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릇 리뷰 Part. 1
#한달쓰기 리스트
07 공감할 때 생기는 힘
10 하나만 선택할 용기
11 동시에 여러 가지를 잘 해내는 방법이 무어냐 물으신다면
15 이런 글 써보려고요
16 그들이 말하는 글쓰기
17 너는 네가 하는 말이다 [말 그릇 리뷰 Part. 1]
앞자리가 2에서 3이 되면서 또래 친구들이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꼰대가 된 것 같다고.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욕심에 고집까지 더해진 꼰대.
무엇이 사람을 꼰대로 만들까 고민해 보니, 인상 확 찌푸려지는 순간, 그 감정을 돋우게 하는 포인트는 바로,
공감력 제로의,
마치 상대를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과 말투였다.
표정과 말투는 개인의 태도이다.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을 대하는 자세. 어른들을 공경하는 예의 바른 학생의 태도는 얼굴과 그가 사용하는 언어로 나타난다. 모든 것이 불만족스럽고 탐탁지 않은 청년의 태도는 그의 표정과 말투로 나타나게 되어 있다.
그거 내가 해봐서 알고, 거기 내가 가봐서 알고, 그 책 내가 읽어봐서 알고, 그 사람 내가 겪어봐서 알고, 그 인생 내가 살아봐서 안다는 경험주의적 관점은 은근슬쩍 나를 높이고 너를 낮춘다. 꼰대의 말은 자연스럽게 권력이 된다.
하지만 요즘에는 말하기를 ‘주도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말을 권력으로 여기면 곧 그것으로 사람을 통제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 말 그릇: 당신이 ‘그 말’을 사용하는 이유 (16/290)
소통의 도구로서 말은 사람에게 다가가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역할을 한다. 권력으로서의 말은 잘잘못을 따지고 한 수 가르쳐보려는 헛된 시도이다. 모든 관계를 잃고 초라하게 홀로 남은 채 내가 내뱉고 나에게로 메아리쳐 돌아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1980년 베를린 지혜 프로젝트는 지혜로운 사람의 특징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원들의 실험이었다. '15살의 소녀가 결혼을 하고 싶어 한다면, 당신은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라는 주제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나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건 앞에서도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것. 고정된 관점을 고집하는 대신 상황의 맥락을 이해하고, 유연한 태도를 보일 줄 아는 것 등이 바로 현명한 사람의 특징이라고 이 책은 설명한다.
- 말 그릇: 말 그릇이 큰 사람 (22/290)
꼰대의 반대말을 굳이 만들어보자면 ‘현명한 사람’이지 않을까? 현명한 사람의 지혜는 그 사람을 유연하게 만들어준다. 대화에 참여하는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타인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안 해봤지만, 어쩌면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그 사람만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필요한 말을 제때 골라낼 수 있을 만큼 말 그릇이 큰 사람.
반면, 꼰대는 말 그릇이 작은 사람이다. 말을 담아내는 그릇이 작아서 생각나는 대로 말을 쏟아낸다. 상황이나 여건은 이해할 능력 자체가 없다. 인간이 가진 다양성을 고려하지 못한다. 꼰대 앞에서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은 섣부른 실수가 아니라 되려 나의 마음을 지키는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려 보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들. 그들은 느낌표보다 물음표가 더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고민을 털어놓고 갈등을 고백했을 때, 안된다, 큰일 난다, 어쩌려고 그러냐,라고 추궁하지 않는다. 왜 그런 마음인 건지, 지금은 어떠한지, 자신이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준다.
정해진 대답 대신 오히려 내게 질문을 던졌다. 먼저 가본 길인데도 아는 척하며 나서지 않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 사람의 마음은, 나의 안쪽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는 말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열리게 된다.
- 말 그릇: 듣고 싶은 말을 해줄 수 있다면 (29/290)
답을 찾아주겠다며 두 팔을 걷어붙이는 적극성보다 답은 이미 네 속에 있음을 믿고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우리 모두에게는 느낌표를 여러 개 붙인 경고문보다 물음표 하나를 붙인 질문 하나만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굵고 빨간 글씨로 그려놓은 꼰대의 느낌표는 틈이 생긴 말 그릇에서 새어 나온 것이다. 어디에 균열이 생겼는지 찾아내어 그 균열을 매우면 어쩌면, 꼰대에게도 말 그릇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올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자신의 말 그릇을 키우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하면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되물을 수 있다. 꼰대로 살면 뭐가 나쁜가? 꼰대스럽게 말을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인가?라고.
우리에게는 분명히 더 크고 깊은 것에 대한 충성심이 있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족하다는 개인주의의 다른 쪽에는 언제라도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수고할 준비가 되어 있는 또 다른 내가 있다.
… 우리는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 한다.
- 말 그릇: 나답게 말한다는 것 (42-43/290)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에는 더 깊고 더 큰 말 그릇을 기르는 일이 따라온다. 말은 좋은 사람이 되는 데에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말은 살아있어서 주고받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영향을 준다. 내가 가진 말 그릇에 따라 나의 인간관계가 달라진다. 말 그릇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의 기준을 설정하기도 한다.
꼰대, 라는 단어만 들어도 소름이 돋는다면, 말 그릇을 내버려 두는 대신 말 그릇을 단단히 하는 노력을 시작하면 된다. 인생에 대한 나의 가치를 설정하고 매일 기억함으로, 말을 소통의 도구로 삼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하면 된다.
<말 그릇> 리뷰는 계속됩니다.
Sources:
Cover image by Etienne Boula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