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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안 Sep 13. 2020

버스비보다 싼 가스팍 수동의 위엄 (3편)

이 정도는 되어야 명품이지! #11 쉐보레 스파크 LPG 수동

단순히 경제적이라고 차를 좋게 평가할 수 없다.


다른 경차(수동)는 정말 최악의 경험이었다.

특히 클러치의 느낌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조향의 어색함은 정말 뭐라 표현할 수 없다. 어색한 조향감과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클러치의 느낌은 운전의 재미를 뚝 떨어뜨렸다.


©pixabay


가스팍은 잘 달린다.

체급에 비해서 잘 달린다고 표현하기엔 부족할 정도로 잘 달린다. ‘체급에 비해서’라는 말을 빼더라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잘 달린다는 말속에는 단순히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운동성능이 좋다는 뜻도 포함된다. 다만 타사 경차 대비 경쾌함이 부족하게 느껴지는데, 대신 속도가 붙은 후 크루징 하는 느낌은 월등하다.


특히 직진 안정성은 놀라운 수준이다. 이렇게 짧은 휠베이스(축간거리를 의미하는 말로 앞바퀴 중심에서 뒷바퀴 중심까지의 거리)를 가진 차로 이런 운동성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할 따름이었다. 고속도로의 규정속도를 훌쩍 넘기는 속도 영역에서도 안정적이라는 말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었다.


165mm의 얇은 타이어로 코너를 돌아갈 때도 바닥을 놓치지 않게 돌아나간다. 뒤가 쿵쾅거리지만 놓치지는 않는다. 하체의 부족함이 느껴지기 전에 출력의 부족함이 먼저 느껴진다. 제대로 된 하체의 완성도이다. 출력이 높지만 하체가 부실한 차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반면 하체가 충실해 출력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차는 재미가 있다. 출력의 부족이 아쉬울 뿐...




사실 경차를 타면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출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신호대기 후 원할 땐 언제나 1등 출발이 가능할 정도로 민폐를 끼치지 않기에 충분한 동력성능을 가지고 있다.


경차를 타는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리만큼 rpm(엔진 회전수)을 높이지 않으려 한다. 작은 엔진에 출력을 끌어내려면 높은 rpm으로 마력을 끌어내야 하는데 rpm을 높이면 고장난다고 생각하는지, 엔진 소리가 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인지 rpm을 높이지 않아 출력을 끌어내지 못한다.


rpm을 4000 이상 항상 유지하면서 달리면 일반적인 도로 상황에서는 부족함 없는 동력성능을 보여준다. 게다가 안정적인 하체까지 받쳐주어 번잡스러운 시가지에서 재미난 운전을 할 수 있다.

특히나 변속 과정까지 운전의 재미로 느끼는 운전자라면 더할 나위 없는 만족을 느낄 수 있다.

3단에서 4단으로 변속하며 가속하는 60~80km/h 구간은 운전의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출처 http://gtcarlot.com/data/Chevrolet/Spark/2013/68151672/Transmission-70461967.html




가스팍은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었다.

또 다른 실용의 영역에서의 차의 가치를 알려주었다. 주차 걱정 없이 좁은 공간에도 쏙 들어가고, 예열이니 후열이니 하는 걱정 없이 가까운 거리를 다녀올 수 있으며, 연료비 걱정 없이 하루 종일 막히는 시가지를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가스팍과 만난 후 알게 된 나름의 즐거움이었다.


끝없이 관리하고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자동차를 즐기는 방법이 있다면, 자동차를 이동수단으로 경제적으로 즐기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가스팍에 정착했냐고?

정착이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자동차는 끊임없이 출시되고,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능력이 닿는 데까지 많은 자동차를 경험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소유한 자동차에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라 가져보지 못한 자동차에 대한 궁금증이 원인이다.


 



1.1 나는 가성비가 싫다.

1.2 허세가 왜 죄악이지?

1.3 이 정도는 되어야 명품이지!

1.4 돈을 주고 물건만 산다고?


2.1 다들 샤프는 30년 정도 쓰지 않나요?

2.2 부족한 3m는 내 명예로 채우겠소.

2.3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만년필이 될 거야

2.4 단돈 200원에 볼펜의 끝을 보여드리겠습니다.


3.1 버스비보다 싼 가스팍 수동의 위엄 (1편)

3.2 버스비보다 싼 가스팍 수동의 위엄 (2편)

3.3 버스비보다 싼 가스팍 수동의 위엄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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