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가까워지기
유튜브 추천으로 만난 '산수가 아닌 수학'이라는 문구는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뭘까?' 하는 마음에 영상을 클릭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스토리 전개가 매력적이라고 느껴서 한 두 개 영상을 더 본 후에 채널을 구독하게 되었는데요. 이 글에서는 소개한 영상이 불러일으킨 생각을 다루고자 합니다.
영상에서 제가 받은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첫 번째는 산수를 벗어나 수학이 되면 엄밀한 형식을 강조한 기호화가 그 특징이란 점입니다.
'기호주의'라는 말이 나와 눈길이 갔습니다. <수학의 역사>에서 얼핏 본 기억이 있는데, 훑어본 수준이라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퍼플렉시티에 물었습니다.
16세기말, 프란시스쿠스 비에타(Franciscus Vieta)가 대수적 기호를 발명하면서 수학에서 기호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수학적 개념을 추상적이고 일반화된 형태로 표현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비에타의 기호 사용은 현대 수학의 시작점으로 여겨지며, 이를 통해 수학자들은 복잡한 관계를 간결하게 표현하고 조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석을 보면 symbolic mathematics란 표현이 등장합니다. 현대 수학의 시작이라는 평가까지 받는 모양입니다. 그전에는 symbolic 특성이 부족하거나 다양한 표기법이 난무한 걸까요? 인공지능 답변만 믿기가 찜찜해서 프란시스쿠스 비에타(Franciscus Vieta)로 위키피디아를 찾아보았습니다.
프랑수아 비에트(프랑스어: [fʁɑ̃swa vjɛt]; 1540년 2월 23일 - 1603년 2월 23일)는 라틴어로 Franciscus Vieta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수학자였습니다. 방정식에서 매개변수로 문자를 혁신적으로 사용하여 새로운 대수학에 대한 그의 연구는 현대 대수학에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습니다.
크롬 번역을 했더니 프랑수아 비에트라고 표현하네요. 영상에 등장하는 미지수와 연결되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방정식에서 매개변수로 문자를 혁신적으로 사용하여 새로운 대수학에 대한 그의 연구
퍼플렉시티 답변 중에서 기호의 필요성과 중요성이라 이름 붙인 단락이 눈에 들어옵니다. 추상화와 일반화 그리고 효율성 따위의 표현이 눈에 띕니다. 이들 개념도 한 번씩 되짚어 보겠습니다.
마침 지난달에 <다시 배우는 수학과 추상 그리고 추상화 수준>을 쓰면서 '양을 수로 대신하며 질적 특성을 제거한 수학'이라 표현한 바 있습니다. 수학에서 추상抽象[1]을 활용하는 대표적 쓰임새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추상을 설명하며 쓴 글 <현상을 개념으로 포착한다>에서 제 말로 추상을 설명한 일도 있습니다.
추상(抽象): 의미의 층을 더하기
이렇게 추상을 새롭게 정의하자 미술사에서의 추상도 재해석되었습니다. 과거에 썼던 <갑자기 알게 된 추상의 역사 그리고 두 개의 조류> 내용을 끄집어내어 의미를 다시 풀게 된 것이죠. 여기에 윤여경 선생님 표현을 조금 빌면 '나의 느낌'을 새로운 층으로 더한 것입니다.
수학은 주관적인 인상을 다루는 것은 아니기에 미술의 추상과는 취급 대상도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너무나 다르죠. 그렇지만, 아래 내용을 토대로 기호가 불러낸 추상이 수학을 숫자나 양에서 벗어난 사고의 자유를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화라는 항목에 그런 설명이 있죠.
그리하여 수와 양에 갇혀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패턴과 관계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최근에 친숙해진 추상의 의미를 끈으로 해서 퍼플렉시티 답변과 어울리다 보니 영상에서 '미지수'로 주인공을 끌고 간 맥락을 바로 이해할 듯합니다.
그러고 나서 강의에서 들었던 특정 구절을 제 나름대로 해석해 보았습니다.
미지수의 목적은 (답을 만나기 위해) 애매하고 복잡한 언어의 세계를 떠나
명확한 수학의 세계로 가는 것이다.
말의 차림은 복잡 미묘한 사람의 감정과 욕망의 어울림인 사회의 교류를 다루기 때문에 늘 애매하고 복잡합니다. 그래서 보다 명확하게 간결한 방식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푸는 세계가 수학의 세계라 할 수 있겠죠. 갑자기 수학의 세계가 확 가깝게 느껴집니다.
이를 위해서 수를 다루던 수학이 알 수 없는 수를 취급하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확장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야 영상 소개에서 저자(크리에이터는 너무 길어서 줄여서 저자라 하겠습니다)가 산수가 아닌 수학의 시작이라 표현했는지 수긍이 갑니다. 더불어 영상 제목에 미지수가 나오는 이유도 알 듯합니다.
다만, 인간이 미지수와 방정식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직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작년에 읽었던 책 <수학의 건네는 위로>에서 방정식에 대한 저저의 아름다운 시선에 사로잡힌 기억이 나서 문구를 찾아보았습니다.
방정식의 핵심은 답을 찾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 있다. 방정식은 미지수에 따라 참 또는 거짓이 되는 등식을 말하는데 <중략>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은 미지수라 볼 수 있고 방법을 찾는 과정은 방정식을 푸는 과정과 유사하다. <중략> 방정식을 푸는 것은 명확한 정답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답을 찾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 있다. <중략> 방정식의 핵심이 답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었던 것처럼 꿈을 향한 간절한 마음 하나면 우리는 '각자의 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방정식에 대해서 못다 한 이야기는 다른 때에 다른 글에서 또 풀어보겠다는 뜻을 마음에 남겨 둡니다.
[1]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실천하기 위해 이번에는 추상에 대해서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3. 수와 숫자의 기원
7. 수(數)와 양(量)에 대해 처음으로 깊이 생각해 보다
8. 극한과 연속 그리고 내 삶의 연속의 의미 생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