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지난 글에 이어 틱낫한의 <고요히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을 읽고 쓰는 기록을 이어갑니다.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말입니다.
우리가 겪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어려움 중에 하나는 내면과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서툴게라도 감정 과학자로 입문하기>를 진행한 후에는 더욱 명확하게 느낍니다. 스스로 기분과 감정에 대해 오랫동안 귀를 닫은 상태로 살았고, 그런 시간이 쌓여 놀랍도록 무뎌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긴장 상태가 습관이 되어서 어깨는 늘 굳어 있기도 합니다.
다시 읽어 보면서 무슨 말인가 파악하려고 앞뒤 문맥을 살펴보았습니다.
누구도 벌을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큰 아이에게 소리를 치고 벌을 주던 일도 필요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종종 엄하고 단호해야 한다고 믿었는데, 꼭 그렇지도 않다고 주장하는 글입니다.
그를 벌주는 것은 상황을 개선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정말 그럴까요?
다른 이에게 연민을 보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말하기보다 듣기입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연민으로 깊이 듣기는 일종의 수행입니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소리 내어 말할 기회를 주어 고통을 줄이는 것이지요. 이 수행에는 지속적인 집중과 마음챙김 호흡이 요구됩니다. 자신이 듣고 있는 얘기에 끼어들거나 정정하려는 충동을 자제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한번 손떼를 묻힌 그림을 인용합니다.
그가 혹은 스스로가 고통을 받고 있다면 거울이 되는 역할마저 뒤로 미루라고 말합니다.
나의 유일한 목적은 오직 말하는 사람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것일 뿐 <중략> 자기의 잘못된 인식을 정정할 수 있도록 그에게 올바른 정보를 줄 기회는 이후에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기회가 언제 오는지 설명합니다.
그의 고통을 다 이해한 후라면, 이제 드디어 당신이 말할 차례가 되었을 때 당신의 목소리에 연민이 담깁니다.
고통을 다 이해하지 않고, 말을 하면 두 번째 화살을 쏘는 격이 된다고 합니다.
두 번째 화살이란 우리가 보이는 반응, 거기에 덧입히는 스토리, 그리고 이어지는 불안을 의미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쏜 화살이지요. 이 모든 것들이 고통을 확대합니다. 많은 경우에 우리가 걱정해 마지않는 궁극의 재앙은 일어난 적도 없습니다.
'궁극의 재앙'을 저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새삼 놀랍습니다. 반면에 궁극의 고통이 있다고 해도 결국 사라진다는 진리가 이어집니다.
그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고통은 누구에게든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지만 - 결국 사라집니다.
글쓰기를 멈추고 잠시 감각을 느꼈습니다.
실제 고통과 함께 단순히 현존해 보십시오. 그것은 바로 눈앞에 있지 않습니까. <중략> 고통이 여기 있네요. 하지만 거기 함께 있는 당신은 여전히 멀쩡하고 생생합니다.
어깨 결림과 허리 통증이 조금 있지만, 눈앞에 비 오는 장면은 고통이 아닙니다. 주변에 들려오는 잔잔한 소음도 고통은 아닙니다. 현존하기에 대한 감각과 경험이 이렇게 익숙해지는 것일까요?
잘 보이는 눈을 가졌다면, 그것을 즐기세요. 즉각적인 행복이 가능합니다. 비록 모든 게 완벽한 건 아닐지라도 말이지요.
놀랍게도 <감정 과학자가 되는 법>에서 인용했던 과학적인(?) 글과 대칭인 듯이 느껴집니다.
행복은 객관적인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인식하고 다루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감성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이런 핵심 개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의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마음챙김에 대해 하나 깨닫게 하는 말이 이어집니다.
마음챙김은 바로 지금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리도록 하는 작업입니다. 지금 이 순간 늘 존재하는 행복의 조건들은 우리 안에 뿐만 아니라, 온 사방에 없는 곳이 없습니다.
또다시 <감정 과학자가 되는 법>에서 인용했던 내용이 떠오릅니다.
감성 능력은 무엇인가? 우선 감성 능력은 습득되는 것이다. 이런 능력을 타고나서 자유자재로 발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감성 능력은 장점을 증폭해 난관을 극복하도록 돕는다.
마음챙김은 감성 능력을 개발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을까요?
(3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32. 필요로 하는 것을 갖기 전에는 뭐가 필요한지 모른다
33. 내가 정말로 해결안을 원하는지 보지 못하고 하는 일들
35. 몸과 마음을 하나로 하기 위한 가장 작은 실천부터
39. 정확한 관찰과 조사는 감정 과학자의 기본일 텐데
41. 감정은 정보이다
42. 내 감정을 살피고 태도를 가꾸고 습관을 만들어가는 일
44. 이 길을 통해 내 최고의 열망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45. 두려움에 찬 집착을 버리기 위해 자신의 소를 놓아주기
46. 어째서 우리는 그런 기술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47. 감정 과학자가 되는 법
48. 이해와 연민 길러 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