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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Apr 11. 2023

생초짜에게 일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제15화

[이 글은 현재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를 연대기로 정리하는 시리즈 글입니다. 브런치와 네이버 카페 강한 영어학원 만들기에 업로드합니다.]






도배사 밴드에 가입인사를 남기니 댓글이 많이 달렸다.


40~50대 도배사들이 가장 많이 자리를 잡고 활동하고 있었고 20~30대 초보 도배사들도 꽤나 많이 유입이 되는 것 같았다. 


바로 내일부터 현장으로 올 수 있는지를 묻는 댓글도 있었다. 


건설 현장은 보통 6~7시에 일찍 일을 시작한다. 


또 현장들은 (특히 아파트 신축 현장) 아직 대중교통이 형성되지 않아서 차편이 불편한 경우가 많다. 


고로, 자차가 있어야 현장 출퇴근이 자유롭다. 


대중교통이 잘 깔린 곳도 사실 차량이 있어야 편하다. 


도배사들은 보통 ‘우마’라고 부르는 작업용 긴 발판 사다리를 가지고 다닌다. 


천장도 벽지를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도배지에 풀을 묻히는 기계가 있는데, 이 기계로 ‘벽지 뽑는’ 일을 하는 사람은 풀사라고 부른다. 


결국 붙이는 도배사는 최소한 우마를, 풀사는 최소한 풀 기계를 싣고 다녀야 하니 자차가 필수다. 


당시 나는 차가 없었으므로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도배사의 길은 접게 되었다. 




다른 기술직 직업들을 찾아보았다. 


용접일은 정말 돈을 많이 번다고 하는데, 여자는 일 알려주는 곳도 없고 일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그러다 타일과 메지 일을 알게 되었다. 


메지는 아마도 일본어 같은데, 우리말로 하면 줄눈이다. (현장에는 여전히 일본어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다.)


욕실에 반짝이풀 같은 것을 바르는 것은 탄성줄눈이고, 타일이 깔린 모든 바닥에 타일 사이사이를 메꿔주는 시멘트 작업도 줄눈이다. 


타일과 메지는 보통 한 몸이라 같이 움직인다. 


타일공이 메지를 하는 경우도 아주 많다. 


작업량이 많을 경우엔 타일공과 메지공이 함께 팀으로 하기도 한다. 


타일은 무거운 절삭기계를 가지고 다녀야 하고, 가끔은 직접 등짐을 져서 타일을 날라야 하는 경우도 있어 남자들이 많이 한다. 


반면 메지일은 간단한 손도구만 가지고 다니면 되어서 여자들도 많이 한다고 했다. 


'전국타일메지공유방', '메지를 사랑하는 사람', '젊타(젊은타일)' 등의 네이버 밴드에 가입했다. 


밴드 글들을 훑어보니 저마다 자유롭게 구인 구직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팀으로 일할 기술자 구합니다. 서울 경기권으로 일합니다. 팀원들 나이는 20대~30대 중반까지입니다. 타일 메지 일 많으니 연락 주세요.' 


 '#구직 1년 경력 준기술자. 인테리어 팀 위주로 타일 배우고 싶습니다. 연장 있음, 자차 있음, 현장 숙식 가능. 시켜만 주세요.'


의욕만 앞서고 아는 것이 없었던 나도 글을 써서 올렸다.



'안녕하세요 메지 일을 배우고 싶어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선배님분들께 많이 보고 배우겠습니다 ^_^ 혹시 서울 수도권 쪽에 메지 일을 배우면서 시작할 수 있는 팀이 있을까요? 알고 계신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 -) (_ _) 010-0000-0000'



 몇 개의 응원 댓글이 달렸지만 생초짜에게 일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다음 화에 계속>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1화 영어 이름으로 제니퍼를 정했는데 철자를 모르겠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199

2화 내가 수업 시간에 최초로 ‘외운’ 영어 문장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1

3화 별스럽지 않은 날의 퉁퉁 불은 오뎅꼬지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4

4화 문제는, 나는 그들과 비슷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6

5화 나는 동그라미 모양인데 그 회사는 별 모양이라서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7

6화 경력직으로 입사한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8

7화 다음 날, 나는 인사팀에 면담을 요청했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9

8화 자리에 앉자마자 팀장님은 말씀하셨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10

9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팀장님에게 연락했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11

10화 선생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12

11화 부서 배치 열흘 만에 질병 휴직계를 내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13

12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겨둔 마지막 약 하나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15

13화 화해는 둘이 하는 거지만, 용서는 혼자 할 수 있어요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16

14화 오래된 건물의 3층, 풀 냄새가 진동하는 도배학원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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