 풍요롭게 해줄지 함께 배워보자.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자유로움     

나는 ‘나’라는 사람으로서 ‘인생’이라는 것을 살아가고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사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우리는 각자의 존재로서 각자의 인생을 살아간다. 나이라는 숫자와 함께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궁금해졌다. 그 궁금함은 ‘나’ 그리고 ‘인생’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 첫 번째는 ‘나는 누구인가?’였고, 두 번째는 ‘인생은 무엇인가?’였다.      



나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천천히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학교에 다니고, 교육을 받으며, 훈련을 받으며 나를 알고 때로는 누군가와 비교하기도 하며 나를 채워 나갔다. 그리고 궁금함은 책을 통해 해소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책에는 주로 성공하는 법이라고 하는 잘 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사실 그건 내가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골랐던 책이 주로 자기계발서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방법들에 나를 맞추려고만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얻은 것들 역시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내용물이다. 이렇게 나를 채워가는 여정에서, 그리고 그 안에서의 변화 과정에서 주로 나타나는 혼란은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던 소속이 사라지는 경우에 극에 달한다. 즉 그동안은 소속이 나를 말해주고, 그것이 나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소속에 매몰되어 나의 정체성을 잊고 몰입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 과정의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열심히 몰입한 과정에서 분명 다양한 성과를 만들고 성장했으면 충분히 값지다. 또한 그와 함께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기까지 했다면 더욱 의미 있는 여정을 해온 것이다. 그런데 주로 소속감만으로 내가 누구인지가 대표되어 왔다면 한 번쯤은 궁금해진다. 따라서 아주 강력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는 경우는 바로 소속감이 사라지는 경우이다.     


보통의 경우 정년 즈음이 되어 퇴직을 하는 시점이 그 경우이다. 보통의 경우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정년퇴직을 하신 분들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다. 그때까지 직장에서, 조직에서 사회생활을 해내신 것만으로도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보통의 경우라고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한, 힘든 현실의 요즘이다. 그렇게 소속에, 소속감에 충실하게 살아오다 처음 겪에 되는 소속감의 부재에서 그 질문이 따라온다. “이제 나는 어디에 다니는 누구가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비슷한 사례와 고민을 나는 책에서 읽었다. 책 『임파워링 하라』의 저자 박창규 코치님은 군에서 소장으로 전역할 시점에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나는 이제 군인이 아니고 누구지? 군인이 아닌 ‘자연인 박창규’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박창규 코치님은 은퇴 후 가장 무력감을 안겨준 것이 바로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예비역 장성은 과거 자신의 신분이었지 현재 자신의 정체성이 아니었기에 ‘이제부터 도대체 나는 누구란 말인가?’에 답이 중요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 안에 있는 진정한 나의 본성을 발견하기 위해 스스로 묻고 또 물어야 했다고 한다.      


나는 삼십 대 초반에 퇴사를 선택했고 자연스럽게 그 질문이 나에게도 따라왔다. 나는 소속감의 부재에 몸부림치며 나의 정체성을 고민했다. 나는 오해했다. 직장생활 6년간 얻은 것의 핵심인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내가 보완해야 할 것과 같은 것들을 나와 동일시했었다. 그러나 다시 같은 질문이 내 안에서 일어났다. 결국 내가 얻은 것들은 나를 구성하는 내용물이지 내가 누구인가는 아니었다. 나는 다른 이직자처럼 퇴직과 함께 다른 회사로 옮겨 소속감을 이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오롯이 그 질문에 더 절실하게 직면하게 됐다. 그러나 나는 그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지 내가 능동적으로 혹은 있는 그대로 직면하진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직면보다는 대안을 찾는데 열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새롭게 브랜딩하고 소속을 만들어냈다. 물론 이 과정은 비즈니스 혹은 마케팅 영역에 있어 상당히 값진 과정이었다. 단지 나는 그 과정을 정체성이라는 부분과 혼돈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질문으로 나는 나를 알아갔다. 그런데 나의 정체성에 대한 답은 내가 궁금해했던 두 번째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질문인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늘 삶과 함께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체성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포함되었다. 그래서 그 질문에 대답해가며 ‘나는 누구인가’ 역시 알아 가는 과정이 되었다. 나는 직장생활 3년 차에 인생이 무엇인가 더욱 궁금해졌다. 업무적으로는 어느 정도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게 되고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지만 그 보다 먼저 현재 나의 삶이 어떤가, 나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질풍 ‘노동’의 시기에 겪는 제2의 사춘기 시절인 그 시점에 나는 나름대로 인생은 무엇인지 풀어냈었다. “인생이란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내가 그리고 나의 이웃과 함께 느끼는 희로애락이 아닐까?”라며 나는 애써 깨달음을 얻으려고 노력했다.


첫 번째 질문의 답을 포함한 두 번째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있다. 결국 이 세 가지는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나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그것은 나의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책 『미움받을 용기』에서 철학자가 말했다.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지금, 여기’를 사는 나”     


무슨 말일까? 어렴풋하지만 잘 모르겠다. 책을 읽어가며 그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인생 최대의 거짓말, 그것은 ‘지금, 여기’를 살지 않는 것이라네. 과거를 보고, 미래를 보고. 인생 전체에 흐릿한 빛을 비추면서 뭔가를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사는 거지. 자네는 지금까지 ‘지금, 여기’를 외면하고 있지도 않은 과거와 미래에서만 빛을 비춰왔어. 자신의 인생에 더 없이 소중한 찰나에 엄청난 거짓말을 했을 거야.”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 여기’의 중요성을 나 스스로 강화해갔다. 그런데 ‘어떻게’가 없었다. ‘지금, 여기’를 사는 방법이 나는 궁금했다. 그 중요성은 알겠으나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래서 나는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다른 책들을 읽어 나갔다. 그리고 ‘지금, 여기’를 사는 방법에 집중해서 책을 해석하고 종합했다. 답에 대한 힌트는 책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에 있었다. 이 책은 박창규 코치님께서 추천해주신 책이다. 책의 저자 톨레는 말한다.      


“실제로는 그 목소리를 알아차리는
그 ‘알아차림’이 본래의 당신이다.
배경에는 알아차림이 있고, 전면에는
그 목소리, 즉 생각하는 자가 있다.”     

진정한 나는 나를 알아차리는 ‘나’이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는 어떤 것을 골똘히 생각할 때가 있다. 그 생각은 다른 생각들로 이어지고, 퍼지며 아주 많은 생각으로 부풀려진다. 혹은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그 생각들이 계속해서 부정적인 생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문득 혼잣말을 한다. “아, 내가 왜 이렇게 생각이 많지.” 그 순간 그 많은 생각들 혹은 부정적인 것이 사라진다. 우리는 이런 경험을 자주 해왔다. 이 사례에서 혼잣말을 내뱉은 그 순간, 알아차림이 일어난 것이고 그 알아차림을 한 자가 바로 나 자신이다. 톨레는 알아차림을 통해서만 올바르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저것은 상황이며 이것은 상황에 대해 내가 느끼는 분노임을 알고, 그런 다음 그 상황에 접근하는 다른 방식이 있음을 깨닫기 때문에 알아차림을 통해 제한된 관점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모습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알아차림이 바로 내가 오랫동안 궁금해했던 ‘지금, 여기’를 말한다. 그래서 알아차림을 ‘현존’이라고 부른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궁극적인 목적은, 즉 우리의 목적이기도 한 이것은 ‘현존’의 힘을 세상 속으로 가져오는 일이라고 톨레는 말한다. 그런데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예로 들었던 것처럼, 어느 순간 알아차림을 할 수도 있지만 다시 생각에 사로잡히는 존재가 우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이럴까? 그것은 ‘에고’라는 것 때문이다. 에고란 ‘현재의 순간과의 기능장애적인 관계’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 안에 있는 어떤 것인데 그 특성은 다음과 같다.      


에고의 밑바탕에서 모든 행동을 지배하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존재하지 않게 될 것 같은 두려움, 죽음의 두려움이다. 또한 인간관계에서 주로 나타나는 에고의 지배 생태는 다음의 세 가지라고 한다. 원하는 것, 원하는 것의 좌절과 이로 인한 분노, 원망, 비난, 불만 등, 그리고 무관심이다. 이러한 에고에 지배되지 않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인간관계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바로 ‘지금, 여기’를 사는 깨어 있는 관심 ‘현존’이다.      


에고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에고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산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란 결국 일종의 심리적 에너지의 한 형태라고 하는데, 에고는 모든 에너지의 원천이 자신의 내면에 있음을 알지 못하는 까닭에 그것을 외부에서 찾는다고 한다. 에고가 찾는 것은 형상을 초월한 깨어 있는 의식, 즉 ‘현존’이라 아니라 인정, 칭찬, 찬사 같은, 혹은 어떤 식으로든 주목받고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어떤 형상 속에 관심이라고 한다.      


“나는 언젠가 에고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이것은 누가 말하는 것일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도 에고라고 톨레는 말한다. 재미있다. 에고로부터의 자유를 얻는 방법 단 하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은 생각과 감정이 일어날 때 그것들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게 전부라고 에크하르트 톨레는 책에서 전한다. 그것은 말로 하나의 ‘행위’가 아니라 깨어 있는 ‘바라봄’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우리가 계속해서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져야 할 중요한 전환이다. 이 전환은 깨어 있는 바라봄, 즉 알아차림을 계속해서 연습하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그 과정에는 나는 아주 많은 것들을 느끼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왔다 가는 에고도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나 자신도 있다. 어떤 순간에는 에고에 사로잡혀 정신을 못 차릴 때도 있고 그 순간이 지나가면 피식 웃기도 한다. 이런 것인가 보다 한다. 삶의 이치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낀다.      


톨레는 현존, 즉 알아차림을 통해 내가 궁금해했던 첫 번째 질문의 답도 함께 나에게 선물했다. 다시 말해 두 번째 질문, ‘인생은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의 핵심인 ‘지금, 여기’를 통해 나는 첫 번 째 질문의 답을 얻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답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어려움을 겪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 답 역시 ‘지금, 여기’에 있었다.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미아가 되는 대신 ‘순수한 있음’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인생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있다. 나 역시 여기 있고, 인생은 지금-여기이다. 톨스토이의 명언이자 3대 문답에서도 사실 ‘지금-여기’가 있었다.  세 가지 질문에 대해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에서도 나온다. 옛날에 개미 왕조에 굼굼니라는 여왕이 있었는데, 그 여왕은 마음의 병에 걸린 채 산란실에서 괴로워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여왕은 세 가지 문제 때문에 속을 끓이면서 생각에 골몰하고 있었는데, 그 세 가지 문제란 이런 것이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언제일까?

살아가면서 이루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행복의 비결은 무엇일까?     


103683호 개미는 야만적인 개미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격투를 벌이던 중 깨달음을 얻는다.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것과 맞서는 것’이며, 행복의 비결은 ‘살아서 땅 위를 걷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아주 단순한 것들이었는데, 이 세 가지는 모두 ‘지금, 여기’와의 관계이다. 그리고 지금-여기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오롯이 각자의 몫이다.  



『미움받을 용기 1』에서 모든 인간관계의 고민과 괴로움은 관계로부터 온다고 한다. 그리고 『미움받을 용기 2』에서는 우리의 모든 행복은 역시 관계로부터 온다고 전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그 관계를 선택하는 사람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다. 즉 그 행복은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자유로움을 통해 아주 값진 것들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모두가 이미 갖고 있다. 톨레와 미움받을 용기의 철학자의 가르침 그리고 청년이 깨닫는 것과 같이 나 역시 이 과정을 통해 조금씩 더 자유로워지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지금, 여기’를 사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정리해 볼 예정이다.



[ 하이터치의 시대, 소프트파워를 배우다 ]

#1. 하이터치의 시대, 무엇이 삶을 풍요롭게 해줄까

#2. Sensitive는 어떤 의미인가

#3. 상자 밖으로 나가는 것

#4. 감수성을 훈련하다

#5. 비폭력 대화: 인간애를 향하여

#6.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7. 우리는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가

#8. 꼰대처럼 말하지 않는 매우 간단한 세 가지 방법

#9. 누군가를 판단하는 말

#10. 우리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억지로 하게 할 수 없다

#11. 저도 대화를 잘 하고 싶어요

#12. 악질과의 대화 나는 참고 누르고 있는가

#13. 우리는 누군가에게 어떻게 반응하는가

#14.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자유로움

#15. 표현하지 않는 삶,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 이미지 출처: www.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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