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날릴 흙먼지와 소음으로 가장 고생하실 것 같은 윗집부터 시작해서 옆집들과 아랫집, 그리고 우리 소장님이 지어주신 다른 집까지, 큰 공사의 시작을 앞두고 동네에 인사를 다녀왔다. 평일 오후에 찾은 터라 과연 몇 분이나 만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한 집을 빼고는 모두 만나 뵐 수 있었던 운수 좋은 날.
아파트에 살 적 고작 몇 주간 진행되던 다른 집들의 인테리어 공사로도 머리가 아팠던 걸 생각해 보면, 8개월짜리 공사 소식을 전달받으면서도 싫은 소리 하시는 분이 없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거기에 더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 주신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다"라던가 "그럼 집 고쳐야 하는데 뭐 어떻게 하겠냐" 하는 덤덤한 말씀, "젊은(?) 사람이 와서 좋다"라던가 "누추해 보여도(?) 좋은 동네"에 온 걸 환영한다는 응원까지. 섣부른 판단임을 알지만 사람이 맑은 동네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나중에 진짜 이웃으로 다시 뵙게 되면, 눈 내리는 날 골목을 특별히 더 열심히 쓰는 걸로 보답하겠습니다.
산, 물, 그리고 사람이 맑은 곳을 찾아 삼청동으로 왔습니다. 여든 살 먹은 집에 저희의 기억을 더하고자 겨울까지 큰 수선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폐를 끼쳐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훗날 좋은 이웃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어려운 시국에도 늘 건강하시기를, 가내 항상 평화로우시기를 희망합니다.
삼청동 00-00 가족 드림
- 인사와 함께 건넸던 편지 中
2022.01.14. 세 번째 실시설계(인테리어) 미팅
2022.01.31. 네 번째 실시설계(인테리어) 미팅
2022.02.16. 다섯 번째 실시설계(인테리어) 미팅
2022.04.12. 시공계약: 서울한옥 by 젤코바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