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동 문학 06] 아리시마 다케오 원작 碁石を呑んだ八っちゃん
바둑알을 삼킨 야짱(碁石を呑んだ八っちゃん)
원작: 아리시마 다케오 | 번역: 유은경
야짱이 검은 알도 흰 알도 모두 저 혼자 양손에 잡아채어서는 가랑이 사이에 집어넣으려 해서, 나는 화가 났다.
"야짱, 그건 내 거야!"
그렇게 말해도 야짱은 말똥말똥 눈만 굴려대며 내 바둑알까지 계속 가로채려 해서, 나는 앞뒤 가리지 않고 다시 빼앗아 왔다. 그랬더니 야짱이 버릇없이 내 뺨을 할퀴는 거다. 야짱은 동생이니까 예뻐해 줘야 한다고 아무리 어머니가 말씀하셨지만, 야짱이 뺨을 할퀴는데 나라고 분하지 않을 리 없지 않나. 그래서 나도 힘껏 야짱의 작은 코 부근을 할퀴어 주었다. 그 손가락 끝에 시선이 닿았을 때는 할퀴면서도 조금 걱정이 되었다. 할퀴면 바로 울겠지 싶었다. 그러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아 할퀸 것이다. 그런데 야짱은 울지도 않고 나에게 덤벼들었다. 쭉 뻗고 있던 다리를 굽혀 엉덩이를 치켜들고, 양손을 들어 할퀴겠다는 모양새를 하고는 아무 말 없이 달려들기에 나는 틈을 노려 다시 한번 야짱의 주먹코 부분을 할퀴어 주었다. 그러자 야짱은 한동안 이상하리만치 얼굴을 찡그리고 있더니, 갑자기 털썩 엉덩방아를 찧으며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나는 고소하다 싶어 야짱의 뺨을 한 번 더 때려주고는, 야짱의 발치에 흩어져 있던 바둑알들을 서둘러 주웠다. 그러자 방 건너편에서 볕을 쬐며 옷을 꿰매고 있던 할멈이 안경 쓴 얼굴을 이쪽으로 돌려 눈을 치켜뜨고 노려보며,
"또 울렸네. 형이면서 그럼 못 써요."
그렇게 말했으나 야짱이 다리를 버둥거리며 죽을 듯이 우니, 갑작스레 벌떡 일어나 곁으로 오더니 야짱을 안아 올렸다. 야짱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할멈인지라 언제나 야짱 편만 든다. 그러고는,
"아이고, 가엽기도 해라, 어디 보자. 정말 나쁜 형이로군요. 어쩜 좋아. 눈 밑이 지렁이처럼 부어버렸네. 도련님, 어서 미안하다고 해야죠. 안 그러면 어머니께 일러바칠 거예요. 자!"
누가 야짱 따위에게 미안하다고 할까 보냐. 따지고 보면 처음부터 야짱이 나쁘잖아. 나는 입을 꾹 다문 채 할멈을 노려보았다.
할멈은 엉엉 우는 야짱을 안은 채 손바닥으로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달래면서 나에게 계속 무언가 잔소리를 했으나 내가 끝까지 사과하지 않자 결국,
"그럼 됐어요. 야짱, 나중에 할멈이 엄마한테 다 일러줄 테니까 이제 그만 뚝 해야죠, 착하지. 야짱은 할멈의 소중한 보물이죠. 형이랑 놀지 말고 할멈 옆에 있어요. 정말 심술궂은 형이라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내가 서둘러 한데 모아둔 바둑알 쪽으로 손을 뻗어 한 움큼 쥐어 가려 했다. 나는 얼른 양손으로 덮었지만, 할멈은 아랑곳하지 않고 몇 알인가를 집어 잡아채어 자신이 앉아 있던 곳으로 가져가 버렸다.
평소라면 나는 할멈을 쫓아가서 할멈이 뭐라 하든 그걸 다시 빼앗아 왔겠지만, 야짱의 얼굴에 상처가 났다는 할멈의 말이 내심 걸렸다. 어쩌면 어머니한테도 혼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바둑알을 몇 알 뺏기는 것 정도는 참기로 했다. 어쨌든 야짱보다는 나한테 훨씬 많은 바둑알이 있으니 우쭐대도 괜찮지 않은가 싶었다. 나는 방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그 바둑알들을 검은색과 흰색으로 나누어 다다미 위에 예쁘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야짱은 할멈의 무릎 위에 안겨서도 여전히 분한 듯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할멈이 젖을 물려도 먹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끔 생각난 듯 큰 소리로 울었다. 결국 나도 그 울음소리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고, 야짱이랑 싸우지 말걸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까 야짱이 생글 웃으며 작은 손에 바둑알을 가득 쥐고 내게 필요 없냐고 묻던 것도 떠올랐다. 그 작은 주먹이 내 눈앞에서 꼼지락꼼지락 움직였더랬다.
그때 할멈이 손에 쥐고 있던 바둑알을 다다미 위로 좌르르 뿌리자, 훌쩍거리던 야짱은 갑자기 울음을 그치고 할멈의 무릎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와 그것을 장난감 삼아 놀기 시작했다. 할멈은 그 모습을 보며,
"옳지 옳지, 그렇게 얌전하게 놀아야지. 할멈은 야짱의 까까옷 바느질을 끝내야 하니까"라고 말하며 부지런히 바느질을 시작했다.
나는 그때 흰 바둑알로는 토끼를, 검은 바둑알로는 거북이를 만들고 있었다. 거북이는 다 만들었지만, 토끼는 너무 크게 만드는 바람에 한쪽 귀 끝이 모자랐다. 열 개 정도만 더 있으면 제대로 만들 수 있을 텐데, 야짱이 가져가 버렸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야짱, 흰 바둑알 열 개만 주지 않을래?”라고 말하려고 야짱 쪽으로 문득 고개를 돌렸지만, 툇마루 쪽을 향해 앉아 바둑알을 가지고 노는 야짱을 보니 말을 꺼내기가 어색했다. 이제 막 싸운 참인데 내가 먼저 말을 걸어서는 안 된다. 할 수 없이 나는 토끼를 흩뜨리고 조금 더 작게 다시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그랬더니 이번에는 거북이가 너무 커져 버려서, 토끼가 낮잠을 자지 않아도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에서 이길 것 같았다. 이래서야 곤란하다.
나는 아무래도 야짱에게 모자란 바둑알을 달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야짱은 아직 세 살밖에 안 되어 금방 잊어버리니까 그렇게 말하면 아까처럼 동그란 주먹을 내밀면서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야짱”하고 부르려고 나는 그쪽을 보았다.
그랬더니 야짱은 할멈이 앉아 있는 뒤쪽에서 놀고 있었다. 그런데 얼굴은 시뻘겋고 눈에는 눈물을 가득했으며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힘껏 손발을 바둥거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가토 기요마사를 기리는 신사 앞에 있는 문둥이 거지가 돈을 구걸하는 괴이한 모습을 흉내 내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말 많은 야짱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게다가 보고 있자니, 양손을 입으로 가져가 억지로 입 안에 넣으려 하기도 했다. 왠지 장난을 치는 게 아니라 진짜 상황인 것 같았다. 급기야는 눈동자가 위아래로 뒤집히더니 웩웩거리며 토하기 시작했다.
나는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야짱이 갑자기 무서운 병에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큰 소리로,
“할멈…… 할멈…… 야짱이 어디 아픈 것 같아!”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러자 할멈은 곧장 자기 뒤쪽을 돌아보더니, 야짱의 어깨에 손을 얹어 자기 쪽으로 돌리고는 돌연 당황해하며 뒤에서 야짱을 끌어안았다.
“아이고, 야짱 무슨 일이야? 입을 벌려 보렴. 입을 말이야. 이쪽을, 밝은 쪽을 향해…… 이런, 바둑알을 삼킨 거 아냐?”라고 하더니 할멈은 주먹을 꽉 쥐고 야짱의 등을 연신 두드려 댔다.
“자, ‘카악’ 하고 뱉어 보렴…… 자, 다시 한번…… 어쩌지…… 야짱, 뱉어 보라고!”
할멈은 야짱을 무릎 위에 바짝 끌어안고 다시 등을 두드렸다. 나는 어느 새인지 모르게 할멈 곁에 다가가서 야짱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야짱의 얼굴은 피가 배어 나올 정도로 빨갛게 변해 있었다. 할멈은 말을 더듬으며,
“도련님, 어서 가서 물을 한 컵…….”
나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툇마루로 뛰어나가 부엌 쪽으로 달려갔다. 물만 마시게 하면 야짱의 병은 분명히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할멈이 뒤에서 다시 불러 세웠다.
“도련님, 물은…… 어서 어머니한테 가서 빨리 오시라고…….”
나는 부엌으로 가다 말고 이번에는 온 힘을 다해 안방 쪽으로 달렸다.
어머니도 장지문을 열어젖히고 햇볕을 쬐며 조용히 바느질을 하고 계셨다. 그 곁에서는 쇠 주전자에서 물이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끓고 있었다.
나에게는 그곳이 그렇게 조용한 것이 이상하다고 여겨졌다. 야짱의 병은 벌써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슴 속은 달리기할 때처럼 두근거려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 어머니…… 야짱이요…… 이렇게 하고 있어요…… 할멈이 빨리 오시래요!”라고 말하며 야짱이 했던 행동을 선 채로 흉내 내어 보였다. 어머니는 조금 나른한 눈을 하고 빙그레 웃으며 내 쪽을 돌아보다가, 나를 보자마자 갑자기 굽혔던 등을 꼿꼿이 세우셨다.
“야짱이 어떻게 됐다고?”
나는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진지하게,
“응!”하며 머리를 힘껏 끄덕였다.
“응…… 야짱이 이렇게 하고…… 병이 났어!”
나는 다시 한번 아까와 같은 시늉을 했다. 어머니는 나를 보고 무심결에 웃으려 하다가는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빛으로 바뀌더니 서둘러 머리에 꽂고 있던 바늘을 뽑아 바늘꽂이에 꽂고는 황급히 일어나 앞치마의 실밥을 두 손으로 털어내며 내 뒤를 쫓아 할멈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할멈…… 무슨 일이야?”
어머니는 나를 밀쳐내고 할멈 곁으로 다가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야짱이, 글쎄…… 바둑알이라도 삼킨 걸까요…….”
“‘삼킨 걸까요’라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어머니의 목소리는 화났을 때의 그것이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할멈에게서 빼앗듯 야짱을 감싸 안고는, 어머니 자신이 괴로워 견딜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발을 바둥거리는 야짱을 찬찬히 살펴보셨다.
“상아 젓가락을 가져올까요…… 그걸로 목을 문지르면…….” 할멈이 그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어머니는
“가시가 걸린 것도 아닐 텐데…… 얘야, 어서 가서 물을 가져오렴!”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할멈도 그 소리를 듣고 일어섰지만, 나는 할멈이 야짱을 그렇게 만든 것 같기도 했고, 어머니의 명은 내가 받았다는 생각에 할멈이 달리는 것을 앞질러 부엌으로 갔다. 하지만 그릇을 찾아 거기에 물을 따르는 것은 할멈이 더 빨랐다. 나는 분한 마음에 할멈에게 달려들었다.
“물은 내가 가져갈 거야! 어머니가 나한테 물을…….”
“지금 그럴 때가 아니에요!”
할멈은 화난 듯 말하며, 물그릇을 들지 않은 쪽 손으로 덤벼드는 나를 뿌리치고 야짱 쪽으로 달려갔다. 나는 할멈에게 그런 힘이 있을 줄은 몰랐다. 나는,
“나란 말이야, 나라고! 물은 내가 가져갈 거란 말이야!”하고 울먹이듯 성을 내며 쫓아갔지만, 할멈이 그것을 어머니의 손에 건넬 때까지 할멈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나는 할멈이 물을 흘리지도 않고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어머니는 할멈에게 물그릇을 받아 야짱의 입가로 가져갔다. 절반 정도는 목덜미로 물이 흘러내렸지만, 그래도 야짱은 물을 마셨다. 야짱은 사레가 들려 괴로워하며 양손으로 가슴께를 긁어댔다. 옷 안쪽에는 내가 접어 주었던 ‘종이배’가 절반 정도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나는 야짱이 너무 불쌍해서 견딜 수 없었다. 저렇게 괴로워하는 걸 보면 분명 죽을 것 같았다. 죽으면 안 되는데 그래도 꼭 죽을 것만 같았다.
조금 전까지 분해하던 나는 갑자기 슬퍼졌다. 어머니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손은 부들부들 떨렸으며 야짱의 얼굴은 새빨개져서 도저히 야짱의 얼굴 같지 않은 걸 보니, 나 혼자만 남겨질 것만 같은 마음에 참지 못하고 눈물이 터져 나왔다.
어머니는 내가 울먹이기 시작한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정신없이 야짱을 돌보고 계셨다. 할멈은 무릎을 꿇은 채 들여다보듯, 어머니와 야짱의 얼굴이 맞닿아 있는 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야짱이 가슴에 대고 있던 손을 떼고는 놀란 듯한 표정을 짓더니, 불현듯 평소처럼 커다란 소리로 와아-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는 정신없이 야짱을 꼭 껴안으셨다. 할멈이 흥분해서 말했다.
“넘어갔군요, 아이고 다행이다.”
분명 바둑알이 뱃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리라. 어머니도 그제야 조금 안심하신 듯했다. 나는 울면서도 어머니를 보았는데, 그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제야 어머니는 갑자기 생각난 듯, 할멈에게 의사 선생님께 달려가라고 말씀하셨다. 할멈은 몇 번이고 머리를 조아리더니, 앞치마로 얼굴을 닦으며 서둘러 나갔다.
울어대는 야짱을 달래며 어머니는 매서운 눈빛으로 나에게 빨리 바둑알을 치우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혼난 것 같기도 했고, 나쁜 짓을 한 것도 같아서 흰색 검은색 가리지 않고 서둘러 바둑알을 통에 넣고는 뚜껑을 닫아 버렸다.
야짱은 잠자리에 눕혀졌다. 아무 데도 아프지는 않은 듯 울음을 그치고 있다가도, 다시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 와아- 하고 울어댔다.
“자, 이제 괜찮단다, 야짱. 아무 데도 아프지 않단다. 약한 아이처럼 그렇게 울다니. 엄마가 문질러 줄 테니까 그만 그치렴. ……그나저나 얘야.”
그러면서 나를 돌아보며 어머니는 내가 훌쩍훌쩍 울고 있는 것을 보시고는,
“어머, 형아도 겁쟁이구나”라고 말씀하시며 어머니도 울음을 터뜨리셨다. 그러면서도 우는 것을 나에게 숨기려는 듯 울지 않는 척을 하셨다.
“얘야, 울고만 있지 말고 방석 하나만 여기로 가져다주렴.”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나는 어머니가 울고 있는데 우는 것을 숨기려 하셔서, 야짱이 죽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어, 어머니 말씀대로 하면 혹시라도 야짱이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얼른 방석을 가지러 갔다.
의사 선생님은 하얀 수염이 난 분이 아니라, 금테 안경을 쓴 분이었다. 그 젊은 의사 선생님이 야짱의 배를 문지르거나 손목을 잡는다거나 하면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어머니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사 선생님이 돌아갔을 때, 야짱은 울다 지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어머니는 그 곁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야짱은 때때로 무서운 꿈이라도 꾸는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날 밤 나는 할멈과 잤다. 그리고 어머니는 야짱 옆에서 주무셨다. 할멈이 이따금 일어나 야짱을 보러 가는 바람에, 겨우 잠들려던 나는 몇 번이나 잠에서 깼다. 야짱이 어떻게 되지나 않을까 생각하면 정말 쓸쓸하고 슬펐다.
시계가 아홉 번을 울렸지만 나는 잠들 수 없었다. 왜 잠이 오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는가 싶었는데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아침이었다. 어느 새 잠이 든 걸까.
“얘야, 일어나야지.”
귓가에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니 내 몸은 따뜻해졌다. 나는 눈을 번쩍 뜨고는 기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몸을 뒤척여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곳에 어머니가 옷을 단정히 갈아입고, 머리도 깨끗하게 빗어 올리고는 싱긋 웃으며 나를 지켜보고 계셨다.
“기뻐하렴, 야짱이 이제 다 나았단다. 밤사이에 변을 봤는데 바둑알이 나왔단다. …… 하지만 정말 무서운 일이었어. 이제부터 너도 절대로 바둑알은 가지고 놀지 말아라. 얘야…… 야짱이 괴로워할 때 너도 울고 있었지? 이제 울지 않아도 된단다. 오늘만큼은 너희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를 줘야겠다. 자, 일어나렴.”
어머니는 내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일으켜 세우려 하셨다. 나는 간지러움을 참을 수 없어서 큰 소리로 와하하 와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야짱이 깨겠구나,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면.”
어머니는 잠깐 진지한 표정을 지으셨지만, 곧바로 생긋 웃으며 내 잠옷을 갈아입혀 주셨다.
(1921년)
<번역가의 한 마디>
아무것도 아닌 바둑알 때문에 동생의 얼굴에 상처까지 내고 내심 죄책감을 느끼는 내게 바둑알을 삼킨 동생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얼굴의 상처를 낸 죄책감을 뛰어넘는 공포감일 것이다. 자칫 잘못 대처했다면 바둑알 하나 때문에 어쩌면 동생은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머니의 등장은 이러한 모든 갈들을 해소하는 계기가 된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이렇게 부드럽고 상냥하고 따스한 것만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어머니란 존재의 따스함, 어떠한 두려움도 어머니의 품안에서는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존재, 그런 어머니의 존재에 가슴 따뜻해지는 소품 한 편이 아니었나 싶다.
"지적인 고뇌와 뜨거운 인도주의로 인간의 본성을 응시하다"
시라카바파(白樺派)의 중심: 상류층 출신으로 서구적 지성과 기독교적 인도주의를 바탕으로 활동한 일본 근대 문학의 거장입니다.
투명한 자기 고백: 자신의 삶과 내면을 가차 없이 드러내는 정직한 문체로 유명하며, 특히 자녀들을 위해 쓴 동화와 수필들에는 그의 따뜻하고도 예리한 부성애와 통찰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동심과 성장]의 기록: 그는 아이들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한 명의 고유한 인격체로 존중하며 그들의 복잡미묘한 심리 세계를 가장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사소한 질투가 공포가 되던 날, 우리 안의 '순수함'이 다시 깨어납니다."
심리의 극적인 전개: 이 작품은 형제간의 흔한 바둑알 다툼이라는 일상적인 풍경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동생 야짱이 바둑알을 삼키는 순간, 소설은 평범한 기록을 넘어선 거대한 '심리적 파동'을 일으킵니다.
입체적인 아이의 시선: 동생이 사경을 헤매는 와중에도 '심부름은 내가 해야 한다'는 질투와 '나 때문에 죽는 건 아닐까' 하는 근원적인 공포 사이를 오가는 주인공의 심리는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입니다.
'종이배'라는 상징: 동생의 품속에 들어있던 형이 접어준 종이배는, 미워하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형제의 유대와 죄책감을 상징하는 가장 애틋한 장치입니다.
정화(카타르시스)의 결말: 밤새도록 이어진 기도가 아침의 기쁜 소식(바둑알의 통변)으로 바뀌는 순간, 화자와 독자는 비로소 무거운 죄책감을 씻어내고 함께 안도하게 됩니다.
유튜브에서 일본어 원작을 자막, 한국어 낭독으로 들어 보세요~! <클릭>
[일본근대환상문학]시리즈
01. 하라 다미키, 〈지붕 위에서〉 보러 가기
02. 니이미 난키치,〈빨간 양초〉 보러 가기
03. 오가와 미메이, 〈달밤과 안경〉 보러 가기
04. 하라 다미키, 〈휘파람새〉 보러 가기
05. 니이미 난키치, 〈사탕〉 보러 가기
06. 오가와 미메이, 〈까마귀와 허수아비〉 보러 가기
07. 무로 사이세이, 〈신비로운 물고기〉 보러 가기
08. 나쓰메 소세키, 〈열흘 밤의 꿈-첫날 밤〉 보러 가기
09.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묘한 이야기〉 보러 가기
10. 다자이 오사무, 〈기다림〉 보러 가기
[[동심과 성장] 시리즈
01. 유메노 규사쿠, 〈캐러멜과 눈깔사탕〉 보러 가기
02. 아리시마 다케오, 〈한 송이 포도〉 보러 가기
0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귤〉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