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지난 글과 함께 <대체 뭐가 문제야> 12장 '주차장이 부족한 캠퍼스'를 다루며 가장 중요한 주제로 꼽은 '허상의 문제로 전환하기' 외에 중요하게 느낀 점을 두 가지를 더 묻고 따지는 글입니다.
불편과 불편을 보는 두 가지 질문
구조를 관조하기 vs. 실천적으로 바라보기
12장 첫 장의 도입부 내용을 반복해서 읽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과다한 주차장 문제를 해결하려는 양 <중략> 이렇게 해서 이제 주차 '문제' 되어 버린 것이다.
과거에 여섯 번이나 읽으면서도 이 부분이 지금처럼 다가온 적은 없었습니다. 아무튼 다시 보면서 '과다한 주차장 문제'를 눈으로 읽는데 바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유머가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내 '꼭 그렇지는 않지.'하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2015년으로 기억하는데, 급하게 준비되던 제7홈쇼핑을 추진하는 분들을 만난 일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보여준 자료를 보면 지난 정부에서 종편 수요를 과다로 책정해서 놀고 있는 방송 시설을 활용하기 위해 홈쇼핑을 개국한다는 내용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이렇게 속말을 했죠.
세상이 이렇게도 돌아가는구나!
저자가 제시한 주차장 문제는 당시 한국 정부의 '방송 시설 감가상각 문제'와 꼭 닮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유머는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서 저는 <허상의 문제로 다루는 힘 그리고 유머라는 지능의 날개>를 쓴 대가를 얻습니다.
유머 덕분에 허상의 문제로 다뤄 보면 주차 문제에서 주차장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능력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죠.
뒤이어 다음 쪽의 다발말을 읽다 보면 금세 새로 얻은 능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총장은 개인적으로 주차 문제를 경험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그가 이 문제를 중요하게 여겨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아니 적어도 저는 진지한 자세로 '누가 어떤 불편을 겪는가?'를 묻는 데 갇히지 않고, 한발 떨어져서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누구를 불편하게 할 것인가?
물론, 이는 심술을 부리려는 말은 아닙니다. 서로의 얽힘 관계를 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유머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죠. 유머가 무슨 관련이냐고 묻는 분이 있다면 <허상의 문제로 다루는 힘 그리고 유머라는 지능의 날개>를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아무튼 이러한 능력을 키우고 나면 놀랍게도 독재자들의 일관된 행동 양식과 '시민'이라 불리는 이들이 '연대'하는 이유를 아는 듯이 느껴집니다. 다음 다발말을 읽을 때 바로 이를 느끼죠.
총장은 그것이 '전체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 개인'의 문제가 되도록 하는 독재 행위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였다. '분열시킨 후 점령하라divide and conquer.'는 관점은 '우리의 문제'라는 관점과는 상당히 상반되는 것이고 문제 해결을 방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기법이다. 그것은 대학 총장들이나 다른 독재자들이 좋아하는 수법이다.
한편, 장의 말미에는 저에게 XP를 떠올리게 하는 포기말(문장)[2]이 등장합니다.
잠시라도 좋으니 변화를 위해 당신 자신에게 책임을 물어라.
참고로 XP의 부제는 '변화를 포용하라'입니다. XP를 떠올리게 한 다발말이 있습니다.
일부 교수들이 새롭고도 색다른 문제 해결 기법인 생각할 수 없었던 것 생각하기를 활용하기로 결심했다. '누구의 문제인가?'에 대한 대답으로 그들은 '그것은 내 문제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의 문제라는 관점은 우리 문제라는 관점과 결코 상반된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가 성급하게 다른 곳에다 책임을 전가하면서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XP를 익힌 후에 중국에서 성당에 다녔는데, 전례(일요일 행사) 시작에 항상 모두가 '내 탓이오'를 외치는 부분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앞선 다발말과 관련이 있는 포기말을 하나 더 인용합니다.
교수들이 주차 문제를 그것은 내 문제라는 관점으로 보았을 때 문제는 '충분한 주차 공간이 없다.'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로 전환되었다.
그 후에 나열된 10개의 목록은 주로 실천적인 항목들이었습니다. 안전한 혹은 완벽한 정답과 탁상공론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저는 삶을 구조적으로 관조하는 태도를 지닌 사람들에 비해 실천적인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구절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1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3. 끝없는 사슬로 나타나는 문제
14. 부적합을 발견하지 못하다
15. 문제의 본질 파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