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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a Kim Dec 17. 2019

그들이 말하는 글쓰기

작가 4인의 인터뷰: 강원국, 김창완, 유시민, 김영하

#한달쓰기 리스트

01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02 <이별가>가 들려주는 글의 비밀

03 발라드 보기 좋은 계절이 왔다

04 가슴 뛰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05 당신의 천장은 얼마나 높은가요?

06 푸르른 2020을 위하여

07 공감할 때 생기는 힘

08 고된 현실의 관찰자가 된다는 것

09 쓸만한 인생은 쓸만한 일상에서 온다

10 하나만 선택할 용기

11 동시에 여러 가지를 잘 해내는 방법이 무어냐 물으신다면

12 쿠바 여행이 내게 준 4가지 위로

13 자, 동요 들을 시간이에요

14 마음에도 스위치가 있다면

15 이런 글 써보려고요

16 그들이 말하는 글쓰기








글쓰기는 내면을 보이는 일이다 

강원국 | 진정성 있는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



평소에 쓰고 싶을 때 써놨다가 써야 할 때 써먹는 것은 힘들지 않거든요.


핵심은 이거다. 글쓰기는 내면을 보이는 일이라는 것.


'자신이 겪은 이야기에 교훈, 시사점, 깨달은 것, 노하우를 담아 읽는 이에게 진정성을 전달'하면 독자는 감동을 받게 된다. 나의 경우,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이 글, 참 좋다'라고 느끼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살펴보니, 어떤 상황을 체험하고 그 체험에 관한 솔직한 생각을 적어 내려 간 글인 경우가 많았다. 


내면을 보여주는 글. 이야기 그리고 의미. 

나는 #한달쓰기로 시작한 이 여정에서 맡은 바 직무를 잘 해내고 있는가!


강원국 작가가 나누어준 글쓰기에 대한 조언은,

첫째, 쓸 말이 있을 것, 

둘째, 글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글길을 만드는 습관을 만들 것, 

셋째, 국어사전과 백과사전을 이용할 것,

넷째,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알고 고치는 것이다.


게다가 혼자서 글을 꾸준히 쓰는 행위가 익숙하지 않은 경우, 함께 쓸 수 있는 동무와 글쓰기를 함께 하는 일로 만들어 보라는 권한다.


따로 또 같이, 글을 쓰고 있다. 평소에 써 두었다가 공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한 강원국 작가의 말대로, 내면을 보이는 일은 매일매일 하다 보면 점점 어렵지 않은 일이 될 거라 믿는다. 칭찬도 안 해봐서 뻘쭘하고 사과도 안 해봐서 민망한 것처럼, 속에 있는 이야기도 안 해 버릇해서 어색한 것일 테니.


솔직하게 써볼 말을 찾고, 글이 지나갈 길을 가꾸고, 온라인/오프라인 사전을 써먹고, 끊임없이 고치고 또 고쳐보자. 힘들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글쓰기는 해방시키는 일이다

김창완 | [커버 스토리] 김창완, 거짓말 싫어하는 시인



 ... 아이들에게 해방감을 주고 싶었어요.
 숨기고 있는 것을 드러내서 하나의 경계를 허문다면 넓은 의미의 소통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었어요. 


배우이자 가수인 김창완인 동시집을 펴냈다. 어른의 얼굴로 어른의 삶을 연기하고, 어른의 목소리로 어른의 시간을 노래하는 사람이 동시라니? 의아했다.


'거침이 없어야 자유롭다'라고 말하는 그의 고백에 너무 생각이 많은 글쓰기도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에 대해 쓸까, 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나는 무엇을 거침없이 쓸 수 있는 사람인가. 나의 뇌와 나의 손가락을 내가 으레 포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닐까? 거침없이 달릴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법도 때론 필요하겠다.


격월 잡지 『동시 마중』을 언급하며 잡지가 '영혼의 소주, ' '꿀, ' '은혜를 일깨워준 책'이라 말하는 김창완 시인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글이 가질 수 있는 개운함, 달콤함, 감사와 같은 힘에 대해 놀라게 되었다. 자유를 주고, 소통의 경계를 허무는 글의 힘. 누군가에게 소주와 같은 시원함과 꿀 같은 진한 달달함을 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특권이 아닐까.


글을 짓는 작가에게 주어진 특권, 바로 글을 읽는 그 사람을 해방시켜주는 일이다. 잊지 말자.




글쓰기는 맥락을 만드는 일이다

유시민 | “맥락 있는 여행 에세이, 쓰고 싶었어요” 


검토를 하면서 느낀 것이 정보는 많이 들어있는데 맥락이 없어서 잘 읽히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맥락을 만들어야겠다고 한 편으로 생각했어요. 



유시민 작가가 쓴 여행 에세이라, 꽤 멋진 어색함을 빚어낸다. 맥락 Context 있는 여행 에세이를 쓰고 싶었다는 그의 이야기는 유럽의 아테네에서 시작해 로마, 이스탄불, 파리로 연결되었다.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유럽의 대표적 이미지를 가진 아테네, 이후 유럽의 문화 수도였던 로마, 서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이스탄불, 그리고 새로운 중심인 파리로 맥락을 끌어낸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 나의 경험과 관점에서 글감을 고르고, 남겨둔 메모에 살을 더해 글을 만들 때, 내가 잊지 말아야 할 일은 바로 '맥락'을 만드는 일일 테다. 


유시민 작가 또한 작가는 '스스로 질문하고 맥락을 찾는 것'이 작가인 자신의 업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맥락을 만드는 일은 작가의 역할이자 작가의 책임이다. 야구 선수 류현진을 예로 들면서 팬들이 류 선수를 보며 아름답고 멋지다는 감정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자기 일을 잘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맥락을 만드는 일을 열심히 노력하여 잘 해낼 때, 글을 읽는 사람은 아름다움을 느끼고 무언가를 얻어간다. 


맥락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 따위가 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나 연관'이다. 내가 쓰는 글들이 서로 깊은 관계가 있고, 내가 보는 장소와 사람이 다양한 방향과 각도로 얽혀있으며,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맥락. 이러한 맥락을 가진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쓰기는 실수하는 일이다

더파크 우성책방 | 김영하 ‘여행의 이유

김영하 | “ 『여행의 이유』, 평생 단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책”



... 마찬가지로 진짜 실패한 여행은 기억이 안 나는 여행이에요.
너무나 매끄러웠기 때문에 기억나지 않는 여행이죠. 



기억에 남는 여행 속에는 바보 같은 실수도 있고 심각했던 문제도 있다. 그래서 김영하 작가는 '최대한 준비하지 않고' 여행하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고생하고 문제를 겪으면 이상하게 그 여행길이 마음에 남기 때문이라고.


어쩌면,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고, 자꾸 들여다보며 실수를 발견할 때마다 낙심하는 '글쓰기'야 말로 오랫동안 기억될 의미 있는 글쓰기이지 않을까.


깔끔하게 완성된 아스팔트 고속도로보다 울퉁불퉁해서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시골길이 더 운치 있듯, 

너무 완벽해서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게 집중해버린 한 편의 뮤지컬보다 실수도 많고 눈물이 넘치는 내 아이들의 학예발표회가 더 소중하듯, 

아직 한참 모자라고 매끄럽지 않은 나의 글쓰기가 내 마음에 남는다.


김영하 작가는 '인간의 성격은 시련을 통해 드러난다'라고 했던 고대 그리스 이야기를 꺼낸다. 많은 것이 불투명한 청춘의 시절, 어리다고 말할 수도, 늙었다고 말할 수도 없는 오늘날은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때이다. 글쓰기도 그렇다. 실수 속에 나의 참 사정이 녹아 있다. 참 이야기와 참 뜻이 그 속에 있다. 


그래서 괜찮다. 답이 없으니까 괜찮다. 실수는 실수로 글 속에 남아서 나는 언제고 고칠 수 있고 나아질 수 있다. 때론 실수인 그대로 남겠지만, 그마저도 괜찮다. 기억에 남는 실수라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두려워하지 않으면 된다. 

실수하는 일이라는 걸 미리 알고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 당신과 나의 글쓰기를.





Sources:

Cover image by Plush Design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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