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컨설팅[H] 한봉규
"이게 우리 방식이야. 우리는 늘 그런 일로 사람을 놀리지. 막 사냥을 마친 부시먼이 있다고 쳐보자고. 그 사람이 돌아와서 잔뜩 으스대며 '수풀에서 커다란 놈을 하나 잡았어!'라고 알리면 안 돼. 그냥 말없이 자리에 앉아야지. 그럼 나나 다른 사람이 다가가 묻겠지. '오늘 어땠어?' 그럼 조용히 답하는 거야. '아이고, 나는 사냥에 아주 젬병인가 봐. 아무것도 못 봤거든. 아주 작은놈만 한 마리 있더라고.' 그럼 나는 속으로 씩 웃지. 꽤 큰 놈을 잡았다는 뜻이니까." (중략)
"그래, 젊은이가 큰 짐승을 잡으면 자신이 추장이나 대단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지. 다른 사람들을 종이나 아랫사람으로 여기고 말이야. 우리는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아. 그래서 으스대는 사람을 거부하는 거야. 언젠가는 그런 자부심 때문에 누군가를 죽일 테니까. 그래서 고기가 생기면 늘 형편없다고 투덜대. 그게 우리가 사냥꾼을 진정시켜 유순하게 만드는 방식이야."
-협력의 유전자. 253 ~ 254p. 니컬라 라이하니. -
쿵족의 이런 생활 방식은 인도 남부 한마을 연례 축제인 '마리아만 여신에게 감사제'에서도 유사하게 드러난다는 것이 엘리너 파워 Eleanor Power 연구이다. 마리아만 여신을 경배하는 방식은 우유를 가득 담은 항아리나 뜨거운 숯을 가득 넣은 화로를 들고 경배 행렬에 참석하는 것이다.
통상적인 경배 현상인데, '파라바이 카바디 par-avai kaavadi'라고 해서 손에 나뭇잎을 쥐고 등과 다리 피부를 정육점용 갈고리에 꿴 뒤 크레인에 매달린 채 경배 의식에 참여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이 의식을 치른 사람을 페루마이 perumai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대단한'(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페루마이는 자신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경배했을 뿐입니다'라며 교과서적인 답변만 한다고 한다.
-협력의 유전자. 254 ~ 255p. 니컬라 라이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