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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a Kim Dec 15. 2019

마음에도 스위치가 있다면

#한달쓰기 리스트

01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02 <이별가>가 들려주는 글의 비밀

03 발라드 보기 좋은 계절이 왔다

04 가슴 뛰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05 당신의 천장은 얼마나 높은가요?

06 푸르른 2020을 위하여

07 공감할 때 생기는 힘

08 고된 현실의 관찰자가 된다는 것

09 쓸만한 인생은 쓸만한 일상에서 온다

10 하나만 선택할 용기

11 동시에 여러 가지를 잘 해내는 방법이 무어냐 물으신다면

12 쿠바 여행이 내게 준 4가지 위로

13 자, 동요 들을 시간이에요

14 마음에도 스위치가 있다면








사람의 마음이 

방의 조명을 껐다 켰다 하는 것처럼

스위치 하나로 좌지우지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와 같은) 다혈질족들은 화를 내는 것에 매우 재빠르다. 기다리는 것보다 보채는 것이 더 쉽고, 인내하기보다는 포기하고 싶을 때가 더 많다. 칭찬은 노력을 해야 하지만 지적질은 본능적으로 하게 되고, 감사한 이유보다는 불만의 이유를 더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왜일까?  


기다리기 위해서는 절제해야 하고, 인내하기 위해서는 자비로워야 하며, 칭찬하기 위해서는 한 번 더 바라보아야 하고, 감사하기 위해서는 겸손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귀하다고 여기는 마음들은 다 죄다 오래 걸리고 힘이 드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에 따르는 부수적인 행동들과 생각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착각일지 모른다. 

사실 모든 것들이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다. 


우리 모두는 절제하는 법을 알고 있다. 좀 더 참았다가 집에 가서 볼일을 보는 절제라던가, 먹고 싶은 것을 친구에게 주면서까지 다이어트를 감행하는 절제. 


우리 모두는 자비롭다. 누군가를 위해 문을 잡아줄 줄 알고, 친구의 잘못이나 실수를 한번 눈 감아주기도 한다. 


우리 모두는 칭찬할 줄 안다.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한 직장 동료에게 말 한마디 더 건네고, 동생이 새로 산 원피스는 예쁘다 하며 다음날 몰래 입어보기도 한다. 


우리 모두는 겸손하다. 겸손하기 때문에 명절에 용돈을 건네시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거절하고 대신 그의 손에 용돈을 쥐어드리기도 한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우리 안에 다 있는 것들인데, 좋은 것에는 그만한 값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할 수 없다고 미리 단정 지어버린다. 그래서 대신, 조명 스위치 같은 마음 스위치가 있어서 원할 때마다 원하는 마음으로 나를 껐다 켰다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허망한 소망을 품는다.




감정의 온도가 

방의 온도를 높였다 낮추었다 하는 것처럼

버튼 하나로 조절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예민파들은 반응하는 것에 머뭇거림이 없다. 타인의 사소한 행동 하나, 표정의 미묘한 변화에 뒷골이 당기고, 운전석에 앉았을 때는 자동차 경적에 미리 손을 올려놓기도 한다. 깊은 심호흡을 동반한 여유로운 마음보다는 짧은 호흡의 흥분상태가 용이하고, 용서하는 마음과 따뜻한 시선보다는 누군가를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나만의 기준이 이미 설정되어 있다. 


왜일까? 


반응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면이 단단해야 하고, 평온하기 위해서는 여유로운 마음이 충만해야 하며, 용서하는 마음과 따뜻한 시선은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삶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건 도무지 나로서는 도달할 수 없는 다른 수준의 삶인 것처럼 느껴진다. 예민하고 소심한 사람으로는 내면이 단단해진다거나 여유로운 상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의 착각일지 모른다. 

사실 모든 것들이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다. 


우리 모두는 내면이 단단하다. 어릴 적부터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어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해왔다. 더 좋은 삶, 일,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는 건 그만큼 내면이 건강하다는 증명과도 같다. 


우리 모두는 여유롭다. 하루쯤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멈추어 서서 하늘을 바라볼 줄 알고, 숨을 고르고 깊고 느린 호흡을 해볼 줄도 안다. 


우리 모두는 뜨겁게 용서할 수 있다. 약속을 깜빡 잊어버린 연인의 분주한 회사 일정을 이해해주고, 며칠 전 비수를 꼽는 말실수를 한 친구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점심식사도 할 줄 안다. 


우리 모두는 따뜻한 눈빛으로 타인을 바라볼 수 있다. 실수로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미소를 지으며 ‘괜찮아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고, 옆자리에 앉아 내 옷에 먹던 과자를 떨어뜨리는 아이와 찡긋, 눈을 맞추기도 하니까. 


한 번만 다시 생각해보면, 건강한 마인드, 여유로움, 용서할 용기, 따뜻한 눈빛은 모두 우리 안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내면이 단단하다거나 일상이 평안하다는 건 뭔가 특별한 사람들만이 영위할 수 있다는 착각 때문에 나 자신은 예민해서 반응할 수밖에 없는 유리 멘탈이라고 미리 단정 짓는다. 그래서 대신, 실내온도조절기 같은 감정 온도조절기가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감정, 필요한 온도로 나를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무의미한 욕심을 가져본다.







내(네) 성격이 문제야! 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는 거다. 성격을 바꿔야겠어, 라고 다짐해본 적 있다면 더더욱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음이 분명하다. 모든 인간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다혈질은 뜨거운 열정으로 해석될 수 있고, 예민함은 중요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면밀함이다. 문제는 성격이 아니라 성격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이다. 


상황에 따라 이미 내 안에 존재하는 성격의 이모저모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절제, 자비, 칭찬, 겸손이 필요한 상황에 이들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건강한 내면, 여유로움, 용서, 따뜻함을 나누어주어야 할 때 머뭇거림 없이 나누어주어야 한다. 이러한 태도가 건강한 관계를 만든다. 자신을 더욱 행복한 사람으로 만드는 비밀이기도 하다. 


사람의 마음은 스위치 하나로 껐다 켰다 하는 방안 조명도 아니고,  

감정의 온도는 버튼 하나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방안 온도도 아니다. 

하지만 마음과 감정은 나의 것이다. 이미 내 안에 있음을 깊이 인지하기만 하면 올바른 상황에 올바른 태도로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다. 


삶이 텁텁하고 사랑이 고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자비와 칭찬을 건네면 그 사람과 나의 마음은 환하게 밝아진다. 마치 어두운 밤, 방 안을 환히 밝히는 조명을 킨 것처럼 말이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고통의 스토리를 가지고 끙끙 앓고 있는 외로운 나 자신에게 여유로움을 가지고 괜찮다고 말해주면 나의 내면부터 주변까지 따뜻해진다. 마치 추운 겨울, 방 안의 찬바람을 밀어내는 뜨뜻한 온돌 바닥처럼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앞으로 이 글을 읽게 될 누군가도,

밝고 따뜻한 2019-20 겨울을 보내기를, 

아니 그보다 더욱 밝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응원해본다.  





Sources:

Cover image btwinsfisch 

Caption image by Cathal Mac an Bheat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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