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지난 글 <영어 공부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계기를 만나다>에 이어서 <단단한 영어공부>에서 배운 바를 정리한 글입니다.
저자는 '짝꿍과 함께 기억하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심각한 함정이 있습니다. 우리가 단어를 배우는 것은 이해하거나 사용하려는 목적인데 단어는 홀로 쓰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략> transfer는 주로 to와 결합하여 transfer to의 형태로 많이 쓰이고, 이 뒤에 교통수단이 자주 등장합니다.
역시 페친 추천으로 종종 듣는 유튜브 채널에서 '덤블로'라고 들렸던 표현인 down below가 떠오릅니다. ;)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 줍니다.
짝꿍단어 학습을 위해 가장 좋은 전략은 평상시 읽는 텍스트에서 '형용사 + 명사', '동사 + 명사', '명사 + 전치사', '부사 + 형용사' 등의 표현을 수집하는 것입니다. <중략> '단어 암기'에 '짝꿍단어 암기'를 더해 텍스트를 공략하는 습관을 들여 보세요.
더불어 짝꿍단어 사전인 오즈딕(https://ozdic.com/)을 소개하여 바로 즐겨찾기를 했습니다.
두 번째 원칙으로 '확장의미를 함께 고려하라'고 합니다.
단어를 공부하는 두 번째 원칙은 단어의 의미를 깊게 아는 것입니다. 짝꿍을 함께 기억하라는 첫 번째 원칙이 단어들 사이의 '어울림'에 관한 것이라면, 두 번째 원칙은 개별 단어의 '내면'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어 속으로 한 발짝 더 들어가 보는 방법이지요.
최봉영 선생님께 배운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저자가 고교 독해를 가르치며 단어학습용으로 고안한 과제를 설명하는데, 이는 하나의 훌륭한 템플릿이라 아들이 조금 크면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단어와 지문에 나온 뜻을 쓴다
지문에 나온 문장을 그대로 옮겨 쓴다
응용하여 영작한 문장을 적는다
다른 의미를 찾아 뜻과 예문을 적는다
다시 응용하여 영작한 문장을 적는다
저자가 단어의 양면성을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단어는 공적인 의미와 사적인 의미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텀블러는 '손잡이가 없는 긴 잔이나 휴대용 물병'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지만, 저에게만큼은 '강의의 동반자', '겨울철 추운 거리의 소중한 친구'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후드티는 모자가 달린 패션 아이템으로의 의미가 크겠지만 제겐 바람을 막아 음악을 듣게 해 주는 고마운 '모바일 음악감상 공간'입니다.
오랜 개발 경험 때문에 저도 모르게 인터페이스와 구현체 쌍이 떠오릅니다. 이를 영어공부의 맥락에 맞게 고쳐서 도식화해 봅니다. 처음에는 간단히 단어와 의미가 인터페이스(핸들)와 의미(몸체)의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상징이 단어로 구현된다는 의미만큼이나 메시지가 모호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사전적 의미를 표현한 공적 영역(Public Domain)과 사적 영역(Private Domain)으로 나눈 후에 단어를 배치했더니 단어는 사전적 의미와 주관적 의미를 동시에 구현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인간이 가진 가장 보편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이지만 오해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오해를 줄이려면 사적 영역에서 구동하는 맥락이 화자(speaker)의 기억이나 경험을 벗어나 청자(listener)의 맥락으로도 작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소통에 대한 맥락으로 이를 다룬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적인 단어 학습법으로 '나만의 정의 만들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단어를 나만의 방식으로 정의하고, 의미 있다고 여기는 이야기를 불어넣음으로써 단어를 더욱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중략> 이렇게 단어를 자신의 말로 풀어 보는 것은 언어 감수성을 키워 주고 창의성을 높여 줍니다.
<왜 기억을 해야 되는가?>에 썼던 박문호 박사님의 감정과 기억의 연관성 명강의가 떠오릅니다. 애착은 기억할 동기와 힘을 만듭니다.
한편 다음 내용을 읽으며 도식을 또 수정해 보았습니다.
직장 상사를 대하듯 친구를 대하거나, 엄마하고 하듯 선생님과 이야기하지는 않지요? 나는 분명 한 사람이지만 맥락에 따라 여러 모습을 보입니다. 모든 상황에서 똑같이 말하고 행동한다면 아마 큰일 날 겁니다.
맥락을 TPO(Time, Place, Occasion)에 따른 내용과 기억에 의존하는 부분으로 나눠 보았습니다. 기억이 같은 동일한 사람이라도 TPO에 따라 다른 단어를 선택할 테니까요.
저자는 문법도 '형법'으로서의 문법과 '의미를 만드는 마법도구'로서의 문법으로 구분합니다. 앞서 '성과 추구형'과 '원리 추구형'으로 둘로 나눈 것과 비슷하게 말이죠. 개인적으로 이미 <한국말 말차림법 묻따풀>을 통해 문법 대신 말차림법으로 인식을 전환했기에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규제하는 문법이 아니라 의미를 만드는 문법으로요. <중략> 기존 문법 교육을 지배했던 '형법으로서의 문법'은 학생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고, 언어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스스로에게 충조평판을 가해서 학습 의욕을 꺾이게 하는 모습이 연상되었습니다.
그리고, 문법을 벗어나 언어의 본질을 다시 보게 하는 포기말(=문장)을 제시합니다.
의미를 만들고 이를 통해 세계를 창조하는 능력, 이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중요한 특징이니까요.
한편, 다음 다발말에서 '절차적 지식'으로 영어를 배워야 하는 부분을 설명하는 내용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The buidligns are ...'와 같은 표현을 반복해서 발음하며 [za:r] 발음에 익숙해집니다. 이른바 '입에 붙는' 상황이죠. 이때 형성되는 것은 운동기능에 기반하는 절차적 지식입니다. 이는 '3인칭 단수에 s를 붙이라'는 개념적 지식과는 매우 달라서, 뇌와 구강과 혀의 움직임 등이 실시간으로 협응 해야만 제대로 작동합니다.
그리고 7장과 8장 내용 중에서는 쓰기와 듣기를 익히기 위해 쓸 만한 요령을 인용합니다. 쓰기 요령 중에서는 '가로쓰기 X 세로쓰기 X 좁게쓰기'라는 조합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일단, 가로쓰기는 보편적인 글쓰기 방법을 말합니다. 그런데, 세로쓰기는 마치 스마트폰 입력에서 추천 기능처럼 특정 맥락에 더 어울리는 단어나 표현을 고르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리고 좁게 쓰기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글을 최대한 '좁게' 정의하는 것으로, 먼저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종류의 글을 쓸지 정해야 합니다. 그다음 이 조건에 최대한 맞는 글을 찾아봅니다. 그중 괜찮은 글을 몇 편 골라 자세히 읽고,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분석을 해 봅니다.
글을 이루는 정보
정보들이 나열되는 전형적인 순서
몇 편의 글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주어 - 동사 패턴
유용한 어휘 및 문법 패턴
기타 눈에 띄는 수사적 특징
기본적인 글쓰기(가로쓰기)에 더하여 이들 세로쓰기와 좁게쓰기로 글쓰기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유튜브 영상으로 듣기 공부할 때 유용한 내용이 눈에 띕니다.
먼저 집중학습을 위해서 1~2분가량의 짧은 영상을 선택합니다. <중략> 우선 영상 전체를 한 번 시청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문장별 끊어 읽기를 합니다. 이를 2~3회 반복합니다. 이렇게 문장별 읽기 연습이 끝나면 영상을 틀어 놓고 문장이 들리는 대로 따라 읽는 섀도잉을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하루에 하나의 짧은 영상만 꾸준히 공부해도 효과가 큽니다.
1장에 있던 내용을 소환합니다.
스스로 '삶을 위한 영어공부'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런 공부만이 오래, 깊이, 단단히 우리의 머리와 가슴속에 남을 언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한 차례 시간 소비와 지적 포만감에 그치지 않게 서툴게라도 정의를 할 때입니다. 9장의 다음 포기말이 저를 진지하게 주목하게 합니다.
삶을 위한 영어공부는 나 자신을 온전히 아는 데서 시작합니다.
저자는 영어공부의 목표를 분명하게 하라고 합니다.
일단 영어공부를 통해 성취하려는 바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당장 떠오르는 목표가 있지만 현실적인 목표를 정하고 단계적으로 하는 길을 택하겠습니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을 꾸준히 시청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만들어 가며 지속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합니다. 한편 저자가 말하는 '지속의 힘'을 강화할 방법도 생각해 봅니다.
자아가 무엇을 원하는지 살피는 일은 단단한 영어 공부를 만드는 주춧돌이 됩니다.
그래서, 나중에 아들에게 가르쳐 줄 '어휘 학습 패턴'의 라이브러리를 내 손으로 만들어 보는 방법을 더하기로 합니다. 처음에는 저장이나 보관보다는 그저 기록하는 일과 습관화에 초점을 두고 하기로 합니다. 유튜브에서 배운 문장으로 시작하다가 가끔 읽는 벵거의 전기 따위로 확장해 보기로 합니다.
향유의 중심에는 '즐김'이 있습니다. 즐김은 재미에서 말미 암습니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둘째 아들이 저를 보면 영어책을 읽어달라고 한다는 점입니다.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현재는 둘째와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다만, 아들에게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즐길 수 있도록 루틴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더불어 2장에 나온 다음 다발말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부의 본령은 언제나 과정에 있습니다. 외국어 공부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중략> 하루하루의 공부 속에서 소박하지만 단단한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일. 공부에는 그 길뿐입니다.
이를 보면 박문호 박사님이 <월말김어준>에서 자주 하셨던 외침인 '공부를 해서 써먹으려고 하지 마라'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마지막으로 부담을 덜어주는 반가운 포기말을 만납니다.
삶의 위한 영어공부는 '느린 공부'를 지향합니다.
그리고 '슬로러닝' 활동의 구성요소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발음 공부 즉, '소리 내기' 활동에 더해 '소리 느끼기' 활동에 주목합니다.
'단기 속성' 방법이 아니라 '장기 숙성' 공부를 지향합니다.
속도를 우선시하는 유창성보다는 할 말을 또박또박 해내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언어 능력 성장을 넘어서 새로운 존재로 변화하는 모습을 고대합니다
그리하여 '슬로러닝'은 경쟁을 지양하고, 삶의 호흡과 함께한다고 합니다. 이를 읽다 보면 저 나름의 전략을 다음 문구들로 정리하게 됩니다.
자신의 즐거움에 따른 지속 가능한 루틴
사업의 속도와 병행한 성장
아이들의 성장에 맞춘 영어 소통 능력 신장
(4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41. 감정은 정보이다
42. 내 감정을 살피고 태도를 가꾸고 습관을 만들어가는 일
44. 이 길을 통해 내 최고의 열망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45. 두려움에 찬 집착을 버리기 위해 자신의 소를 놓아주기
46. 어째서 우리는 그런 기술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47. 감정 과학자가 되는 법
48. 이해와 연민 길러 내기
49. 부드러운 소통 그리고 마음챙김이라는 감성 능력 개발방법
51. 교만을 다스릴 연민을 키우고, 마음챙김을 익히기
54. 행복은 개인적 문제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