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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대한 예의

다시 세상에 나오기 두려운 모든 엄마들에게

by 라떼마마

내 인생에 대한 예의


부당한 일을 겪고도 경제력에 휘둘려 고개를 숙이지 말 것

내 안의 꼬물딱 거리는 꿈의 신호를 너무 늦었다는 핑계로 무시하지 말것

두렵다는 이유로 내 문이 아닌 곳의 문을 열려고 나의 열쇠를 억지로 끼우지 말 것




안녕하세요, 라떼마마 입니다.

먼저 제 글을 읽어주시고 구독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중한 분들의 적극적인 응원과 애용이 작가님, 해보라 님의 댓글에 힘입어 총 13편의 엄마 독립 프로젝트를 완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두려웠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저의 고군분투기를 공개하는 일이 저의 가족에게 피해와 상처로 돌아오거나 저의 삶의 방식이 옳지 못하다고 누군가는 손가락질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포시랍게 결혼생활을 하던 저는 뜻하지 않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곁에 있는 누군가를 원망하고 분노했습니다. 남들처럼 죽도록 싸우고 싶었지만 '이혼'이라는 말 뒤에 책임져야 할 인생이 너무나도 무거울까 봐 끌려가듯 살았습니다. 5년 동안의 내조와 육아의 결과가 허무해서 제 자신이 세상에 사라져 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힘든시간이었습니다. 토끼같이 하얗고 보들보들한 딸아이가 눈에 밟히니 제 인생도 제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저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는 일이 아이에 대한 의무이자 책임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울함과 불안함에서 도망치기 위해서 지방의 작은 상조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일과 사람들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저는 참 오랜만에 행복함을 느꼈습니다. 도저히 못할 것 같은 업무를 하며 제가 그동안 몰랐던 세상을 알아가고 영업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며 제 삶도 조금은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쥐꼬리 만한 월급을 받으면서도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묘한 기분으로 조금씩 자신감을 충전할 수 있었답니다.


그렇게 간절히 취직을 바라며 엄마 독립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제가 퇴사를 했습니다.

엄마 독립 프로젝트의 목적은 부모님, 배우자의 도움 없이 오롯이 저만의 능력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온전하게 타인으로부터 독립이 가능한 상황에서 저의 존엄성과 자기 결정권을 갖고 싶었습니다. 다른 워킹맘들처럼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도저히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지점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었어요. 그런 제가 저를 조금 더 쓸모 있는 곳에 데려다 놓기 위해 퇴사를 했습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한 달에 100만 원을 벌 때도 있고 30만 원을 버는 달도 있어 프리랜서 폭망기를 연재하면 대박을 칠 거라고 웃어보기도 합니다. 지금의 시점에서 마침표를 찍는다면 엄마 독립 프로젝트는 실패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실패도 행동이 완결 되었을때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앞으로는 저의 흑역사가 더 많이 기록될 것 같습니다.


지금의 시점에서는 비록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연재를 완주합니다.

저의 1년 6개월간의 경험이 다시 사회생활을 하고 싶지만 주저하는 엄마들에게 용기를 낼 수 있는 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른여섯 살의 애 엄마도 이렇게 취직을 했으니 20대의 친구들에게 뭐든 할 수 있다고 힘을 내라고 하고 싶습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세상 모든 싱글맘, 싱글파파의 고단한 삶에 박수를 보냅니다.


혹시나 이 글을 보며 제가 연상되신다면 그간의 저의 마음고생과 노력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 2020년 11월 1일 스타벅스 동촌유원지에서, 라떼 마마 드림 -








<경력단절 엄마의 성장기록 에세이>


01화 살고싶으면 타이타닉호에서 내릴 것

02화 드라마 속 강단이보다 처절한 리얼리티버전

03화 합격입니다.

04화 여직원과 총무, 유니폼의 상관관계

05화 딸이란 엄마의 시간을 싼 값에 후려치는 사람

06화 엄마의 "고마 때리치아라"는 갑질

07화 회장님 '차' 준비와 코로나 무급휴직의 상관관계

08화 여행OP가 밥벌이를 지켜내는 방법

09화 오너의 눈에 밥 값 제대로 하는 직원

10화 샤넬가방은 써니를 지킬 수 없어요.

11화 내 상처가 나으면 백신이 된다.

12화 그 좀의 총무딱지를 내 손으로 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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