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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Sep 21. 2022

롤스로이스만큼 완성도도 높고 비싸다던 막걸리의 다음은?

12 - 해남, 해창막걸리

막걸리가 더 이상 옛날의 막걸리가 아니다

막걸리의 콜라보 (출처 : 매일경제, 쉐이크쉑 공식 인스타그램)

막걸리의 새 시대가 열렸다. 그동안 막걸리의 전통적인 이미지는 저렴한 가격에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러나 막걸리계의 돔 페리뇽이라고 불리는 복순도가, 글로벌 메이저 버거 브랜드 쉐이크 쉑과 지평막걸리의 콜라보, 그리고 일명 '표문 막걸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한강주조와 곰표(대한제분)의 콜라보까지 등장하며 막걸리는 가장 핫한 아이템으로서 트렌드의 중심에 섰다.


늘어난 막걸리의 인기를 반영하듯 키워드 검색량도 늘었고 시장규모도 커졌다. 네이버 데이터랩의 집계 결과에 따르면, 2016년 1월 대비 2022년 6월의 '막걸리' 검색량은 384% 늘었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는 2016년 이전까지는 3,000억 원대에 머물렀던 막걸리 소매시장이 21년에는 약 5,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야흐로 막걸리의 새 시대가 열렸다.


(출처: 조선일보)

2020년 다양한 브랜드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점점 더 막걸리 판이 뜨겁게 달구는 와중에 막걸리 판을 뒤엎는 큰 사건이 있었다. 바로 한 병에 11만원 짜리라는 해창 롤스로이스의 등장이다. 이제 더 이상 막걸리가 취하기 위해 마시는 싸구려 술이 아니고,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한 병에 10만 원 넘게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언적인 사건이었다. 한 병에 11만 원짜리 해창 롤스로이스(18도)는 싸네, 비싸네 말이 많았지만 어쨌든 화제의 중심에 우뚝 올라섰고 애주가라면 어쨌든 한 번은 마셔보고 싶은 술이 됐다.


최근에 큰 주목받았지만 약 100년의 역사를 가진 주조장에서 만든 막걸리

해창주조장(출처:연합뉴스)

해창막걸리는 2020년 혜성같이 등장해서 이름을 널리 알렸지만, 거의 100년의 역사를 담은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다. 땅끝마을 해남에 위치한 해창주조장은 1927년 일제강점기에 처음 세워졌고 광복 뒤 1961년부터 주조장으로서 본격 역할하기 시작했다. 원래 해창막걸리를 운영하던 황의권 씨가 더 이상 가업을 잇지 못하게 되자 서울에서 택배로 술을 계속 받아 마시던 해창 막걸리 마니아였던 오병인 대표가 이를 2007년 인수했다.


처음에는 해창 막걸리 자체보다는 일본식 정원이 있는 1,000평이 넘는 크기의 양조장, 뼈아픈 과거사가 녹아져 있는 근대문화유산으로 이름을 더 알리며 2014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양조장이 조금 먼저 주목받았다고 해서 해창 막걸리가 막걸리로서의 경쟁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해창 막걸리는 2015년 전라남도 전통술로 지정됐을 뿐 아니라 2018년에는 우리 술 탁주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창막걸리의 가장 큰 특징은 좋은 재료다. 일반적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막걸리는 원재료비 절감을 위해 저가형 외국산 쌀이나 밀 그리고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이 들어간다. 하지만 해창 막걸리는 해남 땅에서 생산된 유기농 찹쌀 80%와 멥쌀 20% 그리고 누룩을 이용해 저온숙성으로만 술을 빚는다. 해창막걸리는 낮은 온도에서 누룩만으로 만들어 내기 때문에 일반 막걸리의 4배가 넘는 2개월 동안 숙성이 필요하다. 시중의 일반 막걸리와 비교하면 원재료비도 더 들고 제조기간도 더 늘어난다. 하지만 좋은 재료와 좋은 방법으로 좋은 막걸리를 만든다는 것은 오병인 대표의 자부심이다.


전국에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이 600개 되는데, 이들 전체 양조장이 만드는 막걸리는 2개로 나뉜다. 해창막걸리와 그 외 막걸리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유기농 찹쌀로 막걸리를 만드는 회사는 우리밖에 없다. 그것도 햅찹쌀만 쓴다. 이런 자부심으로 술을 만든다.

[박순욱의 술기행](65) 110만 원짜리 해창 막걸리 아폴로, 과연 비상할까?, 조선비즈


세계 최고를 뜻하는 롤스로이스. 세계 최고의 막걸리란 뜻의 해창 롤스로이스

(출처 : Unsplash)

해창 막걸리는 초기에는 일반적인 막걸리 도수인 6도만 생산했으나 향후 9도, 12도 그리고 15도까지 도수를 세분화시켰다. 2017년에는 처음으로 18도 '롤스로이스'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오병인 대표에게는 롤스로이스는 '최고'와 동의어였기에 최고의 막걸리라는 뜻으로 해창 롤스로이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의 바람대로 최고를 알아본 외식업계의 대부 백종원,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등이 극찬하면서 해창 롤스로이스는 그 이름을 널리 알렸고 허영만 화백은 해창막걸리 병에 롤스로이스 그림을 그려주기까지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롤스로이스가 별명처럼 불리는 이름인 줄 알았지 실제 제품명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롤스로이스 막걸리라는 이름이 점점 더 세상에 알려지자 당연히 영국 본사 롤스로이스 측의 공식 항의를 받게 됐고 이제는 롤스로이스를 삭제하고 지금은 '해창 막걸리 18도'로 명칭을 변경했다.


해창 18도(롤스로이스)는 맛도 맛이지만 놀라운 가격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술 마니아들에게 '좋은 술'로 알려진 전통주 대부분은 삼양(三釀)까지 하는데 반해 해창 롤스로이스(18도)는 거기에 한번 더 덧술을 가미한 사양주(四釀酒)다. 덧술을 가미할수록 맛과 향은 더 좋아지고 그만큼 재료비도 많이 들어간다. 네 번이나 덧술을 하고 찹쌀도 유기농을 고집할 뿐 아니라 아스파탐 같은 감미료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만큼 맛에 대해서는 최고라고 자신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고가 정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막걸리들이 담는 플라스틱 병을 그대로 사용하는 등 고가품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지점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아무리 맛있어도 11만 원 까지는 아니라며 해창 막걸리 18도는 그저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막걸리의 가격이 과도하게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 오병인 대표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프랑스 와인은 몇 천만 원짜리도 마시면서 우리 전통주에는 너무 인색하다. 왜 막걸리는 늘 1달러(약 1100원) 짜리여야 하나요? 이제 막걸리도 격 있게 즐겼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100달러(11만 2000원) 짜리 막걸리도 있어야죠.”

[아무튼, 주말] 11만 원 최고급 막걸리는 왜 ‘소음’을 빚고 있나, 조선일보


11만 원 해창 롤스로이스(18도) 다음은 110만 원 해창 아폴로(21도), 그다음은?

(출처:조선비즈)

2022년 올해에는 900ml 한 병에 110만 원 가격표를 달고 해창 아폴로(21도)를 출시했다. 내로라하는 고급 위스키나 고급 와인보다도 더 비싼 가격이다. 해창 아폴로는 발효와 숙성을 6개월 이상하면서 부드럽고 고유의 향이 나도록 했다. 도자기 병에 24k 금 한 돈 분량을 사용해 정성스럽게 '해창'을 새기기도 하는 등 용기 가격만 80만 원에 달한다. 해창 18도에 명품의 의미를 담아 '롤스로이스'라는 이름을 달았던 것처럼 이번 해창 21도에는 기분 좋게 마시고 별나라 다녀오시라는 뜻으로 '아폴로'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해창 아폴로 다음으로는 곧 35도, 45도, 60도 증류식 소주도 나온다. 팔만대장경을 기리는 '대장경'이라는 이름을 달고 금 50돈이 들어가는 24k 소주잔과 함께 2,320만 원으로 팔 예정이다. 과연 이렇게 비싼 술에 대한 수요가 있겠냐는 의문이 많지만 오병인 대표는 선물용으로 그 수요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현재 해창 롤스로이스(18도) 명절, 연말 시즌 위주로 한 해에 약 3,000병 만을 생산한다. 하지만 전량 모두 팔리는 것을 넘어 대기 예약까지 들어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에 선물용 수요는 분명히 더 있다는 판단이다.


최소한 해창 막걸리는 더 이상 싸구려 술이 아닌 게 되었다

(출처:해창주조장 공식 홈페이지)

해창이 잘 설계되고 많은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라고 하기에는 아직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고가 막걸리로 포지셔닝에 성공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나라 지역 곳곳마다 좋은 방법으로 빚는 좋은 막걸리는 많지만 모든 막걸리들이 해창막걸리 같이 전국적 인지도를 얻지는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탕웨이가 가장 좋아하는 막걸리로 알려진 남해 서상막걸리, 이건희 회장의 생일주로 선정 되어 회장님 막걸리로 알려진 당진 백련막걸리 등 보물 같은 지역 술들이 우리나라 곳곳에 존재하지만 아직 제대로 주목을 받아 보지 못한 막걸리가 너무도 많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해창막걸리가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게 되고 고가 막걸리로 포지셔닝한 것만큼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창 막걸리의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18도짜리 롤스로이스였지만, 사실 해창 막걸리의 주력제품은 사실 9도와 12도다. 11만 원짜리 해창 18도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지만, 대형마트나 인터넷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9도와 12도는 각각 8,000원, 12,000원이다. 시중에 일반적인 저가 막걸리가 약 2,000원 내외를 형성하는 것을 감안하면, 해창 막걸리는 주력 제품에서 각각 병당 4배, 6배의 가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한때는 해창막걸리도 한 병에 800원씩 팔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늘의 해창 막걸리의 성과를 단순히 '그냥 노이즈 마케팅'이라며 가볍게 넘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가품 포지셔닝은 대성공, 과연 럭셔리 브랜드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

(출처 : Unsplash)

해창 막걸리는 이제 고가 막걸리의 대명사가 되었다. 해창의 이름을 널리 알린 18도(롤스로이스)나 21도 (아폴로)는 모두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심지어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해창 막걸리는 몰라도 '왜 그거 있잖아, 한 병에 10만 원 넘는 비싼 막걸리'라고 하면 알 수 있을 수준의 인지도를 가지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오병인 대표의 말대로 고급 와인같이 막걸리도 고급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해창이 맛있는 막걸리인지를 묻는다면 전통주 전문가들 대부분은 입을 모아 그렇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과연 그 가격의 가치를 하느냐고 묻느냐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롤스로이스를 사는 사람들이 그 가치를 따져 묻지 않듯이 해창 막걸리가 단순히 고가 막걸리가 아니라 진짜 럭셔리 브랜드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제품력 이외에도 해결해야 할 요소가 아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가 정책을 전개하는 것만으로 럭셔리 브랜드가 될 수는 없다. 럭셔리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럭셔리로서 인정될 수 있을만한 충분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좋은 재료와 좋은 방식으로 좋은 술을 빚어낸다는 자부심으로 해창 막걸리가 고가 막걸리라는 포지셔닝에 성공한 만큼 이제는 단순히 고가 막걸리를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막걸리로도 분명히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응원하며 기대한다.


참고자료


https://www.chosun.com/culture-life/food-taste/2020/11/14/GHST4F5W2RAPHN65QUQH4N3WMI/?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0/12/1316494/


http://www.siminilbo.co.kr/news/newsview.php?ncode=1065579034132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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