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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Sep 13. 2021

따스한 경제(인문)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

☞ 자본주의 노동의 이해를 위한 필독서 <공산당 선언>(12편)


☞ 인천교육청 16차시 강의를 진행하며(프롤로그)

☞ 밤 11시 59분 50초에 탄생한 인류(1편)

☞ 인류에게 상상의 능력이 없었다면(2편)

☞ 국민의 읍소로 만들어 낸 결혼제도!(3편)

☞ 남자는 여자가 길들인 마지막 동물이다(4편)

☞ 니들이 왕이면, 나는 황제야!(5편)

☞ 수백 개 학문의 숫자를 2개로 줄인다면(6편)

☞ 이익을 향한 탐욕은 죄악임을 알라(7편)

☞ 누이 좋고 매부 좋았던, 이자의 탄생(8편)

☞ 자본주의,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9편)

☞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슬픈 프롤레타리아여!(10편)

☞ 자본주의 노동의 이해를 위한 필독서 <공산당 선언>(11편)



경제학의 아부지, 애덤 스미스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


경제(학)를 공부하다 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명은 바로 앞에서 말씀드린 칼 마르크스(Karl Marx, 1818년~1883년)이고, 또 다른 한 명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입니다. 칼 마르크스와 애덤 스미스는 같은 시대를 살지 않았는데요, 나이로 보면 애덤 스미스가 무려 95살이나 많으므로 증조, 혹은 고조할아버지뻘 정도 되겠네요. 직접 만날 수는 없었지만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던 칼 마르크스도 분명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읽었을 것이고, 그로 인한 영향 또한 받았을 겁니다.


애덤 스미스는 평생 독신으로 살며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안 한 건지 아니면 못한 건지는 정확히 나와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평생 그의 곁에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는 천성적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었으며, 언제든 자신의 것을 넉넉히 베풀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죠.


직업만으로 본다면 그는 꽤나 고지식하고 딱딱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학 교수로 활동했고, 더군다나 윤리, 논리학을 가르치는 도덕철학자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의 강의는 생각보다 인기가 있었다네요. 왜 그랬을까요? 그건 그의 첫 번째 저작인 『도덕감정론』을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자신의 강의를 토대로 1759년 『도덕감정론』이란 책을 발간했는데, 이 책은 국가의 사회관계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도덕적 판단과 행동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도덕철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하지 않나요?



애덤 스미스와 동감(Sympathy)의 중요성



애덤 스미스는 살아생전 딱 2권의 책만 출간했는데 바로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이었죠. 그의 명성을 세계적으로 알린 건 『국부론』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는 『도덕감정론』이란 책을 더 소중히 여겼고, 심지어 죽을 때까지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 개정에 개정을 거듭하여 1790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 개정 6판을 출간할 정도였습니다. 왜 그는 그런 애착을 보였을까요? 애덤 스미스는 사회관계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도덕적 판단과 행동의 근원으로써 ’동감(Sympathy)‘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동감은 연민 혹은 공감이라 표현할 수도 있는데, 이 동감 능력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더 건강하고 이해심 많은 살기 좋은 그런 곳으로 만든다는 겁니다. 인간에게는 자연스러운, 어쩌면 본능과도 같은 이기심이 존재합니다. 그런 반면에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또 잘해주고 싶다는 욕구 또한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동감‘입니다. 그래서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기심과 더불어 동감 능력을 균형 있게 표현할 때 이 사회는 보다 좋아질 것이라 보는 겁니다.


애덤 스미스가 강조하는 사람들의 이 ’동감‘은 『국부론』의 기본적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국부론』의 가장 유명한 문구는 바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사람들의 이기심에 의해 경제는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즉 그렇기 때문에 국가나 다른 외부의 힘이 작동하지 않을 지라도 경제는 자연스레 작동되며, 나아가 정부가 경제를 통제, 관리하기 위한 어떤 조치를 할 경우에는 오히려 건강한 경제 흐름이 깨질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이는 특히 1970년대 제한 없는 글로벌 무역을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자들에 의해 상당히 많이 인용되었는데, 그들은 ’보이지 않는 손‘을 있는 그대로만 해석함으로써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각색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동감‘이라고 하는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전제조건을 쏙 빼놓은 것이죠.


(이미지 출처 : napkinfinance.com)


중요한 얘기니까 예를 하나 들어 볼게요. 한 마을에 식당, 빵집, 구두 집, 옷가게, 정육점이 있습니다. 이런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들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혹은 본능에 가까운 이기심이라 할 수 있죠. 여기에 ’보이지 않는 손‘이란 개념을 적용하면, 이 체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냥 이대로 놔두면 알아서 경제는 잘 흘러간다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에만 목적성이 있다면, 가게 주인들은 편법을 쓸 가능성이 높아지죠. 즉 들어가는 재료비나 가공 과정, 품질을 소비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떨어뜨림으로써 자신에게 더 높은 이익이 돌아오도록 만들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점점 저품질의 식사, 빵, 옷, 구두를 가지게 됨으로써 최종적으로 사회는 보다 건강한 곳이 아닌, 누구도 바라지 않는 그런 사회로 변질되고 만다는 겁니다.


이런 사회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애덤 스미스는 바로 ’동감‘을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아무리 경제적으로는 문제없이 흘러간다 할지라도, 보다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가게 주인들 또한 소비자들 생각하고 배려하는 ’동감‘의 마음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즉 자신들의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더불어 소비자를 위한 마음을 가지고 좋은 재료, 품질의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서로 상생하는 사회,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도덕감정론』없이 『국부론』만 떼어서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자본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기업들이 애덤 스미스가 말한 ’동감‘이란 토대 없이 그저 자신들의 이익만 높이기 위해 나쁜 재료, 유통 과정상의 부조리, 과대광고 등의 행동만 한다면 결국 자본주의는 돈의 흐름만 남을 뿐 사람들 간 제대로 된 관계를 이루며 살아가는 건전한 사회는 이루기 힘들 겁니다. 체제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며, 관계입니다. 왜 인류의 역사에서도 인간의 존재와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걸까요? 왜 돈도 안 되는 인문학의 가치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는 걸까요? 결국 사람이 없어지면, 사람이 중심이 되지 못한다면 모든 체계는 그저 신기루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애덤 스미스는 경제 체계의 수립과 함께 그 안에 반드시 깃들여져야 할 인문의 가치를 추구한 선구자적 인물이라 할 것입니다.


(13편에 계속)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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