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지난 글에 이어서 <대체 뭐가 문제야> 18장 '지칠줄모름 씨, 장난감 공장의 문제를 어설프게 해결하다'를 다루며 전과 같이 중요하게 느낀 점 세 가지를 묻고 따지는 글입니다.
모든 문제는 인식의 문제
눈 가리고 무작정 두 발로 뛰어넘기
문제 정의의 제1 교훈
아마 하나의 글로는 다 쓰지 못할 듯하여 몇 개의 글 묶음이 될 듯합니다.
아침에 페북에서 본 '샅샅이 살핀 후 여기다'[1]라는 표현 때문인지 차분하게[2] 읽게 되었습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결국 느낌과 관련된 일이다. 만약 여러분이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말 '보다'는 기본적으로는 눈에 보이는 것을 보는 행위를 뜻하지만, 다양한 쓰임새로 커나간 단어입니다. 국어대사전 풀이만 보아도 서른 개를 훌쩍 넘깁니다.
여기에 더하여 <맛보는 과정을 통해 본성이 습성으로 드러나는 배움>을 쓰면서 배운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살맛'과 같은 쓰임에서 느낄 수 있듯이 한국인은 느낌을 맛(味)에 담아서 써왔습니다. 그래서, 아래 그림에 묘사한 알맹이 중에서 바라는 것과 느끼는 것의 차이가 있다면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문제의 정의가 바로 다음과 같기 때문입니다.
문제란 바라는 것과 인식하는 것 간의 차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고 느꼈습니다. 다분히 다음 그림의 잦은 인용 해서 생긴 생각인 듯합니다.
충분히 헤아려서 녀기는 단계까지 이르지 않고, 느낌으로 그대로 두면 같은 현상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공감이나 이해를 바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바로 보고 제대로 녀기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이는 또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타인의 내면에 세계로 들어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 바로 다음 포기말[3]을 보겠습니다.
그것이 '무슨' 문제인지 아는 것은 말하자면 또 다른 일이다.
앞서 말한 인식의 차이가 다시 떠오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충조평판을 남발하던 부끄러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던 때에 속말로 복창하던 내용이 떠오릅니다.
아내가 문제라고 하면, 문제인 것이다. 판단하지 말자.
그렇습니다. <사람의 감정은 항상 옳다> 하지만, 실천하고 상대를 그렇게 대하는 일에는 상당한 노력과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쓰고 보니 <대체 뭐가 문제야>를 넘어서서 제가 배운 모든 것을 삶의 기준으로 통합하고 있는 듯합니다. 독자님들은 어지러울 수 있지만,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의 취지에 딱 맞음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다시 다음 포기말로 나아갑니다.
대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무슨 문제인지도 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쓴 글 제목 <어떻게 내가 무엇을 모른다는 것을 알 것인가?>를 연상시킵니다. 느낌은 대체로 외부를 향해 있습니다. 그리고 지극히 자기중심적입니다. 이는 우리가 생명체이기 때문이고, 우리의 생각에 앞서 생명과 종족을 보존하는 유전자의 힘이 강력하게 작동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정보(외부 입력에 따른 감각 정보)만을 가지고, 자기중심적인 판단을 내리는 구조적 한계를 고랴하면 반직관적인 특별한 노력이 필요할 듯합니다. 그래서 <일상을 차리기 위해서는 우선 조심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 듯합니다.
당장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모르는 것 자체도 모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사실을 더 잘 보게 될 듯합니다.
다음 포기말로 갑니다.
그러나 대부분 그런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경험적으로 깊이 동의합니다. 그리고, 지난 글을 쓰며 배운 내용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인식한 것과 바라는 것을 따로 보고 각각을 샅샅이 살필 수 있다면 현실을 더 잘 볼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저자의 말처럼 잘못된 판단을 하는 이유는 뭘까요? 인식과 감정에 압도되는 경우 그럴듯합니다. 더구나 원래의 감정을 주변 사람들이 무시하면 더욱 그 감정에 집착하게 되어 강렬하게 우리 몸을 지배하는 듯도 합니다. 그래서, 감정은 중요하게 살펴보되, 존재의 나침반으로만 바라보아야 할 듯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학교에서 배운 강력한 습관이 효율만 추구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 그냥 문제인 것이다. 사실이다. 우리는 대부분 지나칠 정도로 학교에 오래 다녔다. 거기서 우리는 맨 처음 나타나는 문제인 것 같은 서술을 붙잡으려는 본능을 길렀다.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그것을 해결한다. 왜냐하면 모두 알다시피 시험에서는 속도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분들에겐 음모론으로 들릴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인생책으로 만든 탁월한 통찰 중에 하나입니다.
18장에서 꼽은 세 가지 중에 하나만 다룰 수 있었네요. 나머지 둘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눈 가리고 무작정 두 발로 뛰어넘기
문제 정의의 제1 교훈
[1] 제 글을 인용한 페북 글의 댓글에 달린 표현 중에 하나입니다.
[2] 저는 '차분하게'라고 쓰고, 영향을 준 표현에는 '샅샅이'가 있어서 단어 선택에 있어서도 각자 습관과 개성이 묻어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친김에 사전을 찾아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실천합니다.
샅샅이의 풀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또는 빈틈없이 모조리.
씨말인 샅도 찾아보았습니다.
「1」 두 다리의 사이. ≒고간.
「2」 두 물건의 틈.
1에서 파생되어 2가 되고, 틈까지 모두를 뜻하는 '샅샅이'가 만들어졌겠군요.
차분하다의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음이 가라앉아 조용하다.
차분해야 샅샅이 할 수 있겠군요. :)
[3]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16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7. 변화 속에서 차원을 달리할 수 있게 해 주는 로드맵
20. 허상의 문제로 다루는 힘 그리고 유머라는 지능의 날개
21. 누구를 불편하게 할 것인가? 그것이 내 문제라면?
22. 가치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23. 고통을 다루는 방법: 욕심과 고통과 임자를 연결시키기
25. 메타 인지, 본성의 무관심성 그리고 실천적으로 바라보기
27. 지금 이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게 하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