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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Oct 03. 2024

갑자기 알게 된 추상의 역사 그리고 두 개의 조류

지식 덕후의 탄생

바우하우스가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묻따풀 강학회에서 만난 인연으로 흥미를 갖게 된 페벗 님의 영상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묻따풀 학당을 알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짐작되는 윤여경 선생님의 간결한 설명이 돋보이는 영상이었습니다.


정리 욕구가 솟아났지만 스스로 습관 문지기를 작동하여 어떤 목적과 효용성을 기대하고 정리하는지 물었습니다. 순발력을 발휘해서 직전에 들은 다른 영상에서 윤여경 선생님의 말을 인용해야겠네요. 여기서 본 지식과 제가 갖고 있는 지식을 엮어서 지혜로 작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


추상 그리고 발터 벤야민

추상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학교가 바우하우스라고 합니다. 저는 아직 바우하우스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추상'에는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긴 소프트웨어 설계 경력 그리고 직업을 넘어 설계 덕후이기도 해서 추상은 저에게 숨쉬기 같이 익숙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 관심사를 살짝 벗어난 미술사에서의 추상에 대해 알아두는 일은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여깁니다.


그리고, 몇 가지 출처에서 주워들은 발터 벤야민에 대한 배경 지식을 소환해서 지식을 다져 둘 기회가 될 듯도 했습니다. 윤여경 선생님의 설명에서도 사진의 등장은 추상이 나타나게 한 바탕으로 작용한다고 했으니까요. 그래서, 제 기록을 찾아보니 발터 벤야민을 다룬 글은 네 개가 있었습니다.

미디어 아트의 범용화와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

유화는 왜 존재했는가?

자기화 메모와 전략적 삶을 이끄는 메모 [1]


아우라 그리고 원본이 없는 시대

<미디어 아트의 범용화와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을 읽어 보면 사진의 등장으로 인해 제의(祭儀) 가치는 사라지고 전시 가치만 남는다는 개념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미디어 아트가 2024년에 쉽게 경험할 수 있는 현대적인 전시 가치 극대화 장면이죠. 이미지가 정보로 전락했다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동시에 개봉하는 영화는 원본 자체가 없어지게 됩니다.

심지어 동시 개봉하는 영화는 원본 자체가 없다는 말에 나는 '영화에서 원본을 따질 수 있다는 예술 역사에 바탕한 생각' 자체를 해본 일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가 보는 아름다움을 그리고 싶었던 고흐

여기서 <유화는 왜 존재했는가?>의 다발말(=단락)을 그대로 옮겨 올 수 있습니다.

나는 또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던 고흐의 위인전 내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밀레를 롤 모델로 삼아 노동하는 사람들의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는 내용을 보면, 그가 동생인 테오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경제적 상황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너도나도 탄생한 인상파

이제 다시 영상으로 돌아갈 때입니다. 사진의 등장으로 인해 사진으로 찍은 내용을 따라 그릴 수 있는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고, 똑같이 그리는 일이 메리트가 없어져 주관적 느낌이 강조되는 인상파가 탄생했다고 말합니다. 처음 들어보는 명쾌한 내러티브입니다!

게다가 아카데미 출신의 전시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인상파들이 모여 나름의 새로운 전시 문화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강렬한 느낌을 전하는 고흐가 슈퍼스타로 등장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영상에 따르면 고흐는 느낌만을 강조했다면, 세잔은 느낌의 근거를 논리로 설명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합니다.


단순화로 가는 피카소, 끝판왕은 몬드리안

다작으로 행운이 굴러들어 오게 하라> 편에서 '피카소의 법칙: 다작으로 행운이 굴러들어 오게 하라'로 제 글에 등장했던 피카소가 추상을 단순화로 끌어가는 대표적인 인물로 언급됩니다. 어쩌면 그의 다작 행위가 성공적인 인물이 된 계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피카소는 눈을 눈처럼 그리기는 했다고 합니다. 이에 반해 몬드리안은 기하를 동원하며 단순화의 끝장판으로 나아갔다고 설명합니다.


객관적인 것에서 주관적인 표현으로의 변화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인물은 바실리 칸딘스키입니다. 저에게는 아내가 사 둔 책 <점, 선, 면>으로 알게 된 인물이죠. 화가가 왜 이런 철학적인 글을 쓰나 흥미롭게 (일부를)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튼 영상에 따르면 그는 쇤베르크가 화성악을 따르지 않고 피아노를 치는 장면에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아예 느낌에 집중하여 이를 추상으로 발전시켰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추상의 계보가 만들어집니다. 영상의 분류에 따르면 고흐는 보이는 것에 느낌을 강조한 추상이라면 몬드리안까지 가면서는 객관의 영역인 시각은 추상으로 가는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칸딘스키는 객관을 버리고 시각이 아닌 느낌을 추상으로 발전시켰다고 합니다.

재밌네요.


주석

[1] <자기화 메모와 전략적 삶을 이끄는 메모>에서는 이 글의 주제와 무관한 발터 벤야민의 철학 내용 일부를 말합니다.


지난 지식 덕후의 탄생 연재

(16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6. 대칭으로 인식한 다양한 현상을 돌아보다

17. 대칭으로 깊어 갔더니 발견한 객체의 대칭 그룹

18. 흥미로운 문장을 AI로 번역(?)하고 살펴보기

19.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과 책 내용을 그냥 섞어 보기

20. 현금을 지우는 것이 과연 '클린'인가?

21. 해석의 풍요로움 그리고 글로 만나는 현자들

22. 자본에 대해서 자유롭게 해석해 볼까?

23. 신까지 빚어낸 인간의 말

24. 산업 해체에 대한 해석과 재구성 연습

25. 취향 중심과 기능 중심의 사업 활동은 어떻게 다른가?

26. 생성형 AI, 유료로 꼭 써야 할까?

27. 자신의 기록을 데이터로 활동 현황과 효과 측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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