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이 범람하고 있다
로컬이라는 단어가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왔다. 이미 지역 곳곳마다 로컬푸드 직매장이 들어섰고, 중기부에서는 지역기반 로컬 크리에이터를 활성화 하기로 했으며, 지역에서 갓 공수한 로컬푸드로 음식을 하는 로컬식탁이란 예능도 등장하는 등 우리 주변 온갖 곳에 로컬이라는 말이 붙었다. 로컬푸드, 로컬 크리에이터, 로컬 브랜드 등등 많은 곳에 로컬이란 단어가 쓰이고 있는만큼 로컬이라는 단어는 분명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그러나 다양한 곳에서 다양하게 쓰이는 단어일수록 정작 그 단어의 진짜 의미는 흐릿해지기도 한다. 로컬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로컬의 의미부터 명확히 해야한다.
로컬(Local)은 사전적으로 '특정 지역', '현지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로컬을 우리말로 직역하자면 지역 혹은 지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로컬을 대체할 수 있는 우리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굳이 로컬이란 단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지역, 지방이란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부정적 의미 때문이다.
‘지방’이란 말에는 ‘변두리’란 뜻이 담겨 있다. 사전에도 ‘서울 이외의 지역’이란 설명이 붙는다. 말에서부터 뿌리 깊은 편견이 담겨 있는 셈이다. 그래서 ‘로컬’이란 말을 쓰기로 했다. 멋을 부리려는 게 아니다. 편견을 덜어내고 서울과 별다를 것 없는, 우리나라를 이루는 똑같은 지역 가운데 하나로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 김동복 외 9명
지금 우리가 로컬에 주목 하는 이유는 '서울스럽지 않음'에서 오는 매력 때문이다. 요즘 사용되는 '로컬'이라는 단어에는 여전히 지역색이 뚜렷하게 묻어난다. 그러나 그 느낌은 과거와 분명히 다르다. 과거 지방이라고 불리던 때에는 중심부에서 벗어난 변두리적인 의미가 강했던 반면, 지금의 로컬은 변두리적인 의미보다는 서울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각각의 지역이 가진 색다른 매력이 더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컬 (=시골)에는 미래가 있을까?
스몰 브랜드는 로컬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브랜드, 특히 작은 브랜드에게 가장 필요한 경쟁력은 기존의 경쟁자들과의 '다름'이기 때문이다. 로컬 브랜드의 비서울성은 소비자들에게 서울과 비교하여 눈에 띄게 다른 점으로 어필될 수 있다.
차별성을 인식시키려면 무조건 다르다고 외칠 게 아니라, ‘무엇과 비교하여’ 다른지 그 기준을 정해야 한다. 이 책의 1부에서 말하는 ‘POP-POD’가 바로 그것이다. POP는 인식의 유사점(Point of Parity)이고, POD는 인식의 차별점(Point of Difference)이다. 차별화는 기존의 선도 브랜드와 어떤 점이 비슷하고(POP), 어떤 점이 다른지(POD)를 보여주는 데서 시작된다. (...) 익숙한 것에 새로운 다른 것을 들이댈 때, 다름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이것이 차별점을 인식시키는 원리다.
- 나음보다 다름, 조수용, 홍성태
물론 서울에 대비되는 '시골스러움'을 로컬이라 이름 붙이기만 한다고 해서 갑자기 매력적이 될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로컬 브랜드는 태생적으로 그 지역의 지역성을 가지고 태어나므로 일반적인 경쟁자들과는 달리 분명한 차별점을 선천적으로 지니고 시작할 수 있다. 점점 더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이 시대에 로컬 브랜드는 다름을 분명히 제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선택지가 된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로컬의 매력을 한껏 머금고 전국적 명성을 쌓은 로컬 플레이어들이 존재한다. 대전의 성심당, 강릉의 테라로사, 부산의 삼진어묵같은 기업들이 증명하듯 로컬 브랜드의 '비서울성'은 오히려 일반적인 브랜드와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매력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새로운 시대, 뉴 로컬(New Local)에 미래가 있다
로컬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에어비앤비 리헤인 부사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서울에 사는 사람이 해안이나 산 근처에서 장기 체류하는 현상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제주로 한달살이를 떠나거나, 혹은 굳이 제주 출신이 아니더라도 삶의 터전 자체를 제주로 옮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익숙해졌다. 최근에는 제주뿐만 아니라 강릉, 완주, 구례(지리산) 등 전국 각지가 서울을 벗어난 삶을 위한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로컬에는 분명히 새로운 기회가 존재한다. 우리의 생활권이 점진적으로 넓어짐에 따라 서울-지방 혹은 도시-시골의 이분법은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다. 서울/경기권에서 나고 자란 태생부터 도시 사람도 언제든지 로컬 플레이어로 다시 태어날 수 있고, 매력적인 로컬 플레이어는 로컬 소비자 외에도 언제든지 수도권과 같은 대도시의 소비자들과도 연결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분명 과거에 비해 로컬 브랜드로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로컬에서 시작한 브랜드라고 해서 로컬에만 머무르라는 법은 없다. 새로운 시대의 로컬은 관광콘텐츠로서 제한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과거의 로컬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타겟 시장을 로컬로만 한정하지 않고 스케일업 할 수 있는 구조를 준비하여 확장해 나가는 것이 지금 시대에 맞는 뉴 로컬의 방향성이다.
리버스엔지니어링으로 뉴로컬의 시대를 엽니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역공학, Reverse-engineering)이란 장치 또는 시스템의 기술적인 원리를 역으로 설계하며 구조 분석을 통해 발견하는 과정이다. 조금 더 피부에 와 닿게 설명하자면, 완성된 라디오를 완전히 분해하면서 각각 장치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구조를 통해서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공부하는 과정이다. 훌륭한 완성품을 역공학하는 과정에서 왜 이 자리에 이 부품이 들어가야만 하고 왜 이 구조가 이렇게 만들어져야만 하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지금부터 전국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로컬 플레이어들을 리버스 엔지니어링하면서 뉴 로컬이 나아갈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전국적인 명성을 쌓은 기존 로컬 플레이어들이 오랜 시간동안 쌓아온 헤리티지와 젊은 감각으로 이 시대에 맞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신규 브랜드들의 여러가지 신선한 접근을 리버스엔지니어링하고 결합함으로써 충분한 가능성을 내재한 뉴 로컬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각각의 기업은 처해진 상황과 특성이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성공 공식을 리버스 엔지니어링 한다고 해서, 그리고 그 전략을 성실히 이행한다고 해서 모두가 똑같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 누군가를 성공으로 이끈 핵심역량은 오직 그 사람만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전략을 완벽하게 알아도 나는 죽었다 깨나도 따라 할 수 없는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필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성공의 힌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컬 플레이어가 어떤 역량을 어떤 방식으로 발휘했는지, 그 사람이 그 역량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그 역량이 얼마나 파괴력을 가졌는지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에게 적용한 인사이트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어떤 위대한 기업도 시작이 로컬이 아니었던 기업은 없다. 전 세계를 호령하는 커피제국 스타벅스도 시작은 시애틀 파이크 플레이스의 로컬 커피숍이었다. 전 세계 가구 시장을 장악한 가구공룡 이케아도 스웨덴의 작은 마을 엘름훌트의 로컬 가구점에서 시작했다. 이들처럼 매력적인 로컬 브랜드는 로컬을 넘어 전국으로, 또 세계로도 충분히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 탄탄하게 잘 짜인 로컬 브랜드를 설계하기 위해 뉴 로컬을 공부할 시간이다.
뉴 로컬 시리즈
여는 말
로컬 헤리티지 (전통 로컬 브랜드)
뉴 로컬 (신생 로컬 브랜드)
글로벌 로컬 (해외 로컬 브랜드)