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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Mar 08. 2016

상자 밖으로 나가는 것

하이터치의 첫 번째, 감수성 훈련

"정보화 사회에서 컨셉과 감성의 사회로"

세계적인 석학이자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가 그의 책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말하는 현재의 변화이다. 그리고 미래의 모습이다. 하이터치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인데, 인간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의 개성에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를 도출해내는 능력, 평범한 일상에서 목표와 의미를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피로사회 그리고 소외 사회인 요즘 더욱 절실하게 하이터치의 시대의 도래에 목마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엇이 삶을 풍요롭게 해줄지 함께 배워보자.



감수성 훈련에서는 총 세 권의 책을 읽으며 훈련을 병행한다. 훈련도 중요하고 책을 통해 얻는 것도 필요하다. 내가 책을 소개하며 내용을 잘 전달하면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일상생활에 적용해보는 것도 가능하리라 믿는다. 그래서 우선 책의 내용 그리고 내가 느낀 점을 잘 전달하고 싶다. 첫 번째 책은 <상자 밖에 있는 사람/아빈저연구소>이다. 이 책을 읽고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면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또한 내가 가족에게, 친구에게, 조직 구성원에게 갖고 있는 마음가짐과 행동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      


살아가며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책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경험을 통해 나를 확인하며, 사람을 통해 그리고 삶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왔다. 그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것을 얻고 성장했다. 한편으로 나는 잘 성장하고 있다며 자만하기도 하고 다시 나의 부족함에 겸손에 겸손을 더하기를 반복하기도 여러 번이다. 잘못된 프로세스와 시스템, 어려울 수밖에 없는 환경, 내가 바꿀 수 없는 상대방조차 어떻게 하면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열심히 고민했었다. 많은 노력 덕분에 지금에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것도 맞다.


이 책에서는  ‘상자’라는 개념을 통해 내가 갖고 있는 생각과 행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과거의 답답하고 정리되지 않았던 경험들도 시원하게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책의 구성 역시 대화체로 되어 있어 이해가 쉽고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내가 오롯이 잘 받아들일 수 있었다. 책을 읽어가며 마음 한편에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러나 그런 나의 호기심의 부산물들은 점차 해소되었고 내 생각도 곧 잘 정리됐다.     

사람들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보다는 어떤 마음가짐과 어떤 존재방식으로 행동하느냐에 따라 반응한다고 한다. 이를 상자의 안과 밖 개념으로 전달하는데, 상자는 내가 어떻게 상대방에게 ‘저항’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은유적 표현이다. ‘저항’이라는 개념에 뜨끔하다. 그렇다. 모든 갈등은 관계로부터 온다는 말에 나는 동의한다. ‘저항’이라는 말에 뜨끔한 이유는 그만큼 내가 많은 저항을 해왔었다는 것이다. 그 저항을 자기 합리화하며 겸손은 잊은 채 내가 옳다고 하고 있었다. 그 옳음을 내 안에서만 자기 합리화하며 표현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겉으로만 상대를 위한 척 말이다. 재미있는 것이 뜨끔한 이후에도 곧바로 나는 자기합리화를 했다는 사실이다. “나도 참고 참다가 저항한 거잖아” 혹은 “나를 지키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저항은 필요해” 상당히 짧은 시간에도 나는 자기합리화를 해냈다. 상자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했다.      


“나도 참고 참다가 저항한 거잖아” 혹은
“나를 지키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저항은
필요해”


‘저항하는’이라는 표현은 자기 배반을 말한다. 그리고 능동 표현이다. 이는 외부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내가 함을 의미한다. 어쨌든 내가 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자기합리화를 깨닫는 순간 더 뜨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 자신을 스스로 가장 잘 알아야 하는데 그동안 몰랐다가, 다시 내가 깨닫게 됐을 때 그 영향력 이 더 큰 것이다. 자기 배반은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에 반하는 행위이다. 자기 배반할 때, 우리는 상자 안에 들어가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람 사이의 협력이 안 되는 문제나 소통 및 제반 갈등 상황의 주요 원인이 바로 자기 배반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책에 등장하는 '톰'이라는 사람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내가 살아가는 일반적인 상황에서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다소 혼란스럽고 나 자신을 스스로 지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상자 밖에 머물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는 것을 항상 해야만 하는가?” “모두 내가 자기 배반하지 않고 희생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 책에서 말하는 것은 인간애(humility)이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humility로 인해 내가 다른 이들을 위해 무언가 하도록 마음의 내면에서 요청받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이 부분은 나의 가치관과 맞는다. 나 역시 humility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humility를 실천할 때 나는 기쁘다. 그래서 humility가 위의 의문에 대한 큰 개념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그저 추상적인 개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책에서는 자기 배반을 하지 않는 것과 humility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나타냈다.     


“우리가 상대방을 위해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그 순간, 그들을 인간으로서 그 가치를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게 됩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한 인격체를 가진 존재로 보는 순간, 그들은 나만큼 실제적이며 정당한 필요사항과 소망, 걱정을 가진 한 사람으로 보게 되고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한 인간으로 보게 됩니다. 그 결과 상대방에 대한 저항을 멈추고 나는 상자 밖에 존재하게 됩니다.”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이해했다.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라는 호기심이 뒤따른다. 다시 말해 ‘상대방을 위해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일을 생각해 내는 것에 대한 동기부여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다. 그래서 위의 글을 내가 다시 나누어서 정리해 보았다. 사실 먼저 드는 생각이 “나는 얼마나 남을 위하는가?”이다. 그래서 단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상대방에 대한 저항을 멈추는 것이 1단계라고 본다. 이 단계 없이 바로 상대방을 위해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일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내가 갖고 있는 그 사람에 대한 상자가 아주 단단할 경우 더욱 그렇다. 동기부여가 필요한데 먼저 다음과 같이 말해보는 것이다.


“우선 내가 상대에 대한 저항을 멈춰보자”


 그러면 자기 배반을 해소할 가능성이 커져서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2단계는 다음과 같이 말해 보는 것이다.      


 “상대방은 한 인격체를 가진 존재이고, 나만큼 실제적이며 정당한 필요사항과 소망, 걱정을 가진 한 사람이며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한 인간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우리가 상대방을 위해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일이 조금 더 순조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구분한 2단계는 굉장히 중요하다. 책에서도 핵심 내용으로 강조한다. 이는 상자 밖에서 존재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을 나와 동등한 가치 있는 사람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humility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천'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바로 이 책과 ‘감수성 훈련’과의 연결의 핵심이다.      


상대방을 인간으로 보고 감사하는 것, 나와 같지 않은 삶, 종교, 문화 등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것, 상대방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 이것이 상자 밖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또한 앞서 말했던 ‘Sensitive’의 진정한 의미이다. 감수성 훈련에서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 존재와 존재로서 만나고 있다. 단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것과 가능성에 동기를 부여하며, 훨씬 존중하는 마음으로 마주한다. 이것은 내가 한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인 책임’이 만족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인간애에 대한 기준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막연한 인간애가 아닌 ‘기본’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이에 대한 만족감이면 되고 부담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고 한다. 그것은 잘못된 책임감이고 그저 할 수 있고, 또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 된다고 한다. ‘만족감이 커질수록 우리는 다른 삶을 수용할 수 있는 역량과 우리의 그릇이 커진다'는 말 역시 이러한 이해의 연장선이다.      


책에서 말하는 ‘상자’ 개념이 마음에 든다. 나를 돌아보고 깨닫는 것도 많다. 나는 작은 것부터 실천할 것이다. 그런데 조직에서, 일하는 데 있어서는 어떨까?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러나 필요하다. 리더십 측면에서의 접근으로 말이다. 상자 밖으로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우선 리더가 상자 밖에서 존재하는 다른 차원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과 ‘기본적인 책임’을 공유하는 책임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조직의 성공을 위해서는 경영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기 배반을 최소화하고 조직의 안팎에서 더 많은 삶들과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그 결과 상자에 대한 이해와 적용을 통해 조직 구성원 각자와 조직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갖게 해야 한다. 이러한 ‘문화적 신념’을 갖게 한다면 상자 밖에서의 상호주의에 따라 창조적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문화적 신념을 갖도록 리더가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면 그리고 조직 구성원 역시 노력한다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책을 읽고 상자 개념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나의 관계를 돌아보고, 조직과 리더십도 생각해 보았다. 모든 측면에서 유익했다. 또한 독서의 과정에서 사고의 확장 측면에서도 즐거웠다. 그중 가장 중요한 점은 존재방식의 변화이다. 나는 상대방에 대한 저항을 멈추고 상자 밖으로 나려는 작은 실천을 할 것이다. 모든 사람은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새로운 문이라고 한다. 진정한 ‘나’라는 존재는 내 안에서 홀로 있거나 스스로 만들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말에 동의한다. 지금 저항을 멈추고 내 앞에 있는 존재를 소중하게 바라보는 연습을 함께 시작해보자.



[ 하이터치의 시대, 소프트파워를 배우다 ]

#1. 하이터치의 시대, 무엇이 삶을 풍요롭게 해줄까

#2. Sensitive는 어떤 의미인가

#3. 상자 밖으로 나가는 것

#4. 감수성을 훈련하다

#5. 비폭력 대화: 인간애를 향하여

#6.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7. 우리는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가

#8. 꼰대처럼 말하지 않는 매우 간단한 세 가지 방법

#9. 누군가를 판단하는 말

#10. 우리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억지로 하게 할 수 없다

#11. 저도 대화를 잘 하고 싶어요

#12. 악질과의 대화 나는 참고 누르고 있는가

#13. 우리는 누군가에게 어떻게 반응하는가

#14.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자유로움

#15. 표현하지 않는 삶,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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