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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an 02. 2019

차칸양의 펀드 & ETF 투자 도전기(14)

#14, 재미있고 알기 쉽게 공부하는 국내 ETF의 역사


☞  1화, 비금융자산 → 금융자산으로 자산의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  2화, 펀드 투자의 첫 경험을 하다

☞  3화, 펀드란 믿고 맡기는 '신탁' 상품

☞  4화, 펀드 유형과 종류 - 클래스는 또 뭡니까?

☞  5화, 펀드 보수와 수수료 - 판매보수가 운용보수보다 높은 이유

☞  6화, 보수가 높은 펀드가 과연 수익률도 좋을까?

☞  7화, 펀드 기준가격 쉽게 보는 법

☞  8화, 펀드 좌수 = 참외갯수 × 1,000

☞  9화, 적립식 펀드의 가입시기(매수 타이밍)가 크게 중요치 않은 이유

☞  10화, 인덱스 펀드를 추천하는 이유

☞  11화, 적립식 펀드를 활용한 복리식 투자법

☞  12화, 적립식 펀드를 투자시 꼭 알아야 할 3가지

☞  13화, ETF와의 첫 만남을 가지다



ETF가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이유


금융시장에는 다양한 금융상품들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예금, 적금, 청약저축, CMA, 펀드, 보험 외에도 ELS(Equity-Linked Securities, 주가연계증권), ELD(equity linked deposit, 주가연계예금), ELF(equity linked fund, 주가연계펀드), ETF(Exchange Traded Funds, 상장지수펀드), ETN(Exchange Traded Note, 상장지수채권) 등 용어만 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들도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새로운 금융 트렌드에 맞춰 더 복잡한 상품들도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죠.


자, 한번 생각해 보죠. 왜 이렇게 많고 다양한 금융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까요? 그냥 알기 쉽게 예금, 적금, 보험 그리고 펀드 정도만 있으면 안 되는 걸까요? 아마도 중세 시대에 처음으로 은행이란 금융기관이 만들어졌을 때는 거래되는 상품도 매우 단순했을 겁니다. 사람들로부터 저축의 형태로 돈을 받고, 그 돈에 적당한 금리를 붙여 대출해주는 것이 전부였을 테니까요. 하지만 근대에 들어오면서 거래되는 돈의 규모가 커짐과 동시에 주식시장, 채권시장 등이 생겨나고 더불어 투자라는 개념이 만들어 짐으로써 상황은 확연히 달라지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투자를 돕기 위한 기관들, 즉 종합금융회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은행 등이 발족되면서 금융시장은 한층 더 복잡해지게 되죠.


금융시장이 복잡화됨에 따라 생겨난 금융기관들이 수익을 올리는 방법은 대개 2가지입니다. 하나는 직접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금융상품 출시를 통해 고객의 투자금을 유치함으로써 운용 수수료를 얻는 방법입니다. 금융기관들은 대개 이 2가지를 병행합니다. 하지만 직접투자보다는 운용 수수료 쪽의 비중이 높은 편이죠. 왜냐하면 리스크 측면에서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금융상품 운용을 잘 못해서 마이너스 수익률이 난다 할지라도 수수료 수입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이러한 이유로 새로운 금융상품은 쉼 없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살펴보고 있는 ETF 또한 그러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상품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ETF는 인덱스 펀드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상품의 형태로 만들어지지 않아도 되었죠. 하지만 운용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신상품 출시를 통해 새로운 수입을 창출해내야만 했고, 그런 연유로 인덱스 펀드의 단점들을 보완하고, 새로운 강점을 추가함으로써 따끈한 신상이라 할 수 있는 ETF를 탄생시키게 된 겁니다.



국내 ETF의 역사


ETF는 미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1989년 미국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만들어 미국 증권 거래소와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으로는 1993년 1월에 출시된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SPDRs(Standard & Poor's Depository Receipt, S&P500 위탁 증권, 흔히 ‘스파이더’라고 부름)를 ETF의 효시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죠. 어쨌든 1990년대 초반 이후 미국 시장에서는 각종 지수를 매개로 한 다양한 ETF 상품들을 선보였고, 약 25년 정도가 흐른 지금은 하나의 산업을 형성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현재 미국 ETF 시장의 규모는 무려 약 3조 6천억 달러(약 3,960조 원, 환율 1,100원/달러 기준)로 대한민국 ETF 시장 규모인 40조 원과 비교했을 때 거의 100배에 이른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1년 예산인 400조 원과 비교해 봐도 10배에 해당되니, 대단한 규모죠?


국내에서 ETF가 처음으로 선을 보인 시기는 미국에 비해 약 10년 정도가 뒤진 2002년이었는데요, 당시 4개 종목이 출시되었다고 하네요.



아마도 ETF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삼성투자신탁운용(현 삼성자산운용)에서 출시한 KODEX200을 ETF의 효시라고 생각할 겁니다. 제일 유명하니까요. 하지만 실제 국내에서 제일 먼저 출시된 ETF는 LG투자신탁의 KOSEF200입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많은 차이가 나진 않습니다. KOSEF200이 2002년 10월 11일에 출시되고, 3일 후인 14일에 KODEX200이 세상에 나왔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이 마치 원조처럼 여겨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KOSEF200을 출시한 LG투자신탁, 즉 회사의 문제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LG투자신탁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ETF가 원조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지속해야 했죠. 하지만 회사 운영 실패로 안타깝게도 도산하게 됨으로써 우리투자증권에 합병되고 말았습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KOSEF200 운용에 대한 권리가 키움투자자산운용으로까지 이전됨으로써 대한민국의 실제 원조 ETF인 KOSEF200은 거의 잊혀진 존재처럼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KOSEF200처럼 명맥이라도 이을 수 있다면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CJ자산운용에서 출시한 KOSEF50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ODEX50은 다른 두 ETF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한 채 거래량이 떨어졌고, 마침내 2004년 초반 상장 폐지되고 말았기 때문이죠. 게다가 CJ자산운용 또한 도산함으로써 하이자산운용으로 넘어갔다가, 최종적으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합병되고 말았고요. 미래에셋에서는 2008년 4월, 자신들의 독자적 ETF 브랜드인 TIGER200을 출시함으로써 본격적으로 ETF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ETF 출시 초기에 있었던 재밌는 사실 한 가지가 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당시에는 ETF 브랜드란 개념이 없었다는 겁니다. 삼성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출시한 ETF가 KODEX200과 KODEX50으로(물론 추종 지수가 KOSPI200과 KOSPI50으로 다르긴 했지만) KODEX라고 하는 동일한 브랜드를 사용했었죠. KOSEF 또한 비슷한 상황이었고요. 만약 CJ자산운용의 KOSEF50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ODEX50이 사라지지 않은 채 지금까지 잘 판매되고 있다면, 아마도 회사 간 ETF 브랜드로 인한 소송전이 벌어지지 않았을까요? 그랬다면 법정에서는 어떤 회사의 손을 들어줬을까요? 궁금하네요. 아, 그리고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는 후에 KINDEX란 독자 브랜드를 만들어 다시 ETF 시장에 합류했습니다.


2002년 4개 종목, 약 3,400억 원 규모로 시작된 국내 ETF 시장은 약 16년 정도가 흐른 2018년 4월 약 40조 원의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종목수는 353개까지 늘어났고요. 금액면에서는 약 117배, 종목면에서는 88배가 증가한 겁니다. 그야말로 대단한 성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중요한 것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유사한 상품유형이라 할 수 있는 ETN(Exchange Traded Note, 상장지수채권)까지 ETF 시장 범위에 포함시킨다면, 성장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할 것입니다.


ETF의 역사에 대해 살펴본 바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ETF는 낮은 수수료, 거래의 편의성 그리고 투명성이란 장점까지 합쳐짐으로써 기관뿐 아니라 개인들까지 선호하는 금융상품이 되었습니다. 미국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다우존스 인다이시즈(S&P DJI) 글로벌 상장지수상품(ETP) 부문 대표 존 데이비스는 이러한 ETF에 대해 “금융투자를 민주화한 혁신적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보냈으며, 금융전문가들 중에서는 ETF를 ”21세기 최고의 금융상품“, ”투자 세계의 민주주의를 구현한 상품“이라고까지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경제 종합 미디어그룹인 마켓워치는 ”투자자 입맛에 꼭 맞춘 상품“이라고 엄지를 들어 보였고요.


자, 왜 금융전문가들은 ETF에 대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요?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ETF 시장은 왜 이토록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걸까요? 분명 ETF에 무언가가 있기 때문 아닐까요? 다음 편에서는 그 무엇이 무엇인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15화, 인덱스 펀드보다 ETF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5가지①



* 이 글은 핀테크 기업 '레이니스트'의 온라인 매거진 <뱅크샐러드>에 수록된 칼럼입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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