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연말 회고
-올해는 창고살롱으로 시작해서 창고살롱으로 끝났다. 시즌3를 마지막으로 창고살롱 살롱지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마더티브 에디터, W Plant 공동대표 역할 모두 마침표를 찍는다. 공동 창업한 회사에서 퇴사하는 결심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홀가분하다. 9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마더티브를 공동 창간하며 시작했던 3년 여의 챕터가 비로소 마무리되는 느낌이다(창고살롱의 다음 챕터는 멋진 동료들이 계속 이어간다).
-2021년은 2년 차 창업가로서 이전에는 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과 시도를 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1월부터 12월까지 정리하다 보니 ‘현진아 진짜 고생 많았다’ 토닥토닥해주고 싶었다. 고마운 얼굴도 많다.
-2022년은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주려 한다. 늘 제대로 쉬어본 적 없다는 억울함이 있었는데 푹 쉬면서 그동안의 관성에서 벗어나 나답지 않은 일을 사부작 해보려 한다. 너무 무리하지 않고, 어깨에 힘을 빼고.
-전 직장인 <오마이뉴스> 특별 기획 ‘해시태그-비사이드’ 필진으로 합류했다. 설날에 ‘며느리 명절 보이콧’에 대한 글을 올렸고 카카오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1위에 올랐다. 댓글도 수천 개 달렸다. 1년 가까이 11개의 칼럼을 썼고, 주로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기혼 유자녀 여성으로 살아가는 고민을 담았다. 시의성 있으면서도 메시지가 뾰족한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았지만 나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가 뭘까 매번 치열하게 고민했다.
-‘W Plant’ B2B 사업으로 ‘루트임팩트’와 콘텐츠 협업을 했다. ‘내:일을 고민하는 여성을 위한 지속 가능한 커리어 가이드' 기획에서 W Plant가 첫 번째 콘텐츠를 제작했다.
-창고살롱 레퍼런서 멤버이자,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 인터뷰이이기도 한 민정님이 운영하는 ‘사실은 대단한 사진관'에서 살롱지기 프로필 사진을 촬영했다. 제대로 된 프로필 사진이 필요했는데 두고두고 잘 쓰고 있다(지금 브런치 프로필 사진도 그것!)
-시즌2 오픈한 지 얼마 안 돼 가슴이 심하게 뛰는 증상이 나타났다. 공황장애가 의심돼서 생애 처음으로 정신과에 다녀왔고 일과 나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동료들과도 터놓고 이야기하며 지속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했다.
-’마더티브'와 ‘포포포 매거진'이 ‘마티포포'라는 이름으로 함께 만든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 인터뷰집이 드디어 출간됐다. 2월부터 텀블벅 펀딩을 해서 200% 이상의 펀딩 금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했으니 작업 기간이 꽤 길기도 했고 창업과 맞물리면서 제대로 홍보를 하지 못 한 것 같아서 내내 마음에 걸린다.
-4월은 남편의 일이 널널해지는 시기이기도 해서 바쁜 와중에 부지런히 시간을 빼서 놀러 다녔다. 겨우 내내 멈췄던 캠핑도 다시 시작했다. 남편, 아이와 캠핑 팀워크가 점점 쌓여가는 게 뿌듯했다.
-올해는 2월에는 친정아빠 칠순이, 5월에는 시엄마 환갑이 있었다. 시가 식구들과 순천, 여수 여행을 다녀왔다.
-살롱지기들과 처음으로 하루를 온전히 오프하고 남산 워크숍을 다녀오기도 했다. 쉼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5월이었다.
-시즌2 마무리와 함께 제주 보름 살기를 시작했다. 2주 동안 4군데의 캠핑장을 갔고 에어비앤비와 호텔을 이용하기도 했다. 원 없이 물놀이를 했다.
-나름 쉬려고 노력했는데도 번아웃 증상이 더 심각해져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다.
-동료들과의 논의 끝에 시즌3까지 3개월의 오프 시즌을 갖기로 했다. 그전보다는 조금은 느슨하게 일하면서 해야 할 일들을 챙겼다.
-W Plant 또 다른 B2B 사업이었던 대구 한정식집 온라인몰 페이지를 오픈했다. W Plant가 브랜딩과 마케팅을 맡았고 나는 상세페이지를 제작했다.
-격월간 대안교육 잡지 <민들레>에 ‘글쓰기, 꼭 책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서울광역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지원으로 살롱지기 3인이 ‘자라다 그룹 코칭'을 받게 됐다. 갤럽 강점 검사를 했는데 ‘개발(developer) 테마'가 눈에 띄었다. 다른 사람의 잠재력과 성장을 잘 알아차리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보람을 느낀다는 것. 편집기자와 살롱지기로 일하면서 느꼈던 강점을 확인받은 것 같아 기뻤다. 또 팀 코칭을 받으면서 그동안 서로 ‘안 맞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틀린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스타일을 가졌을 뿐이라는 것, 덕분에 팀을 이뤄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게 가능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던 ‘마더티브 산모교실' 모집 페이지를 드디어 오픈했다.
-’서울여성 창업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창고살롱이 창의상을 받았다.
-루트임팩트 콘텐츠 협업 두 번째 결과물이 나왔다.
-오마이뉴스 연예 매체인 오마이스타에서 ‘나를 키운 여자들'이라는 제목의 연재를 시작했다. 영화 속 여성 캐릭터에 대한 에세이를 오랫동안 써보고 싶었는데 3주에 한 번씩 글을 쓰는 시간이 행복하다. 내년에도 부지런히 쓰고 싶다.
-9월 7일 ‘경력단절예방의 날'을 맞아서 서울여성광역새로일하기센터와 함께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W Plant가 기획, 섭외 과정에 참여했고 나는 토크콘서트 진행을 맡았다. 토크콘서트 진행은 처음이고 게다가 유튜브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거라서 정말 많이 긴장하면서 준비했다. 초반에 송출 오류가 있기는 했지만 무사히 끝났다. ‘경력단절예방의 날’ 홍보 영상도 촬영했다.
-추석을 맞아서 친정 부모님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갔다. 올해는 제주만 3번을 갔다.
-생애 처음으로 심리 상담도 받았다. 5회기를 진행하면서 자기혐오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에게 이제 그만 가혹해지자고 다짐했다. 어린 시절 왕따를 당했던 기억에 오랫동안 갇혀 있었는데 공적 글쓰기를 통해 그 시절 나를 용서할 수 있게 된 것도 정말 큰 수확이었다.
-공공기관에서 육아휴직 복직자를 대상으로 ‘너무 지치지 않는 일과 육아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했다.
-2021년은 처음으로 글쓰기 수업을 했던 해이기도 하다. 글을 쓰는 사람, 편집하는 사람에서 나아가 글을 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게 즐거웠다. 2022년에도 글쓰기 수업은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창고살롱지기를 마무리하기로 하고 정리의 시간을 보냈다. 마무리 밋업에서 멤버들에게 공식적으로 소식을 전하고, 콘텐츠 정리를 마무리하고, 재무/행정 관련 정리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줘서 울다 웃다 했다. 지난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감사했다. 지난 월요일에는 살롱지기로서 마지막 인터뷰도 했다. 살롱지기 3인 마지막 인터뷰는 다음 주 창고살롱 뉴스레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뭘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예전 같았으면 이 막막함과 모호함이 불안했겠지만 처음으로 쉼이 설렌다. 2022년은 나에게,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다정해지는 해가 되기를.
+아, 브런치에서 해준 결산도 있었다. 꾸준히 썼던 한 해였다. 수고했다. 올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