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이희성 팀장
나는 어째서 마사지의 프로가 되지 못하고(혹은 될 수 없고), 이렇게 프로 작가가 되어 있는 것일까, 가끔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것은 본질적인 차이는 아니고, 적합하고 적합하지 않다는 근소한 차이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 다르게 지압사가 되고, 바둑 기사가 되고, 작가가 되는 것이다. 인생이란 참으로 순수하고,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 무라카미 하루키, 책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중에서
어쩌다 이 일이 내 일이 되었을까, 이렇게 마케팅 컨설턴트가 되어 있는 것일까, 가끔이 아니라 매일 진진하게 생각해 봅니다. 최근에 아르바이트를 이틀동안 했는데, 여러 이유로 마녀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녀는 마녀가 되는 것이구나 싶었지요. 지금 하고 있는 이 일들을 다르게 적합하게 하고 싶다는 열의에 찬 마음을 회복시켜 주는 듯싶기도 했고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잘 어울리고 찰떡궁합이란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죠. 이 일을 안 했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게 일에 열정적이고,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싶은 사람이죠. 가끔은 적합하고 적합하지 않다는 근소한 차이가 아니라 본질적인 차이는 아닐까 싶기도 해서 우러러봐지기도 합니다. 이 또한 인생이 참으로 불가사의하고 순수한 탓이기에 그러할 테지요.
특히 타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일하는 사람의 본질은 남다르리란 생각이 듭니다. 종잡을 수 없는 충동과는 다른 삶의 역사의 결과이자 인성을 형성하는 특유의 미덕이 장착되어 있으리란 상상도 더해지고요. 그래서 만나보았습니다. 타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듣고 싶어서 말이죠. 그 일에 적합한 것인지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건지 궁금증도 파헤쳐 보았습니다.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나요?
- 저는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그러나'? 어떤 의미일까요?
- 현재 불행하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항상 더 즐겁기 위한 방향을 찾는 게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고, 살아가는 데 가장 큰 방향성이 되는 것 같아요. 거창하게 살 수도 없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거든요. 그래서 즐겁게 살고 싶은 것을 가장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표현이고, 또 제가 좋아하는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책 중에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라는 수필이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 하루키의 초기 수필 중에 하나고 굉장히 날이 서 있을 때 쓴 글이라서 재밌어요. 그의 문체가 좋아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요, 어렸을 때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가 하는 얘기처럼 살고 싶었어요. 하루키는 자신의 묘에 '소설가' '러너(runner)'라고 쓰고 싶다고 했거든요. 저도 서퍼(surfer)이면서 러너이면서 남편으로써의 정체성을 가지고 싶더군요.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이 떠오르네요. 달리기를 하나요?
- 네. 하루키도 뛰는데 나는 왜 못 뛰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에 많은 삶의 반전과 희망이 담겨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 그런 정체성을 가지고 싶었다는 차원에서 얘기를 했고요. '세이브더칠드런'에서 10년 정도 근무한 사람, 즐겁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력 상 일반 기업에서 먼저 일하셨다고 했는데요.
- 네. 처음에는 마케팅 컨설팅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했었어요. 마케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결국에는 전공 때문이었던 것 같고요.
마케팅을 전공했나요?
- 학부 때는 심리학을, 대학원에서 소비자 광고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몇 군데 없는데, 응용심리학 분야로 소비자 광고 심리나 산업 심리나 조직 심리 쪽이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 가장 마케팅과 유사하고 커리큘럼도 많이 겹치는 소비자 광고심리를 선택했죠. 마케팅은 소비자 광고심리학을 기초로 만들어진 분야라고 생각해요. 마케팅 이론 등을 조금 더 깊이 공부하고 심층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대학원에서 전공하고, 전공을 살려 컨설팅 회사 쪽에 갔습니다. 거기서 마케팅 컨설턴트로 6-7년 정도 일했죠.
말씀하신 내용 중에 '마케팅과 유사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어서'라고 했는데요, 심리학 전공자가 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요?
- 학부 때 심리학을 전공할 때도 산업심리학이라는 세부 심리학을 전공했어요. 그때도 광고 쪽이나 이런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쪽이 조금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어릴 때는 굉장히 반짝반짝해 보이기 때문에 광고가 되게 좋아 보이거든요. 하하하. 그 당시에 저는 심리학 전공하면서도 상담이나 임상 쪽으로 가서 경력을 쌓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대학원을 가야겠다 생각했을 때도 다른 쪽을 생각해 보지 않고, 전공한 분야로 하거나 혹은 마케팅 쪽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케팅 컨설팅 회사에서 비영리조직(NGO)으로 옮기게 된 계기는?
- 마케팅 컨설팅 회사에서는 신제품 개발, 브랜딩, 제품 전략 등 여러 가지 마케팅 활동을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사실은 너무 힘들기도 했지요. 한 7년 정도 일하면서 항상 다른 컨설팅 회사랑 경쟁하고 광고회사랑 경쟁하고 프로젝트 따내고 그러면서 매일 새벽까지 일하고. 어차피 난 편하게 일할 팔자는 아니다, 고 생각한 탓인지, 그렇게 일하는 게 재미도 있고 좋기도 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마케팅하는 게 '진짜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전문가인데 기업에서 잘 모르는 윗분의 의견에 따라 나의 전략이 무조건 바뀌어야 되고, 빨간색이 맞다고 하면 빨간색을 만들고, 파란색이 맞다고 하면 파란색을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에 의문이 들었어요. 그리고 또 파란색이 맞다고 해서 파란색을 만들어 갔더니 정말 파란색이 잘 팔리면 나의 이론은 무엇에 기반한 것이었고, 그분은 어떤 인사이트를 가지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여 잘 되는 것인지… 많은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일반 기업에서 마케팅을 하는 선배들이나 친구들을 보면, 소비자가 장바구니에 제품을 담는 모습이나 제품을 판매한 소비자들한테 어떤 편익이 가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자부심을 많이 느낀다고 하는데, 저는 컨설팅 회사에 있다 보니까 그런 걸 잘 느끼지 못했지요. 그 시절에 전 보고서를 팔아넘기기에 급급했어요. 잘 만든 보고서를 제출하면 칭찬받고 기업에서 좋아하고, 이게 어떤 방식으로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사실은 별 관심이 없었지요.
이런저런 이유로 염증이 나기 시작한 순간 회사에 더는 있을 수가 없더군요. 업무 강도가 세도 너무 좋고 자부심 느끼고 재밌고 이럴 때는 맨날 새벽 2~3시까지 일하고 주말에 나가서 일하는 게 가능하거든요. 근데 뭔가 동기부여를 딱 잃고 나면 새벽까지 앉아 있을 수가 없게 돼요. 제가 하는 일에 대한 동력이 떨어지니까 그만 다녀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구직 활동을 하던 시기에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제안이 들어왔고, 그때 대학원 때 논문이 생각이 나서 지원을 했습니다. 대학원 논문을 준비할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여러 내용들을 파다 보니, 결국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어떤 선의가 아니고 기업의 무기로서 작용할 수밖에 없고, 작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를 더 발전시켜 더 좋은 방식으로 기업이 CSR을 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로 논문을 쓰려고 했는데, 그걸 쓰지 못해서 그때부터 관심이 증폭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여기가 어떤 곳인지도 몰랐고 NGO가 뭔지도 몰랐고 근데 어쨌든 나는 CSR에 관심 있었으니까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 처음 들여다보았더랬죠. 여기서 일하면 그래도 뭔가 떳떳할 거라는 만족감을 가질 수 있겠다는 나름의 명분도 생겼고요.
NGO 마케팅이 좀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았는지?
- 당시 이곳에서는 조직이 알려져야 되고 브랜딩을 해야 되는 시기였던 터라 브랜딩 전문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를 찾고 있었어요. 전 브랜딩 컨설팅을 많이 했던 사람이니 일이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브랜드 하이라키(hierarchy, 계층구조)라든지 브랜드 체계를 잡는다라든지 아니면 새로운 브랜드가 나올 때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할지 등의 일을 많이 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입사를 하고 사실 브랜딩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브랜딩을 못한 이유는?
- 당시 마케팅 부서에서 집중하고 있는 캠페인이 있었어요. 해당 캠페인에 역량이 집중되고 있던 상황이라 당시에 브랜딩을 하기가 어려웠고, 이후 마케팅 부서에서 요청이 와서 저도 마케팅 부서에 합류했습니다.
차이가 있던가요?
- 저는 사실은 커뮤니케이션이나 마케팅이나 크게 차이를 못 느낍니다. 이곳의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어떻게 모금을 하느냐 후원을 개발하느냐이고, 이게 TV, 온라인, 그리고 기업으로 나눠지는 식입니다. 저는 처음에는 개인 모금 분야에서 마케팅을 했습니다.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 온라인 광고나 TV 영상 만들기는 제가 꽤 오래 했어요. 지금은 종료된 신생아 살리기-모자 뜨기 캠페인도 진행했었고, 전국에서 진행하는 국제 어린이 마라톤 행사도 진행했습니다.
캠페인 활동이 주요한 것 같습니다. 일반 기업의 마케팅처럼 분석이나 관리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NGO의 캠페인 영상을 보고 후원을 했는데, 이후에 후속으로 정기 후원이나 증액 요청 메시지 등을 받으면 부담스러워져 일시 후원도 주저하게 될 때가 있더군요. 이처럼 캠페인에 반응해 후원이 늘었다가, 부담을 느끼고 후원을 중단을 한다든지 여러 상황이 발생할 것 같은데, 이런 부분들이 고려가 되어 마케팅 활동이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 맞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고민하고 있고, 또 고민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CRM을 통해 그런 분석을 하고 이후 모금 활동에 보다 나은 접근 방식이 무엇일지 고민합니다. 어떤 활동을 실행할 때 회원이 탈퇴할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지만, 그런 위험을 안고 증액을 시도했을 때 몇 %가 증액을 하고, 증액을 했을 때 그 지속 기간은 얼마나 되고, 그러면 우리가 탈퇴율이나 부작용을 감수하고도 이걸 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판단 과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투트랙(two-track)으로, 신규 후원자의 신규 후원과 기존 후원자의 증액을 목표로 새로운 캠페인을 계속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며 마케팅 활동을 합니다. 물로 일반 기업에서처럼 캠페인 진행 시 ROI나 CPA 분석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려고 하죠. 여기에 중요한, 아직은 진짜 후원자들이 정서적으로 얼마나 축적되는지에 대한 그런 계산은 어렵지만, 노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지속가능한 후원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하면서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후원 개발이라면?
- 우리나라 NGO 대부분에서 정기 후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리라 봅니다. 아마 후원을 하고 계시다면, 각 단체의 보고서를 통해 후원금 내역 등을 홈페이지나 여러 채널에서 보실 수 있으실 텐데요. 정기 후원 개발은 그만큼 중요한 목표입니다. 현재 정기 후원이 차지하는 비중을 채우면서도 지속가능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희는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강점이라 자부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신생아 살리기-모자 뜨기 캠페인, 국제 어린이 마라톤, 빨간 나무 세 그루 심기, 빨간 염소 보내기 등 이런 캠페인들을 통해 후원자들과 소통하고 만나면서 정기 후원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폭발력 있는 정기 후원 유도가 어려워지면서 기업의 후원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고요.
현재 기업 모금 파트를 담당하고 있으시죠?
- 네. 기업의 후원이 지금 지원하는 아동들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기업 후원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랄까, 일반 기업으로 보자면 B2B 고객 여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여정들이 개인 후원과는 차이가 있지 않나요? 팀장님이 느끼는 차이가 있다면?
- 차이가 상당히 큽니다. 제가 개인 모금에 8년 정도, 기업 모금 파트에서 지금 3년 정도 있는 건데요. 우선 부끄럽지만 제 개인적인 차이부터 고백하자면, 개인 모금 파트에 있었을 때는 제 관점에서 우리 사업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실제로 우리가 해외에서 어떤 활동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예를 들어, 저희가 조손 가정을 돕는데 어떻게 돕는지 식사나 재활을 어떻게 하는지, 어디서 얼마큼 하고 있는지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어떤 콘텐츠를 쓸 것인지만 관심이 있었죠. 마케팅 쪽으로 풀 수 있는 스토리, 사진 등이 어떻게 보일까, 사람들한테 어떤 장면을 보여줄까, 어떻게 하면 빈곤 프로젝트를 어필할지 등에 관심이 많았어요. 개인 모금을 목표로 달리기만 한 것이죠.
사실은 사업을 세세하게 알지 못하면 개인과 소통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기업 하고는 아예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안됩니다. 우리가 어디서 어떤 사업을 어떻게 진행하고, 다른 NGO의 사업과의 차별점은 뭐고, 우리 사업의 장점은 무엇인지 정확하고 명확히 알아야 해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거는 기업들은 저희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그냥 그대로 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지금 기업에서는 기존 저희 사업이 아닌 기업이 원하는 사업,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니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있던 저희 사업들과 기업을 그냥 연결해서 진행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기획을 해야 하죠. 대상자, 제삼자, 타 부서 등과 협력해 사업을 만들고, 펀딩 받아서 진행을 해보는 게 어떤지 제안을 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사업에 대한 관심 정도가 아니고 엄청나게 세세하게 알아야 사업을 어떻게 수행할지 알게 됩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저희가 직접 수행한 사업들이 많이 생겼는데요, 기업 모금 일을 하면서 시야가 훨씬 더 넓어졌습니다.
또 기업 모금이 워낙 이제 중요하게 생각되다 보니까 제가 볼 때는 예전에 단순히 콘텐츠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했던 모금 방식의 마케팅이 아니고, 지금은 기획자로서의 활동이 좀 많아진 것 같다는 것이 변화된 지점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제안서도 엄청 많이 쓰고 있다는 점. 마케팅 컨설팅 회사에서 나와서는 안 쓸 줄 알았는데, 여기서 정말 많이 쓰고 있네요. 하하하.
거의 일반 기업의 사업 기획과 같네요. 다양한 역할과 역량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그렇죠. 일반 기업에서는 돈 버는 것이 핵심이잖아요. NGO에서는 지원 사업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는 사업을 지원하는 사람을 '모금가'라고 하는데, 저는 거기에 더해 마케터이자 기획자라고도 생각합니다. 팀원들과도 종종 얘기를 하곤 하는데, 콘텐츠를 만들 줄 알고, 이걸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할지, 어떤 채널에 어떻게 뿌릴지에 대해서 할 줄 아는 마케팅 역량, 사업과 이 펀딩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기획 역량, 그리고 모금가로서의 진정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여기서는 사실은 경쟁력이 있기 쉽지 않다고 항상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항상 마케터, 기획자, 모금가로서의 역량을 갖추자고 얘기를 하고,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제가 너무 NGO에 있는 사람 같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네요.
직무의 성격이 그렇고, 그게 현실인데, 특별히 NGO에 다니는 사람이라는 어떤 전형적인 틀이 있다면 그게 더 부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싶은데요. 개인적으로 NGO는 그냥 어려운 사람, 어려운 곳을 도우러 다니기만 할 것 같은 느낌인데 사실은 NGO도 조직이니까 내부 체계와 담당 업무가 있어 효과와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겨집니다. 캠페인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 모금을 하고, 정말 필요한 곳에 사람들의 후원금이 쓰이도록 하는 일이 업무로써 다를 뿐, 일반 직장인의 모습과 비슷해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지고 이해도 됩니다.
일반 기업의 직장인과 다른 점이 있다고 느끼는지?
- 우리 아동들을 위해서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게 너무 당연하게 기저에 깔려 있고요. 그리고 연봉 경쟁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동갑내기나 제 나이 또래에 잘 된 친구들은 저보다 꽤 돈을 많이 벌거든요. 제가 컨설팅 회사 다닐 때까지만 해도 그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연봉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런 경쟁을 여기 오면서 더 이상 하지 않게 되면서, 아니할 수 없다고 해야 할까요, 하하하. 아무튼 좀 자유로워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제가 바라보는 것은 남의 회사 사장님, 혹은 우리 회사 사장님만 바라보면서 일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하는 점이 다를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일한다는 것이 기본 바탕이죠. 물론 직장인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연간 목표, 실적 등 고민에 있어서는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NGO에서는 매출이라든지 경쟁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는 않지만, 저희도 모금의 규모가 굉장히 중요하고, 피어(peer) NGO의 활동들도 살펴봅니다.
기업 모금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 선배님들이 '관계'라고 자주 말씀을 하시더군요. 기업 담당자와 기업 내 의사 결정 구조에 있는 분들과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기업의 후원이 기업의 주요 핵심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 내 의사결정에 따라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관계력 높은 소통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어떻게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지?
- 사실은 제가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노하우가 별로 없습니다. 하하하. 다만 컨설팅 회사 때 경험을 살려 좋은 제안서로 경쟁 PT에 참여하고 사업을 수주합니다. 그리고 실무 담당자분들이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사업의 결과가 바람직하도록 함께 연구하고 고민을 하죠. 실력으로 관계를 시작하고 결과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전 기업의 사회공헌은 선의에 더해 시대의 흐름이고 기업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원하는 부분을 해결하고 의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돕는 방향으로 좋은 사업을 개발해 제안하는 것이 제 나름의 관계 구축과 유지의 방법이 아닐까 하네요.
앞서 말씀하신 모금가+마케터+기획자의 역량이 계속 요구되겠네요. 마케터로서 좋은 기획자란?
- 저희가 해야 되는 영역에 모금이 있고, 사업이 있고, 커뮤니케이션 영역이 있다고 하면 그 중간에 있는 그레이(gray)한 영역들이 있어요. 그 영역들을 누가 관심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누군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새로운 프로젝트가 만들어질 수가 없거든요.
자신의 업무 영역 내에서만 좋은 콘텐츠를 딱 끼워 넣어 좋은 ROI를 내고,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마케터들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편입니다. 물론 잘하는 마케터들이지요. 하지만 그냥 R&R 채워놓고 자신의 영역이 아니면 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에서 누가 하더라도 ROI가 오를 수밖에 없는 것들만 하는 마케터는 많다고 생각해요. 똑딱이 마케터로서는 성장의 한계를 느끼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마케터로서 좋은 기획자는 그레이 한 영역들을 얼마나 엮어내고 '내가 할게'라고 주도적으로 말하는 분들입니다. IT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서 우리 사업과 연결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사업과 모금을 어떻게 연결할지 아는 등 남이 돌보지 않는 영역을 자신의 영역으로 가지고 오고, 기획력을 가진 사람이 성장하리라 생각합니다.
요즘 NGO의 경향성 같은 것이 있을까요?
- 고액 후원과 기업모금에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대기업과 연결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지 않을까 하네요.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을 만들고 싶어 하는데, 기존 조직에서는 만들어내기 어려운 환경 구조를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저희 같은 경우는 사회적 포럼, 스타트업 행사 등을 다니면서 만들어볼 만한 사업을 개발하고 컨소시엄을 만들어서 기업에 제안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NGO의 지원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IT기업이나 혹은 스타트업들, 그러니까 사회적 기업들이 많은데요. NGO들이 이런 사회적 기업들을 인큐베이팅하는 활동들을 많이 하려고 하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너무 재밌네요. 제가 다음 질문할 거를 계속 같이 연결해 말씀을 해주셔서 더 흥미롭습니다. 요즘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데 있어 기업의 최대 고민은 뭔지 궁금합니다.
- 가장 눈에 보이는 것은 ESG 경영보고서를 공식적으로 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요. CSR과 ESG가 다른 영역이다 보니, 기업에서는 두 측면에서의 예산 사용에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또 많은 기업들에서 CSR부서가 ESG 부서로 바뀌다 보니 CSR 예산이 ESG 예산이 돼버리기도 합니다. 지금 ESG 보고서에 사회공헌활동 중에 포함시킬 수 있는 영역이 적다 보니, 사실은 사회공헌 예산이 줄어들고 있는 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두 영역에 예산이 각각 책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어떤 부분에 예산을 할당하고 집행해야 좋을지, ESG 보고 활동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업들이 원하는 방향은?
- 차별성이나 아니면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 한 측면이고, 다른 측면은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맞는 활동들을 지향하는 편입니다.
특별히 칭찬해 주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저희와 함께 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은데요, 빈말이 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다 훌륭합니다. 모두 선의를 가지고 사회에 공헌하며 책임을 다하려는 기업들이라 생각해요.
소개하고 싶은 사업을 하나 꼽자면?
- 삼성과 같이 진행하고 있는 '청소년 스포츠 클래스'라는 사업이 있습니다. 몇 개의 계열사 군을 묶어서 다문화 아동 비율이 높은 학교나 지역을 선택해 다문화 학생과 일반 학생들이 같이 참여하는 '몸 튼튼 마음 튼튼' 교실을 운영합니다. 예를 들면 자기 강점 개발이라든지 정서적으로 본인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좋은 사람들인지에 대해서 알 수 있게 설명하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정서적인 지원 활동들을 같이 해요.
또 삼성스포츠단이 스포츠 클래스를 열어서 아이들이 몸으로 같이 뛰어놀면서 유대감도 느끼고 더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융화되도록 지원합니다. 만나서 연습도 하고 경기도 하고 선수들과 이벤트도 하는 것이죠. 현재는 서울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전국으로 확장 예정입니다. 다문화 아동이 40-60프로 까지 되는 지역이 꽤 있습니다. 지금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 아이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적응을 잘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은 적응할 필요도 없이 그냥 여기 대한민국 국민으로 그냥 살아야 하는 건데, 현재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니까 그런 것들을 조금 더 완화시켜 줄 수 있는 교육을 해주는 것입니다. 튼튼하고 단단한 마음, 안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중학교에 올라가서 더 잘 적응하며 지낼 수 있도록 삼성과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교훈이 됐던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 제가 경쟁 PT를 많이 한다고 얘기를 했는데요. 좀 큰 경쟁에 많이 들어가는 편인데, 수주를 하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합니다. 떨어졌지만 굉장히 좋았던 제안서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제안서들이 왜 안 됐을까를 생각해 보면은 제가 느낀 공통점은, 물론 아주 정확한 이유가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 얘기를 너무 많이 했거나, 우리 얘기만 했다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면 기업에서는 어떤 원하는 게 따로 있는데, '우리는 이거 너무 잘합니다'라고 썼을 때 대부분 안 됐던 것 같아요. 우리 강점이 잘 부각은 됐지만, 기업이 원하는 부분이 좀 빠져 있었거나 약했기 때문에 안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반대로 성공하는 경우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 정해진 주제 내에서 뭔가를 하려고 할 때는 그 주제를 얼마나 잘 수행하고 신뢰성이 얼마나 있고 이런 걸로 판단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처음부터 어떤 제안이든 좋다는 자유 공모일 때는 문제 제기가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아요. 문제 제기가 곧 사회 공헌 활동이고, 이 활동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잘 됐을 때 공감을 많이 일으켰어요. 이 공감이 담당자에게 힘이 되어 내부 보고 및 의사결정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NGO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필요한 역량을 꼽는다면?
- 다이렉트 마케팅(광고 –클릭 –전환-후원), 온오프믹스채널 경험이 실무적으로 가장 필요한 기술적 역량이고, 캠페인을 구성하고 연결시켜서 소구-경험-유지하도록 만드는 후원 캠페인 기획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마인드셋. 기업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판을 벌릴 줄 알아야 하고, 자기 영역 외에 하는 걸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KPI에서 다 백점 맞고 싶어 하기 때문에 다른 영역에서 80점 맞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지요.
하지만 기업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연결하고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내는 마음 가짐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오래 다닐 수 있어요. 그것이 재미죠. 회사를 재미로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맨날 하던 것 에서 끼워 맞추는 일만 하다 보면 스트레스는 덜 하겠지만 재미는 없을 거예요. 새로운 일 도전, 실패, 다시 일어서는 것. 그 과정을 어떻게 평가해 주는 지도 중요한 요소지만, 스스로 그런 것을 내부에 셀링(selling)하는 것도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를 셀링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템과 과정을 셀링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죠.
앞으로 해보고 싶은 캠페인이나 사업이 있나요?
- 제가 처음에 여기에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왔기 때문에 브랜딩 쪽으로 사업과 연결지은 캠페인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신생아 살리기만큼 영향력이 큰 캠페인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오랫동안 가지고 갈 수 있고, 인지도도 높은 그런 캠페인과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5년 후 원하는 모습이나 비전이라면?
- 현재 조직에 와서 제가 사람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운동도 많이 하게 됐고. 그전에는 사실 제 시간이 없었어요. 대학 졸업하고 대학원 다니고,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면서 한 번도 제 시간을 여유롭게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치열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여기 와서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생각들도 많이 하게 됐죠.
개인적으로는 그냥 즐겁게 사는 방식을 계속 찾을 것 같고요. 커리어적인 측면에서는 NGO에 계속 남아 열심히 일할 것 같아요. 욕도 먹고 경쟁 PT도 하고 갈등도 겪으면서 말이죠. 하하하. 그런 걸 겪는 이유는 사적인 성장에서 더 나아가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우리 조직의 성장이라는 것은 곧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니까요.
아동들한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에 에너지를 소모적으로든 생산적으로든 쓰고 싶어요. 그런 에너지를 써야 하고, 당연하고, 또 에너지를 써야 한다면 그 목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 제가 효율적, 냉철함의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다니면서 10년 일하다 보니... 시간은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현장도 많이 나가고 돌아다니면서 그런 동기부여를 받은 것 같습니다.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계속 즐겁게 사는 걸 멈추지 말자. 막연하게 말고, 되묻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진지하게 재밌게 살자."
나에게 즐거움이란?
- 몰입할 수 있는 것. 운동, 서핑하며 바다에 떠있거나 할 때 제일 즐거워요.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오타쿠(otaku)처럼 하는 게 멋이 없어 보였는데, 지금은 오타쿠처럼 해보고 싶어요. 남들이 왜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어라고 물을 정도로. 예전에는 그런 질문을 받으면 불편했어요. 남들이 '그렇게 했는데 그거밖에 못해?'라는 생각을 할까 봐…. 그런데 지금은 제가 좋으면 좋다고 생각해서 오타쿠처럼 하며 살고 싶어요.
즐거움의 끝이나 종착지가 있을까요?
- 없어요. 하하하. 영원한 즐거움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그저 뭔가 몰입했을 때, 처음 빠질 때가 제일 재미가 있어서 계속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 즐거움을 전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 아내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얼마 전 퇴사한 아내가 이런저런 걱정들, 고민들 하지 말고 이 시간을 즐겁게 지냈으면 해요. 다 괜찮다, 어떤 결과든지. 그러니 지금 이 시간을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이 고달프기만 하다 여기면 힘만 들것이요, 힘이 들어도 즐거움이 있다는 걸 알면 즐길 수 있다 생각합니다. 오늘은 일도 삶도 즐길 줄 아는 고수의 향기를 물씬 맡은 듯합니다. 하는 일에서 숙달된 힘이 느껴지기도 했고, 더 잘하기 위한 숙고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 숙성된 통찰도 엿보았습니다. 드라마 결말로 치면 꽉 닫힌 결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타인을 돕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과 그 일에 대한 호기심, 편견, 관점 등에 대해 명쾌하고 솔직하게 들을 수 있는 시간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언제든 기억소환할 수 있는 귀한 시간 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처음 인사를 나누면서 이희성 팀장은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었습니다.
"제가 일반 기업에 있다 NGO로 와서 그런가, 지금도 그렇게 전형적인 NGO 사람처럼 말하거나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느낌에서 저는 좀 다르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전형적인 NGO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사실 뜨끔하기도 했습니다. 마녀도 모르게 마녀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NGO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의 모습이 떠올랐거든요. 특유의 열정이나 이타심을 타고난 것 같은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졌었거든요. 그런데 이희성 팀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조직에서 일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직장인과 다를 바 없겠구나'하는 생각. 하는 일이 다를 뿐, 각자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일의 성과와 보람을 찾고,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하구나 싶더군요. 다른 하나는 타인을 돕는 일에 타고난 열정과 이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타인을 돕는 일에 탁월한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숙달된 역량과 숙고하고 숙성된 통찰력으로도 탁월함을 보일 수가 있습니다. 이희성 팀장이 그런 모금가이자 소통가로 탁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녀는 개인적으로 선한 마음만 가지고서는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여깁니다. 선을 바탕으로 한 도움에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 기획자의 역량을 강조한 그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기도 했습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의 처음 말과는 다르게,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더 잘해야 하는지를 계속 고민하며 기업의 후원을 이끌어 내려는 치열한 면모는 직장인의 당연함이라기보다는 NGO에 계신 분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니라고 했지만, 어느새 스며든 것이겠지요. 아이들을 생각하는 선한 의지가 바탕에 깔려 있으니까요.
글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냉철하게 NGO의 현황을 분석하고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이 일이 적합한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이희성 팀장이 마케팅 컨설턴트가 아니라 10년 넘게 아이들을 위한 모금가로 마케팅을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이유가 다 있는 거구나 싶기도 했죠. 이는 사실은 그의 본질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그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서랍 속에 반듯하게 개켜진 깨끗한 팬츠가 쌓여 있다는 건 인생에 있어서 '작지만 확고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건 어쩌면 나만의 특수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 책,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중 '작지만 확고한 행복' 편 중에서
이 구절을 읽으니 그가 바다 위에서 파도를 타며 오랫동안 서핑을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평범한 일상의 즐거움이 오랫동안 확고한 행복으로 자리매김하면, 그가 하는 일도 오랫동안 탁월한 빛을 내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그의 즐거움을 응원하면 이 세상의 아이들도 조금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그가 어떠한 상황에도 계속 즐겁게 살길, 바라는 바를 이루는 축복받는 삶을 살기를 유독 더 바랍니다.
이상 친절한 마녀였습니다!
[더 토크뷰]는 홍보마케터, 그리고 협업하는 대내외 여러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 슬기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팅] 매거진 속 코너입니다. 사람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각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통찰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또, 다른 기업에서 일하는 홍보마케터, 개발자, 기획자, 그리고 CEO 등의 이야기를 통해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있겠구나’ 이해하며 소통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 글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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