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지난 글에 이어 <대체 뭐가 문제야> 8장 '부적합을 발견하지 못하다'를 다루며 스스로에게 또 세 가지 중요하게 느낀 점을 물었습니다. 그 답에 대한 풀이를 글로 씁니다.
설계사(기획자)와 시장(바뀌는 이해 당사자)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외국인의 힘
부적합misfit과 임계치
8장에는 다음과 같은 포기말[1]이 등장합니다.
우리는 그 도구를 만든 사람보다 오히려 엉덩이를 찔린 사람을 탓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가 말하는 우리는 누구일까요? 최소한 엉덩이를 찔린 사람은 아닐 것입니다.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이냐를 다룰 때, 피해자라고 느끼는 사람은 최소한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요. 저는 '우리'가 설계자 혹은 솔루션(서비스) 기획자로 좁혀서 보았습니다.
사실 설계자라는 말은 문제 해결사의 일종이기 때문에 개발자(프로그래머) 역시 설계자 범주에 넣을 수 있습니다. 다음 포기말을 볼까요?
보통 설계 결함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을 시점엔 이미 설계자들은 더 이상 이해당사자가 아니다.
직업 프로그래머는 대부분 내가 쓰는 목적이 아닌 다른 사람의 필요를 다룹니다. 이 말은 다시 말해서 내 문제가 아닌 문제를 다룬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내 문제인 부분도 있죠. 개발하고 전달한 후에 돈을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내 문제이지만, 돈을 받은 후에 벌어진 불편을 내 문제로 볼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다발말[2]이 있습니다.
대치의 문제는 설계자들의 존재로 인해서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그들은 남들을 위해서 미리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설계자들은 앞서 나온 건물주처럼 자신들의 결정이 미칠 결과를 경험할 일이 거의 없다. 그 결과, 설계자들은 계속해서 부적합한 것을 생산해 낸다.
놀라운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장의 제목인 <끝없는 사슬로 나타나는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보통 설계자 혹은 기획자, 개발자 따위의 직업은 한편으로는 (남의) 문제를 해결하지만, 해결책으로 인해 또 다른 부적합을 낳는 이들입니다. 제 오랜 직업인 컨설턴트는 말할 것도 없죠.
대치란 말이 생소한 분들은 지난 글을 보시거나 다음 다발말이 도움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안전 면소기 덕분에 면도를 하는 자신은 다치는 일이 없어졌는데, 그 반면 그들의 아내나 하인이 날을 버리는 과정에서 베이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놓아둔 날로 인해 아이가 다치는 일도 자주 일어났다.
문제 대치 대신에 나비 효과란 말도 떠오릅니다.
두 번째로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외국인의 힘'을 꼽은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모든 설계자는 아니더라도 많은 설계자들은 미래에 벌어질 문제는 최대한 사려 깊게 다룰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부적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요? 하나의 힌트를 제공하는 다발말이 등장합니다.
인간은 적응력이 강해서 무언가가 그런 식으로는 안 된다고 의식하기 전까지는 어떤 부적합도 참아낼 것이다. 바로 그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개발자라면 배포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는 경험을 아마도 대부분 해 보셨을 것입니다. 이럴 때 도움을 주는 대상은 꼭 컨설턴트일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의 느낌이 사라져 버린 지 너무 오래된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중략> 참신한 관점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누구라도 우리의 컨설턴트로 지명할 수 있다. <중략> 초보자들에게 우리의 접근방식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 자신이 그 문제에 대해서 참신한 관점을 찾고, 새로운 부적합을 인식하도록 몰아갈 수 있다.
다소 관념적인 설명인데, 다음 다발말로 가면 더 와닿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이보다 유용한 경험은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외국인과 동행해 보는 것이다. 외국인의 눈을 통해 우리 자신의 문화에서 이상하고 어색한 부분을 다시 한번 인식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성인이 되면 머릿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가능한 최적의 세상이라는 사고가 자리 잡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다시 강조합니다.
여러분이 내린 정의에 대해 외국인이나 장님 혹은 어린이를 통해서 검증하라. 혹은 여러분 자신이 외국인, 장님 혹은 어린이가 되어 보라.
마지막으로 '부적합misfit과 임계치'에 대해 설명합니다. 부적합이란 단어는 <문제의 본질, 허상의 문제 그리고 유머 감각>에서 다룬 문제의 정의에 입각한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란 바라는 것과 인식하는 것 간의 차이다
그런데, 설계자가 문제를 경험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인식하는 일 자체가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부적합은 일단 인식되기만 하면 쉽게 해결된다.
지난 글에도 인용했던 이미지에서 여자와 남자 대비를 설계자와 문제를 겪는 사람의 대비로 바꾸어도 될 듯합니다.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한 명이나 두 명이라면 드러나지 않고 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그 도구가 시장에서 팔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각각의 새로운 관점은 새로운 부적합을 야기한다.
프로덕트 관리에 대해 고민할 때에도 이런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군요. 사용자가 늘수록 부적합이 느는 적분(?)스러운 현상이 바로 제품의 본질이기도 하네요!
하지만, 부적하비 임계치에 도달하기 전에는 설계자는 이를 알기 어렵다는 사실도 배웁니다.
그러나 이 순간까지는 적어도 이 정도의 실수를 '자연의 법칙'으로 받아들여 왔다.
스타트업이 고객에게 집착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서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구절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5. 일상은 단편이 아니라 선물처럼 주어지는 시간의 연속이다
6. 자신감의 진짜 근간 그리고 지나친 노력 없이 이기는 비결
7. 최고의 기량 발휘를 방해하는 모든 정신적 습관 극복
8. 공감과 방향을 바꾸는 힘과 일상을 선물로 바꾸는 힘
13. 끝없는 사슬로 나타나는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