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영회 습작 Oct 12. 2022

석탄과 석유가 바꿔놓은 인류의 문화

오리진Origins을 읽고 생각 기록하기 11

본질적으로 농업은 일정 면적의 땅에 쏟아진 태양 에너지를 모아 그것을 우리 몸을 위한 영양분과 공동체에 필요한 원자재로 바꾼다.

나는 이 부분에 밑줄을 그으면서 옆에 f(x)라고 표기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함수처럼 다루기 즐기는 습관이 만들어낸 연상이다. 그리고 뒤 따르는 구절에서 두 개의 어구에 밑줄을 쳤다.

재배 면적

생산성이 높은

둘 중에 적어도 한 가지를 높여야 결과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둘은 농업이란 함수를 푸는데 핵심적인 변수라 될 것이다.


대체 뭐가 문제야

나는 이런 사고법이 유용하다 믿는다. 대체로 생각은 모자라기보다 과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정보 과잉의 시대다. 필요한 아이디어와 정보를 추리기 위해 분명한 논점이 있어야 한다. '논점은 어떻게?'라는 부분에 도달하면 문제 정의에 대한 역량이 필요하다. <대체 뭐가 문제야>라는 인생 책을 소개하고 빠져나가고 싶지만, 문제 정의에 대한 두 가지 내 견해만 밝히는 정도로 절충하자.


내가 함수로 만들려는 이유는 아이디어를 행동 가능한 일로 추리기 위함이다. 빙산의 일각처럼 수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환경 탓'을 비롯하여 실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은 버리고, 나와 내 주변의 삶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문제로 좁힐 때 중요 변수만 생각하는 방법은 매우 유용하다.

두 번째로는 인간의 문제의 경우는 다수의 욕망을 다룬다는 점을 인식하는 일이다. 요즘은 '욕망'하면 습관적으로 최봉영 선생님의 그림을 떠올리고 인용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림이 표시하는 인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다수의 욕망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충돌이 빚어져서 문제가 된다. 내가 '맥락'을 다룬 글을 자주 쓰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재배 면적과 목재의 한계

다시 책으로 돌아가 보자.

목재는 자연환경에서 얻은 원자재를 도자기와 벽돌, 금속, 유리로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열에너지를 제공했다. <중략> 숲의 나무로 만든 숯에 의존함으로써 강철과 유리 생산도 나무의 생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

목재가 열에너지를 제공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현대의 삶에서는 공감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류가 걸어온 길을 공감하기 위한 글이라 할 수 있다.

유럽은 목재 생산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었다. 활용 가능한 땅은 이미 모두 식량 생산에 쓰이고 있었고, 연류 생산을 더 이상 늘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때 발견된 새 에너지원이 가정의 난로를 계속 타오르게 했을 뿐 아니라, 근육의 힘을 훨씬 능가하는 새로운 차원의 에너지를 제공했다.


햇빛과 근육의 힘

적절히 사용하고 조정하기만 한다면 근육은 경이로운 일을 해낼 수 있다. 가자의 피라미드나 중국의 만리장성, 중세 유럽의 성당은 모두 근육의 힘과 롤러, 경사면, 윈치 같은 단순한 기계 장치를 사용해 건설되었다. 하지만 근육은 음식물로 연료를 공급해야 하며, 음식물을 생산하려면 농경지와 목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인구가 증가하면서 농경지가 점점 부족해지자, 근육을 사용하는 비용이 치솟았다.

나는 '근육의 힘'이라는 표현을 들으면서 그 한계를 극복하려고 하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출처: 미라클 레터
18세기 이전까지 전체 문명의 역사는 작물과 숲이 수확한 태양 에너지 그리고 인간 노동자와 짐을 끄는 동물이 제공한 근육의 힘이 견인했다는 것이다. <중략> 이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태양 에너지를 직접 수확할 필요가 없는 에너지원을 찾는 것이다. 18세기 유럽에서 그 방법을 찾았는데, 바로 우리 발밑에 묻혀 있는 막대한 에너지원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엘론 머스크와 동시대에 사는 우리의 감각으로 바로 공감할 수는 없는 석탄과 석유 발견의 혁신성을 이해하려면 바로 태양 에너지와 근육의 힘이 인류 생산량의 한계를 규정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먼 옛날의 숲이 탄화되어 변한 석탄이었다. 석탄은 사실상 가연성 퇴적암인데, 각각의 석탄층에는 많은 계절 동안 자란 광대한 숲의 에너지가 농축돼 있다. 석탄은 햇빛이 화석화한 것이다. <중략> 헌대 세계를 건설한 것은 바로 석탄이다.

유럽이 고성장하던 시절의 경험이 없으니 석탄의 중요성에 대해 감각하긴 어렵다.


에너지 혁명

산업 혁명의 진행을 이끈 진짜 동력은 석탄과 철 생산과 증기 기관 사이에 작동한 선순환이었다.

지난 글에 다룬 삼각 무역의 고리를 다시 연상시킨다. 이런 서술은 역사를 과학적 태도로 바라보게 하는 듯하다. 나는 <오리진>을 읽으면서 완전히 잊어버렸던 '되먹임 고리'라는 말을 찾았는데, 놀랍게도 입에 달고 살았던 '피드백'과 같은 말이다.

코크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고로는 철을 훨씬 값싸게 생산하여 건축 계획과 점점 정교해져 가는 기계 도구의 재료로 널리 쓰이게 했다.

코크스를 구글 이미지 검색해보니 대략 어디에 쓰이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학창 시절 썼던 난로에 들어가는 연료랑 이름이 비슷한 듯하여 구글링 하여 찾은 이미지를 인용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산업 혁명을 이끈 삼각 고리 중에 마지막 요소의 등장이다.

하지만 정말로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온 것은 동물의 근육에 의존하지 않고 힘과 움직임을 제공한 증기 기관이었다. 기본적으로 증기 기관은 열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바꾸는 변환 장치이다.

1900년 무렵 증기 기관의 위력의 보여주는 숫자들이다.

1900년 무렵에 증기 기관은 영국에 필요한 전체 동력 중 약 3분의 2를 공급했고, 철도를 통한 모든 육상 운송 물량 중 90%를 실어 날랐으며, 바다를 통한 운송 화물 중 80%를 책임졌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 의미를 재확인한다.

이 산업적 전환이 인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이유는 이전의 문명들에서 우리의 발목을 잡았던 에너지 제약에서 우리를 해방시켰기 때문이다. 석탄은 저림 작업에 의존할 필요 없이 막대한 양의 열에너지를 제공했고, 증기 기관은 동물과 인간 근육에 의존하던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화석화한 햇빛

지질학적으로 놀라운 사실은 아주 짧은 시기에 석탄이 퇴적암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지구에서 상당한 면적은 땅이 숲으로 덮이고 나서 약 4억 년이 지나기 전인 석탄기에 가장 거대하고 광범위한 석탄층이 생겼다. 이 지질 시대에 석탄기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바로 이때 석탄이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중략> 산업 혁명 이후 우리가 사용한 전체 석탄 중 약 90%가 바로 이 짧은 지질 시대 때 만들어졌다.

하지만, 짧은 지질 시대라고 하지만 6000만 년이라는 시간에 매장된 탄소를 단시간에 써버린 인류의 발전 양상을 다시 볼 수 있는 배경 지식을 제공한다. 뒤에 나오겠지만, 탄소 배출 통제를 하는 배경이 산업 혁명 이후 서구 위주의 발전 양상이다.


과학자들은 경험할 수 없는 과거의 일을 남아있는 흔적으로 실험하며 추리하곤 한다.

석탄기 동안에 그토록 막대한 양의 탄소가 석탄으로 변하려면, 그러한 분해 과정을 방해하는 일이 일어나야 한다. <중략> 땅속으로 점점 더 깊이 묻혔다가 지구 내부의 뜨거운 열을 받아 석탄으로 변했다. <중략> 석탄기 때 균형을 깬 결정적 요인은 저지대 습지 환경에서 무성하고 왕성하게 자라던 숲이었다.이곳에서 죽은 나무는 완전히 부패하기 전에 산소가 없는 땅속에 묻혔다.

왕성하게 자라던 숲이 석탄이 되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마치 냉동인간 이야기처럼, 숲으로 존재했으면 받아냈을 태양 에너지를 축적해서 보관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후에 <월간김어준> 박문호 박사님 강의에서도 들었던 이야기들이 기록된다. 이를 압축한 표현이 다음 문장이다.

이 모든 일의 배후에서 작용한 궁극적인 힘은 바로 판들의 활동이었다.


석탄의 정치학

영국 제국은 식민지인 아메리카와 인도에서 값싼 목화를 공급받을 수 있었고, 이것은 기술 혁신을 촉진해 섬유로 직물을 더 빨리 생산할 수 있었다. <중략> 영국은 산업화 과정에 연료를 제공한 지질학적 노다지에서도 혜택을 누렸다.

지질학적 노다지가 반대급부로 영국의 스모그도 만든 것이 아닐까 추측하게 한다.

출처: 그레이트 스모그 구글링 결과


요즘 뉴스를 들어보면 영국은 경제적으로 쇄락의 길을 걷고 있다. 요즘 스모그로 뜨던(?) 나라는 중국 대도시였지만, 이런 양상도 계속 변모한다.

아메리카의 산업계에서는 19세기 중엽 이전에는 숯을 석탄으로 대체하는 과정이 대규모로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1980년경에 이르자 미국은 영국을 추월해 세계 1위의 철과 강철 생산국이 되었다. 특히 피츠버그는 철광석 산지와 융제 원료인 석회암 산지, 애팔래치아 산맥의 풍부한 함탄층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이 지질학적 우연의 일치는 일부 자본가들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주어 앤드루 카네기Andrew Carnegie 같은 현대 자본주의 시대의 가장 부유한 산업계 거물들을 배출했다.
출처: 구글링


빠른 경제 변화에 따른 지역 간의 편차가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검은 동맥과 블랙 벨트> 편에서 미국의 정치 현상에서 봤던 사건과 닮은꼴이다.

영국에서 깊은 탄광 중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요크셔주의 켈링 리 탄광이 2015년에 문을 닫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3억 2000만 년에 생긴 영국 탄전들의 분포는 아직도 영국의 정치 지도에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략> 영국 노동당은 노동조합 운동이 발전하여 1900년에 창당되었는데, 특히 탄광 광부들과 긴밀하게 연대했다. <중략> 석탄과 정치 사이의 깊은 연결 고리는 많은 세대를 거치면서도 유지되었다. <중략> 런던처럼 인구 밀도가 높은 다문화 도시들은 노동당이 우세했던 반면, 인구 밀도가 낮고 넓은 농촌 선거구들은 보수당에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주었다.


검은 죽음

석유 소비는 아주 오래전부터 흔적이 있지만 본격적으로 쓰인 시기는 내연기관 발명 이후다.

석유 소비가 확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1876년에 독일에서 내연 기관이 발명되면서부터였다. 원유에서 정제한 가솔린은 이전에는 휘발성이 너무 강하고 위험해서 별로 이용 가치가 없다고 간주되었지만, 이 새로운 내연 기관의 피스톤을 움직이는 연료로 완벽한 것으로 드러났다.

석유가 오직 자동차의 피스톤으로만 쓰인 것도 아니다.

석유가 매력적인 원료인 이유는 에너지 회수율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즉, 석유를 추출하고 정제하는 데 드는 에너지는 적은 반면, 거기서 얻는 에너지는 아주 많다. <중략> 석유는 단지 연료로서만 중요한 게 아니다. 연간 총 생산량 중 16%는 연료로 쓰이는 대신에 다양한 유기화학 분야의 원료로 쓰이면서 용매와 접착제, 플라스틱, 의약품 등 온갖 종유의 물질을 만들어낸다. 오늘날의 집약 농업 역시 석유가 없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석유는 다수확 농경지의 인공 환경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살충제와 제초제 합성에 쓰이고, 농경지를 관리하는 트랙터와 수확기의 연료로 쓰이며, 인공 비료 역시 화석 에너지를 사용해 만든다.

나도 <월말 김어준> 박문호 박사님 강의를 듣기 전에는 아마존 열대 우림의 산소 공급에서 가장 중요한 곳인 줄 알았다.

아마존 열대 우림이 지구의 폐라고 자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숨 쉬는 산소 중 대부분을 만드는 것은 바다에 떠다니는 수많은 식물 플랑크톤이다.

이 절의 제목이 <검은 죽음>인 이유는 1억 년 전에 플랑크톤 부스러기를 해저에 쌓이게 해 석유로 변하게 한 조건 때문이다.

산소가 부족한 해저에는 유기물인 풍부한 진흙 슬러지가 두껍게 쌓였고, 이것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검은색 셰일 퇴적층으로 변했다. 그래서 테티스해의 광범위한 지역에 셰일이 축적된 시기를 '블랙 데스Black Death', 즉 '검은 죽음'이라 부른다.


에너지 부족을 해결하려다 맞이한 기후 위기

기후 위기에 대한 최소한의 배경 지식을 제공하는 구절이다.

17세기 초부터 우리는 지구가 땅속에 저장하는 데 수천만 년이 걸린 먼 옛날의 탄소를 땅속에서 열심히 파내 불과 수백 년 만에 상당히 많은 양을 태웠다. <중략> 우리는 현재 또 다른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게 아니라 기후 위기에 직면했는데, 이 위기는 에너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과거에 사용한 방법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그 영향이 지질학 역사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뜻하는지 해설한다.

현재 인류 문명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속도는 적어도 지난 6600만 년 동안의 지질학적 역사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가장 비슷한 자연적 배출은 3장에서 살펴본 팔레오세-이오세 최고온기에 일어난 것을 꼽을 수 있는데, 그 사건은 기온을 급상승시켜 세계 평균 기온이 오늘날보다 5~8도씨나 더 높았다. 현재 우리는 기후를 그 시기로 되돌리려고 최선(혹은 가장 나쁜 행동)을 다 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과학의 입장에서는 대안이 있다는 점이다.

다음번에 일어날 혁명은 아마도 별 내부의 에너지 공급원인 핵융합 반응일 것이다. <중략> 핵융합 연류는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고, 핵융합로 가동에서는 이산화탄소나 수명이 긴 방사성 폐기물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핵융합은 풍부한 에너지를 공급할 뿐 아니라, 그것도 깨끗하게 공급한다.


지난 오리진Origins을 읽고 생각 기록하기 연재

1. 우리는 판의 활동이 낳은 자식이다

2. 지구적 스케일 그리고 지리적 특성으로 보는 섬나라

3. 돌아올 수 없는 다리, 농업 혁명과 생식 혁명

4. 대륙의 배열과 빙하에 따른 인류의 발전 양상

5. 금융시스템의 발전과 해양지리학

6. 검은 동맥과 블랙 벨트

7. 도시의 풍경을 결정지은 재료

8. 우리는 철기 시대에 살고 있다

9. 풀의 바다가 만들어낸 최정예 전사들

10. 해류와 바람, 인류의 대탐험 시대를 열다

작가의 이전글 해류와 바람, 인류의 대탐험 시대를 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