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身·心의 사용설명서2부
호흡이 지혜가 되는 문 5화

by 순야 착지

제5화: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유턴하라 [환(還)]


우리는 평생 ‘밖’을 보며 살아갑니다. 나를 화나게 한 사람, 나를 불안하게 하는 상황, 나를 슬프게 만드는 결과물들. 우리의 시선은 늘 마음 밖의 세상을 향해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육묘법문의 다섯 번째 단계인 ‘환(還, Returning)’은 우리에게 파격적인 명령을 내립니다. “이제 그만 밖으로 나가기를 멈추고, 시선을 안으로 돌려라(유턴하라).”


내 안의 ‘거울’을 비추는 보살의 유턴

우리는 흔히 상처받았을 때 "저 사람이 나를 아프게 했다"며 상대를 향해 원망의 화살을 던집니다. 하지만 천태의 '반조(返照)'는 그 화살을 나 자신에게로 돌리는 작업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자기를 위로하는 차원을 넘어, 나와 타인의 인연을 원융하게 통찰하는 지혜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화를 낼 때, 시선을 안으로 유턴하여 이렇게 바라보십시오. "나로 인해 당신이 많이 화가 났군요. 당신의 그 마음이 일어난 원인이 결국 나에게 있었군요."

현대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가 강조하는 '자기 연민'이나 타라 브랙의 '근원적 수용' 역시, 결국은 밖으로 향하던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어 고통받는 내면을 따뜻하게 비추는 '환(還)'의 과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상대를 비난하던 시선을 거두어 내 안의 인연을 비출 때, 비로소 고통의 매듭을 풀 주도권이 나에게 돌아옵니다.


거울은 비치는 상(像)에 물들지 않는다

우리가 밖을 볼 때는 거울 속에 비친 '더러운 얼룩'만 봅니다. 그래서 그 얼룩을 닦아내려고 거울 유리창만 박박 문지르다 지쳐버립니다.

하지만 '환(還)'의 단계에서 시선을 안으로 돌리면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얼룩은 거울 표면에 잠시 나타난 그림자일 뿐, 거울 그 자체는 단 한 번도 더러워진 적이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상대방의 분노도, 나의 상처도 거울에 비친 상(像)일 뿐입니다. 시선을 유턴하여 '거울 그 자체(본래 마음)'로 돌아오면, 우리는 어떤 풍랑 속에서도 훼손되지 않는 근원적인 평온을 발견하게 됩니다.


[실전 기술] 마음의 유턴(U-Turn) 연습

오늘 누군가의 날카로운 말에 마음이 찔린다면, 다음의 유턴법을 써보세요.

① 일시 정지(止): 밖으로 향해 쏘아대던 비난과 원망의 화살을 멈춥니다.

② 시선 돌리기(還): 화살표를 나에게로 돌려 "지금 내 안의 어떤 인연이 저 사람의 화를 불러왔을까?"라고 가만히 묻습니다.③매듭 풀기(照): 문제의 열쇠를 쥔 주인공이 상대가 아닌 '나'임을 인정합니다. 내가 마음의 파동을 잠재울 때, 밖의 파도도 비로소 잦아듭니다.

[천오백 년의 처방전]

오늘의 증상

타인의 행동에 과도하게 반응하며 감정이 소모된다.

문제의 원인을 늘 외부 환경이나 남 탓으로 돌리느라 평온을 찾지 못한다.

천태의 진단 키워드

환(還): 밖으로 흩어지는 마음을 거두어 근원으로 되돌림.

반조(返照): 빛을 돌이켜 내면을 비춤으로써 인연의 실상을 깨달음.

천태의 처방

상대를 탓하던 마음을 유턴시켜,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한 '나'라는 인연을 먼저 살핀다.

어떤 인연이 비쳐도 거울 본연의 맑음은 변치 않음을 확신하고 근원으로 돌아간다.

[참고문헌 및 추천도서]

① 크리스틴 네프 저, 이충헌 역, 『나를 사랑하는 법』(Self-Compassion), 웅진지식하우스, 2013.11.20; 자기 비난에서 벗어나 고통 속에 있는 자신을 따뜻하게 수용하는 법을 다루며,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는 심리적 기초를 제공함.

② 타라 브랙 저, 박세연 역, 『받아들임』(Radical Acceptance), 불광출판사, 2012.05.25; 서구 심리학과 불교 수행을 결합하여, 내면의 수치심과 고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본래의 평온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깊이 있게 서술함.

[연재 안내]

<내 몸과 마음의 사용설명서> 제2부 <호흡이 지혜가 되는 문>는 매주 화요일 10시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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