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덕후의 탄생
<단단한 영어공부>를 읽으며 가깝게 느껴지기 시작한 페벗 김성우 님의 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시험 성적서의 '성적'이란 표현에 대한 지적에 공감을 했습니다. 그런 다음에 눈에 든 표현은 '장소 기호학'입니다. 마침 태그가 있어 다른 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들어 본 말이라 제미나에게 먼저 물었습니다.
더불어 <월말김어준>에서 박문호 박사님의 어떤 강의를 들을 때, 문화는 장소 대칭성이 있다고 표현한 말도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사례의 김성우 님 글을 보면서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이미지가 정보를 전달한다는 문구를 곱씹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가지 연상되는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여름 방학 때 아이들과 만들기 체험을 갔는데, 화장실 표지가 다음과 같이 되어 있었습니다.
먼저 벽에서는 화장실을 알 수 있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두 개의 문 앞에 각각 M과 W만 쓰여 있어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그 앞에 서서 저에게 이렇게 묻는 것이었습니다.
아빠, M이 남자예요?
마치 기호로 문 앞까지 알려준 후에 마지막 관문에서는 영어 교양 테스트를 하는 꼴이었습니다. M 대신에 남자라고 쓰거나 미적으로 꾸미고 싶었다면 앞서와 같이 아이콘을 썼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장소 기호학을 키워드로 구글링을 하다가 <'공간'과 '장소'의 차이를 아시나요?>라는 기사가 눈에 띄었는데, 전형적인 책 소개 내용이었습니다.
공간(space)이면서 장소(place)인 곳들이다. 얼핏 공간과 장소는 같은 개념으로 해석되지만, 책 『공간과 장소』(사이)의 저자인 지리학자 이-푸 투안 박사는 둘을 분명하게 구분한다. 기준은 ‘가치'. 푸안 박사는 "공간은 장소보다 추상적이다. 처음에는 별 특징이 없던 공간은 우리가 그곳을 더 잘 알게 되고 그곳에 가치를 부여하면서 장소가 된다"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러한 가치는 사람이 부여하니까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은 그림으로 전개된다 할 수 있습니다.
기사에 명쾌한 예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크론베르크성을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배경지식이 없는 이들에게 성은 단순히 돌로 축조된 건축물에 불과할 테지만, "여기에 햄릿이 살았다고 상상"하자 돌연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말하는 햄릿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단순한 공간이 특별한 장소로 변하는 순간이다.
저자는 가치를 유형화하여 표현하기도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공간은 ‘자유’를 상징하기도 한다. 인간은 광활한 공간을 질주하고 경험하기 원하는 자유 욕망을 지니는데, 그 공간에 ‘애착’이 생기고 ‘안전’이 더해지면 장소가 된다. "공간이 움직임이 허용되는 곳으로 생각한다면 장소는 정지가 일어나는 곳"이다.
슈필라움이라는 말을 처음 본 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권력 추구나 과시가 가치가 되기도 하겠군요.
또한 공간은 욕망을 투영한 ‘권력의 대상’이기도 하다. "중요 인물은 지위가 낮은 사람들보다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하거나 더 많은 공간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라는 집단적인 자아가 더 많은 생활권을 차지하기 위해 주변의 약소국가들을 침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모든 동물에게 생물학적 필요조건인 공간이 인간에게는 심리적 욕구이자 사회적 특권"이라고 강조한다.
보편적인 예로는 도시를 대하는 미국인과 유럽 사람의 차이가 생각납니다. 그러나 '권력'이라는 말을 들으니 오랜 관행과 보안까지 무시하며 무리하게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긴 현 정부의 권력 과시욕이 떠오릅니다.
(2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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