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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키베이비 Oct 16. 2019

남들 다하는 사교육, 우리 아이만 뒤쳐지는걸까?

밀키베이비 X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맘블레스유 제 15화
여성으로 일하고, 연애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것 모두 선택의 연속이에요. 육아와 라이프 고민을 듣고, 밀키베이비가 그림 에세이로 답하는 '맘블레스유' 입니다. 열다섯 번째 주제는 '놀기 vs 공부'입니다. 엄빠라면 한 번쯤 고민해본 것들, 함께 생각하고 의견 나눠요!




5살, 6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학습지며 학원을 다니지 않고 그저 놀게 하는데, 친구 엄마가 제가 '너무 느긋하다'라고 하더라고요. 남편은 어릴 때는 놀아야 한다며 사교육에 반대하는데, 솔직히 저희 집만 이런 것 같아 불안해요.




네. 느긋하신 것 맞습니다



영재가 아닌 이상, 한글도 영어도 또래에 비해 못할 거고, 시험 성적도 형편없겠죠. 아이는 핸드폰 게임만 하면서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고, 결국 대학도 못 가고 취직도 못해서 빈곤층으로 삶을 마감할 것입니다.

앗. 댁의 자녀가 영재인 것 같다고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국내 최고의 쓰앵님께 영재 교육을 받아야 할 것 같고, 15살쯤 특수고-서울대 코스를 통해 전문직을 꿰차고, 원만하고 행복하게 살겠군요.


미디어와 주변 사람들에 의해 주입되는 최악, 그리고 최고의 시나리오는 대부분 극단적이고 비슷합니다. 아이 한 명을 대학까지 보내는데 드는 비용이 4억이 넘는다는, 이 나라의 기준으로는 '느긋함'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 일쑤지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교육은 학습지, 동네 학원, 문화센터 등 선택지가 제한되어 있고, 가지고 있는 돈은 항상 부족하다는 사실. 이 안에서 어떻게든, 우리 아이가 '골든타임'을 흘려보내지 않게 해야...라는 생각에 발만 동동 구르지요.



독일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유치원에 방문했어요. ⓒ김우영




교육 선진국에는 사교육, 선행학습이 없을까?


얼마 전 독일의 유치원들을 탐방하면서, 한 원장 선생님께 물었습니다. "독일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 미리 독일어 배우고 가나요?" 저는 '우린 하나도 가르치지 않고, 초등학교에 올라가서 다 배우죠!'라는 말을 내심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원장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무리하게 가르치진 않아도, 읽고 쓸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책 읽기를 하고 생활에서 필요한 지식들, 이를테면 간단한 셈에 시계 보기 등을 배우고 있다고 말해 주었어요.

웬걸.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라는 책을 보며 북유럽 교육의 대표격인 핀란드에서도 방과 후 악기를 배우거나 스포츠를 배우는 등 사교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선진국 교육에는 선행학습, 사교육이 없을 것 같다는 제 기대는 완전히 무색해졌죠.


그러나 이것은 사회적인 압박이나 공교육의 부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 각 가정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큰 차이점이 있었어요.



노는 것이 가장 좋은 아이들 ⓒ김우영


사교육은 독인가?


아이가 흥미를 갖는 분야의 것을 조금씩 배워나가고, 그 안에서 친구도 사귀고, 경험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은 아이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물론, 아이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은 보장되어야겠지만요. 엄마, 아빠가 관심을 가지고 어릴 때부터 이끌어주는 일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주변에서 '우리 아이는 아직도 이걸 못한다' '이걸 안 하면 아이를 망친다'라며 불안해하는 부모를 볼 때마다, 아이가 하원 후 대부분의 시간을 사교육에 쏟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걱정스럽습니다.

사교육에 큰 비용을 치르면 아이의 아웃풋에 대한 기대도 커지기 마련인데, 이는 아이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때론 심한 선행학습과 학습에 대한 기대는 아이에게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병을 갖게 할 수도 있죠.  겨우 1년 학교를 일찍 들어간 아이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원래 없었던 ADHD가 발병한다는 하버드의 연구결과1)처럼요.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뭐든 적당히 해야 좋은 것이죠.



놀이와 배움을 함께 하면 더 좋겠죠? 김우영



아이에 대한 믿음이 먼저다


저도 밀키를 키우는 입장에서 같은 고민을 하곤 합니다. 저는 어린 아이들이 놀이보다 학습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하는 '느긋한' 사람 중 하나이자, 매일 아이와 어떻게하면 잘 놀까 궁리하고, 그걸 주제로 책도 쓰는 엄마니까요.

며칠 전 '90년생이 온다' 라는 책을 보다가 발견한 문구 중 알리바바의 CEO '장융'이 한 말이 인상 깊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바링허우(80년생)가 문제다, 쥬링허우(90년생)가 문제다, 라고 하는데 이 세대들한테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우리다. 그들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게 우선이다"


우리 아이들은 90생도 아닌, 00년 생들이죠.  이들에게도 역시 문제가 없어요. 문제는 믿음이 없는 부모입니다. 느긋하셔도 좋습니다. 아이가 잘 놀고있다는 것이니까요.

아이가 흥미로워 하는 것이 있다면 배움을 시작해도 좋아요. 다만 주변의 시선과 마음의 불안으로 기인한 것이 아니라 부모의 소신 + 아이의 관심으로 시작해야 해요. 혹 또래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기다려줄 수 있는 믿음을 갖고 계시면 충분합니다.





1)A new ADHD study offers yet another reason to stop sending kids to school early




그림작가 김우영

밀키베이비라는 필명으로, 가족의 따뜻함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카카오 UX 디자이너이자 밀키의 엄마. <우리 엄마 그림이 제일 좋아>,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만> 을 출간하고, 전시와 아트워크숍을 종종 연다. 놀러오세요! 인스타그램 19K @milkybaby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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