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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ul 22. 2024

감정 과학자가 되는 법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감정은 정보이다>에 이어 <감정의 발견> 3장 '감정 과학자가 되는 법'을 읽고 생각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감정에 더 많이 휘둘린다

소제목 '우리는 생각보다 감정에 더 많이 휘둘린다'는 표현을 보는데, <매혹적인 오락거리라는 난적 상대하기>가 떠올랐습니다. 그간 배운 뇌 관련 지식이 만든 생각 때문입니다. 원시적인 나의 뇌는 예측기계이기도 하여 지금 상황이나 스스로 하려던 혹은 해야 하는 일에서 두려움과 불안이 느껴지면 고개를 돌려 오락거리로 향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감정을 정보로 활용하는 ‘메타 모먼트’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감정이 인도하는 접근과 회피라는 원시적 회로에 따라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이죠. 여기서 벗어나는 것이 '감정 과학자가 되는 법'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까요?


아래 다발말(구절)을 열심히 옮기는 중에 이미 <고통을 감싸 안기 혹은 감정 과학자가 되기>에서 인용했던 내용이란 사실을 깨닫습니다.

의사 결정을 할 때는 두 종류의 감정이 작용한다. '본질적'(integral) 감정과 '부수적'(incidental) 감정이다. 본질적 감정은 행동에 의해 직접 유발된다. 가파른 산길을 오를 때 느끼는 두려움이나 사랑에 빠질 때의 기쁨이 그 예이다. 부수적 감정은 현재 상황과는 무관하다. 앞서 설명했듯, 아침에 아이들과 말다툼을 하면서 느낀 좌절과 분노는 출근할 때 차를 모는 방식이나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감정들이 무의식 중에 스며드는 것이다.

이 구절은 저에게 틱낫한의 <고요히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에서 배우려던 내용과 이 책을 연결해 주었습니다. 마음챙김에서 말하는 고통을 들여다보는 일과 이 책이 설명하는 감정을 이해하는 일은 실천 관점에서는 비슷한 부분도 많고, 책 내용도 서로 보완적이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감정에 이름 붙이기 그리고 메타 모먼트

이미 작년에 <나를 점검할 수 있는 신호, 감정>이란 글을 썼지만, 생각을 정리했다고 습관이 되지는 않아 잊고 있었습니다. 감정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감정을 관찰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야겠죠. 아무튼 다행스럽게 반복해서 보고 실천하고 생각을 쓰니 익숙해지는 내용이 있습니다.


먼저 관찰한 감정을 인지하고 이름을 붙여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정교하게 이름 붙이는 일은 간단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면의 감정을 관찰하고 무드 미터에서 조사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두 가지는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는 표현 방법을 더 풍부하게 하거나 정확하게 하려는 경험이나 태도이고요. 다른 하나는 그런 감정이 유발된 사건이나 원인을 찾는 기회(?)입니다.

보통은 그런 절차를 생략하니 기회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책의 표현을 빌면 '메타 모먼트'를 만드는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감정 과학자는 스트레스가 엄청난 상황에서도 잠시 멈춰 자신이 무엇에 반응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을 수 있는 사람이다. 본질적 감정이든 부수적 감정이든 자신의 모든 감정을 규명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면 적절하고 유용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누구나 감정을 배우고 감성 지능을 향상할 수 있다

'누구나 감정을 배우고 감성 지능을 향상할 수 있다'라는 소제목을 볼 때는 <당신이 옳다>를 읽다가 공감이 배워야 할 기술이란 글을 보고 반가웠던 때의 감정이 살아납니다.

감정적 반응 그 자체가 공감은 아니다. <중략> 공감을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으로 나눈다면 그 비율이 2:8 정도로, 공감이란 것은 인지적 노력이 필수적인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중략> 악의가 없어도 얼마든지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래서 공감은 배워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은 '감성 지능'이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1990년 피터 샐러베이와 존 메이어가 쓴 논문 내용이죠.

감정을 정확히 인지하고 분석하고 표현하는 능력, 특정한 생각을 일으키는 감정을 만들어 내는 능력, 감정과 감정에 대한 지식을 이해하는 능력, 정서적이고 지적인 성장을 촉진하는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그리고, 공감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공감이란 감정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중략> 공감 능력은 타인과 관계 맺는 데 도움이 되지만, 힘든 감정을 처리하려는 상대를 지원하거나 엉뚱한 길에서 헤매는 상대를 말리는 데에는 썩 유용하지 않다. 그런 지점에서 감성 능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공감보다 감성 능력이 더 포괄적인 역량일까요? 그리고 저자는 감정을 조절하는 법도 설명합니다.

감정 조절하는 법을 제대로 익혀 두면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힘든 감정과 장애물을 더 잘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이어서 감성 능력에 대해 설명합니다.

감성 능력은 무엇인가? 우선 감성 능력은 습득되는 것이다. 이런 능력을 타고나서 자유자재로 발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감성 능력은 장점을 증폭해 난관을 극복하도록 돕는다.


감성 능력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

저자는 감정을 다루는 일을 감상적이고 현실 도피적인 일로 보는 이들을 향해 감정 능력에 대해 완전하게 오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감성 능력은 지혜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이끌어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감상적인 면은 전혀 없다. 감정이 일을 방해하도록 내버려 두기는커녕 오히려 반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감성 지능은 균형 잡힌 사고를 지원하고, 감정이 행동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하며, 특정한 방식으로 느끼게 되는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어딘지 모르게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를 읽을 때 느낌들이 살아납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제 직관에 반하는 행동이 실제로는 스스로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생기는 내면의 질감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자는 감성 능력을 다섯 가지 구성 요소로 나누고 머리글자를 따서 RULER라고 부릅니다.

Recognizing(감정 인식하기): 자신의 생각, 에너지, 신체의 변화나 타인의 표정, 몸짓, 목소리의 변화를 알아차려 어떤 감정이 생겨났음을 아는 것이다. 뭔가 중요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첫 번째 단서이다.

Understanding(감정 이해하기): 감정의 원인을 파악하고 감정이 생각과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는 것이다.

Labeling(감정에 이름 붙이기): 이는 감정적 경험을 잘 설명하는 정확한 용어를 찾는 것이다. '감정 어휘'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은 <중략> 자아 인식 능력이 높아지고 사회적 의사소통을 할 때 오해를 줄일 수 있으며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Expressing(감정 표현하기): 현재 상황, 함께 있는 사람들, 전체적인 맥락에 맞춰 감정을 표현해야 할 적절한 시기와 방법을 아는 것이다. 이 방면에 뛰어난 사람들은 감정 표현의 불문율, 일면 '표현 규칙'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Regulation(감정 조절하기): 개인적, 직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감정 반응을 관찰하고 통제하여 바람직한 방식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불편한 감정을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다. 감정을 받아들이고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느낌(feeling)과 기분(mood)

다음 다발말을 읽으면서 평소 느낌과 감정의 차이를 모른 채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느낌'(feeling)은 감정에 대한 내적 반응이다. 내가 우리 둘 사이의 문제 때문에 당신에게 화가 나 있다면 나는 희망을 잃고 이런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느낌이다. 느낌은 미묘하고 정확하게 감지하기 어려우며 다차원적이다.

감정에 대한 표현을 늘려갈수록 느낌과의 관계나 느낌을 표현하는 능력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짐작을 하게 하는 포기말(=문장)입니다.

느낌에 대한 단어는 그 자체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감정의 이유와 감정을 일으키는 관계의 상태를 보여 준다.

기분을 설명하는 글을 보면서 스스로 기분과 느낌을 구분하고 있었는지에 다시 의문이 들었습니다.

'기분'(mood)은 감정이나 느낌보다 더 산만하고 덜 강렬하지만 더 오래 지속된다. 쉽게 말해, 어떤 기분이 드는 이유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감정이 일어날 때는 그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다. 기분은 감정의 여파[1]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짜증이 났는데 그 생각을 계속하다가 결국 기분이 나빠진 적이 있지 않은가? 기분은 때로 아무 이유 없이 나타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삶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감성 지능이 높은 사람이 뛰어난 성과를 얻는다

저자는 감정 과학자를 감정 심판자와 구분하라고 합니다.

감정 과학자는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어떤 감정이 옳은지, 유익한지, 객관적 현실을 반영하는지 의견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그에게는 호기심과 경청하고 배우려는 욕구만 있을 뿐이다.

그 호기심과 배우려는 욕구가 두려움을 이겨 내야 합니다.

아이가 화를 낼 때 아이의 감정을 듣고 무엇이 그 뒤에 숨어 있는지 탐색하기보다는 생각하는 의지에 앉히는 벌을 주기가 더 쉬운 것이다. 감정 과학자는 열린 마음과 선한 의도로 접근하는 반면, 감정 심판자는 불쾌한 말을 들을까 봐 두려워한다. 이들은 언제나 부정하고 방어하고 비난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다음 다발말(=구절)을 읽을 때 다시 한번  <제정신이라는 착각>에서 읽은 내용 즉, 우리 뇌가 일종의 예측 기계로 작동한다 사실이 배경 지식으로 작동합니다.

우리는 행동한 뒤에 어떤 느낌이 들지 예상하고 그에 따라 대부분의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성 능력이 없을 경우에는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지를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목표를 좇거나 행복을 가져다줄 행동을 거부하는 데 시간을 낭비한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질 텐데도 우울한 기분을 풀기 위해 단것을 먹고, 소셜 미디어가 불안을 증폭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세상과 연결된 느낌 때문에 끊지 못한다.

한편, 행복을 위해서도 감성 지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행복은 객관적인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인식하고 다루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감성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이런 핵심 개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의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주석

[1] 국어사전 풀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남을 여(餘)와 물결 파(波)가 합쳐진 낱말입니다.

「2」 어떤 일이 끝난 뒤에 남아 미치는 영향.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3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31. 문제의 인식과 문제의 정의는 전혀 다른 일이다

32. 필요로 하는 것을 갖기 전에는 뭐가 필요한지 모른다

33. 내가 정말로 해결안을 원하는지 보지 못하고 하는 일들

34. 고통에 먹이 주기를 피하기 위한 직시(直視)

35. 몸과 마음을 하나로 하기 위한 가장 작은 실천부터

36. 매혹적인 오락거리라는 난적 상대하기

37. 고통을 감싸 안기 혹은 감정 과학자가 되기

38. 서툴게라도 감정 과학자로 입문하기

39. 정확한 관찰과 조사는 감정 과학자의 기본일 텐데

40. 우리에게는 감정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

41. 감정은 정보이다

42. 내 감정을 살피고 태도를 가꾸고 습관을 만들어가는 일

43. 마음챙김의 종으로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도록

44. 이 길을 통해 내 최고의 열망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45. 두려움에 찬 집착을 버리기 위해 자신의 소를 놓아주기

46. 어째서 우리는 그런 기술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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