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은 서로 단단하게 엮인 목(木) 부재가 지붕의 하중을 나눠 들기 때문에 기둥이 몇 개 썩어도, 심지어 집을 지탱하는 대들보가 상해도, 기울어질 뿐 무너지지 않는다고 한다(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실제로는 왕왕 무너진다- 대수선 중 구조가 약해져서, 새어 들어간 비 때문에 지붕이 무거워져서, 그것도 아니면 그냥 낡아서).
수선을 위해 벽을 털어봤더니만, 역시나 우리 집도 여기저기 상하지 않은 곳이 없다. 시공사 대표님과 설계 소장님 말씀으로는 이 정도면 그래도 평균은 되는 거라고 하시지만, 아는 게 없는 건축주 입장에서는 그저 심란할 수밖에. 아무리 서로서로 힘을 합쳐 버텨왔다고는 해도 이런 상태로 80여 년을 버텨냈다니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지기까지 한다.
목공사를 시작하며 사진에 담아본 시간의 흔적.
고목이나 오래된 건물의 기둥을 바라볼 때면 자연스레 삶을 떠올리게 된다. 감내해 내야 하는 물리적인 무게는 다를지라도 어려움의 정도는 어느 정도 닮아있지 않을까. 긴 시간을 주초 위에서 버텨낸 기둥의 모습이 그저 대견하기만 하다(이런 기둥은 밑단을 잘라낸 뒤 새로운 부재로 교체하는 동바리이음을 한다. 마치 기둥이 신발을 갈아 신는 것 같은 모양새).
경사진 대지 위에 지어진 집이라 흙바닥의 높이가 집의 바닥보다 높은 면이 있다. 기둥이 땅속에 파묻히게 되면 금세 썩어버리기에 궁여지책으로 벽돌을 쌓아 장주초를 만들어 놓은 모습. 보기도 흉하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아무튼 효과는 있었는지 "벽돌 주초" 위에 놓인 기둥은 거의 상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을 버텨온 물건에서만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있다. 20여 년 전 목수 일을 처음 시작하셨을 때부터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망치(사진상 우측 위). 육송으로 만든 자루가 반질반질해서 여쭤보니 자루는 이미 8번이나 교체한 새것(?)이라 하신다. 망치의 머리가 납작해지고, 자루가 여덟 번이나 바뀌는 동안 이 분은 얼마나 많은 집을 지어내셨을까.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일종의 숭고함마저 느껴지는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