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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마녀 Oct 01. 2024

[더 토크뷰_마케터] 무기를 든 행운의 마케터

헨켈 장보화 매니저

스물네 번째. 경험은 지혜가 되고 성장이 되다


지혜로운 사람은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고 스스로를 고귀함의 신탁으로 만들며, 자기 주변 환경을 가장 훌륭한 지혜의 학당으로 만든다.  이것이 지혜로운 사람이 지혜롭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 책, <아주 세속적인 지혜>, P31 중에서


남다른 사람들이 있지요.  알게 모르게 탁월한 사람들이 있어요.  능력이든 노력이든 탁월한 힘을 발휘하는 사람들이죠.  그런 사람을 만나면 신기하기도 하고 당연히 부럽기도 하고요.  솔직히 존경스럽다는 마음이 큽니다.  특히 주어진 환경을 탓하기보다 결점을 보완해서 오히려  신뢰를 쌓는 지혜로운 사람은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옵니다.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은 그런 지혜로운 마케터입니다.  긴 말이 필요 없이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금세 알 수 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안내합니다.  마녀의 질문은 흐름을 거들뿐 오늘의 주인공이 주인공답게 다 했습니다.  흥미진진한 그녀의 이야기를 전부 글에 담지 못해 양해를 구하며 그녀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스스로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나요?

 - 저는 결코 도전적이지는 않지만 본의 아니게 도전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재밌는 표현이네요. 어떤 뜻인지 조금 더 설명해 주세요.  '나는 스스로 도전적인 사람이 아니고 도전적으로 하려는 것도 아닌데 지금 현 상황이 좀 도전적으로 살게 만들고 있다?' 이런 건가요?

- 굉장히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고, 변화를 극강으로 싫어하고, 새롭고 낯선 것들을 최대한 피하면서 살려고 했지만, 현실은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거기서 11년 정도 살다가 싱가포르로 대학 편입을 했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서투른 한국말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지금 대략 10년째 한국에 살고 있거든요. 모험과 낯선 것을 싫어하는 사람 치고는 벌써 산 나라가 잠깐 살았던 말레이시아를 포함해 여럿이죠. 하하하.


변화를 싫어하면서도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변화를 맞았고, 또 제가 경력이 10년 차인데 지금 다섯 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런 면면을 봤을 때, 저는 싫지만 환경 변화에 따라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가며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서 도전적으로 살고 있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자의든 타이든 어떤 변화된 환경에 놓이면 거기에 아주 잘 적응하고 사는 사람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네.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  다시 정리하면,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것을 싫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환경에서 잘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하하하. 반어적인 표현 같기도 합니다.


경력 측면에서 소개한다면 어떻게 소개하시겠어요?

- 에이전시와 브랜드 팀을 모두 경험해 본 10년 차 마케터
 


앞선 소개에 비해 평범한데요? 

- 제 나름의 표현을 쓰면 너무 오만하다고 생각하실까 봐  쓰지 않은 표현이 있긴 합니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로는 '마케팅 진골'이라는 표현을 쓰거든요.



오만?

- 왜냐하면 에이전시에 있다가 브랜드 팀에서도 있다가, 제품 매니저도 했다가 브랜드 매니저도 했다가, 주방, 식품, 주류 등 여러 업계에서 나름의 마케팅을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10년 차 밖에 안 된 사람이라 제 위로 기라성 같은 팀장님들과 디렉터님들이 많으신데 감히 이런 표현은 친구들끼리 있을 때나 하는 표현이라고 생각을 해서요.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표현이라 멋진데요.  10년 정도 했으면 진골 대열에 들어갈 수 있죠. 하하하.   


싱가포르에서 대학을 마치고 한국에 바로 와서 첫 직장을 구했던 건가요?

- 싱가포르에서 3년간 학교 생활을 성실히 하면서 방학 동안에 한국을 왔다 갔다 했었어요.  그러면서 언어라든지 적응면에서 이 정도면 '한국에서 살 수 있겠는데'라는 진짜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들어서 졸업을 하고 바로 한국에 돌아와서 취업 준비를 시작했죠.  

 
 

마케팅을 하게 된 계기는?

- 어린 나이에 저는 막연히  제가 대기업에 취직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25살 무렵  취업 구직 활동을 시작했는데 대기업이 뭐 하는 곳인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대기업 이름은 들어봤는데 거기서 뭘 해야 하는 건지를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제가 광고라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이 생각났어요. 광고는 그냥 재밌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는 매년 슈퍼볼 미식축구 대회를 엄청 크게 하는데, 그때 나오는 광고들이 굉장히 흥미로웠지요.


그런 기억을 가지고 취업 활동을 하면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찾아보는데 광고 대행사라는 곳이 있더라고요. 정확히 뭘 하는 곳이고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광고를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했고, 광고를 만들면 재밌겠다고, 그냥 정말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당시 저는 학교에 엄청 심취해 있던 사람이었거든요.  학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 정도였는데, 사회에 딱 나오니까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해보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처음 본 광고 대행사, 그러니까 첫 번째로 본 회사에 지원을 했어요. 하하하.



그래서 합격했나요?

- 네.  면접을 갔더니, "영어 잘해요?"라고 물어서 "한국말보다 잘해요"라고 얘기를 했더니 "그럼 출근하세요."라는 거예요. "알겠습니다." 하고 바로 들어갔어요. 하하하. 정말 철이 없었던 25살이었지요.



입사를 하고 생각했던 광고를 만들었나요?

- 입사를 하니 처음에 번역을 엄청 시키시더라고요.  영문 제안서 번역이었는데, '이게 뭐지' 싶었지만, '이런 건가 보다' 하고서 시키는 대로 번역을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피칭(pitcing)을 다니라는 거예요.  외국계 고객에게 제안 발표가 있을 때마다, 제가 속한 부서뿐만 아니라 타 부서에서도 저를 동행시켰어요.   언제 어디로 불려 갈지 모르니까 회사에 제안 발표 때 입을 옷을 두고 다닐 정도였죠.

 

그 당시에 제가 소속되었던 회사는 기업 광고만 대행하는 회사가 아니라 IT 회사이기도 했어요.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는 곳이어서 클라우드 분야의 제안 발표도  하러 다녔었죠.  그런데 그런 일들이 싫지 않았어요.  그냥 제안서에만 입각해서 발표를 했고, 이게 잘하는 건지 뭔지도 사실 제겐 중요하지 않았고 이 회사에서 '내가 영어를 제일 잘하는 것' 같고, 파트너사에 가서 '내가 잘하는 걸 막 뽐내는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광고보다는 전문 제안 발표자로 성장한 셈이네요. 마케터에게 발표 능력도 필요하니 어쨌든 큰 도움이 되긴 했겠어요.  

- 네.  수주해 온 건들도 많았는데, 제가 피칭을 잘해서가 아니라 제안서가 너무 좋고 그 밖의 많은 것들이 있었을 텐데, 저는 그것들이 모두 저의 공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대행사에서 인하우스(일반기업)로 어떻게 옮기게 되었나요?

- 하루는 '킨더' 브랜드의 광고 촬영장에 가게 됐어요.  한겨울이었던 터라 핫팻을 가방에 넣을 수 있는 만큼 넣어 갔지요.   그리고 모니터 뒤에 앉아 있던 광고주들에게 따듯하게 계시라고 핫팻을 흔들어서 2개씩 나눠 드렸어요.  굉장히 만족해하셨죠.  그런데 얼마 안 있어 킨더에서 연락이 왔어요.  브랜드 팀으로 오지 않겠냐는 스카우트 제의였죠.   저는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 제 역할을 확실히 해야 된다라는 강박 같은 게 있어서 당시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했던 거였는데, 그런 좋은 기회로 연결되었던 거예요.  당시에 자부심이 '뿜뿜'하면서 어깨가 막 충천했더랬어요.  '을'의 입장에서 '갑'이 되는 순간이었으니까요. 하하하하


 

요즘은 파트너 관계라고들 말하지만, '갑'과 '을'의 관계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많죠.  을에서 갑이 돼 보니 어땠나요?

- 제가 신나서, 저를 스카우트해 주신 분이 실망하면 안 되니까, 엄청나게 열심히 일을 했었어요.  동료였던 사람들이 대행사가 되었으니  제가 속속들이 잘 알잖아요.  그래서 맨날 전화해서 견적 등을 철저히 검토하고 재견적을 요청하기도 하니까 저희 브랜드 팀에서는 '사람 잘 데리고 왔다'하고, 대행사에서는 '호랑이 새끼를 키웠네'라고 하는 상황이었죠. 하하하.  


저는 그런 상황들이 재미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그렇게 달라진 저와 뭔가 남들보다 무기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재밌게 일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저를 스카우트했던 상사 분이 퇴사를 하고 의기소침한 상황 속에서 일을 하다 '멋지게 30세 맞기' 프로젝트를 위해 29세 후반 즈음에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는 선택을 했지요.



'멋지게 30세 맞기' 프로젝트? 어떤 프로젝트였는지 궁금하네요.

- 저는 서른이 굉장히 멋있는 나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래서 예전부터 한국 나이로 '멋지게 30세 맞기 프로젝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왔었죠.  멋지게 30세를 맞아야 되는데 회사에 있으면 멋지게 맞을 수가 없으니까 29세가 되던 해에 회사를 과감하게 그만두고 차를 뽑아 국내 여행을 떠났습니다.  제게 있어 '최고의 낭비이자 최고의 사치이자 최고의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여행 기간이었지요.


한국에 온 지 몇 년이 되긴 했지만 한국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었는데, 약 한 달 정도 차를 몰고 다니면서 국내 여행을 혼자 했어요.  모든 게 낯설고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국내 여행이 끝나면 바로 한 달간 유럽으로 여행 갈 계획을 했습니다.  원래 저는 극강의 계획을 짜면서 살아야 하는 사람이에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계획을 짜서 그대로 이행을 했을 때 편안함을 느끼거든요.


하지만, 프로젝트에 걸맞게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비행기 티켓만 끊고 무작정 프라하로 떠났어요.  30세를 멋지게 맞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만 가지고 아무 계획 없이 프라하로 떠난 거예요.  공항 가는 길에 첫 번째 숙소를 예매한 정도였죠.  한 달 동안 5개국 10여 개의 도시를 혼자 그냥 돌아다녔습니다.  크로아티아는 직접 차 렌트까지 해서 나라 전체를 종주했고요.  


그런 식으로 혼자만의 한 달간의 여행을 하고 한국에 돌아와 굉장히 신나게 놀았어요.  그러다가 다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테팔'에 지원을 했는데 운 좋게 입사를 하게 되어 5년 가까이 근무했습니다.

 

부러운데요.  과감하고 용기 있는 '30세 맞이 프로젝트'를 하셨네요.  아무런 걱정 없이 신나게 놀 수  있다는 건 요즘 세상에 축복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방증이기도 하고요.  저도 기회가 되면 '멋지게 50세, 60, 70세.... 맞이 프로젝트'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일한 자여, 떠나라~'는 옛 광고 문구도 생각이 나고요. 하하하.  열심히 일하고 신나게 놀고, 그래서 다시 운 좋게 입사제안도 받은 게 아닌가 싶네요.   운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노력하고 준비된 사람한테만 온다고 하잖아요.



마케터의 무기



자, 그래서 본격적으로 그 유명한 테팔의 주방 용품들을 마케팅하게 되었나요?  

- 하하하.  입사를 하고 제일 작은 규모의 브랜드들을 담당하게 되었어요.  테팔은 그 당시 브랜드가 아니라 카테고리로 움직였는데, 제일 유명한 프라이팬과 냄비를 뺀 나머지 카테고리였죠.  예를 들면, 칼, 밀폐 용기, 텀블러  등이죠.  전임자도 없었고, 당시 팀장님도 저와 같은 시기에 입사를 하셔서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어요. 바보 같은 소리나 하고, 그냥 아무 소리나 하면서 진짜 '맨땅에 헤딩'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만큼 수개월을 보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직접 부딪히면서 영업과도 프로모션 등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니 자신 있게 제가 맡은 카테고리를 빠삭하게 알게 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진짜 열심히 일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덧 제가 매년 매출 성장률 1위를 달성하는 PM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 당시 매출이 계속 성장하고, 영업 부서와 그 외 모든 부서와 친해지고 너무 잘 지내다 보니 저와 점심 약속을 잡으려면 두 달을 기다려야 하는 사내 '인싸'가 되기도 했었지요. 하하하.



어느 정도 사내 인기가 있었는지 알겠네요.  훌륭한 사회생활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현재 소속 회사인 '헨켈'에 오기 전에 주류 회사도 다녔다고 들었어요.

- 네 맞아요.  야근도 많고 일은 힘들었지만 동료들과 돈독해지면서 참 즐거웠는데요.  이런저런 상황 변화가 생기면서 처음으로 이제 '여기서 더 해볼 게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이직을 했어요.  마침 주류 쪽에서 제안이 들어와  원 없이 한번 '내가 좋아하는 카테고리에 가서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고 입사했죠.  그때까지는 제가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카테고리에서 일했던 건 사실 아니었거든요.


주방용품이든 초콜릿이든 제가  좋아하는 카테고리 제품군은 아니었어서 주류는 뭔가 더 재미있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제가 술을 굉장히 좋아하고 잘 마시거든요. 하하하.  이직을 하고 1년 중 반은 기쁘고 반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요즘은 클럽 행사, 캠핑장 등에 후원사 활동들이 굉장히 많아서 금토일을 무조건 그런 행사장에 가 있어야 했어요.  주말 없이 술과 함께 해야 하는 생활이 힘들어졌던 거죠.


몸이 너무 힘드니까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찰나에 현재 기업에서 이직 제안을 해주셔서 오게 되었어요.  제가 넘버원 브랜드에 좀 목말라 있던 것도 작용을 했죠.  10년 가까이 유명 기업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해왔는데,  실제 제가 했던 카테고리나 브랜드는 넘버원이 없었으니까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흔쾌히 채용 과정에 응했고 합격해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헨켈의 넘버원 브랜드를 맡아보니 어떤가요? 특별한 점이 있나요?

- 제가 넘버원 브랜드, 넘버원 브랜드, 그렇게 노래를 부르다 넘버원 브랜드를 맡았는데요.  막상 맡아보니 별 게 없는 것 같아요. 하하하.  다른 브랜드랑 똑같고 그냥 저만 잘하면 되는 것 같아요.  이제는 뭔가 엄청나게 재미를 느끼거나, 어떤 목적의식이 있다기보다는 제가 아는 걸 잘 풀어서 잘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좀 더 잘 보여주고 나타내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얘기를 하다 보니 저의 10년간의 경력이 긴 서사를 가지고 있단 생각이 드네요. 하하하.

 
 

흥미진진한 서사였어요. 재밌게 잘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글로벌 브랜드들을 경험하는 데 영어가 무기가 되어 큰 역할을 했던 것 같고,  영어를 무기로 기본을 잘 쌓아 나가서 회사에서  좋은 기회도 많이 얻고, 또 그 기회들을 놓치지 않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온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놓치지 않고 본인의 역량, 자신이 해야 할 것을 다 쏟아부은 분 같아요.

 

자신이 뽑아낼 수 있는 것들은 다 뽑아내서 일을 하니 인정을 받고, 경력이 쌓이면서 자연스레 진가가 드러나니 운이  함께 작용을 했던 것 같고, 또 그 운을 놓치지 않고 잘 잡아서 실력을 드러낼 수 있는 넘버원 브랜드를 만나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주 매력적이세요.

- 감사합니다.  저는  운도 좋고, 사람 복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매우 감사한 일입니다.

 
 

여러 기업에서 여러 브랜드를 맡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셨어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제품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등, 어떤 분야가 좀 더 자신한테 맞는 것 같나요?

- 제가 강점이 있고, 더 발전시키고 싶은 분야는 비즈니스라고 생각을 해요. BM이든 PM이든 다 커뮤니케이션이나 제품에 대한 지식은 충분히 있어야 하지만, 저는 마케팅에서 비즈니스를 볼 줄 알아야 커뮤니케이션도 제품 개발도 한다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비즈니스라고 하면 매출이라든지 여러 가지 숫자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요.  그래서 저는 마케팅 비즈니스라고 말하고 싶어요.  비즈니스를 모르고 마케팅을 할 수는 없다!



마케터는 기본적으로 비즈니스를 알아야 한다는 데 크게 동감합니다.


10년 정도 마케팅을 해보니 마케터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 같나요?

- 10년을 했으면서도 잘 모르겠고, 앞으로도 잘 모를 것 같아 아직도 늘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도대체 뭘 하려고 여기에 매일 출근을 하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늘 있죠.  사실 마케팅이라는 부서에서 하는 일들이 넓고 많잖아요.  도대체 마케팅을 어떻게 정의할까라는 거는 제게 아직도 큰 미스터리이자 숙제인 것 같아요.  다만, 제 스스로 동기부여하기 위해서 내린 마케터의 정의는 '내 브랜드를 사갈 수 있게 만드는 무언가를 제공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친구들과 무심코 하는 얘기가 "사실 마케팅이 뭐가 필요하냐, 제품이 좋고 합리적인 가격이면 물건은 무조건 팔린다.  마케팅 필요 없다. 근데 세상에 그런 물건이나 그런 가격이 없어서 지금 우리 다 밥 벌어먹고 사는 거다."라고 농담처럼 말하는데요.  좋은 제품이 있을 수 있죠. 물론 많아요. 너무나 많은데 이제 가격 경쟁력이 없거나 하면, 제 관점에서 가격만으로 봤을 때 경쟁력이 없어 보이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을 해야 되는 사람이 마케터라고 생각해요.


지금껏 제가 경험한 브랜드들이 대부분 그랬어요.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당 분야에서 1위 브랜드로 언급되는 건  그만큼에 대한 가치를 소비자들이 느낀다는 거잖아요.  그 가치를 끊임없이 사라지지 않게 마케터가, 제가 제공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이든 전략적인 프로모션, 제품의 POP 배치라든지 아니면 채널 전략이라든지 다 아울러서 해야 하고, 그래서 끊임없이 그 제품에 대한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 걸 못 찾을 때 저는 좀 답답해하는 것 같아요.

 
 

일을 하다 보면  그런 순간들이 있죠. 그렇게 답답하고 가로막힐 때 어떻게 하나요?

- 그냥 버텨요.  계속 답을 못 찾을 때도 있었어요.  예를 들면, 제가 글로벌 기업의 비주류 제품을 담당했을 때,  다른 경쟁사 대비 가격이 훨씬 비쌌어요.  우리나라에 매우 큰 브랜드들이 이미 있으니까,  소비자들이 알지도 못하거니와 그 브랜드들을 쓰면 되는데 2-3배 높은 가격의 제품을 사라고 소구 하기가 힘들었었죠.  제가 담당한 제품의 성능이 뛰어나긴 했지만, 3배의 가격을 주고 살 만큼인가에 대해서 저 스스로도 납득이 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회사를 설득해서 1+1 프로모션을 집행하고 조금이나마 돌파구를 찾았는데, 매출 대비 수익이 나지 않는 문제에 직면한 거예요. 골머리를  앓았죠.  수익 구조를 맞추려면 마진 좋은 제품을 더 많이 팔아야 해서 제품 믹스와 채널 믹스에 대한 고민을 진짜 많이 했어요.  마케터가 브랜드 가치와 프리미엄 가격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를 소구 하기 위해서는 좋은 답을 찾으려 계속 노력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제품의 아주 사소한 요소들까지 배워가면서 찾아가고 그걸 어떻게 소비자한테 전달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



예를 들면, 어떤 노력을 하나요?
- 예를 들어, 현재 맡고 있는 브랜드도 세정력이 엄청 뛰어나대요.  뭐가 더 들었고 어떤 테스트를 했고 등등, 얘기를 하기에 제가 직접 샘플을 가져와서 써봤어요. 진짜 다른 거예요.  이렇게 되면 제가 설득이 돼요.  이 세제를 쓰니까 오래된 찌든 때 같은 거나 누렇게 된 것들이 진짜 없어지는 거예요. 아, 정말 제품력으로는 다른 제품보다 훨씬 뛰어나구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마케터인 제가 하는 말에 불편함이 없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부터 제품을 써보고 믿음을 가지고 제 경험을 바탕으로 더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더 좋은 제품이 나오도록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일들은 제가 계속하면서 말이죠.

 


마케팅할 때 중요한 요소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 숫자 보는 것.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공감 능력.  제게 좀 더 필요한 부분이 마케터로서 공감 능력이라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공감이 일어날 것 같다는 것들이 실제로 공감을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제가 느낀 것들이 다른 이들에게는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학습을 통한 공감뿐만 아니라 진짜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감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어요.

 
 

공감력이 부족한 사람이 인싸가 되긴 힘들지 않나요?
 - 제가 들었던 얘기 중에 광고에 동요하지 않는 사람이 마케팅을 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저는 광고든 어떤 카피든 전혀 동요하지 않아요. 그래서 그에 끌려 돈을 쓰지 않죠.  제가 마케팅에 잘 동요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남들을 동요하게 만들 수 있을까에 굉장한 의문점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시작한 것이 데이터 보기였어요.  


공감력을 갖추지 못했으면 다른 뭐라도 무기를 만들어야 할 텐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찾은 게 데이터였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 분석 결과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것들이 무기기 될 수 있겠다 생각을 했죠.  데이터가 제일 중요해,라고는 말하기 어렵겠지만, 제가 봤을 때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라고 봅니다.



 그렇죠. 지금은 그렇게 됐죠. 마케터가 숫자를 못 보면 안 되는 상황들이 많아진 게 사실입니다.

- 데이터를 잘 파악하고 분석해서 그 의미를 도출할 줄 알아야 해요.  매출이 뛰었어요,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뛴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그 원인을 파악할 줄 알아야 연차와 경험이 늘면서 역량도 더 풍부해지고 더 단단해진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당연히 높은 수준으로 못하겠지만 계속해서 숫자 공부를 해야 해요.  단순히 데이터로 그래프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조사 자료의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고 해야 해요.  마케팅만이 아니라 모든 부서가 위로 갈수록 숫자를 모르면 어려움이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 해서 저는 데이터 리뷰와 인사이트 도출에 큰 의미를 두고 있고, 또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업무에서 활용하고 있는 도구가 있나요?
 - GA를 다룰 수 있기는 한데, 디지털 팀이 따로 있어서 그 팀에서 분석과 리뷰를 해주고 제가 필요한 데이터를 요청하면 전달해 주고 있어요.  현재는 업무로 뷰나 클릭 등의 디지털 분석을 하고 있지는 않고,  소비자의 소비 경로에 더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어떤 배너를 타고 들어와서 뭐를 누르고 전환까지 일어났는지, 그 여정을 분석해서 이탈률이 어디서 많고, 어떤 소재는 말이 안 되고 어떤 소재의 반응이 좋았는지 보고 있어요.


자사몰보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활동이 많은 경우, 상대적으로 받는 데이터가 적지만 그래도 그 데이터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지요.   이 부분에서는 디지털만이 아니라 대형 마트 등도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고,  TV홈쇼핑도 마찬가지 채널이어서 전방위적으로 소비자 여정을 보고 있습니다.



마케팅이 재미있나요, 어때요?

 - 사실 지금은 재미없어요.  예전에는 너무 재밌었죠.  제가 하는 무언가가 다 효과도 있고 영향력도 있다고 느꼈을 때가 있었어요.  내가 집행하는 행사가 대형 마트에 걸려 있고,  내가 만든 30% 행사라는, 이런 자부심 같은 것들이 있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로 무슨 행사를 한다고 하면 제 의견이 다 들어가고, 제품이 나오고 있는데 요즘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런 흥미가 떨어졌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 예전 기업에서  번아웃이 심하게 왔었어요.  '이제 난 아무것도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될 때까지 일을 하다 보니 병원에 다닐 정도로 심하게 번아웃이 왔죠.  스스로 그곳에서 더 할 게 없다는 결정을 내 버렸던지라 뭔가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크게 의미를 못 가졌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이직을 하면서 동력을 찾았다가 재미가 있었다가 아니었다가 오락가락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 이직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던 넘버원 브랜드를 맡게 되었으니까 동기부여가 다시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금 당장은 엄청나게 뜨거운 열정이 활활 타오르는 상황은 아니지만, 뭔가 지금의 인생 페이지가 지나가면 조금 더 안정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그동안 너무 마케팅 열정으로만 일을 해왔거든요.
 
 

너무 동기부여를 찾으려고 애쓰지 마세요.  하던 대로 하면서 스스로 에너지가 다시 생길 때까지 지켜보는 것이 어떨까 해요.  충분히 잘해왔고 잘하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스스로를 믿고 다독이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매니저님이라면 분명 다시 열정이 활활 타오를 것 같아요.

 


오늘, 지금을 살다



5년 후에도 마케팅 계속할 것 같나요?

- 제가 극강의 계획형이기는 한데, 장기 계획을 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어요.  원래는 장기 계획이 무척 많았거든요.  그런데, 사는 나라, 학교, 회사를 바꾸는 경험을 여러 번 하다 보니까 장기 계획이 별로 의미 있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자의든 타의든 상황이 바뀌면 거기에 맞춰 계획을 짰는데, 그 계획에서 벗어나면 너무 힘들어지더라고요 제가.  장기 계획을 세웠다가 하지 못하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수포로 돌아가면 스트레스를 크게 받곤 해요.


삶 속에서 너무 피로하고 자괴감 들고, 계획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살짝이라도 비껴 나면 힘들고, 조금 비껴가는 걸 잘 타협하지 못하는 편이라 될 수 있으면 장기 계획은 세우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만, 오늘 하루 열심히 사는 게 저의 계획이고 규칙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오늘 하루 열심히 살면 매일매일이 쌓여서 멋진 인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를 살아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동의합니다.  오늘 열심히 산 하루하루가 쌓여서 결국 원하는 미래가 되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과거나 미래 말고, 현재를 잘 사는 게 중요하죠.


그럼 질문을 바꿔서 지금은 어떤 마케터인 것 같아요?

- 지금은 정말 딱 적응하고 있는 마케터예요.  새로운 조직에 와서 새로운 브랜드를 맡게 되어 적응하고 있는 중이고요.  앞으로도 이 브랜드의 가치를 잘 살려 잘 유지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마케터에게 필요한 자질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성실함.  업무 할 때만이 아니라 매사에 성실함이 필요해요.  저는 물건 구매는 좋아하지 않지만, 마트나 온라인 스토어를 돌아다니는 걸 무척 좋아해요.  직업병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처음에는 누가 무슨 행사를 하고 어떤 카테고리에서는 어떤 행사가 있고, 이럴 땐 어떤 프로모션이 있고 등, 이런 것들을 처음에는 그냥 의무적으로 막 보러 다녔었는데, 점점 재미가 느껴지더라고요.


우리 브랜드의 카테고리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행사와 프로모션을 보는 일은 성실함을 필요로 해요. 귀찮아도 나가봐야 하고 확인해야 하고 이런 것들을 기반으로 해서 매일매일 나오는 내부 매출 데이터도 확인할 줄 알아야 하고요.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일의 진행을 순조롭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편이어서 미루지 않고 신속하게 소통하고 일을 처리하려고 해요. 이때 성실함이 다른 부서보다 더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죠.

 
 

마케터가 안 됐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까요?

- 마케터가 안 됐더라면 저는 공부를 계속했을 것 같아요. 경영과 경제를 전공했는데, 그쪽 공부를 더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나중에 사업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거든요.

 
 

쉴 때는 뭘 하나요?

-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마트랑 온라인 스토어 들어가는 것도 좋아하고, 사실 제 진짜 취미는 운동하는 거랑 책 읽는 거예요.  몇 년째 PT를 받고 있고, 책은 그냥 습관인 것 같아요.  아침에 30분 명상하고, 저녁에 최소 30분 정도 책 읽기가 그냥 습관이 되어버려서 늘 하고 있는 것 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이나 인생 책이 있다면?

- 제 인스타그램 개설했을 때부터 첫 문구로 넣어둔 책이 있어요.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라는 여행  에세이예요.  미국을 떠나기로 제가 결정을 내린 거였지만 되게 혼란스럽고 외로운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우연히 친구집 책장에 있는 책을 빌려와서 읽었는데 너무 공감이 많이 되는 거예요.  한국인이 미국을 여행하는 에세이였는데, 그 감정들이 제게 많이 와닿았어요. 그래서 20대 초반부터 제 인생 책이 되었어요.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을 소개한다면?

살아가면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지금처럼 혼란스럽거나 불안하지 않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걸 모른 채 여기저기 헤매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울면서 달렸고, 어쩌면 당신도 나처럼 울면서 달리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김동영,「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P94



인생에서 과거나 미래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나요?

- 제가 죽는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 제가 하고 싶은 생각이 '다음에 혹시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다시 태어나도 똑같이 장보화로 태어나서 지금 내가 살았던 인생을 똑같이 살아도 여한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죽는 게 저의 궁극의 인생 목표예요.  그러려면 매일매일 저는 잘 살아야 하고 후회하는 순간도 미련도 없는 삶을 살아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 제가 죽을 때 '다시 태어나도 여한 없이 이렇게만 살면 돼'라는 생각을 할 테니깐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금까지 제 과거에 어떤 순간으로 돌아가서 무언가 고치고 싶거나 다시 하고 싶은 순간은 없어요.  매 순간 저는 그 상황에서 그 순간에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고 자부할 수 있거든요.  또 지금처럼 앞으로 나아가며 살고 싶을 뿐 미리 뭘 보고 싶거나 뭐를 알아두고 싶거나 하는 순간은 없어요.  매일매일을 잘 쌓아서 그 순간이 오길 바랄 뿐이지요.  저는 앞으로 가고 싶지도 뒤로 가서는 더욱더 다시 살 용기가 없어요.  지금의 내가 살았던 것보다 더 잘 살 용기도 자신도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와우, 우문현답이네요! 정말 의외의 지혜로움이네요.  과거나 미래로 가서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으려던 거였는데. 단호한 대답이 내면의 단단한 힘으로 느껴져 부럽습니다.

- 앞으로 만들어갈 무언가들이 더 의미 있고 더 멋지면 좋겠다는 욕심은 있지만 그게 뭔지는 몰라서 늘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어요.  진짜 감히 말씀드리자면 단 한순간도 중요하지 않았던 순간은 없었어요.

 
하지만 만약에 어느 순간으로 가게 된다면,  "그냥 그대로 살아, 그대로. 과거로 가든 미래로 가든 원래 너대로 말이야."

 
 

스스로 답을 알고 있네요.  앞서 얘기했지만, 매니저님은 그냥 그대로 살면 될 것 같아요. 뭘 더 대단히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곧 에너지를 회복하고 재미를 다시 느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러면 지금의 내가 나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 하하하. 그건 너무 많은데 하나만 꼽자면, "나중에 사업할 거니까, 지금은 그냥 너 좀 내버려 둬. 어차피 너는 최선을 다할 거고 지금 하는 대로만 해도 충분해."

 
 

거듭 말하지만 매니저님은 뭘 더 하려고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지금처럼 하다 보면 그릇이 가득 차서 넘치는 순간이 올 테고 그 넘치는 것들을 주변에 잘 나눠주리란 예감도 들어요.  이야기를 이렇게 술술 재미있게 하는 데 어디를 봐서 내향적이라는 건지. 하하하.  오늘 귀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운에는 법칙이 있다고 있다고 합니다.  책, <아주 세속적인 지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지혜로운 사람에게 우연한 일이란 없다.  행운이란 노력에 힘입어 주어지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행운의 문 앞에 서서 문이 열릴 때까지 그저 기다린다.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더 나은 행동, 즉 영특한 용기로 문을 밀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미덕과 용맹의 날개를 달고 행운의 여신에게 날아가 그녀의 호의를 산다.  진정한 깨달음의 길 위에서는 미덕과 통찰력이 최고의 잣대다.  지혜가 없으면 행운이 없고, 어리석음이 없으면 불운이 없다.

- 아주 세속적인 지혜, P21

 

장보화 매니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 곳곳에서 느꼈는데요.  그 운이 절로 생겨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신의 능력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을 하며 한 단계 한 단계씩 성장하고 있는 그녀가 무척이나 탁월해 보였습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마케팅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라면 마케터로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도 스쳤지요.


요즘 우리 사회는 적게 일하고 돈 많이 벌기, 크게 노력하지 않고 성공하기 등을 서로 덕담처럼 주고받습니다.  얼마나 힘들면 이런 덕담을 할까 싶어 안타깝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현자와 성공한 사람들에게 듣는 조언은 그런 덕담과는 거리가 멉니다.  최고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평범함에 안주하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타고난 능력만으로는 궁극의 경지에 오르기 어렵고 결국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환경의 결점을 보완하면서 일의 지식을 쌓고, 자신만의 무기를 쌓아온 장보화 매니저가 탁월하게 여겨지고 성장 가능성에 기대감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마지막 퍼즐을 맞추듯, 용기로 앞을 향해 나아가는 지혜를 가지고 있으니 행운의 법칙이 작동할 수밖에요.  행운의 여신에게 호의를 사지 못하면 그것이 더 이상할 지경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자신으로 태어나 같은 삶을 살아도 될 정도로  여한 없이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는 그녀가 지금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에너지를 채우고 열정 많은 마케터로 다시 힘을 내보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행운의 법칙이 작동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행운이 따를 테니 그저 응원의 마음만 듬뿍 담아 보냅니다.   열정 마케터여~ 어서 일어나라!

이상 친절한 마녀였습니다!


[더 토크뷰]는 홍보마케터, 그리고 협업하는 대내외 여러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 슬기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팅] 매거진 속 코너입니다.  사람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각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통찰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또, 다른 기업에서 일하는 홍보마케터, 개발자, 기획자, 그리고 CEO 등의 이야기를 통해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있겠구나’ 이해하며 소통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 글은 어때요?

[더 토크뷰 시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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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기분좋~게 가슴 뛰~게 마케팅
                  L [기고] 당신, 1인 마케터인가요?

스물한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내향형이지만 마케팅은 잘합니다
[더 토크뷰 시즌 2]

스무 번째. [더 토크뷰] 마크툽! 운을 내 편으로 만드는 마케터
열아홉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마케팅 문해력왕
열여덟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날개를 준비하는 사람
열일곱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위풍당당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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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번째. [더 토크뷰_피플팀 편]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세계
열네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가짜 일ㆍ진짜 일ㆍ대표의 일
열세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잇프피 마케터의 불편한 마케팅
열두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시를 사랑한 청년 CEO-파트 1
               [더 토크뷰_CEO 편] 시를 사랑한 청년 CEO-파트 2
열한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서울 강남에 외국계 기업 다니는 마케터 전 과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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