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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Sep 08. 2022

커피보다 총 얘기를 더 많이하는데 상장까지 한 커피회사

11 - 유타, 블랙 라이플 커피 컴퍼니

 美 진보주의자의 상징이 스타벅스 라테라면?

(출처:Unsplash)

미국에는 보수주의자들이 진보주의자들을 비난할 때 쓰는 '라테 리버럴(Latte Liberal)'이라는 표현이 있다.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공식적으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기도 했고, 2017년에는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기를 들며 난민 1만 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진보적인 성향을 여과 없이 드러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스타벅스와 스타벅스의 라테는 진보주의자들의 상징이 되었다. 보수주의자들이 말하는 '라테 리버럴'은 비싸고 묽기만 한 스타벅스의 라테를 한 손에 들고 가난에 대해서 논하는 이상에만 사로잡힌 진보주의자이라는 모멸적인 속뜻이 담긴 말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고, 진보주의자는 스타벅스 라테를 마신다면, 어딘가에는 보수주의자들을 위한 커피도 있지는 않을까? 스타벅스가 1만 명의 난민을 채용하겠다고 했을 때, 1만 명의 제대 군인들을 채용하겠다고 말하며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에게 열광을 받은 커피 브랜드가 있다. 이름부터 보수주의자들의 상징인 반(反) 총기규제 성향을 드러내는 Black Rifle Coffee Company(이하 BRCC)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출처:Black Rifle Coffee Company 페이스북 공식 계정)


아니 무슨 커피회사 이름이 라이플(=총)이야?

(출처:Black Rifle Coffee Company 공식홈페이지)

아무래도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기에 BRCC가 스타벅스에 대항하는 어디 깡촌에 있는 자그마한 카페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스타벅스의 규모에 비할 바 아니지만 BRCC는 나름대로 21년 매출 약 3,205억 원($ 233 millions)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2021년 주요 SNS 팔로워 수는 1,110만으로 요새 핫하다는 룰루레몬(790만), 펠로톤(290만), 블루보틀(60만) 보다도 특정 타깃에게 열광받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뉴욕 증권거래소에도 상장된 나름대로 잘 나가는 회사다.


BRCC는 미 육군 특전부대 '그린베레(Green Beret)'출신으로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복무했던 Evan Hafer가 2014년 미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프리미엄 커피와 문화를 제공하겠다며 설립했다. 보수적인 정치성향으로 유명한 유타 태생인 이 브랜드는 군인 뿐만 아니라 경찰, 소방관 등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모든 사람들을 존중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다. 인력 구성부터 C-레벨 중 CFO만을 제외한 CEO, COO, CRO, CTO 모두 미 육군 출신이며, 절반이 넘는 직원들도 제대 군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BRCC는 꾸준히 군인, 경찰, 구급대원 등에게 커피를 기부하고, 제대 군인 지원 기관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미션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출처:Black Rifle Coffee Company 공식홈페이지)

그들의 주력 상품인 커피의 이름도 BRCC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Gunship(중무장 헬기), Five Alarm(심각한 수준의 화재), Thin Blue line(경찰을 의미) 등 네이밍, 패키징 모두 자신들의 가치를 꾹꾹 눌러 담는다.


물론 커피가 주력인 회사고 아직도 회사명에 커피가 들어가지만, 현재 그들이 지향하는 바는 커피를 넘어서는'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커피와 커피 관련 용품뿐만 아니라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좋아할 디자인의 의류, 수류탄 모양의 머그컵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 중이다. 그래서인지 보수 성향의 시위 사진에는 BRCC의 옷을 입고 있는 참가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과격한 시위를 하는 극우주의자들이 BRCC의 옷을 입은 채 사진이 찍혀 언론에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다


(출처:The New York Times)

2020년 기준으로 매출의 84%는 온라인 D2C(Direct to Customer)에서 발생했고, 원두나 굿즈를 판매하는 도매 매출은 14%, 매장 매출은 2%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매장을 미국 전역으로 확장하고 있고 이 채널을 통한 도매 매출의 증가도 예상되기 때문에 2022년에는 매장 수익과 도매 수익의 비중이 과거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도매 사업부에서는 커피와 의류뿐만 아니라 RTD(Ready to Drink)라고 불리는 음료 완제품 분야도 진출해서 월마트나 스피드웨이(주유소 편의점) 같은 유통업체를 통해 유통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커피보다 총 얘기를 더 많이하는 커피회사

(출처:Black Rifle Coffee Company 유튜브)

BRCC가 지금처럼 성장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SNS 활동이다. BRCC의 유튜브 계정은 94.1만 명(22년 9월 기준)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으며 가장 높은 조회수를 올린 동영상은 무려 931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유튜브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은 178 만 명, 인스타그램 180 만 명 등 주요 SNS에서 모두 나름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BRCC 회사의 이름에는 분명히 Coffee가 들어가지만 이 채널에서는 원두 원산지, 로스팅 강도, 추출 방식 등 커피에 관련된 이야기를 주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BRCC의 주 타깃인 총기 소유를 찬성하며 군대에 우호적인 사람들이 열광할만한 컨텐츠가 올라온다. 예를 들면, 총기 소유자들이 좋아할 만한 유머 영상이라든지, BRCC의 구성원들의 군 복무기간 동안 있었던 이야기, 제대 군인이 보는 전쟁영화 반응 영상 등 제목만 봐도 딱 그들의 타깃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영상들로 채널이 가득 채워져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qMIkrGfbjQ

When You Ask a Gun Owner for Protection, 445만 회(22년 9월 기준) (출처:Black Rifle Coffee Company 유튜브)


물론 커피회사의 유튜브 채널이기에 업로드된 동영상 중에는 케멕스(Chemex)로 커피 내리기, 아메리칸 프레스 사용법 같이 커피에 관련된 내용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동영상의 조회수에서 현격히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이 채널의 구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유튜브 채널과 마찬가지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도 그들의 핵심 타깃인 블루칼라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컨텐츠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하면서 BRCC는 팬들과의 관계를 더욱 두텁게 하고 있다.


(출처:Black Rifle Coffee Company IR자료)

그 결과 BRCC는 주요 브랜드들과 비교했을 때도 부럽지 않은 성과를 만들어 냈다. 2021년 기준 BRCC의 발표에 따르면, BRCC와 BRCC 관계자(Mat Best, Evan Hafer, Heather Lynn)의 주요 SNS 팔로워 수를 모두 합하면 1,110만이다. 이는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룰루레몬(790만)보다도 많다. 동종 업계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 크다. 커피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블루보틀(60만)이나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커피 브랜드 맥스웰하우스(40만)와 비교했을 때 BRCC 커뮤니티의 파괴력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아주 열광적인 팬을 가질 가능성을 위해 확실한 적을 만들 수 있을까

(출처:AP News)

BRCC는 보수적이라고 평가되는 유타주 출신 브랜드다. 유타의 보수주의적 성향은 미국 내에서도 유명하다. 유타에서는 1976년부터 2020년까지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 보수진영인 공화당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고, 주지사 선거에서도 1984년 이래로 2020년까지 모두 공화당 후보를 뽑았을 뿐 아니라 상원의원도 1986년 이래로 모두 공화당이 차지했다. 게다가 창업자 Evan Hafer는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것을 알리기도 했다. 보수적인 지역인 유타 출신의 창업자가 개인적으로 보수적인 색채를 갖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BRCC처럼 기업입장에서 보수성향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를 강조하는 것이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정말 도움이 되는걸까.


기업이 정치적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내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순간 그 전에는 잠재 소비자로 분류되거나 혹은 무관심으로 분류 할 수 있는 사람들마저도 다시는 우리 제품을 선택하지 않을 적으로 돌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잠재 소비자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새로운 팬으로 만들어도 모자를 판국에 적으로 돌리는 것은 최우선으로 삼는 기존의 기업 논리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BRCC가 군인, 경찰, 구급대원 같이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존경뿐만 아니라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고 이들이 전역 후에도 일할 수 있는 곳을 제공한다는 면을 보고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는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BRCC는 그냥 그럴싸하게 보수주의를 팔아먹을 뿐이라며 BRCC에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BRCC는 보수주의자들의 스타벅스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을까

(출처: Black Rifle Coffee Company 공식 홈페이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어쨋든 BRCC는 그들의 강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아주 강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내고 있다. BRCC의 커피 구독 모델의 경우 이탈률이 3~4%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산업 평균이 10%인 것과 구독계의 최강자인 넷플릭스의 이탈률이 2%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BRCC가 가진 커뮤니티의 위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이처럼 BRCC의 커뮤니티가 강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BRCC의 공동 CEO인 Tom Davin의 인터뷰에서도 발견할 수 있듯이 그들이 자신들의 타깃을 아주 명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들의 고객을 "평균 임금을 조금 넘는 연봉을 받는 블루 컬러. 타깃보다는 월마트에서 쇼핑하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이 타깃은 미국의 보수주의와 트럼프의 주요 지지자층과 일치하며 BRCC가 생산하는 컨텐츠에 가장 크게 반응하는 사람들이다.


BRCC가 강한 팬덤을 이끌고 지금까지 성장해온 것은 사실이나 앞으로 계속 확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강한 팬덤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강력한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강한 팬덤은 확장이 제한적임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제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만큼, BRCC 구성원이나 그들이 도우려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주주에게 까지도 이익이 될 수 있으려면 충분한 성장을 이뤄내야만 하기에 BRCC에게는 뼈아픈 지적이다.


BRCC가 단순히 '라테 리버럴'의 대항마로서 포지셔닝하고 그 자리에만 머문다면 BRCC의 확장성은 분명하게 제한적일 것이다. 스타벅스가 진보주의자들을 위한 커피로 포지셔닝하며 지금의 스타벅스가 된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가 가진 여러 모습 중 하나가 보수층에게는 '라테 리버럴'로 보였을 뿐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 한계를 명확히 알 수 있다.


BRCC에는 정치적으로는 여러 논란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고, 앞으로 확장이 가능한지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BRCC는 아주 명확하게 타깃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 타깃이 열광하는 주제와 스토리텔링을 무장하고 어떻게 그들의 타깃에 정확히 닿을 수 있는지를 누구보다 가장 잘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BRCC가 '좋은 브랜드'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들이 브랜드를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는 다소 불편한 지점들을 몇몇 만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BRCC가 과연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확장할 수 있는지는 너무도 궁금하므로 향후 발전방향을 더 유심히 지켜볼 예정이다.


뉴 로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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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보다 총 얘기를 더 많이하는데 상장까지 한 커피회사 (미국 유타, 블랙 라이플 커피 컴퍼니)


참고자료

https://www.blackriflecoffee.com/


https://www.nytimes.com/2021/07/14/magazine/black-rifle-coffee-company.html


https://www.chron.com/food/article/Black-Rifle-Coffee-Houston-location-FM1960-17046696.php


https://d1io3yog0oux5.cloudfront.net/_8cebf98ec1bcf78a1c358932c5ecb470/blackriflecoffee/db/2216/20714/pdf/William+Blair+Growth+Conference+Presentation+6.8.2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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