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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영웅은 이기적인 선택을 하면 안 되는가

<어벤저스 엔드게임> 개봉전까지 마블 영화 보기 12화

by 김민성

소코비아 협정과 인명 피해에 대한 고뇌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는 걸작이다. 이 영화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영화들을 잘 봐야 한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다영한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이번 영화의 문제의 시발점은 <어벤저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소코비아가 박살이 나며 인명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스칼렛 위치가 임무 수행중 실수를 하여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MIT에서 연설을 하던 토니 스타크가 무대 뒤편에서 소코비아 전투에서 희생된 가족의 외침을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즉, 그동안 영웅들은 세계의 평화를 위해 열심히 싸웠지만 그로인해 수많은 인명 피해에 대한 책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캡틴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두 사람은 다른 행동을 보인다. <어벤저스>에서 토니 스타크는 자신은 자유주의자라고 하며 실드의 명령에 꼭 따를 필요가 있냐고 반문했었다. 그때 스티븐 로저스는 실드는 선이니 의문을 품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런데, 소코비아협정(강한 힘을 가진 영웅은 국가의 통제를 받아야한다는 법)에 대한 태도는 완전히 뒤바뀐다. 토니 스타크는 그동안 기술의 남용에 대한 고뇌와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울트론을 만들었다는 여러가지 사건이 겹치면서 토니 스타크는 어벤저스를 지키기 위해 정부의 통제를 받아들이자는 의견이다. 그에 비해 캡틴 아메리카는 자유를 중시하며 국가의 통제를 받는 순간 어벤저스는 자유의지를 잃으며 필요할 때 사람들을 구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나 각 주장에는 신빙성이 있다. 아이언맨의 주장을 생각해보면 국가가 어벤저스를 통제하는 것은 국가의 목적과도 일맥상통한다. 국가는 유일하게 합법적 폭력을 사용할 수 있다. 국가 외에 폭력을 행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이나 조폭이나 마피아를 처벌하는 것은 국가만이 폭력을 사용할 수 있는데 사회 내의 다른 폭력을 인정하는 순간 하나의 국가를 인정하는 효과를 낳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벤저스처럼 자경단이 무조건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통제를 해야하는 근거가 생겨난다. 또한, 지금의 어벤저스는 선하지만 어벤저스의 맴버들이 악한 마음을 품게 된다면 세상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캡틴 아메리카의 뜻도 틀린 것은 아니다. 국가가 공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지만 그 제한의 범위가 매우 중요하다. 이는 궁극적으로 공익을 위한 통제와 개인의 자유간의 갈등이다. 아무리 공익을 위하고 좋은 의도를 가진 법이라도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면 그 법은 헌법 정신에 합치할 수 없는 것이다.



영웅이기에 앞서, 이기적 선택을 한 스티븐 로저스


그동안 영화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미국의 이상이며 애국의 상징이며 매우 이상적인 존재로 묘사되었다. 그는 2차세계 대전의 마인드를 가지고 20세기에 깨어나게 되었고 홀로 이방인의 삶을 살게 된다.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은 노환으로 사망하게 되고 스티븐 로저스는 정체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스티븐 로저스가 버키를 지키려고 했던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이 된다. 첫번째는 자신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행한 범죄를 통해 죄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두번째는 인간 스티븐 로저스의 정체성을 유일하게 지켜주는 친구의 존재다. 스티븐 로저스가 버키 번즈를 보는 두 시선은 복합적으로 작용을 한다. 먼저 캡틴 아메리카로서 스티븐 로저스는 버키 번즈가 히드라와 제모에게 무기로 이용당하고 그 원인을 버키가 진다는 것에 대해 반발하며 버키를 위해 자신이 범죄자가 되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명예를 희생하면서 버키 번즈를 지킨다. 그런데, 여기서 더 심도 있게 들어가면 스티븐 로저스는 버키를 지키려고 하던 근본적인 이유는 버키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스티븐 로저스를 기억하는 유일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울트론을 막고 토니 스타크, 호크 아이, 토르는 모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만 스티븐 로저스는 어벤저스 기지에 남아 새로운 어벤저스 맴버들을 훈련시킨다. 즉, 스티븐 로저스에게 집이나 가족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스티븐 로저스를 기억하는 인물을 버키 번즈다. 만약 버키 번즈가 죽거나 사형당하게 되면 스티븐 로저스의 존재는 사라지고 오로지 캡틴 아메리카라는 아이덴티티만 남게 되는 것이다. 사실, 스티븐 로저스가 기존의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이기적인 모습을 우리는 비판하기 쉽지 않다. 이번 영화에서 스티븐 로저스의 행동은 매우 감정적이다. 그러나, 캡틴 아메리카 이전에 스티븐 로저스도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것을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성적이었던 토니 스타크가 분노하다


마블 영화에서 토니 스타크는 이성적이며 똑똑한 인물이지만 문제도 많이 발생시키는 영웅이다. 매일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을 성찰하고 계속적으로 성장하는 캐릭터의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토니 스타크는 이성적인 모습이 아니라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제모 때문에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 범인이 세뇌당한 버키 번즈라는 것을 알게 되고 토니 스타크는 이성의 끈을 놓아 버린다. 그리하여 버키 번즈를 죽이려고 목숨을 건다. 토니 스타크의 이런 행동은 영웅의 관점에서 전혀 영웅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그런데, 인간 토니 스타크의 관점으로 본다면 토니의 행동은 이해가 간다. 자신의 부모를 죽인 버키 번즈가 눈 앞에 있고 자신의 친구인 스티븐 로저스가 버키 번즈를 감싸는 모습을 보면 인간적으로 누구나 분노에 휩싸이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스티븐 로저스가 토니의 부모가 사망한 것이 교통사고가 아니라 살해당했다는 것을 스티브가 숨겼다는데서 당연히 친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에서 토니 스타크와 스티븐 로저스의 갈등은 인간적으인 원한과 자유와 통제라는 사상이 함께 복합적으로 갈등요소로 부각된다. 사실, 버키 번즈가 부모를 살해한 죄인이긴 하지만 자신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했던 살인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토니 스타크 또한 울트론을 창조할 때 선한 의도를 가지고 의도하지 않은 사태를 발생시켰지만 버키 번즈는 스타크 부부를 살해할 때 그 어떤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고 의식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즉, 인간적인 감정으로는 토니 스타크가 이해는 되지만 그렇다고 토니 스타크가 의식이 없는 버키 번즈를 죽이겠다는 방법 자체는 정당화가 될 수 없다. 그리하여, 스티븐 로저스와 토니 스타크의 싸움에서 스티븐 로저스는 승리를 하지만 둘의 갈등으로 인해 어벤저스는 반토막이 난다. 아니... 어벤저스는 해체된 것이나 다름 없다.



반가운 얼굴 스파이더맨의 등장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는 토니 스타크와 스티븐 로저스가 영웅의 가면을 벗어 버리고 인간 토니 스타크와 인간 스티븐 로저스가 갈등한다는데서 많은 의미를 가진다. 그와 동시에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가 기념비적인 작품은 작품의 내용과 달리 피터 파커인 스파이더맨이 마블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스파이더맨의 판권이 소니에게 있어서 스파이더맨이 어벤저스 시리즈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소니와 마블이 스파이더맨 출연에 대한 사안이 극적으로 타결되고 스파이더맨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번 영화는 작품 내적으로 완결성을 가지지만 스파이더맨과 블랙팬서의 등장을 알리기도 하는 영화다. 그리고 앤트맨 또한 홀로 따로 노는 느낌의 영화였지만 시빌워에 합류함으로 향후 마블 영화들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되었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자체가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무겁지만 앤트맨, 스파이더맨, 행크, 버키가 간간히 개그씬을 만들었기 때문에 무겁지만 소소한 유쾌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감되는 빌런 제모 남작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에서 제모는 잘 만들어진 빌런이다. 제모가 어벤저스를 와해시키려는 동기는 세계의 정복이나 지구 멸망 따위가 아니었다. <에이지 오브 울트론>울트론은 소코비아의 일부 영토를 공중부양시켜 고도가 높은 곳에서 떨어트리면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계획을 세운다. 이를 막기 위해 토니 스타크는 공중에서 소코비아 영토를 폭발시키고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인명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런 시선은 영웅들의 시선이었을 뿐이다. 실상은 수많은 소코비아 국민들이 파편에 맞아 사망하게 된다. 제모의 아버지와 부인 그리고 딸은 파편에 의해 사망하게 된다. 제모는 끝없이 핸드폰에 녹음된 아내의 음성을 듣는 모습이 영화 내내 보여진다. 처음에는 아내가 살아있는 줄 알았지만 그 음성이 영화 후반부에 녹음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자 제모의 범행 동기는 공감을 사게 된다. 사실, 제모의 행동은 영웅이라는 사회에 대한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하며 피해자들의 감정을 잘 보여준다. 제모같이 힘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아무리 괴롭고 피해를 외쳐도 국가와 영웅들은 듣지 않는다는 것은 영웅들의 딜레마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제모는 자신이 힘이 없으니 어벤저스를 서로 싸우게 하여 와해시키는 방법을 선택한다. 제모가 멋진 빌런인 이유는 초능력이나 힘이 없지만 어벤저스를 몰락시키는데 성공을 하기 때문이다. 제모는 자신의 방법으로 부조리한 사회에 저항한 것이다. 제모라는 캐릭터가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주는 이유는 영웅과 사회에 대해 저항을 하면서 그에 대한 책임으로 자신은 자살을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랙팬서가 그의 자살을 막고 사회의 범에 따라 법적인 처벌을 받으라고 하면서 제모는 감옥에 갇히게 된다.



자신의 길을 선택한 스티븐 로저스와 다시 한번 성장하는 토니 스타크


제모의 계략에 넘어가 토니 스타크와 스티븐 로저스는 목숨을 걸고 싸웠다. 그리고 남은 것은 어벤저스의 와해였다.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울트론은 강한 적으로 나타나 어벤저스를 와해시키려고 했지만 강대한 적 앞에서 어벤저스는 하나로 뭉쳐서 울트론을 물리쳤다. 그러나, 제모는 인간 스티븐 로저스와 인간 토니 스타크의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그동안 둘은 사상적 견해의 차이로 갈등을 하긴 했지만 사적인 감정으로 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스티븐 로저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 국가와 자유 그리고 이상에 대한 정체성을 포기했으며, 토니 스타크는 이성적인 인간의 힘이 기술을 정의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신념을 자기 자신이 무너트리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시빌워를 통해 승리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스티븐 로저스는 방패를 내던지며 그동안 미국의 이상과 자유의 상징이었던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인간 스티븐 로저스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토니 스타크는 이번에도 새로운 성장을 하게 된다. <아이언맨3>에서 토니 스타크 자신을 믿자는 말이 무색하게 이번에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되고 새롭게 성장하는 계기로 작용하게 된다. 이제 토니 스타크는 그만 성장통을 겪었으면 좋겠다. 불쌍한 토니 스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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