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Origins을 읽고 생각 기록하기 8
청동기 때의 이야기다.
청동은 곧 의식용 물건이나 조리 도구, 농기구, 무기 등을 만드는 표준물질로 쓰였다. 이렇게 해서 신석기시대가 저물고 청동기 시대가 시작되었다.
청동기 다음은 철기. 그렇다면, 지금은 무슨 시대일까? 이런 질문이 들었는데, 몇 페이지 지나지 않아 저자가 답을 준다. 아래는 책 242쪽의 내용이다.
우리는 아직도 철기 시대에 살고 있다. 철, 특히 합금인 강철에 섞인 철은 산업화된 현대 문명에서 사용되는 모든 금속 중 약 95%를 차지한다.
현대가 철기란 점을 깨닫고 나니 그럼 다음 시대는 무엇이 될까 하는 질문이 나왔다. 구글링 했더니 같은 질문을 다룬 페이지가 첫 줄에 나왔지만, 별 내용없는 홍보 글로 보였다. 석기, 청동기, 철기로 이어지는 기간이 궁금해 검색해보니 한글 자료는 대부분 교과서 한국사 기준의 수험용의 단편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하는 수없이 위키피디아 Iron Age 페이지에 갔더니 역시나 쉽게 원하는 내용을 발견했다. 비슷한 것을 상상했는데 스케일을 시각화한 이미지가 바로 있었다. 내가 '척도'라는 개념을 떠올리자마자 허튼 생각(철기 다음을 떠올리는 일)이란 점을 깨달은 이유가 그림에 담겨 있다.
철기는 얼마나 더 될지 모르지만, 언제 끝나더라도 내가 그때까지 살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편이 좋다.[1]
<호주머니 속의 주기율표>란 절을 읽을 때, 철기는 오히려 현대의 표준물질이니 그다음 변수가 되는 무언가를 궁금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피터 드러커의 <경영과 세계 경제>를 읽고> 편에서 다뤘던 앨런 머스크 영상이 주었던 충격이 기억에서 찾아왔다.
이제는 소프트웨어에 의해 하드웨어가 선택되고 만들어지는 시대인지도 모른다. 이런 가설에 힘을 실어 주는 듯한 내용이 등장한다.
현대 기술 사회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금속의 가짓수가 정말로 크게 폭발한 일은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일어났다. 지금 여러분이 갖고 있는 금속의 종류는 몇 가지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서너 개? 10여 개? 손에 들고 다니는 전자 장비 하나에만도 60가지 이상의 금속이 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깜짝 놀랄 것이다.
클라우드의 구름은 비단 프로그램을 어디에 배치하느냐 하는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방식만을 언급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한 소프트웨어의 가상적 배치 방식은 하드웨어를 다루는 데 있어도 혁신을 자극하는 듯하다. 그리고 클라우드의 상징처럼 최종 사용자들은 그걸 딱히 알 필요가 없다.
반면에 전자부품 영향을 받는 산업을 이해하려면 이들에 대해 알 필요가 있을 듯하다.
20여 종의 금속은 현대 기술 시대를 정의하는 원소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 중 80% 이상은 1980년 이후에야 널리 활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금속들이 현재의 기술 시대에서 핵심 요소라면, 현재의 탄소 경제에서 탈피하게 될 미래에는 더욱 중요하게 쓰일 것이다.
놀랍게도 이들 중에는 벌써 멸종을 걱정하는 금속도 있다. 그리고, 경제 기사에서 자주 보았던 희토류에 대한 막연한 지식은 오해일 뿐이었구나 깨닫게도 한다.
희토류라는 이름은 잘못 지어진 이름인데, 이 원소들은 실제로는 지각의 암석 속에 그렇게 희귀하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모든 희토류 금속은 금보다 적어도 200배나 더 많이 존재한다. 문제는 희토류 금속들이 전체적으로 지각에 얼마나 많이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그것들을 추출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이다. <중략> 희토류 금속은 화학적 성질 때문에 고품질 광석으로 농축되지 못하고, 대신에 암석들 사이에 낮은 농도로 희박하게 흩어져 있다. 따라서 희토류 금속을 채굴하는 것은 대체로 경제성이 낮은데, 금속의 가치에 비해 추출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중략> 1990년대 이후부터는 전 세계 생산량 중 대부분이 중국에서 채굴되고 있다.
자주 듣던 일상의 물질이 바로 멸종 위기에 있다니 생소한 얘기들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원소에는 백금족 금속 일부와 희토류 금속 몇 가지 그리고 충전용 배터리에 사용되는 가장 가벼운 금속 원소 리튬이 포함된다. 인듐과 갈륨도 가까운 장래에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할 원소들에 포함되어 있다.
연이어 놀라운 사실을 보는데, 지각을 파는 방법보다 스마트폰이 모여있는 매립지를 훑어보는 것이 경제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이제 많은 매립지에는 이 소중한 금속들의 광맥이 숨어 있다. 이 상황은 매립지 채굴이라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기한다. <중략> 분해한 휴대전화 물질로 이루어진 그런 인공 광석에는 금이 실제 금광에서 발견되는 광석보다 30배나 높은 농도로 들어 있을 수 있다.
자, 이제 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아보자.
지구상의 모든 철은 별 내부의 핵융합 반응에서 만들어졌다. <중략> 철은 별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원소이다.
핵융합 반응과 철이 무슨 관련이 있나 구글링 하다가 아래 그림을 찾았다. 하지만 철이 왜 별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지 이해하려면 별의 진화에 대해 공부해야 할 듯하여 여기서는 다루지 않는다.[2]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가 귀하여 여기는 금은 물과 마찬가지로 지구 밖에서 온 물질이라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우리가 귀하게 여겨온 금은 지주가 철핵과 규산염 맨틀로 분리된 뒤에 지표면에 충돌한 소행성에서 온 것이다.
그리고 지구 자기장 역시 철로 인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알려준다.
지구의 철핵은 지구 자기장을 만들어낸다. 외핵에 있는 액체 상태의 철이 빙빙 돌면 발전기처럼 전류가 발생하는데, 이 전류에서 자기장이 생겨난다.
바로 이 자기장은 지구상의 생물을 보호해주는 보호막 역할도 한다. 마지막으로 인류가 철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과정에서 불은 필수적인데, 인류에게 불을 전해준 주체는 프로메테우스가 아니라 산소란 점도 기억할만하다.
전체 지구 역사 중 90%가 지날 때까지는 지구에 불이 없었다. 화산 분화가 일어나더라도, 대기 중에 산소가 충분하지 않아 연소가 지속되지 않았다. 따라서 산소 농도 증가는 단지 복잡한 생물의 진화를 가능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불이라는 도구를 제공했다.
[1] 척도에 대한 깨달음은 단위에 대한 이해, '줏대와 잣대'에 대한 최봉영 선생님의 가르침, '점과 선의 관계' 등의 연상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는 나중에 글로 쓰기로 마음먹고 생각을 멈춘다.
[2] 아이와 공부하는 주제로 '별의 탄생과 진화'를 시도해볼까 하는데 그 후속으로 글을 쓸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흥미를 보이지 않으면 안 쓸 가능성이 높다.)
2. 지구적 스케일 그리고 지리적 특성으로 보는 섬나라
6. 검은 동맥과 블랙 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