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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빗 Mar 07. 2017

그 객석에서

대한민국 두아이 아빠되기

조명이 잦아든다.

어둑한 가운데 한 아이가 우뚝 섯다.


어스름 음악이 오르면,

한송이 꽃이되어 사뿐히 선을 긋는다.


작은 두 발이 무대 위를 가득 채운다.

넘어지기라도 할까 주먹을 꽉 지면

언제그랬냔듯 힘차게 마루위로 차오른다.

울긋 불긋,

알듯 말듯,

시작과 끝이 이어지는 무대뒤엔 박수소리가 남는다.



음악이 끝나고 종종걸음으로 돌아가는 모습에서야

아이들이구나 싶습니다.


작은 발레학원 발표회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입시반까지 있는 큰 학원이었네요.

두시간 가깝게 다양한 무대가 이어집니다.


우리 아이의 무대가 아님에도

두 손이 모아지는건,


이 한번의 무대 뒤에

얼마나 많은 부모의 애끎음이 있었을까,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도하고 또 미안했을까,


그런 시간과 과정속에

이 아이는 얼마나 많이 넘어지고 부딪혔을까,


배우의 부모들로 가득한 객석은,
그래서 더욱 숙연하고 진지합니다.





그 언젠가 대학시절,

호기롭게 무대에 오르던 때가 있었습니다.


수차례 조연을 거쳐,

첫 주연을 맡았던 연극 무대.

첫 줄 앞자리에 부모님을 처음으로 초대했드랬죠.


하마터면 등장부터 앞구르기로 할뻔했던

첫 주연, 첫 등장.

스포트라이트를 쫒아 다니기 급했던 그때.

.

.

나름 기립박수를 받으며 공연이 끝났습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채,

분장도 지우지 않은 채, 지방에서 올라오신 부모님께 달려갔습니다.


"너 계속할 건 아니지? 연극?"


날 선 칼보다도 차가웠던 어머니의 첫마디.

도깨비의 큰 칼처럼 가슴팍에 여전히 꽂혀있는 한마디입니다.


어쩌면 그순간이었는지 모릅니다.


내 아이가 그 무엇을 하든, 응원해 주겠다.

그 길이 어렵고 힘들다 하여 가지말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 말이지요.



그리고 그 순간이었는지 모릅니다.

이어졌던 무대들을 내려올때면, 자꾸만 머릿속을 때리던

'이러면 안되는데..'

라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던 순간이 말이지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응원받지 못한 스무살의 저는 그렇게 힘없이 무대를 내려왔습니다.



행여 넘어질까,

객석에 앉은 부모들 모두 손을 모았다 풀었다 반복합니다.

노래가 끝나자 이어지는 안도의 박수.


실수를 해도 마냥 예쁘지요.

아이가 성공하는 모습만을 사랑하는게 아니니까요.

아이의 실패도 눈물도 때론 방황하는 모습까지도 모두 사랑하는 것이 아빠이기 때문이죠.


그 애틋함을 아는지 마냥 신나기만한 딸아이.

즐거운 기억만 가득한 첫 무대였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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