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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Apr 27. 2022

군산 토박이들이 바라본 이성당이 잘 나가는 진짜 이유

4 - 군산, 이성당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군산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 전국에서 가장 많은 차량(약 23만 858대)이 방문한 빵집. 모두 '이성당'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코로나 시국에도 평일, 주말을 가릴 것 없이 끝없이 이어진 이성당 줄을 보고 있노라면 항상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성당은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까지 잘 나가게 됐을까?


외부에서 보이는 이성당이 잘 나가는 이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먼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1945년 개점)이니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이성당은 1920년에 일본인이 설립한 '이즈모야 제과점'에서부터 그 역사가 시작된다. 1945년 이석우 씨가 인수해 이름을 이성당으로 바꾸고 8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전신까지 따지자면 거의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빵집이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라는 말이 허황된 말은 아니다.


이성당이 가장 오래된 빵집인 것은 사실이긴 하지만 단순히 오래된 것만으로 이성당의 성공 이유를 말하기는 어렵다. 왜냐면 순천의 화월당도 일제강점기인 1928년부터 장사를 해왔지만 화월당이 이성당만큼 유명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빵집이라는 브랜딩 하나만으로 이성당이 지금만큼 성장했다고 하기엔 뭔가 빠진 느낌이다.


그렇다면 이성당의 주력 제품인 단팥빵의 제품력이 독보적이어서는 아닐까? 이성당 단팥빵은 만두피처럼 겉이 얇고 속은 아낌없이 가득 채운 팥소로 유명하다. 또 쌀가루로 반죽해서 식감이 일반 빵보다 훨씬 찰지다.  게다가 만들어진 이후 품질관리도 엄격하다. '먹는장사는 맛이 최우선'이라는 철칙 아래 하루라도 지난 빵은 맛이 변질될 수 있기에 절대 팔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이성당의 단팥빵은 한입 베어 물면 지금까지 먹어왔던 단팥빵과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단팥빵은 평범한 빵이다. 굳이 군산을 찾지 않고 우리나라 어느 빵집을 가도 단팥빵은 기본으로 구비되어있기 마련이다. 전국 어느 곳보다 이성당의 빵이 분명 혜자롭고 가성비 갑인 것은 분명하지만, 성심당의 튀김소보로처럼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이한 빵은 아니다. 이성당의 김현주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솔직히 우리 집 빵이 줄 서서 먹을 정도로 특별한 맛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까지 말한 적이 있다. 그러니 단팥빵만으로 지금만큼 성장했다고 하기엔 여전히 뭔가 아쉽다.


그렇다면 이성당이 전국구로 유명해진 시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역으로 추적해보면 어떨까. 이성당이 주목을 받은 시점을 구글 트렌드를 이용해서 찾아봤다. 이성당 검색어 추이를 살펴보면 이성당은 2013년 1월을 기점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이성당이 급격한 주목을 받은 이유는 KBS1 기획 특집이었던 '백년의 가게'에 이성당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성당도 다 방송 타서 유명해진 겁니다. 방송빨이 최고예요.'라고 결론을 낼 거였다면 이 글을 쓸 이유가 없다. 분명 2013년 방송은 이성당이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확고하게 전국구 빵집으로 이름을 날린 직접적인 계기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성당은 방송 출연 전에도 지역의 명물로 충분히 유명했다. 사실 방송은 그 유명세에 기름을 부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성당이 방송에 나왔다'는 단편적인 사실이 아니라 이성당이 매력적인 방송 아이템이 될 수 있었던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군산 토박이들이 바라본 이성당이 잘 나가는 이유

군산 토박이들에게 이성당은 단순히 오래된 빵집 그 이상이다. 군산사람 치고 이성당에서 미팅 안 해본 사람이 없고 생일 때 이성당 케이크 안 먹은 사람 없을 정도로 이성당은 군산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해있었다. 그만큼 군산시민들은 직간접적으로 이성당의 역사와 함께한 셈이다. 그들의 입을 통해 이성당의 과거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외부에서 보는 피상적인 이유가 아닌 이성당이 잘 나가는 진짜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왜 이성당이 유명할까요?'라고 군산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오래된 빵집', '단팥빵'이 아니라 다른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일명 '이성당 할머니' 오남례 사장님이었다. 알고 보니 지금 이성당 대표님이신 김현주 대표님은 오남례 사장님의 며느리이시고 1960년대부터 2003년까지는 오남례 사장님이 이성당을 경영하셨다.

며느리 김현주(좌, 현 이성당 사장), 시어머니 오남례(우, 전 이성당 사장)


이성당 근처는 과거에도 군산 최고 상권으로 통했다. 당연히 노점 하는 사람들은 광주리를 이고 지고 군산에서 장사가 가장 잘 되는 이성당 앞으로 모여들었다. 손님을 받기에도 부족한 자리에 노점이 들어서면 여러모로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나 같은 사람이 그런 상황에 있었다면, 몰려드는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받고 빵 한 개라도 더 기 위해서 험한 말을 해서라도 노점들을 쫓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남례 사장님은 이성당 앞에서 노점 하시는 분들을 귀찮아하며 내쫓기는커녕 오히려 출출할 때 드시라고 빵과 우유를 내주셨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정작 세를 내고 장사하는 사람들의 원망섞인 항의가 오남례 사장님께로 향할 때도 있었지만, 오남례 사장님은 그 마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어 지금도 이성당 앞에 가면 광주리를 늘어놓은 채 채소를 파시는 할머니들을 여전히 볼 수 있다.


또, 이성당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고아원과 양로원 그리고 종교단체 등에 빵을 꾸준히 기부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빵을 기부할 때도 팔고 남는 빵을 기부하지 않고 '기부도 손님이다'라는 생각으로 항상 새 빵을 따로 만들어 기부하고 있다. '이성당이 크게 된 것은 지역 소비자들의 덕'이라는 그 뜻을 지금도 여전히 이어가며 로컬의 소비자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있다.


그러니 이성당의 터줏대감이셨 '이성당 할머니' 오남례 사장님이 2010년 작고하실 때 군산 사람들이 모두 함께 슬퍼했다고 하는 말들은 과장이 아닐 것이다.


보이는 이유 뒤에 숨겨진 이유

명심보감에는 小富由勤,大富由天(소부유근, 대부유천)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부자는 근면한 것만으로도 될 수 있지만, 큰 부자가 되는 일은 하늘에 달렸다는 뜻이다. 이 말은 '네가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모든 건 운빨이다'라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가에서는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라 다. '큰 부자는 하늘에 달렸다'은 하느님 같은 절대자가 감동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民心)이 감동한다는 것이 아닐까.


오남례 할머니의 마음을 오랜 기간 지켜본 군산사람이라면, 누군가가 '군산 여행 갈 건데 어디 가면 돼?'라고 물어봤을 때, '이성당이라는 빵집은 꼭 가봐'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런 마음이 더해지고 더해져 이성당은 군산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이 될 수 있었고 그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오롯이 지켜온 것은 아닐까. 그 결과가 백년의 가게라는 방송에 방영될만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물론 착하기만 하다고 해서 모두 다 성공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나는 이 글이 '착하게만 장사하면 다 이성당처럼 백 년 가게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히지 않길 바란다. 이성당은 빵집으로서 갖춰야 할 본원적인 경쟁력을 아주 탄탄히 갖추고 있다. 분명 이성당이 지금처럼 잘 나가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기도 하고, 단팥빵 자체가 훌륭해서이기도 하고, 미디어를 통해 조명을 받을 수 있어서 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이성당이 진심으로 쏟은 수많은 노력을 가볍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단지 이런 눈에 보이는 이유 뒤에 잘 보이지는 않아도 뿌리를 단단히 하는 그 이유를 함께 기억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이성당이라고 해도 시작부터 지금의 이성당이었을리 없다. 지금은 자타공인 전국구 빵집이 되었지만, 군산시내 상권이 변화하면서 한때는 이성당도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런 시간조차 견뎌내고 이성당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오남례 사장님이 그리고 김현주 대표님께서 보여주셨던 그 따뜻한 마음과 그 마음을 알아준 군산시민들의 화답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오랜 세월동안 지켜온 이성당의 진심이 직간접적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에 군산 시민 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로컬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오랜 세월 진심을 지켜온 이성당을 반드시 기억하며 끝까지 그 진심을 잘 지켜나가야 로컬을 넘어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뉴 로컬 시리즈

여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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