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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pr 26. 2024

끝없는 사슬로 나타나는 문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지난 글에 이어 <대체 뭐가 문제야> 7장 '끝없는 사슬'을 다루며 스스로에게 또 세 가지 중요하게 느낀 점을 물었습니다. 그 답에 대한 풀이를 글로 씁니다.

    새로운 관점을 도입하는 가장 쉬운 방법  

    끝없는 사슬이 되는 이유  

    얽힘을 인수 분해하기  


새로운 관점을 도입하기 가장 쉬운 방법

다음 다발말[1]을 읽고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대부분은 종이에 표시하는 유일한 방법은 '프린터를 이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빠져 있었으므로 기존 방식을 고집했다. 그들은 프린터를 설계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었으므로 오직 자신들의 생각만이 당연한 것이었다. 반면, 참신함 씨는 프린터에 대한 경험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놀랍고도 효과적인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할 수 있었다.

'적응의 대가 vs. 낯섬의 이점'이라고 말이죠. 흔히들 '새로운 시각'으로 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박문호 박사님은 <월말김어준> 강의에서 상당히 무책임한 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분야가 정해지면 나름의 방법이 있습니다. 예술에서 쓰이는 방법을 물리에서 그대로 쓸 수는 없죠. 그래서, 적어도 개인에게 있어서 새로운 시각이나 방법을 도입하는 시도보다는 새로운 경험이나 새로운 일을 하라는 조언이 현실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아닌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때에는 새로운 시각을 도입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같이 일해 오지 않은 새로운 사람에게 문제를 보게 하는 것입니다. 낯선 환경은 불편함을 제공하지만, 감각기관이 예민하게 작용하는 배경을 제공하는 듯합니다. 반면에 적응은 편안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 두뇌의 예측 처리[2]에 의해 편향이나 확신에 갇히게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관점(觀點)과 시각(視角)의 바탕을 따져 보기

앞서 글을 쓰며 관점과 시각이란 낱말을 명확한 분별없이 사용했는데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실천하기 위해 사전을 찾아봅니다. 먼저 관점은 볼 관(觀)과 점찍을 점(點)이 합쳐진 낱말입니다.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그 사람이 보고 생각하는 태도나 방향 또는 처지.

이번에는 시각 풀이입니다. 볼 시(視)와 뿔 각(角)을 합친 낱말입니다.

「1」 사물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기본적인 자세.

'보다'를 뜻하는 두 한자 볼 시(視)와 볼 관(觀) 차이를 살피려다가 한자 사전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見(견)은 저쪽에서 보여오는 일, 視(시)는 이쪽에서 가만히 보는 일.

보이다와 보다를 나누었던 기억이 나서 찾아보니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에 그림이 있습니다. 見(견)과 視(시)이 함께 일어나는 바탕은 마주하는 일이군요.

반면에 볼 관(觀) 설명 중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늘어놓아 보이다→자랑스럽게 남에게 보이다→잘 본다는 뜻.

일러스트로 보여주는 다음 설명도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끝없는 사슬이 되는 이유

이제 두 번째 끝없는 사슬이 되는 이유입니다. 책에서 이를 보여주는 포기말[3]은 다음과 같습니다.

각각의 해결안은 다음 문제의 근원이다.

장 제목이기도 한 '끝없는 사슬'이라는 표현은 많은 생각을 떠올려 줍니다. 먼저 우리를 지배하는 '시간'이라는 개념 그리고 '시간은 흐른다'는 관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하게 합니다. 그에 따라 문제는 인식에 따라 사슬처럼 이어지는 어떤 것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연스럽게 제가 썼던 글 제목 <일상은 단편이 아니라 선물처럼 주어지는 시간의 연속이다>이 떠오릅니다.

시간을 잣대로 하면 문제가 내 안에서 변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시간 대신 인적 네트워크 혹은 문제에 얽힌 수많은 사람들로 치환하면 네트워크에서 이동하는 문제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 이를 문제 대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 문제들을 다른 사람의 뒷마당에 가져다 놓는 것으로 문제를 완화시킨다. 이런 기법을 문제대치problem displacement 라고 하는데 <중략> 많은 새로운 문제들은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생겨난다.

마치 어릴 적에 했던 수건 돌리기 게임을 연상시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와는 조금 다른 문제 대치도 있습니다.

설계자들은 자신들의 안전 문제는 인식하고 있었으나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문제도 될 수 있다는 것은 인식하지 못했다. 문제 대치의 또 다른 경우다.


얽힘을 인수 분해하기

여기서 또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떠오릅니다. 인식은 각자의 주관에 따른다는 점입니다. 같은 현실도 정확하게 같이 인식하지는 못합니다. <같은 현상도 서로 다른 일로 인식할 수 있으니 차리기>에서 이를 다룬 바 있습니다.

모두가 다른 인식을 한다면 막막해집니다. 하지만, 열쇠가 하나 있습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입니다. 참여자의 인식에 따라 동의할 수 있는 문제 정의 말이죠.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세 번째 요점으로 꼽은 '얽힘을 인수 분해하기'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현상을 각자의 것으로 두지 않고, 공동의 문제로 보는 전환이 먼저 필요합니다. 문제의 풀이를 한번 더 찾아보았습니다. 다섯 개의 풀이가 있는데 모두 '누구의'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보는 임자는 빠진 풀이들입니다. 그리고 문제의 정의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란 바라는 것과 인식하는 것 간의 차이다  


그런데, 각자의 인식이 다르니 먼저 얽힘 관계를 풀어야 합니다. 문제에 대해 느끼는 불편함이나 그 사람이 가진 관심이나 영향력에 따라 중요도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관계라는 얽힘도 있어서 누군가는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누군가는 마주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등을 돌리기도 합니다.

이런 종합적인 현상을 분석하고 분해하여 인수분해처럼 나누어질 때 비로소 문제가 드러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에는 문제 해결사가 그렇게 했는지 판단 혹은 검산할 수 있는 간단하지만 명확한 규칙 하나를 제시합니다.

문제를 이해할 때, 잘못될 수 있는 경우를 적어도 세 가지 이상 생각해 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구절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예측 처리Predictive Processing 이론에 대한 이야기는 <현실과 조화를 이루는 환상 그리고 일됨을 떠올리기>를 썼던 이해에 따릅니다.

[3]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1. 우연하게 찾아온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2. 내년부터는 교과서 독서를 시작해 보자

3. 사랑의 구체적 실체는 제대로 된 피드백

4. 한계를 없애는 방법을 실천해 보자

5. 일상은 단편이 아니라 선물처럼 주어지는 시간의 연속이다

6. 자신감의 진짜 근간 그리고 지나친 노력 없이 이기는 비결

7. 최고의 기량 발휘를 방해하는 모든 정신적 습관 극복

8. 공감과 방향을 바꾸는 힘과 일상을 선물로 바꾸는 힘

9. 지나치게 노력한다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10. 인간사회 문제는 욕망을 빼고 정의할 수 없다

11. 문제에 대한 공감대, 문제의 역동성과 본질

12. 문제의 본질, 허상의 문제 그리고 유머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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