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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히르 Feb 17. 2020

#20-3, 기쁨과 슬픔, 냉정과 열정 그 사이 어딘가

아주 오랜 연인처럼, 쇠락한 청춘처럼

2015년 11월 5일 목요일 흐림


니부카와온천은 에히메현의 산중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친구와 나는 이른 새벽, 카메라 달랑 메고 인근 등산로까지 산책을 다녀오기로 했다. 산책로 중간에 노천온천도 있지만 인적은 매우 드물고 익어가는 단풍이 가을소식을 전해줄 뿐이다. 계곡을 건너는 다리는 유구한 세월을 지나온 듯 바래있다. 길가의 바위에 뿌리내린 이끼 또한 세월만큼이나 무성하다. 너무 고요해서 혼자라면 무서우리만큼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일본 특유의 음습한 공포영화의 배경으로도 손색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바야흐로 시코쿠의 가을은 산중에서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조식후에 우린 어쩌면 다시 못 올 니부카와 온센을 구석구석 돌아보는 것으로 이별하고 이마바리역까지의 친절한 송영으로 온천을 떠난다.

정갈한 아침식사와 아기자기한 온천 내부 장식들


이마바리역 근처를 돌아보며 카메라가 돌아온 기념으로 셔터질, 올해의 사진작가회 그룹전 테마가 '창'인지라 다양한 문들도 담아보고 길가의 화초도 담아본다. 


우리는 다시 마츠야마 시내로 돌아온다. 20여일만에 연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게 벌써 3일째라 기차에 지하철에 노면전차가 이제 익숙해져 가고 있다. 물론 내일 저녁엔 다시 아루키헨로의 신분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말이다.


오늘은 시내관광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유명한 도고온천에서 가벼운 입욕을 한다.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곳이라 한국인도 많다. 센과 치히로 속에서 증기를 내뿜는 웅장한 모습을 보았던 터라 기대감이 컸지만 상상했던 것보다는 수수하고, 입욕료도 4천원쯤으로 우리나라 대중목욕탕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역시 '도련님'의 봇짱으로 유명한 도고온천앞 시계탑의 정각알림 쇼도 관람한다.

봇짱쇼와 더불어 도고온센도 동화 속 나라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서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겁다.

친구와 보내는 더없이 한가로운 시간이기도 하지만 얼마남지 않았음에 한없이 아쉬운 시간이기도 하다. 

도고온천

숙소는 도우고야, 료칸인 듯 게스트하우스인 듯한 숙소에선 체크인을 매니저인 듯한 젊은 남직원이 무릎을 꿇고 맞이해서 잠시 당황스럽다. 그 접객만큼이나 숙소는 정갈하다. 다인실도 있는 모양이지만 친구와 독방을 차지하고서는 차례로 입욕장엘 다녀온다. 친구덕에 하게 되는 하루 두번의 온천도 참 호사스럽다.


이틀 연속 가이세키 요리로 대접받은 터라 점심은 사누키우동으로 때우고 저녁은 간단한 현지식당을 찾아 나섰는데 도고온센 주변은 유카타에 게다짝을 찍찍 끄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어 특유의 온천거리임을 실감케 한다. 


뒷골목을 헤맨 덕에 정말 현지인들만 찾는 라멘가게를 발견한다.

'심야식당'이라는 일본 드라마풍의 분위기에 현지인 몇명이 카운터석에서 식사와 잡담을 나눈다.

우리는 잠시 이방인이 된 기분으로 본토의 라멘과 따뜻한 소주를 주문하는데 일순간 현지 분들의 시선을 끌지만 배려심이 강한 그들이기에 다시 그들만의 관심사로 돌아가고, 우리도 편하고 소탈한 저녁을 때운다. 

친구와 보내는 마지막 밤이지만 특별한 이벤트보다는 좀 마셔주기로... 편의점에서 현금만큼 맥주와 오쯔마미를 사서는 숙소도 돌아온다.

현지인만 찾을듯한 뒷골목의 라멘가게. 일본라멘이 대체로 진하고 짜지만 맛은 오이시이~




내일이면 다가올 이별이지만 슬픔보다는, 이 짧은 동안의 휴가로 힘을 얻기로 한다. 힘든 시간을 쪼개어 와준 벗에게도 감사하고, 이 길에서 홀로 아프지만 사색할 여유를 가질 수 있음도 기뻐할 일이지 않은가.

게다가 전형적인 일본 여인 스탈의 야사시이한 사코상이 오헨로미치에서 기다려주고 않은가!




도고야 (조식 포함) 6150엔

음료 1000엔

식사 900엔

도고온천 410엔

총 836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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