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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Mar 29. 2022

수레바퀴 아래서 책상 위로 오르다

같은 영화 다른 시선(13) -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 부끄러움의 경제학- 영화 <동주>(1편)

☞ 신데렐라, 메타포를 입다- 영화 <일 포스티노>(2편)

☞ 경제학적 행복의 진짜 의미-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3편)

☞ 평온한 허구 VS 험난한 현실, 당신의 선택은?- 영화 <트루먼 쇼>(4편)

☞ 삼겹살 먹는 캥거루 가족의 좌충우돌 행복 찾기- 영화 <고령화 가족>(5편)

☞ 일도 사랑도 멋지게 복원시키는 직업이 있다면-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6편)

☞ 나는 너와 만나기 위해 '선택'하면 살아온 거야-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7편)

☞ 멈추고 선택하라 그리고 진짜 나의 길을 걸으라- 영화 <와일드>(8편)

☞ 전쟁이 우릴 속일지라도,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9편)

☞ 애덤 스미스가 동네 식당을 차린다면- 영화 <카모메 식당>(10편)

☞ 경제 파고에도 이어진 두 남녀의 러브 스토리- 영화 <첨밀밀>(11편)

☞ "당신 때문에 신분과 집안 체면 따질 분별력도 잃었소."- 영화 <오만과 편견>(12편)




“인류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어.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해. 하지만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야.”                                   


                                                  -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중에서 - 





Nothing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주 무대인 웰튼 아카데미는 1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와 함께 매해 졸업생 중 75%가 넘는 학생들을 아이비리그(미국 북동부 지역의 8개 사립대학인 하버드, 예일, 펜실베이니아, 프린스턴, 컬럼비아, 브라운, 다트머스, 코넬 대학교를 통틀어 부르는 말)에 진학시킬 정도로 뛰어난 사립 명문학교입니다. 다만 진학률을 너무 중시하기 때문일까요? 학교에서는 전통, 명예, 규율, 최고의 4가지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 안에서 학생들은 개인의 꿈과 희망보다는 명문대 진학을 위한 공부하는 기계로 육성되고 있었죠.



닐 페리(로버트 레오나드 분)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가슴속에는 억누를 수 없는 젊은 혈기가 솟구치고 있었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야생마처럼 교내를 질주하곤 합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연극 오디션에 응모하게 되고, 연기를 통해 그토록 찾던 자신의 꿈을 발견하게 되죠.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러한 선택을 용납하지 못한 채 그에게 이렇게 소리치네요.


넌 하버드에 들어가서 의사가 되어야 해너는 내가 꿈도 꾸지 못한 기회를 가진 거야시간을 낭비하게 할 수 없어.”


왜 아버지는 이렇게 아들의 길을 정해놓은 채 억압하는 걸까요? 의사는 전 세계적으로 상위층에 속하는 직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돈은 물론 명예까지 가질 수 있는 전문직이라 할 수 있죠. 즉 의사(하버드 출신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가 되는 것만으로 인생을 편히 그리고 쉽게 살아갈 수 있다 생각했기 때문에 아버지는 아들의 꿈을 인정하지 않았던 겁니다.



하지만 페리는 이해는 할지언정 동의까지는 못합니다. 머리로는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몰라도 뜨거워진 가슴까지 식힐 수는 없기 때문이었죠.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저승사자와도 같은 아버지에게 항변코자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네요. 그런 그가 간신히 내뱉는 ‘Nothing’이란 말이 영화 내내 참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수레바퀴 아래서 책상 위로



헤르만 헤세의 저작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 또한 방황하는 청춘입니다. 그는 아버지를 비롯한 교장 선생님, 성직자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채 열심히 공부하여 마침내 원하던 유명 신학교에 무사히 입학하게 됩니다. 하지만 같은 기숙사의 동료이자 시인이기도 했던 헤르만과 엮이게 되며 한스의 생각과 행동은 달라지게 됩니다. 오로지 목표만 바라보며 달려왔던 삶이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지기 시작하죠.


‘수레바퀴’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수레바퀴는 그 역할상 가만히 멈춰 서 있으면 안 되는 도구입니다. 원형인만큼 제 기능을 위해 돌아가야 하고 이동함으로써 최종적으로는 목표지점에 도달해야만 하죠. 이는 마치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인 증기기관을 연상시킵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작동함으로써 무언가를 계속해 만들어 내야만 하는 그런 이미지 말이죠. 그리고 수레바퀴 아래에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노동자 계급입니다. 인생의 행복이나 의미보다는 쉴 새 없이 일해야만 하는, 그래서 우울하고 힘겨우며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런 계층의 사람들이죠.


제발 지치지는 말게안 그러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게 될 테니까.”


방황하는 한스에게 신학교 교장선생님은 위와 같이 말합니다. 신분상승을 위해 죽을 듯이 달리지 않는 한 수레바퀴 아래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암묵의 협박이나 다름없죠. 하지만 한스는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킨 채 결국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자신의 내면이 원하는 자연과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죠. <수레바퀴 아래서>의 저자인 헤르만 헤세 또한 실제 신학교를 중퇴했다고 하는데요, 한스를 통해 헤세가 강조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바로 수레바퀴 아래와 위의 이분법적 세계가 아닌, 바로 자신의 삶을 시작하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마지막 장면에서 존 키팅 선생은 학생들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떠나는 키팅 선생에 대한 미안함과 죄스러움, 고마움과 존경심의 마음이 엉켜지며 괴로워합니다. 그러다 결국 학생들 마음속에 존재하던 ‘죽은 시인’의 열정이 화산 폭발하듯 그대로 표출됩니다.



캡틴마이 캡틴!”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가 어느 순간 수레바퀴 아래를 벗어났듯, 학생들 또한 책상 위에 올라서며 이 세상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순리 그대로 따라가진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순간이네요. 맞아요, 의사나 신학자가 된다고 해서 수레바퀴 위에 존재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레바퀴는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환상입니다. 우리는 생긴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살면 됩니다. 그게 바로 우리의 태어난 이유이자, 살아갈 목적이기도 하니까요.




※ 이 글은 2022년에 출간될 책 <같은 영화 다른 시선(가제)>의 초고입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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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사항입니다~!

1. 인문학 배움터 '숭례문학당'과의 콜라보로 진행하는 경제책 함께 읽기 프로그램 <차칸양의 경제산책>이 어느덧 7기('22년 4월)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번 7기에서는 경제 흐름을 익히기 위해 꼭 알고 있어야 하는 금리, 환율, 유가 등의 경제지표에 대해 배워보는 시간으로 준비했습니다. <금리와 환율, 알고 갑시다>(김영익)와 <오늘 배워 내일 써먹는 경제상식>(김정인)을 통해 경제지표에 대한 숙지도를 높여보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톡방을 통한 정보공유와 2회의 온라인 독서 토론이 함께 진행되니 관심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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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라이프 밸런스 컨설턴트(Life Balance Consultant) 차칸양이 개인 재무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소 자산관리나 재무설계 그리고 노후 대비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라 실행하지 못했던 분들, 투자를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거나 겁부터 나시는 분들 혹은 실패하신 분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함으로써 경제 플랜을 세워야 하는 새내기 직장인들, 퇴직을 앞두고 경제를 비롯한 삶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분들 등 경제와 관련된 조언과 해법을 드립니다. 또한 컨설팅을 진행하더라도 절대 펀드, 보험상품 등에 대한 가입 권유를 드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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