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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Apr 06. 2022

찰리 채플린의 짠내나는
산업혁명 분투기

같은 영화 다른 시선(14) - 영화 <모던 타임즈>


☞ 부끄러움의 경제학- 영화 <동주>(1편)

☞ 신데렐라, 메타포를 입다- 영화 <일 포스티노>(2편)

☞ 경제학적 행복의 진짜 의미-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3편)

☞ 평온한 허구 VS 험난한 현실, 당신의 선택은?- 영화 <트루먼 쇼>(4편)

☞ 삼겹살 먹는 캥거루 가족의 좌충우돌 행복 찾기- 영화 <고령화 가족>(5편)

☞ 일도 사랑도 멋지게 복원시키는 직업이 있다면-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6편)

☞ 나는 너와 만나기 위해 '선택'하면 살아온 거야-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7편)

☞ 멈추고 선택하라 그리고 진짜 나의 길을 걸으라- 영화 <와일드>(8편)

☞ 전쟁이 우릴 속일지라도,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9편)

☞ 애덤 스미스가 동네 식당을 차린다면- 영화 <카모메 식당>(10편)

☞ 경제 파고에도 이어진 두 남녀의 러브 스토리- 영화 <첨밀밀>(11편)

☞ "당신 때문에 신분과 집안 체면 따질 분별력도 잃었소."- 영화 <오만과 편견>(12편)

☞ 수레바퀴 아래서 책상 위로 오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3편)




“5조 조원들을 최고 속력으로!                                   


                                                  - 영화 <모던 타임즈> 중에서 - 





전속력이 최고의 미덕


영화 시작과 함께 화면에는 큰 시계가 클로즈업되고 있네요. 초침이 바삐 돌아가며 곧 6시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아침 6시일까요 아니면 저녁 6시일까요? 의문은 곧 풀립니다. 다음 화면에 소떼 무리가 등장하고, 이어서 지하철역 입구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아하, 출근 중이군요. 정시 출근을 위해 공장으로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몰려가는 모습만 봐서는 소떼 무리나 사람들이나 사실 별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네요.


“이것은 산업화되어가고 있는 각박한 사회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영화 <모던 타임즈>는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초기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소 암울하고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18세기 말 영국으로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은 혁명이란 단어가 사용된 것처럼 우리가 살던 세상을 그야말로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할 수 있는데, 그중 가장 큰 부분은 역시나 산업분야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인류가 지구 상에 모습을 드러낸 후 인간의 먹거리를 해결시켜 준 것은 농업이었습니다. 기원전 1만 년 전부터 시작된 농업은 17세기까지 엄청난 기간을 인류와 함께 했고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자리 잡았죠.


하지만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산업혁명은 단번에 농업을 우리 삶의 변두리로 밀어내 버리며 산업의 중심부를 차지해 버렸습니다. 그 결과 평생을 농업에 종사했던 농민들조차 그들의 일터였던 농지를 버리고 도시에 위치한 공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죠. 농민의 신분에서 공장 근로자, 소위 공돌이로 변모한 겁니다. 여기에는 더 이상 농업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진 시대상이 반영되었기 때문인데, 이들의 바람은 오직 하나였습니다. 먹고사는 걱정만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죠.



빨리, 더 빨리, 속도의 경제학


그러나 삶은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당시 공장 노동자들은 저렴한 인건비를 받으면서도 하루 15시간 이상을 일해야만 했습니다. 대체 왜 이토록 오랜 시간을 일해야만 했을까요? 제품 주문이 밀려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물론 둘 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죠. 그것은 바로 노동자들을 많이 일하게 하면 할수록 자본가에게 보다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노동시간과 자본가의 이익이 비례관계에 있었기 때문인데, 당시 이러한 자본주의 구조를 제대로 꿰뚫어 본 사람이 바로 칼 마르크스(Karl Marx, 1818년~ 1883년)였습니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역작인 <자본론>을 통해 당시 노동환경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분석했는데요, 그의 주장을 조금 쉽게 풀어볼까요?


상품 가격 재료비 인건비 이윤(자본가)


공장에서 만드는 상품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재료비와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인건비, 그리고 자본가에게 돌아가는 이윤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이윤을 제외한 상품의 가격을 마르크스는 정상적 가치라 보았습니다. 즉 노동자들의 땀과 수고에 의해 만들어진 노동가치라 보았죠. 하지만 이럴 경우 자본가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 당연히 자본을 투자한 자본가들에게도 돌아가는 몫이 있어야겠죠. 이것이 바로 이윤입니다. 마르크스는 이를 잉여가치라 표현했는데, 자본가들은 자신들의 몫인 잉여가치를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적용하게 됩니다.



자, 여러분이 자본가라면 어떤 식으로 잉여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노동자들을 더 많이 일하게 하는 겁니다. 인건비는 고정시킨 채 보다 많은 노동을 하게 만들면 더 많은 상품 생산이 가능해지고, 그 수가 늘어남에 따라 자본가에 돌아가는 이윤 또한 많아지겠죠? 그렇기 때문에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에게 오랜 시간의 노동을 강제한 겁니다. 하지만 자본가들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방법을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속도였습니다. 즉 동일 시간 동안 작업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듦으로써 생산량을 늘렸던 겁니다.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악덕(?) 사장은 힘깨나 쓰게 생긴 직원에게 다음과 같이 지시합니다.



“5조 속도를 더 높여. 401로.”... “5조 속도를 더 올려. 407로.”


그리고 늦은 오후 시간 마지막으로 또다시 명령을 내리죠.     


“5조 조원들을 최고 속도로!”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한 방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한 회사에서 사장에게 ‘벨로우즈 급식기’라는 기계를 선보입니다. 영업사원은 기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죠. ‘작업 중 공원들의 식사를 도와주는 기계로써, (빠른 식사를 통해) 점심시간을 줄여 다른 경쟁자들을 앞지를 수 있으며, 생산을 증가시키는 한편 경비까지 절감할 수 있습니다’라고요. 시연까지 보이는데 우리의 주인공 찰리 채플린이 당첨되었네요. 결과는 아시다시피 대실패!


이렇듯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고안한 수많은 방법들, 더 나아가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경영학에서는 ‘과학적 관리법’이라 표현합니다. 프레드릭 테일러(Frederick Taylor, 1856년~1915년)의 과학적 관리법이 대표적이죠. 사실 용어가 뭔가 있어 보이는 것일 뿐 이는 나쁘게 본다면 노동자들을 착취함으로써 자본가들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기 위한 방법이라 할 수 있죠. 즉 여기에는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닌, 마치 기계 혹은 기계부품으로 생각함으로써 오로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할 수 있습니다.



공장에서 너트 조이는 일을 하던 채플린은 쉬는 시간에 조차 그리고 일상생활에서조차 너트만 보면, 혹은 너트 모양만 보면 조이고자 하는 직업병(!)에 시달립니다. 영화에서는 그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결국에는 정신병원행을 피할 수는 없었죠. 개인적으로 급식기 시연과 더불어 가장 짠한 장면이었네요.


당연히 지금의 노동환경은 과거 산업혁명 시절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좋아졌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본주의 구조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닌데요, 여전히 자본가와 노동자의 갑을 구조는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1970년대 한국의 노동 문제를 무겁게 거론했던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 난장이들이 힘겹게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요? 꿋꿋이 잘 가고 있는 걸까요?




※ 이 글은 2022년에 출간될 책 <같은 영화 다른 시선(가제)>의 초고입니다.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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