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페벗[1]인 김성우 님이 쓰신 글에 있는 만화 한 컷을 빌려 왔습니다. 최근에 읽은 <단단한 영어공부>의 주제를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죠.
<단단한 영어공부> 1장에는 <내가 풀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히 하자>를 떠올리게 하는 포기말(=문장)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영어'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중략>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은연중에 생각하는 '영어공부'의 내용과 방향이 누군가에 의해 정해지고 부지불식간에 퍼져 왔다는 사실입니다. <중략> 이제 '그들의 영어'에서 '나의 영어'로 변화를 모색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사회가 혹은 공교육이 영어를 꼭 배우도록 종용한다고 해도 '영어를 배운다'는 일이 과연 무슨 일이고,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단단한 영어공부>를 읽기 전에는 별로 생각해 본 일이 없는 듯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스스로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하게 돕는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 생각을 돕기 위해 저자는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합니다. 하나는 먹고사는 데 필요하다는 도구적 관점이고, 두 번째는 지식과 경험을 쌓아 나가는 데 언어가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구성적 관점입니다. 구성적 관점은 생소한데, 이 개념에 대해 감을 만들어 주는 저자의 설명을 보죠.
사회경제적 수단으로써의 영어가 아니라 삶과 떼놓을 수 없는 영어, 인간과 인간을 이어 주는 끈의 역할을 하는 영어, 인간과 인간을 이어 주는 끈의 역할을 하는 영어, 인류가 이루어 놓은 문화적 유산으로서의 영어에 주목합니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인간과 인간을 이어 주는 끈의 역할'[2]이라는 표현에 푹 빠져 잠시 음미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저자는 부모 주도의 성과 추구 관점의 의사결정보다는 원리 추구의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원리 추구와 결이 맞는 키워드는 다음 표현들이 있습니다.
대화
자율성
책임
새로운 세계
성장
즐거움
저는 이러한 '원리 추구형'제안을 보면서 '아, 이거구나!' 했습니다. 그 느낌에 손떼를 묻혀 그림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그림에 등장하는 텍스트는 대부분의 저자의 글이지만, 발산형으로 표현한 레이아웃이 제가 추가한 발상 혹은 활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나침반으로 삼아서 저자의 주장을 삶에서 펼쳐 보려는 것이죠.
이후 내용은 각 장에서 배울 바를 요약해 보았습니다.
저자는 'The native speaker is dead'라는 토머스 파이크데이가 쓴 책 제목을 소개합니다. 그러면서 영어를 국제어로 배운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더불어 '고급 상품'으로 포장된 언어 이데올로기 혹은 영어 교육 판매업자의 관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도록 독자를 도우려고 합니다.
그리고 광고가 우리에게 심어준 가스라이팅을 극복하라고 말합니다.
뭐 영어가 안 나와 미안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미안할' 필요는 없지요. 도리어 미안이 마케팅 포인트가 되는 사회가 개개인에게 심히 미안해해야만 합니다.
더불어 저자를 포함하여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문화 상대주의를 배우게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한편, 속전속결로 우리를 몰아가는 광고에 끌려가지 말고 '슬로러닝'(9장)을 하라고 합니다.
광고는 때때로 우리의 불안을 파고듭니다. 열등감을 자극합니다. 비교와 경쟁을 부추깁니다. 무엇보다 속도를 강조합니다. 비교와 경쟁을 부추깁니다.
영어 학습법의 발전사에 대한 내용이 이어지는데 다음 다발말(=단락)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언어학습의 핵심은 '언어에 담긴 메시지의 이해'에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언어의 내용을 이해함으로써 언어를 배웁니다. 다른 방식은 없습니다. 문법이나 발음, 언어의 형태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언어학습에서 부차적인 요소이며,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를 계속 접하는 것, 이것이 외국어 습득의 핵심이라는 주장입니다.
학부 시절에 프로그래밍 서적을 원서로 배우게 된 일이 계기가 되어 자바 프로그래밍 지식을 영어 문서로 접했던 경험 때문에 저자의 주장이 무슨 말인지 체험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외국인으로서 부족한 인풋 극복을 위해 머리를 쓰라고 조언합니다.
학습과 소통이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학습 생태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크라센의 연구 결과에 기초하여 언어 습득에 영향을 끼치는 정서적 요소로 동기, 자신감, 불안 따위를 살피라고 말합니다. 이를 총체적으로 조합하면 '인풋의 양에서 경험의 깊이로'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인풋을 중심에 놓고 사람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놓고 언어 경험을 설계해야 합니다. 말이 사람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말하는 공부로 전환해야 합니다.
저자는 먼저 '나다운 영어공부를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공부 대상 및 과정을 구체화하기
영어 레퍼토리 수집하기
나의 말로 바꾸기
그리고 텍스트뿐만 아니라 콘텍스트를 함께 익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현실의 삶이 아니라 꽉 짜인 텍스트의 구조에 갇힌 사회, 새로운 맥락을 써내는 상상력이 억압되는 사회에서 실소가 터져 나오는 상황은 여전히 벌어지고 있을 듯합니다. 보통 언어를 배운다고 하면 그 언어의 텍스트만을 생각합니다. 어떻게 정확한 문법과 어휘를 배울 것인가에 집착합니다. 하지만 언어를 보는 좀 더 과학적인 관점은 언어를 텍스트가 아니라 텍스트와 콘텍스트의 결합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단어든 문장이든 텍스트는 콘텍스트 없이 그 의미를 확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everyone이란 단어가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로 쓰이는 예를 제시합니다.
everyone의 의미는 사전 속이 아니라 사용의 맥락에서 결정됩니다. 텍스트의 맥락을 생각해 보는 일은 창조적이고 발산적인 사고 발달에 도움을 줍니다. 나아가 언어의 본령이 단어나 문장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세계와 만나는 방식에 있음을 깨닫게 해 줍니다.
결국 텍스트를 익힐 때도 콘텍스트 안에서 익히는 일이 효과적이란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콘텍스트 창조 작업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4장에 등장하는 소제목 '정확은 부정확의 축적이다'는 용기를 주는 한편 학습에 대한 진리를 담은 표현인 듯합니다.
외국어를 정확하게 말하려면 오랜 시간 '부정확하게 말하기'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정확에서 정확으로의 변화는 온/오프 스위치처럼 작동하지 않습니다. '부정확'에서 '부不'를 떼어 네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확성이 발달하려면 부정확을 용인하고, 부정확하게 느껴지더라도 용기 있게 말하고, 나아가 부족한 자신을 사랑해야 합니다.
이어지는 설명은 저자의 섬세함에 감탄과 위로와 영감을 받습니다.
우리 사회는 부정확에 야유와 조롱을 보냅니다. '문법이 엉망이군'이라거나 '발음이 왜 저 모양이냐'는 눈빛이 도처에서 감지됩니다. 이는 우리에게 자신의 불완전을 수용하지 못하게끔 합니다. 목소리가 들려야 할 곳에 침묵을 가져오고, 부정확에 대해 과도하게 마음을 쓰도록 만듭니다.
그중에서 '자신의 불완전을 수용하지 못하게끔'이라는 표현을 보며 <이해와 연민 길러 내기> 내용도 떠올리게 되고 앞서 저자가 말한 '부족한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언어와 문화가 불가분의 관계임을 설명합니다.
언어와 문화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엮여 있습니다. 문화를 이해하려면 언어를 이해해야만 하고, 언어를 깊이 이해하려면 그 안에 녹아든 다양한 문화적 현상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기초해서 효과적인 영어 학습법을 제시합니다.[3]
특정 표현의 유래를 따라가 보기: 검색창에 English idioms and origins 입력
영어 메타포 익히기
한국어와 영어 간 차이를 비교하거나 대조하기
올해의 단어(Word of the year) 살펴보기
내용이 길어져 이 글의 후반부는 별도 글로 이어갑니다.
[1] 아마도 저자인 김성우 님 글을 보고 <단단한 영어공부>를 읽게 된 듯한데 기억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2] 그러다가 Kent Beck의 글을 번역할 때, 그와 연결될 수 있을까 기대하며 링크드인 메시지를 보냈던 측면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잊었던 사실이네요.
[3] 책에서는 '영어 속담을 익히고 실생활에 적용하기'도 있지만 생략합니다.
(4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41. 감정은 정보이다
42. 내 감정을 살피고 태도를 가꾸고 습관을 만들어가는 일
44. 이 길을 통해 내 최고의 열망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45. 두려움에 찬 집착을 버리기 위해 자신의 소를 놓아주기
46. 어째서 우리는 그런 기술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47. 감정 과학자가 되는 법
48. 이해와 연민 길러 내기
49. 부드러운 소통 그리고 마음챙김이라는 감성 능력 개발방법
51. 교만을 다스릴 연민을 키우고, 마음챙김을 익히기
54. 행복은 개인적 문제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