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아침 출근길에 주변 화단에 자란 꽃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때 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속말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현존에 집중하라는 말이 이런 건가?
지난 일이나 앞으로의 일로 생각에 끌려가는 대신에
당장 내 앞에 있는 것들로 주의를 돌리는...
어제 <몸과 마음을 하나로 하기 위한 가장 작은 실천부터>를 쓰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내용 그리고 의문에 차 있던 물음이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 장면을 기억하려고 화단으로 가서 꽃에 앉은 나비를 촬영했습니다. 마치 제 의도를 돕는 듯이 나비가 잠시 멈추어 주었습니다. 더불어 꼭 교외로 가지 않아도 꽃과 나비를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바로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효과가 있군!
어제 잠시나마 애를 쓰고 시간을 들여 생각을 정리하고 묻따풀한 노력은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심호흡이라는 일상 운영을 위한 단위 행동 양식>을 쓰기는 했지만 막막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고 일어나 활력이 생겼을 때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 그 노력의 씨앗이 싹을 피는 작은 순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자주 내뱉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콩 심은 데 콩 난다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아.
다시 한번 꾸역꾸역 노력을 더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심호흡이라는 일상 운영을 위한 단위 행동 양식>에서 배운 바를 분명히 하기 위해 글을 열었다가 그림이 상황에 꼭 맞지 않은데 그냥 썼다는 사실을 깨닫고 (귀찮음을 극복하고) 고쳐 보기로 합니다. 그 과정에서 예전에 그리던 그림을 재사용하려고 들다가 또 우연히 다른 글을 쓸 때 얻었던 인사이트를 발견합니다.[1] 그래서 그리던 그림에 영감을 받은 부분을 붙여 봅니다.
그렇게 형상화한 생각을 말로 바꿔보면, 인식의 주체가 나이고 인식의 초점을 (다른 데에서 현재로) 바꾸면 대상과 그 맥락이나 의미도 바뀐다.
영감을 준 글의 제목을 보니 <마주해서 보면 느끼게 되고, 이를 헤아리면 맛이 난다>입니다. 방금 제가 마주한 꽃과 나비의 어울림이 떠오릅니다. 그걸 헤아려서 생긴 맛을 담은 말이 바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입니다.
너무 감상적이 되지 않으려고 지금 이렇게 희망적으로 보는 일이 꼭 어제 들인 노력 때문인지 비판적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제 만사 제치고 일찍 잠에 들고 휴식을 취한 덕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몸을 돌 본 일은 잘한 듯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그 이유를 규명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깨닫습니다. 그저 이런 활력이 필요하다는 사실만 깨닫습니다.
그랬더니 지난 글 첫머리에 인용한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그 방법이 무엇이든 어려움 속에서 여유를 만드는 노하우에서 출발했죠. 그리고, 그것을 마음챙김 차원으로 실행할 수 있다면 아직은 기대하기 힘든 체험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인용한 바 있습니다.
마음이 몸과 함께하지 않는 것이지요. 숨을 들이쉬며 들숨에 집중할 때, 몸과 마음의 재결합이 일어납니다.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와 몸 안에, 느낌 속에, 그리고 주의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각하게 되지요. 마음을 몸에 되돌릴 때, 뭔가 경이로움 일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각오를 했죠. 평소에도 심호흡을 습관화하기로. 글을 쓰고 나서 심호흡을 한번 해야겠습니다. ;)
[1] 흥미롭게도 내용에 의한 연결이 아니라 물질이 보관된 공간(파일)이 만들어 준 연결입니다.
(1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3. 본성을 따지는 일에서 최고의 씨앗들에 물을 주는 일로
16. 조심스럽게 관찰하면 서두르지 않을 수 있을까요?
17. 시행착오가 보여주는 지도 그리고 추진력을 찾는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