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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ul 18. 2024

마음챙김의 종으로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도록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고통을 감싸 안기 혹은 감정 과학자가 되기>를 쓰면서 끊어진 틱낫한의 <고요히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을 읽고 쓰는 기록을 이어갑니다. 서툴게라도 감정 과학자가 되기로 했지만, 마음챙김 역시 익히고 싶은 이유입니다.


마음챙김의 종 시도하기

'마음챙김의 종'은 굉장히 마음에 드는 표현입니다.

사람은 모두 다른 어딘가에 있는 행복을 찾아 과거로, 미래로 달려 나가는 경향을 갖습니다. 마음챙김의 종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도록, 지금 이 순간의 삶으로 돌아오도록 상기시킬 훌륭한 도구입니다.

더불어 '현존'이란 단어가 떠올라 기록을 찾아보니 1년 반 전에 쓴 <내 경험 속에 내가 현존하기 위하여>에서 다른 책(욕쟁이 예수)에서 인용한 틱낫한 님의 글을 봅니다.

틱낫한 스님은 <깨어 있는 마음의 기적>에서 설거지를 즐기는 비결을 두고 "무슨 일을 하든지 당신의 온 마음과 몸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이럴 수가. 우리는 바울이 한 말과 똑같은 말을 노승에게서 듣는다.)

당시 해당 내용을 읽으면서 저도 설거지를 할 때 장갑을 벗고 손이 그릇에 닿는 촉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박총 목사님의 인용이 제가 틱낫한 스님을 알게 되고, 뒤이어 이 책을 구입하여 읽게 된 계기가 되었죠.


깊이 살펴보며 상황의 본질 이해하기

깊이 살펴보기라는 이름의 3장을 시작하는 포기말(=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애롭고 사려 깊은 부모는 아기의 고통의 원인을 발견하곤 합니다.

아기의 고통을 달래듯이 자신의 내면도 살펴보라는 말일까요?

잠시 고통을 껴안아 주며 달래다 보면, 더욱 깊이 살펴볼 수 있게 되고, 무엇이 그 원인이었는지, 무엇이 그것을 키웠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상황의 본질에 대한 이해는 고통의 변용을 더욱 쉽게 만들어 주지요.

묘하게도 <대체 뭐가 문제야>에서 풀어낸 내용 상당수와 상황이 그대로 부합하는 듯합니다. 다만, 바라보는 측면이 다르죠. <대체 뭐가 문제야>는 대체로 이성에 기초한 판단을 전제한 듯하고, 마음챙김은 고통과 마음을 주로 말합니다. 같은 주제 다른 접근이라고 해야 할까요?


고통을 이해하고 연민하기

책에는 구체적인 예가 이어집니다.

우리가 고통으로 공황 상태에 있다면 공황 상태를 우선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마음챙김 에너지가 고통을 완화시키면, 비로소 그 근원과 본질에 대해 깊이 살필 수 있게 되지요. <중략> 이해는 고통을 줄이고 연민으로 탈바꿈시키게끔 돕습니다.

공황이 정확히 무엇일까요? 공황 장애 판정을 받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잠시 멍하고 무기력해지는 상황도 공황일까요? 사전을 찾아봅니다. 두려울 공(恐)과 어렴풋할 황(慌)을 씨말로 하는 단어로 풀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두려움이나 공포로 갑자기 생기는 심리적 불안 상태.

근자에 저도 이런 감정에 휩싸일 때가 꽤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제가 겪은 상황이 공황에 해당하는지 궁금했던 무의식이 작동한 듯도 합니다.


이해는 고통을 줄이고 연민으로 탈바꿈시킨다는 말을 거듭 읽어 봅니다. 처음에는 스스로를 연민하는 일이 어색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공황의 경험을 떠올려 보니,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혹은 반응하는 과정에서 내가 그런 감정이 된 상황을 긍정하고 인과관계가 되는 과거를 돌아보며 이해하는 과정을 겪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걸 연민이라고 해도 될 듯합니다.


부모와 자식은 연속체이다

최근 어머니가 저와 어머니 관계를 규정하다시피 하는 사춘기 시절의 모자지간의 다툼 이력을 말씀하셨습니다.

자신과 그 어린 시절 자신은 서로에게 상호 의존적인(inter-are) 존재입니다.

확실히 지인들의 모습에서 보거나 들어서 얻은 이해보다는 직접 경험에 따른 이해가 강렬했습니다. 더불어 아이가 생기고 나니 다음 말들을 쉽게 동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제 부모님의 연속체입니다. <중략> 몸 구석구석 세포 하나하나에 아버지의 현존이 담겨 있지요. 자신으로부터 아버지를 분리해 낼 수는 없습니다. <중략> 깊이 살핌은 이 고통을 변용시키고 치유해 마침내 악순환을 끊어 낼 기회인 것입니다.

마지막 포기말은 다음 그림이 말하는 내용과 같은 듯도 하고 다른 측면을 말하는 듯도 합니다.

그리고 지난 글 <내 감정을 살피고 태도를 가꾸고 습관을 만들어가는 일>을 떠올려 보아도 유사한 맥락의 메시지들이 있습니다.

엄마인 엘린이 메타 모먼트를 갖고 딸아이에게 건강한 반응을 보여 주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아이가 반응한다. 아이들은 부모를 열심히 지켜보고 있다. 부모의 일거수일투족을 통해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단서를 얻기 때문이다. <중략> 엘린이 흥분한다면 에스미는 엄마도 이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받을 것이다. 또한 에스미가 비슷한 일을 다시 겪을 때 스스로 방법을 찾게 하려면 엘린이 몸소 그 방법을 보여 줘야 한다.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26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26. 문제의 근원은 대부분 당신 안에 있다

27. 지금 이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게 하는 힘

28. 어떻게 내가 무엇을 모른다는 것을 알 것인가?

29. 문제의 궁극적 근원은 대부분 어떤 사람의 욕망이다

30. '어디'라고 쓰고 '누구'라고 읽는다

31. 문제의 인식과 문제의 정의는 전혀 다른 일이다

32. 필요로 하는 것을 갖기 전에는 뭐가 필요한지 모른다

33. 내가 정말로 해결안을 원하는지 보지 못하고 하는 일들

34. 고통에 먹이 주기를 피하기 위한 직시(直視)

35. 몸과 마음을 하나로 하기 위한 가장 작은 실천부터

36. 매혹적인 오락거리라는 난적 상대하기

37. 고통을 감싸 안기 혹은 감정 과학자가 되기

38. 서툴게라도 감정 과학자로 입문하기

39. 정확한 관찰과 조사는 감정 과학자의 기본일 텐데

40. 우리에게는 감정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

41. 감정은 정보이다

42. 내 감정을 살피고 태도를 가꾸고 습관을 만들어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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