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직에 맞는 일을 찾는 것은 모험과도 같지만, 기대와 흥분이 함께 한다.
천직(天職)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국립국어원 표준사전에는 '타고난 직업이나 직분'으로 표기되어 있고, 영어로는 vocation이라 표기한다. 특이한 것은 영어 표현의 유래가 라틴어 vocare(부르다)에서 온 점이다. 즉, 천직은 하늘로부터 부름을 받는 종교적 신성함에서 출발하였고, 동양 문화권에도 그대로 한자어 번역이 되었다. 하늘이 내려준 직업이 있다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내 평생의 직업이 될 가능성이 크고, 보람과 큰 의미를 주는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다.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일, 아마도 그 일이 천직이 되리라. 그러면, 나는 과연 천직에 맞는 일을 하고 있는가? 혹시 주변 사람들 중에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통계를 보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누군가는 지금의 일을 천직으로 여길 것이다. 아래 뉴스를 보자.
'평생 직업'의 시대라고 하지만,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자신의 일이 평생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069명을 대상으로 ‘현재 직업을 천직이라고 생각하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70.1%가 ‘천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43%,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계속해서 ‘원했던 일이 아니어서’(32.7%), ‘재미가 없어서’(26.6%), ‘적성에 맞지 않아서’(17.2%) 등의 이유를 들었다.
천직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일을 하고 있는 이유로는 ‘돈을 벌기 위해서’(66.2%, 복수응답)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다른 직업을 구하기 어려워서’(44.5%), ‘원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 없어서’(26.4%), ‘어떤 일이 천직인지 몰라서’(22.6%), ‘좋아하지는 않지만 잘하는 일이라서’(14%)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출처:세계일보 2016.4.12)
결과적으로 70%의 직장인이 현재의 직업을 천직이 아니라고 여긴다. 게다가 천직이 아닌 가장 큰 이유가 평생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떠나서, 평생보장만 된다면 천직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취직과 정년보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이다. 당장 자신과 식구들이 먹고살아야 할 문제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질문인 '천직이 아님에도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답변이다. 심지어, 어떤 일이 천직인지 모른다는 답변도 꽤 많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먹고사는 이유를 제외하고는, 일이나 직업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천직은 내 평생에 걸쳐서 해야 하는 일인데, 죽을 때까지 내 천직이 무엇인지 모르고 산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천직과 비슷한 정의를 '신화의 힘' (조셉 캠벨 저)이라는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천복(天福)'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글자 그대로 하늘이 내려준 복이라는 뜻인데, 영어로는 Bliss, 산스크리트어 Ananda로 표시한다. 천복을 누리는 사람들에 대한 예시로 사제(성직자)와 샤먼(주술사)의 얘기가 나온다. 사제는 사회에서 부여받은 권한으로 주어진 의례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샤먼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직접 경험한 신들을 섬기는 사람이다. 지금의 시대와 비교해 보면, 나는 사제처럼 조직에서 주어진 일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샤먼처럼 직접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나의 일을 하고 있는가 돌아볼 수 있다. 천복과 관련된 캠벨의 생각을 조금 더 보자.
늘 보이지 않는 손이 나를 따라다닌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굳게 믿는 미신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도 내가 하는 생각은 이렇습니다. 천복을 좇으면, 나는 창세 때부터 거기에서 나를 기다리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내가 살아야 하는 삶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삶입니다. 이걸 알고 있으면 어디에 가든지 자기 천복의 벌판에 사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문을 열어줍니다. 그래서 나는 자신 있게 사람들에게 권합니다. "천복을 좇되 두려워하지 말라.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있어도 문은 열릴 것이다." (신화의 힘, 227쪽)
천직과 비슷한 말에 소명(召命)이란 단어도 있다. 이것도 '부름'을 의미한다. '일의 기술' (The Art of Work, 제프 고인스 저)에서 소명은 내가 진정 바라는 삶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자면 늘 나의 삶이 들려주는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가? 아니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실패로 끝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인가? 상상 속에서만 머무르는 것은 단지 언제 실현될지 모를 꿈일 뿐이다. 하지만, 두려움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영웅은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절벽에서 소명을 향해 자신을 던졌기에 영웅이 된 것이다. 혹시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를 기억하는가? 보통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진실을 찾는 모험을 떠날 것인가? 누구든지 영웅이 될 수 있지만, 또한 아무나 영웅이 될 수 없다. 모든 것은 나의 결심에 달려있다. 소명은 어떤 종착지가 아니라, 그곳으로 가는 여정이다.
나는 회사를 다닐 때에도 임직원을 교육하고 성장을 도왔던 나의 일을 천직이라 여겼지만, 궁극적으로 그 일을 회사 내에서 계속할 수가 없었다. 다니던 회사는 대기업이었음에도, 기본적으로 개인의 생산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그곳에서 생산성과 관련되지 않는 개인의 성장은 의미를 두기 어려웠고, 업무의 향상을 위한 어학 등 자기계발만 인정을 받았다. 그래서, 개인의 성장을 돕고자 하는 나의 능력을 더 의미 있는 곳에 쓰고자, 보이지 않는 부름을 따라 회사를 나왔다. 지금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공부했던 심리학과 에니어그램, 회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 꿈을 찾으려는 직장인과 예비 직장인들을 돕고 있다. 하루하루가 매일 즐겁다. 천복을 좇는 천직을 찾은 셈이다. 아마 여러분들은 당장 천직을 좇아 다른 일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고, 원하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이라도 해보면 어떨까? 보이지 않는 손은 준비된 사람들에게만 나타나게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