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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Mar 21. 2022

"당신때문에 신분과 집안 체면 따질 분별력도 잃었소."

같은 영화 다른 시선(12) - 영화 <오만과 편견>


☞ 부끄러움의 경제학- 영화 <동주>(1편)

☞ 신데렐라, 메타포를 입다- 영화 <일 포스티노>(2편)

☞ 경제학적 행복의 진짜 의미-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3편)

☞ 평온한 허구 VS 험난한 현실, 당신의 선택은?- 영화 <트루먼 쇼>(4편)

☞ 삼겹살 먹는 캥거루 가족의 좌충우돌 행복 찾기- 영화 <고령화 가족>(5편)

☞ 일도 사랑도 멋지게 복원시키는 직업이 있다면-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6편)

☞ 나는 너와 만나기 위해 '선택'하면 살아온 거야-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7편)

☞ 멈추고 선택하라 그리고 진짜 나의 길을 걸으라- 영화 <와일드>(8편)

☞ 전쟁이 우릴 속일지라도,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9편)

☞ 애덤 스미스가 동네 식당을 차린다면- 영화 <카모메 식당>(10편)

☞ 경제 파고에도 이어진 두 남녀의 러브 스토리- 영화 <첨밀밀>(11편)




“리지 양. 당신을 잊을 수 없었소. 신분과 집안 체면 따질 분별력도 잃었소. 이 고통을 치유해줘요. 사랑해요.”     

                                   

                                                  - 영화 <오만과 편견> 중에서 - 




귀족은 일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돈을 구심점으로 하는 경제 체제인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부익부 빈익빈, 즉 부자가 더 큰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지는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시대가 지금까지 약 300년가량이나 계속해 유지되어 오고 있는 이유는 장점이 모든 약점을 덮을 정도로 더 크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가장 큰 장점은 과거로부터 이어져오던 계급 제도를 와해시켰다는 점입니다. 부모 혹은 조부모, 더 나아가 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신분과 상관없이 오롯이 자신의 노력만으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 바로 자본주의 시대부터였죠. 이로 인해 일반 국민들 또한 발목을 잡던 계급제에서 벗어나 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고요.



영화 <오만과 편견>은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18세기는 산업혁명이 시작되어 유럽 전역으로 퍼지던 시기로써 왕족, 귀족으로 대표되는 최상위 계층과 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운 신흥계층으로 떠오른 젠트리(Gentry, 젠틀맨의 어원)가 섞이던 시대였습니다. 당시 영국의 계급 구조는 최상위층에 왕과 귀족(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의 5등급)이 있고, 중간 계급에는 기사와 성직자가 있었으며, 그 아래에는 소수의 상공인과 전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이 자리 잡고 있었죠. 그런데 여기에 새로이 젠트리란 일종의 신흥 중산층이 생겨나게 된 겁니다.



젠트리 계층이 생기기 전까지 중세시대는 철저한 계급사회였습니다. 또한 경제적으로는 전 국민의 90% 이상이 농민으로 농업의 비중이 절대적이었죠. 이러한 중세시대에 가장 중요한 경제 제도 중 하나가 바로 ‘봉건제’였습니다. ‘봉건’이란 단어는 ‘봉(封, 봉할 봉)’과 ‘건(建, 세울 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세우기 위해 봉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최고 권력자인 왕이 그 아래의 귀족이나 큰 공을 세운 사람에게 자신이 소유한 영토(땅)의 일부를 나눠주고 이곳을 다스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나눠준 땅을 봉토(封土)라 불렀으며 이 봉토를 다스리게 된 사람을 영주(領主, 중국에서는 ‘제후’라 칭함)라 했는데,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이 봉건제를 ‘봉건 영주제’라 부르기도 합니다.


중세시대 귀족은 노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노동하는 사람들을 관리, 감독하는 일을 했는데, 이마저도 집사가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놀고먹고 인생을 어떻게 잘 즐기느냐가 그들의 관심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했는데, 그들의 수입은 대부분 땅으로부터 나왔습니다. 농지로부터 얻어진 수확물이 바로 귀족들의 수입이었죠. 농지가 곧 수입원이다 보니 얼마나 넓은 땅을 소유했는가가 그들의 경제력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라 할 수 있었습니다. 즉 같은 귀족들 간에도 소유한 땅의 넓이에 따라 경제적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혼의 경제학


영화 <오만과 편견>의 여주인공 엘리자베스(리지)가 속한 베넷 가는 귀족이 아닌, 젠트리에 속하는 가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화 중간중간 부모가 지출에 신경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보아 젠트리 중에서도 다소 수입이 적은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런 가문의 상황 때문에 엄마는 어떻게든 다섯 딸들을 경제력이 뛰어난 가문에 보내려고 합니다. 즉 결혼을 통한 신분상승을 꾀하는 것이죠.



이때 귀족의 가문인 빙리와 그의 친구 다아시가 네더필드 성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오게 되는데, 리지의 가족들은 빙리가 5천 파운드, 다아시는 1만 파운드의 연수입을 올리는 대단한 부자들이라 말합니다. 1,800년대 영국 농민들의 평균 연 수입은 약 30~40파운드(현재 가치로 약 300~400만 원)였으며, 다아시의 1만 파운드는 현재 가치로 무려 10억 원이 넘는 액수라고 하니 대단한 금액이긴 하죠? 엄마는 이 이야기를 듣고 노골적(?)인 관심을 보입니다. 어떻게든 딸 중 하나, 특히 장녀이자 미인인 제인을 귀족 가문에 시집보내야겠다고 말이죠.


흔히 가난한 집의 여성이 귀족과 같은 엄청난 부자의 아들과 결혼하게 될 때 이를 신데렐라 스토리에 비유하곤 하는데요, 신데렐라가 유명한 이유는 그만큼 같은 케이스가 드물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평민 출신의 사람이 귀족과 결혼한다는 것은 당시 상당히 보기 힘든 일이었죠. 하지만 방법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귀족 혈통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유로 인해 가난해진 귀족의 경우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혼인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경우에는 신부 측에서 상당한 규모의 지참금을 가지고 와야만 했죠.



또한 중세시대의 결혼은 여성에게 있어 인생의 매우 중대한 문제일 수밖에 없었는데, 당시에는 여성이 독립적인 경제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결혼 만이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결혼은 두 사람 간의 사랑 여부보다는 경제적 풍요를 우선으로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영화에서 리지의 절친인 샬롯은 (리지가 거절한) 콜린스의 청혼을 받아들였다며 이렇게 말합니다.


“그와 결혼해도 행복할 수 있어. 내게 사랑은 과욕이야. 서로를 알아가는 건 결혼 뒤에 해도 돼. 난 풍족한 삶을 보장받았어. 그걸로 감사해. 난 벌써 27세야. 돈도 장래도 없어. 부모님께 짐만 돼. 두려워.”



사랑을 더 중요시 여기는 리지지만 그럼에도 샬롯을 질책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바로 당시의 현실이었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리지는 결국 보란 듯이 자신의 바람을 이루어 냅니다. 오해로 인한 밀당을 거듭하던 다아시와 마침내 인연의 끈으로 이어지게 되죠. 다아시 또한 당시 결혼에 대한 관습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온통 뒤흔든 사랑의 감정을 쫓던 남자였다 할 수 있겠네요. 리지에게 자신의 뜨거운 마음을 고백하는 그의 말은 영화 <오만과 편견>에서 가장 로맨틱함과 동시에 당시 경제상황을 대변해 주는 듯합니다. 제게는 감동적인 원픽 대사네요.


“리지 양. 당신을 잊을 수 없었소. 신분과 집안 체면 따질 분별력도 잃었소. 이 고통을 치유해줘요. 사랑해요.”



시대적, 경제적 상황을 초월한 그들의 러브 스토리, 멋지지요?





※ 이 글은 2022년에 출간될 책 <같은 영화 다른 시선(가제)>의 초고입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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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사항입니다~!

1. 인문학 배움터 '숭례문학당'과의 콜라보로 진행하는 경제책 함께 읽기 프로그램 <차칸양의 경제산책>이 어느덧 7기('22년 4월)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번 7기에서는 경제 흐름을 익히기 위해 꼭 알고 있어야 하는 금리, 환율, 유가 등의 경제지표에 대해 배워보는 시간으로 준비했습니다. <금리와 환율, 알고 갑시다>(김영익)와 <오늘 배워 내일 써먹는 경제상식>(김정인)을 통해 경제지표에 대한 숙지도를 높여보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톡방을 통한 정보공유와 2회의 온라인 독서 토론이 함께 진행되니 관심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https://shdang.kr/programDetail/ZdQASSv9Daou9tMv4


2. 라이프 밸런스 컨설턴트(Life Balance Consultant) 차칸양이 개인 재무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소 자산관리나 재무설계 그리고 노후 대비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라 실행하지 못했던 분들, 투자를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거나 겁부터 나시는 분들 혹은 실패하신 분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함으로써 경제 플랜을 세워야 하는 새내기 직장인들, 퇴직을 앞두고 경제를 비롯한 삶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분들 등 경제와 관련된 조언과 해법을 드립니다. 또한 컨설팅을 진행하더라도 절대 펀드, 보험상품 등에 대한 가입 권유를 드리지 않습니다.^^

방식은 직접 대면과 온라인(화상) 방식 2가지가 있으니 본인의 상황에 따라 신청하시면 됩니다. 직접 대면이 꺼려지거나 거리상으로 먼 지방 거주자의 경우 온라인 방식을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재무, 투자 그리고 인생 준비를 위한 여러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의 많은 관심 바라며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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